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미용재벌-78화 (78/200)

78화. 한원장#로맨스#성공적#(2)

“저게 누구야?”

아름다운 원피스에, 단발 생머리를 하고, 눈썹까지 붙여서 정성스럽게 화장을 한 그녀는 다름 아닌 조 원장이었다. 한 원장은 조 원장을 보자마자 한눈에 반한 듯 입을 벌리고 다물지를 못했다. 그런데, 다른 한 사람도 그녀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미용 프랜차이즈 업계 1,2위를 다투는 강준 이었다.

“저 분은 조 원장님이시네요?”

“이야, 진짜?”

한 원장은 조 원장을 보고는 한달음에 달려가서 그녀를 에스코트 했다. 한 원장도 오늘은 심플하게 꾸며서, 평소보다 훨씬 나았다. 조 원장은 그런 한 원장을 보고,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한마디로 오늘은 둘이 서로에게 없었던 호감을 쌓은 날이 된 것이다.

“오늘 우리 조 원장 너무 이쁜 거 아이가?”

“그쪽도 만만치 않은데?”

나의 작전은 성공으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강준이 조 원장의 앞을 막아서기 전까지 말이다.

“어? 이게 누구야? 조 원장님 아니세요?”

“어머 강준 회장님. 진짜 오랜만에 뵙네요.”

강준은 한 원장이 조 원장에게 말을 할 새도 없이 먼저 조 원장을 가로채고는 그녀를 끌고서 아예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한 원장은 분해하면서도, 그걸 빼앗을 생각은 안하고, 다른 데로 가서 앉으려고 했다. 그러자 내가 나서서 한 원장을 끌고 조 원장의 바로 옆에 떡하니 앉혔다.

“이럴수록 전투적으로 하셔야죠!”

“아이다 뭔 소릴 해쌓노. 그냥 여가 편해서 그란다.”

“우선 그녀의 옆에서 가끔씩 눈길을 주세요. 너무 눈길을 준다는 느낌이 안 들도록 가끔요.”

“야야, 뭘 또 그라노. 됐다 마.”

한 원장은 그렇게 말해놓고는, 나의 말대로 가끔씩 눈길을 주고, 아닌 척 하고를 반복 하였다.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한 원장의 눈길은 조 원장의 언저리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한 원장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조 원장을 진짜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의 연인이니까, 사랑에 빠지는 것도 조금 수월할거란 나의 생각은 딱 들어맞고 있었다.

나는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조 원장의 뒤에 앉아있는 은서에게 신호를 보냈다. 은서는 조 원장의 어깨에 묶인 끈을 조금 느슨하게 해 두었는데, 조금만 만지면 금방 풀리게 되어 있었다. 은서가 그걸 만지자 조 원장의 어깨 끈이 금세 풀어질 듯 말 듯 하였다. 나는 마침맞게 한 원장의 가디건을 갖고 있었다.

“원장님, 조 원장님 어깨 끈 풀리는데 이것 좀 걸쳐주시죠?”

“응? 아 맞나?”

내가 건네준 가디건을 받아 든 한 원장은 어깨끈이 풀리는 찰나에 조 원장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에 가디건을 걸쳐주었다. 조 원장은 화장을 했음에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끈 풀렸데이, 화장실 갖다 온나. 같이 가까?”

조 원장은 한 원장이 내민 손을 잡고서 화장실로 갔다. 둘이 그러는 동안 은서와 나는 서로 눈치를 살피고 피식 웃었다. 어느새 한 팀이 되어버린 우리는 서로에 대한 미움도 사그라든 것 같았다.

조 원장과 한 원장은 같이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나눈 교감은 그 어느 때 보다도 깊었다. 두 사람이 그러는 동안, 나와 은서는 다음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 온 조 원장과 한 원장은 자리를 바꿔서 둘이 붙어 앉았다. 어느새 두 사람이 가까워진 걸 본 나와 은서는 기분이 좋아서 미소를 지었다.

다음 작전은, 이 행사가 끝나고 나와 은서를 포함한 네 명이서 술을 마시러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둘만 남기고 몰래 그 자리를 빠져 나오면 끝이다.

두 사람의 의도대로 행사가 끝나고 회식을 하려고 하는데, 눈치 없는 강준이 따라 나왔다.

