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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80화 (80/200)

80화. 나는 자연인이지(1)

한 원장은 조 원장과 결혼을 할 거라고 선언하고, 두 사람은 공식적으로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아들이 올 것이다. 그 아들이 오면 서울에 오랫동안 붙잡아두면 된다. 그 방법이야 어떻게든 하면 되는 거고, 이제 한 원장의 일은 한시름 놓았다.

나와 노랑머리, 은서가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에는 은서의 남자친구의 일로 모인 것이다. 은서는 그날따라 화장을 엄청 심하게 하고 왔다. 키메라 저리가라 할 정도였다. 노랑머리는 그걸 보고 낄낄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나는 왠지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에 웃질 못했다.

“야, 키메라냐? 화장이 아니라 분장이네 낄낄.”

“닥쳐 이 씨#놈아.”

“그만하고. 넌 우리가 널 구하고 싶어 한다는 걸 인식하고는 있는 거지?”

나는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사실 스케일로 따지면 지금까지 했던 모든 일중 단연 탑인 일을 지금 도모하고 있는 셈이다. 심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날 뭐 어떻게 구할 건데?”

“니 남자친구 아직도 마약 팔고 있지?”

은서는 나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함부로 발설할 이야기가 아닌 탓이었다. 나는 은서가 그렇게 나올 줄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노랑머리가 흥분을 할 뿐이었다.

“야, 사실대로 말하라고! 우리가 널 구하는 게 뭔 게임 같은 걸로 생각하고 구하는 게 아니야!”

“그래, 맞아 게임같이 쉬운 일이 아니지.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그런 사건이 될 수 있어.”

은서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한때 사랑했던 남자의 뒤통수를 치는 일인데, 그렇게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아직 유통하고 있는 모양이야. 포장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어. 계속해서 생산되는 곳이 있으니까.”

“그래, 말 잘했어. 계속해서 생산되는 곳을 우리가 알아야 널 구할 수 있어.”

조폭 집단의 몸통을 잡으려면 아주 큰 건수가 있어야 한다. 은서의 남자친구는 큰 집단의 몸통이니까, 아주 정교한 작전이 수행 되어야 한다.

“니 남자친구가 널 그냥 놔주지 않을 거야. 널 사랑하는 만큼…….”

내가 이야기 하는데, 은서가 갑자기 깔깔거리며 웃었다. 아주 가소롭다는 듯이 크게 말이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나 사실 세컨드야. 본 마누라는 따로 있고 난 그냥 소모되는 중이야. 그래서 미용실에도 그냥 나올 수 있는 거야. 난 지가 꼴릴 때만 부르거든.”

은서의 말을 들은 나와 노랑머리는 더욱 화가 났다. 은서를 더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오. 제길, 니가 뭐가 모자라서 그놈 세컨드를 해! 미친 거야?”

“돈 많이 주거든. 감방에서 나와서 아무것도 없는 내게 집도 마련해주고 취직도 시켜줬어. 감옥에서 돈을 쓸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고, 니 쌍꺼풀도 그 놈이 시켜준 셈이야 깔깔.”

은서는 그렇게 말해놓고 또 혼자 좋다고 웃어댔다.

두 남자가 보기엔 그 모습조차 슬프게 느껴졌다.

“그래서? 마약 제조하는 곳이 어딘지 정말 모르는 거야?”

“나도 정확한 곳이 어딘지는 모르지. 다만 몇 가지 들은 것이 있어.”

“그게 어딘데?”

나는 열심히 은서를 쳐다보았다. 은서의 한마디, 한마디가 엄청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러다 은서가 화장을 과하게 한 이유를 알고 말았다. 눈가에 멍이 든 흔적이 보인 까닭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은서를 구해주고 싶어진다.

“나도 마약을 몇 번 한 적이 있어서, 그걸 받으러 간적이 있거든. 그게 아마도 지리산 쪽이었어. 듣기엔 지리산 깊은 곳에 공장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어딘지는 알 수 없어.”

“지리산이 얼마나 크고 깊은데, 그걸 다 뒤질 수도 없고.”

