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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76화 (76/200)

76화. 날 구해줘(1)

“헉, 뭐……뭐야 너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어?”

“아이고 망했다.”

이은서는 우리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째려보며 말했다.

“우리 원장님이 여기 와서 뭐?”

“아니, 그게 아니고.”

“우리 원장님이랑 너희 원장님이랑 만나지 않게 좀 해. 내 과거가 밝혀지면 곤란하니까.”

이은서가 그렇게 말하고선 마사지숍을 나가자, 노랑머리가 따라 나서며 은서를 붙잡았다.

“니 과거, 감옥 간 거 지켜줄 테니까, 우리한테 협조를 하라고.”

“뭐? 니가 지금 나한테 그걸 협박이라고 하는 거야?”

나는 둘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쫓아 나가서 말렸다.

“그래, 둘이 그건 협박거리가 안 되는 거지. 거기다 넌 앞으로도 그런 걸로 누군가와 딜을 해서는 안 돼. 남의 인생이 아닌 니 인생을 위해서라도 더욱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아, 그죠. 미안하다 은서야.”

노랑머리는 순순히 인정하고 은서에게 사과를 했다. 은서는 노랑머리가 180도 바뀐 것을 보고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노랑머리가 정말 변한 것인지 궁금해 진 은서는 노랑머리를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안하면 술을 사. 뭔 계획인지 들어나 보자.”

“어 좋지! 내가 산다, 내가.”

“내가 살게.”

“아뇨, 내가 살게요. 과거엔 훔친 돈으로만 얘 밥 사줬는데, 이젠 떳떳하게 번 돈으로 한번 사야죠.”

은서는 노랑머리가 한 말에 놀라서 다시 쳐다보았다. 노랑머리는 말투와 눈빛까지 바뀌어 있었다. 과거의 그 사람은 아예 사라진 듯 보였다. 은서는 노랑머리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두 사람을 따라 가서 술을 많이 먹인 뒤에, 본심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 * * *

한 원장은 마사지를 받다가 골아 떨어졌다. 조 원장이 바로 옆 칸에 왔는데도 두 사람은 서로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을 찜질방에 재워두고 나온 세 사람은 인근의 호프집으로 향했다.

“그래서? 나보고 뭘 협조하라는 건데?”

은서는 안주를 시키기도 전에 다짜고짜 물었다. “우리 원장님이랑 너희 원장님을 연결해 주려고 그러지.”

“두 분을 결혼 시켰음 해.”

은서는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나에게 쌓인 감정이 아직 풀리지 않는 듯 보였다. 나는 이은서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지만, 자꾸 그러니 기분은 별로였다.

“미쳤네. 대체 왜 그러는 건데? 목적이 있을 거 아냐?”

은서는 단순히 누굴 아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이 일도 분명 목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원장님 외로우니까…….”

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서가 깔깔대며 웃었다. 나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거짓말 하지 마. 누굴 속이려고 그래?”

나는 은서가 그런 말에 넘어가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에게 전부 다 털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납득이 될 만한 이야기, 즉 돈 문제 같은 걸 말하기로 했다.

“사실은 내가 미용실을 차리려고 하는데, 원장님이 걸려서 그래. 옆에서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게 해놓고 나가려고 하는 거지.”

나의 말을 들은 은서는 노랑머리에게 사실이냐고 눈짓했다. 노랑머리도 사실 이 일의 이유가 뭔지 정확하게 모르는 상태였다.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은서는 이 이유는 왠지 타당성이 있어 보여서 수긍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노랑머리가 왜 저렇게 변한건지 그걸 알아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술을 많이 마시게 한 뒤 슬쩍 떠봐야 한다.

세 사람은 대화도 없이 술을 마셔댔다. 같이 공유할 이야기가 거의 없는데다, 서로 좋아하지도 않기 때문에 대화는 무의미했다. 그렇게 마시다가 오뎅탕이 안주로 나왔는데, 갑자기 은서가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노랑머리가 놀라서 은서를 붙잡았다.

“왜 그래? 취했어? 너 술 쎄잖아?”