“여 어디가? 나도 같이 가지?”

한 원장과 조 원장 사이에 또 기어든 강준 덕분에, 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나와 은서는 다음 계획을 짜기 위해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이 되고 계획을 짜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회식을 마친 한 원장과 조 원장이 같은 찜질방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둘이 만나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찜질방에서 손을 잡고 잤다고 한다. 뭐 그다음은 말을 안 해도 뻔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 * * * *

한 원장은 오랜만에 이루어진 사랑 덕분에 매일매일 꽃길을 걸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연애일 뿐, 결혼까지 이어지는 것은 얼마나 걸릴지 모를 일이었다. 나는 한 원장이 결혼을 결심하게 하기위해, 또다시 회의에 들어갔다.

“결혼은 안 한다고 하는 것 같아.”

“그게 뭐 쉽나요? 살다가 헤어지는 일도 다반사인데.”

“결혼을 해야 일이 수월해 지는데 말이다.”

“굳이 그걸 해야 하나요? 한 원장님 이제 안 외로우니까 우리 가게 그냥 두시겠죠.”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결혼을 해야 한다니까?”

“멍청한 것들, 결혼을 하라고 등 떠민다고 하냐?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하는 거지.”

뒤늦게 나타난 은서는 역시나 욕을 하면서 등장했다. 은서 본인도 이 일에 재미를 느꼈는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오자마자 욕이야. 참나.”

“그럼 니 생각을 말해봐.”

나는 은서가 은근히 똑똑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사실 은서가 나쁜 쪽으로 가지만 않았어도 더 잘 될 수 있는데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다.

“한 원장님은 질투도 좀 하는 걸로 아는데, 질투 작전을 해봐야지. 누가 결혼해서 잘살고 그러는 걸 옆에서 본다면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잖아?”

“그러게 최수종 하희라 보니까 진짜 부럽던데.”

“연예인 부부 스타일 맡아서 옆에서 보다보면 부러워서 결혼 할지도 모르겠는데?”

노랑머리의 말을 들은 나는 무릎을 탁 쳤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될 것 같네. 연예인 부부의 헤어를 맡게 하면 될 것 같아.”

세 사람은 연예인 부부를 맡게 해서 질투를 유발하는 방법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부부, 즉 두 사람을 같이 포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각자 자신의 머리를 따로 하는 부부도 있고, 각각의 개성이 뚜렷한 부부가 많다. 둘 다 맡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거기다, 부부가 한 소속사에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런 식으로 하면 한 부부를 모셔 와서 한 원장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매우 큰 미션이 될 가능성이 많았다. 한 원장을 결혼시키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부부를 함께 우리 샵에 데려오는 것은 어려울 수 있겠어.”

“그니까요. 쉬운 게 하나도 없네.”

“꼭 데려와야 하나?”

은서가 그런 말을 하자, 나의 뇌리에 뭔가가 스쳤다. 굳이 데려오지 않아도 한 원장을 파견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파견 근무를 시키자! CF 촬영이나 드라마 같은데 말이야!”

“오, 그거 좋네요. 근데 드라마 같이 찍는 부부 너무 설레겠네.”

“등신아, 드라마는 웬만하면 같이 안하잖아. 거의 연애할 때만 하지 않나? 니 입에서 설렌다는 말이 나오는 걸 듣다니, 소름 돋는다.”

은서는 노랑머리가 하는 말에 족족 시비를 걸며 그를 괴롭혔다. “그치, 거의 CF만 찍는 것 같아. 그럼 연예인 부부 중 CF찍는 부부의 현장에 원장님을 보내면 되겠네.”

“근데 한 원장님 급이 거길 가겠냐고? 내가 볼 때는 안 간다고 본다.”

“왜? 넌 맨날 비관적이냐?”

“멍청아 우리 원장님급도 갈까 말까인데, 한 원장님이 그런 허드렛일을 하겠냐고? 돈을 엄청 줘도 안 갈걸?”

맞는 말이었다. 한 원장님은 미용계 탑급인데, CF 현장은 워낙 대기도 많고 다른 일도 많아서 그곳에 보내는 것은 무리일 듯싶었다. 나는 은서의 말에 또다시 힌트를 얻었다. 바로 조 원장님도 갈까 말까 한다는 말이었다.