“갑시다! 한 달 뒤지면 나오지 않겄소?”

“#랄하네. 넌 역시 뇌가 없어.”

“심마니는 알지 않을까?”

나는 2021년 TV에서 자주 나오는 심마니들의 프로그램을 생각하였다. 그들이라면 지리산 구석구석에 뭐가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시 똑똑해. 뭐든 할 인간이야 당신은.”

나는 사실 회귀 전까지는 똑똑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회귀한 후, 여러 일들을 헤쳐 나가고 도전하면서, 아이큐까지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뇌는 사용하는 만큼 좋아지는 거니까.

“그럼 지리산 심마니를 먼저 알아봐야겠네.”

“근데 이건 형사가 하는 거 아닙니까?”

“그 형사들이 아직도 활개치고 다니는 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아, 걔들이 알면 안 되겠네요.”

경찰서에는 그때 그 경찰들이 높은 계급장을 달고 있다. 그들이 이런 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안다면 어떻게 나올지 모를 일이었다. 그들이 정신없이 바쁠 때, 예를 들어서 선거철 같은 시기에 떡하니 떡밥을 던져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야 그들의 레이더망을 최대한 피할 수 있을 테니까.

“4월 전에는 경찰이 알아서는 안 되니까. 그때까지는 우리가 알아내는데 까지는 알아내야 해 알았지?”

“네, 심마니만 알아보면 되는 거니까요.”

“난 알려줬으니까 당분간 나 찾지 마.”

은서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갔다. 우리 일행과 자주 만나는 것이 문신 조폭의 귀에 들어갈까 무서운 까닭이었다.

“심마니는 또 어떻게 찾아요? 지리산 입구에 가서 찾으면 나와요?”

“그럴 리가 있냐.”

“티비에서 나온 것 같기는 한데.”

“아, 그래 방송국, 인간극장 피디는 그걸 알겠네.”

나는 일단 전에 만났던 인간극장 피디를 찾아갔다. 그는 인간극장에 출연했던 심마니의 연락처를 알고 있다고는 했다.

나는 다시 그 심마니를 찾아갔다. 그는 지리산 중턱에서 살고 있는 양구라는 사람이, 지리산 구석구석을 다 다니는 사람이라며 그를 찾아가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연락처가 없었고, 직접 지리산 그의 집을 찾아가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졸지에 지리산 등산을 해야 하는 것이다.

* * * * *

지리산이라는 단어만 생각해도 다리가 저릴 것 같았지만, 결국 지리산 앞에 서고야 말았다.

“와 뭔 산이 저렇게 많냐.”

“저길 다 다닌다고 생각해봐라. 끔찍하다 나는.”

“자연 속에 사는 남자니까 자연인이네요.”

“하하, 응. 일단 빨리 올라가자. 늦으면 못 내려올지도 몰라.”

“에이 설마?”

노랑머리는 나의 말을 믿지 않았다.

우리는 지도 하나만 믿고 산행을 한 것이, 정말 잘한 것인지 내심 불안했지만, 달리 다른 방도가 없기에 일단 산에 올랐다.

산 초입, 벌써부터 숨이 찬다.

“헉헉, 우리 얼마나 더 가야 합니까?”

“이제 반도 안 왔어.”

“헉헉, 이런 건 경찰이 해야 하는데!”

“휴, 경찰이 지리산에 출동하겠어?”

“헉헉, 시체 발견했다면 오겠죠?”

나는 어이가 없어서 노랑머리를 쳐다보았다.

“죽을래?”

“곧 죽을 것 같은데요?”

“잔말 말고 따라와.”

나까지 지치면 안 될 것 같아서, 더 힘을 내어 산에 올랐다. 지금부터는 산길이 아니라 외진 길로 가야 한다. 노랑머리는 죽을힘을 다해서 따라오고 있었다.

“나 손 좀 잡아줘요. 나 살려줘.”

딸랑. 딸랑.

길이 아닌 산 속으로 들어서자, 어디선가 종소리가 울렸다. 나는 심마니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하면 반은 간 겁니다.”