“아 씨# 입덧이야.”

“뭐? 진짜야?”

은서의 말에 두 남자 모두 놀라서 얼이 빠졌다. 입덧이라면, 임신을 했다는 말이 아닌가? 임신을 했는데 대체 왜 술을 마신다는 건가?

노랑머리는 화를 내서 은서의 술잔을 치웠다.

“이 미#년! 임신했는데 술을 왜 마셔?”

“그래, 태아에 좋지 않아.”

“냅둬. 어차피 뗄 거야.”

이은서가 짜증을 내며 술잔을 가져왔다. 그러자 노랑머리가 다시 술잔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참견하지 않으려다가, 은서가 또다시 술을 마시려고 하자 그걸 잡고서 놓지 않았다.

“그럼 아이 지우고 마셔. 그게 뭐하는 짓이야? 걔도 생명인데! 지우는 것도 잘못이지만, 그렇게 생명 하나를 무시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나의 말에, 은서는 잠시 동안 나를 바라보았다.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이다.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살게 된 거 몰라?”

은서의 말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멍하게 있었다. 그러자 노랑머리도 은서를 붙잡고 말했다.

“말 들어. 애가 뭔 죄냐?”

그러자 노랑머리를 쳐다보는 은서,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너 원래 착한 놈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변했냐?”

“좋은 사수를 만나면 변할 수 있어. 너도.”

은서는 노랑머리의 말을 듣고, 나를 쓰윽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쳇, 웃기시네.”

은서가 다시 술잔을 가져오려고 하자 다시 내가 막아섰다.

“그만해. 아이 고문하는 거야 그건.”

“남자친구가 바쁘다고 하는데 어쩌라고? 당신이 대신 가줄 거야? 보호자 해줄 거냐고? 그럼 나도 니들 계획에 협조해줄 수 있어.”

은서의 말에,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그래 가자. 지금 당장 가자.”

내가 그렇게 나오자 노랑머리가 막아섰다.

“내가 갈게요. 한때 남자친구였던 내가 가는 게 맞지.”

노랑머리는 나를 막아서며 은서를 붙잡아 일으켰다. 은서는 취기 때문인지, 입덧 때문인지 모를 구역질을 연신 해댔다.

“빨리 알아봐줘. 불법이라 아무데서나 하는 게 아니더라고.”

“그럼 같이 가자.”

노랑머리는 은서를 보며, 한때 연인이었던 여자가 인생을 너무 막 사는 것에 괴로운 나머지 눈물이 나려는 걸 겨우 참아냈다.

나는 은서를 이렇게 망가지게 한 것이 나 같아서, 그녀를 보는 것이 괴로웠다.

* * * * *

병원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불법이긴 했지만, 그걸 제재하는 기관이 별로 없었던 탓이었다. 나와 노랑머리가 보호자가 되어 은서의 수술을 지켜보았다.

은서는 수술을 하러 들어가고 한참이 되어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노랑머리는 일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해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마침 간호사가 나오자 그녀를 붙잡고 물어보는 노랑머리.

“저 이은서 환자 수술이 왜 안 끝나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

노랑머리가 물어보자, 간호사는 약간의 혐오스러운 표정을 보이더니 말을 하였다.

“약에 취했어요. 마취가 잘 안되더군요. 대체 평소에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죠?”

“네?”

은서는 아주 가끔이지만 #약을 하였고, 그 덕분에 마취가 제대로 되질 않는 것이다.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은서 덕분에 의료진들도 진땀을 흘리고 있는 참이었다.

“하, 젤 대체 어찌 하냐?”

“저 미친# 남자친구는 대체!”

노랑머리와 나는 은서의 상황이 너무 놀랍고 불쌍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다른 어떤 것을 해 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병원에서는 은서를 병원에 더 두는 것을 마다했다. 나와 노랑머리는 은서를 데리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나는 은서를 그냥 집에 보내는 것이 불안하여 집에 은서를 데리고 갔다. 그녀의 집에 가면 왠지 남자친구가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우리 집에서 니가 며칠 데리고 있으면서, 미역국이랑 이것저것 사서 먹여. 산후조리 하듯이 말이야 응?”