“조 원장님께 부탁하면 어떨까? 조 원장님은 하실 것 같은데?”

“우리 원장님은 하지. 돈 많이 준다면야.”

내가 아는 조 원장님은 욕심이 좀 있어서 그걸 할 것이다. 연예인 두 명이나 맡아서 하는 건데 그걸 마다할 리가 없었다.

“근데, CF쪽은 주로 하던 팀이 정해져 있어서, 강남에 있는 미용실에서 딜을 넣는 게 더 효과적일 텐데…….”

“한 원장님이 소개해주면 되겠네. 선물 같은 의미지?”

이은서는 노랑머리와는 다르게 반짝거리는 아이디어가 좀 있었다. 이은서가 그렇게 변한 것에 다시 한 번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넌 머리가 좋네, 여전히.”

내가 은서를 칭찬하자, 은서도 내심 싫지 않은지 피식 웃었다.

“나 원래 머리 좋아.”

나는 은서가 전보다 더 밝아진 것 같아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은서를 구렁텅이에서 구해내고 난 뒤에 그녀를 팀으로 불러서 같이 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럼 아는 분장팀에 연락해서 추진해봐야겠다. 우선 조 원장님이 하는 걸로 하고 추천을 한 원장님이 한 걸로 하면 통과 될 거야.”

나는 당장 일을 추진시키려고 일어섰다. CF촬영 현장에 한 원장님과 조 원장이 함께 하면서 데이트도 하고, 연예인 부부 닭살 돋는 장면도 보면 금방 결혼 생각이 날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생각대로 다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고 했다.

* * * * *

“조 원장이 이석준 부부 CF를 맡게 되게 도와달라꼬?”

나는 한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조 원장의 일이라면 뭐든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믿었기에 그 부분은 쉽게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원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은서가 나서서 조 원장을 설득한 끝에 하겠다는 답변도 들었기에 장애물은 없을 것 같았는데, 뜻밖의 반응을 보여주는 한 원장.

“네, 조 원장님도 마침 하고 싶다고 하시네요. 가게를 알리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글쎄? 그걸 와 할라카는지 모르겠네.”

조 원장님은 그 근방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거기다 사실상 한 원장에 비해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가진 분이다. 그치만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에, CF나 그런 것에 투입되는 데는 약간의 장애가 있었다.

“가게 알리고 사업 확장하고 그러는데 도움이 되니…….”

“그니까 그걸 와 하냐 이말이다. 갸는 그냥 거 있는 것이 가장 좋을 낀데.”

한 원장은 조 원장의 사업이 번창하는 것이 그다지 반갑지 않은 것 같았다. 한 원장은 조 원장이 자기보다 조금 못 벌어야 자신이 더 많이 사주고 그렇게 하는 게 좋은 듯 보였다.

“내가 안 그케도 다 사줄긴데, 뭐 한다꼬 더 벌라카노.”

“그거 한다고 다 잘되고 빌딩사고 그러나요? 그냥 한번 쯤 하는 거죠. 그게 또 추억이고요. 두 분이 같이 거기 있으면서 추억도 쌓고 그러는 거죠.”

나는 최대한 한 원장의 비위를 맞추면서 말했다. 한 원장은 약간의 고민을 한 끝에 최종적으로 하기로 하였다.

“그래, 마 추억 쌓기 정도믄 할만 하재.”

“오케이!”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 두 사람이 연예인 부부의 닭살 행각을 볼 것만 남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부부는 연인과는 다른 법이다. 나는 과거(?) 결혼 생활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 * * * *

CF촬영 현장에 도착한 조 원장과 한 원장은 손을 꼭 잡고서 그 곳에 들어갔다. 한 원장은 조 원장이 하는 것을 구경만 할 생각으로 따라 들어가는 중이었다. 마침 그 앞에는 이석준과 그의 아내인 현수경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한 원장의 뒤에 도착해서 차를 대고 막 나오고 있었다. 그때, 조 원장과 한 원장의 바로 코앞에서 이석준과 현수경이 언성을 높이고 싸우고 있었다. 그걸 본 나는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오, 뭐야 저게!”

회귀해서 미용재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