“하, 내가 옛정을 생각해서 해준다.”

“시끄러워.”

은서는 아직까지도 약에 취해서 헤롱 거렸다. 은서를 방에 뉘인 나는 그 길로 소고기와 미역을 사오고, 노랑머리가 미역국 등을 하기 시작했다. 빅엄마에게서 배운 탓에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다.

“먹어. 며칠 여기서 지내면서 몸보신 좀 해야지.”

내가 미역국 한상을 담아서 은서에게 가져다주자, 은서는 한참 동안 말이 없이 밥만 먹었다. 다행히도 미역국은 아주 맛이 있었다.

그런 은서를 바라보던 나는 갑자기 눈물을 훔쳤다. 그동안 참아왔던 미안함이 터져 나온 까닭이었다.

은서는 그런 나를 보더니 자신도 눈물을 흘렸다. 자기를 위해 눈물을 흘려주는 것이 너무도 고마운 탓이었다.

“울지 마. 누가 죽었냐?”

“니 애가 죽었잖아. 그 애도 소중한 아이야.”

“그래서 그거 때매 우냐? 바보 아냐?”

노랑머리가 뒤늦게 들어와서 은서의 앞에 앉았다. 나는 은서가 먹을 물을 가지러 나갔다.

은서의 치아에 미역이 붙어서 영구처럼 되어 버렸다. 그걸 본 노랑머리가 피식 웃었다. 그러더니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빵 터져서 깔깔대며 웃었다.

“이빨에 미역을 묻히고 그러냐.”

“냅둬, 나중에 먹을 거야.”

그렇게 한참을 웃던 두 사람은 갑자기 같이 웃음을 그쳤다. 노랑머리는 은서를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옛날 생각이 갑자기 나서, 후회스러운 순간들이 떠올라서였다.

“그때, 니가 그 백만원 날치기 하라고 시켰을 때, 한번이라도 안한다고 할 걸.”

“지난 이야긴데 뭐.”

“열쇠 복사해오라고 시켰을 때도 안한다고 할 걸.”

“닥쳐! 어쩌라고?”

“우리가 그러고 있을 때, 누구 한 사람이라도 우리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려주었다면 우린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은서는 노랑머리를 바라보며 아주 잠시 동안 지난날을 후회했다. 아주 잠깐 동안 이었지만…….

“날 니가 구해줄 수 있을까?”

“어?”

노랑머리가 당황하자, 은서는 잠깐 동안 후회 한 것을 다시 거두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 착잡한 마음이었다.

“농담이야. 미역국 맛있네. 더 줘.”

은서는 그 이후 며칠 동안, 나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집에 머물렀다. 은서는 자꾸만 자신의 삶이 후회스러워지고 있었지만, 그걸 돌릴 자신이 없었다. 그만큼 은서의 세계는 아주 깊게 파국으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 *

“이제 갈래. 니가 해주는 밥도 지겹다.”

사실 은서는 좀 더 있고 싶었지만, 핸드폰이 자꾸만 울려대는 통에 더 있을 수가 없었다. 나도 미용실에 가봐야 하기 때문에 더 있기 어려울 참이었다.

“그래, 이제 몸 좀 아끼고 그래 응?”

나는 차를 타고 은서를 데려다 주었다. 은서의 집 앞에는 문신조폭의 부하들이 잔뜩 대기하고 있었다. 은서가 사라진 것 때문에 문신조폭이 화가 난 듯 보였다.

“가봐, 몸조심하라고. 응?”

“닥쳐, 내가 알아서 해.”

은서가 차에서 내리자, 부하들이 떼를 지어 와서 그녀를 데리고 갔다. 나는 몸을 사렸다.

내가 은서를 쳐다보고, 은서도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은서가 마치 (날 구해줘.)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입으로도 구해달라고 달싹거렸다. 누가 봐도 나에게 구해달라고 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놀란 나머지 눈을 비비고, 그녀를 다시 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구해달라고?”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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