“종소리가 울렸어. 너도 들었지?”

반가운 종소리에 힘든 마음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노랑머리는 곧 쓰러질 것 같은 얼굴로 다가와서 나의 손을 덥썩 잡았다.

“나 좀…, 나 손 좀 잡아줘요.”

나는 다 죽어가는 노랑머리를 보며, 피식 웃고는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이제 반은 왔어.”

“네? 겨우 반?”

털썩.

노랑머리는 나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뻗어버렸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잠시 쉬고는 다시 일어났다.

헉헉헉헉헉헉헉헉헉헉.

노랑머리는 1초에 두 번씩 헉헉거리며 겨우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리더니, 그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걸 느낄 수 있었지만, 노랑머리는 그걸 느낄 여유가 없었다.

“으악! 뱀, 뱀이야!!”

“뭐?”

노랑머리가 주저앉은 곳 바로 앞에, 뱀 한마리가 머리를 곤두세우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다리를 쩍 벌리고 주저앉은 노랑머리의 바로 앞에서 말이다.

“으악, 고……고자는 안 되는데.”

“어쩌지.”

나도 뱀은 어쩔 수 없다. 노랑머리는 곧 죽을 사람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결혼도 못해보고, 내껀 이대로 사망인가봐. 흑흑.”

“괜찮아. 침착하게 가만히 있으면.”

하는데 뱀이 금방이라도 공격할 것 같은 자세를 취하였다. 그때였다.

우다다다다다다다!

웬 헐벗은 남자가 달려오더니 들고 있던 낫으로 뱀의 머리를 댕강 잘라버렸다.

샤사삭.

촤아악.

우두두둑.

순식간에 뱀의 머리가 잘리고 뱀의 피가 사방에 뿌려졌다. 노랑머리의 바지와 옷, 얼굴에도 뱀의 피가 뿌려졌다.

“으악! 피.”

“허걱!”

“뱀이 살아있어!”

헐벗은 남자는, 뱀의 몸통을 발로 쳐서 던져버렸다.

털석.

그러자 노랑머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일어나서 뱀의 머리를 만졌다.

“야, 조심해!”

“이 까짓게, 사람을 공격했어!”

그러자 죽은 줄로 알았던 뱀이 살아서 입을 달싹거리며 마지막 안간힘을 썼다. 뱀의 머리가 아직도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노랑머리는 뱀이 다시 살아 움직이자 더욱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으아악!

샤사삭, 찹.

헐벗은 남자는 낫을 들어서 뱀의 머리를 꿰어냈다. 낫 정 중앙에 뱀의 머리가 꽂혀서 꼬치가 되었다. 노랑머리의 바로 코앞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노랑머리는 너무 놀라서 오줌을 찔끔 지렸다. 다행히 아주 조금이라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날의 지림은 평생토록 남을 트라우마가 되었다.

“뱀은 끝까지 살아있다. 조심해야 한다.”

나는 헐벗은 남자가 누구인지 단번에 눈치 챘다. 그가 바로 심마니가 추천했던 자연인인 것이다.

“양구씨?”

그러자 헐벗은 남자, 즉 양구씨가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나 양구, 지양구.”

“반갑습니다. 저는 설악산 심마니 박종수씨가 보내서 왔어요.”

나는 가방에서 박종수씨가 보낸 (나무로 만든 새 모양의 인형)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그걸 알아 본 양구가 목각인형을 얼른 받아들고 좋아서 소리쳤다.

“비둘기다 비둘기!”

양구는 목각인형을 받아들고서 초등학생처럼 가지고 놀았다. 노랑머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그를 보며 손가락으로 돌았냐는 시늉을 했다. 나는 노랑머리의 머리통을 때렸다.

퍼억.

“지적장애라고 했잖아. 니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야. 인사부터 해야지.”

“아, 알았어요. 안녕하세요.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양구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신경도 안 쓰고, 목각인형을 들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위이잉, 날아라 비둘기.”

양구가 달려가자, 나와 노랑머리도 따라서 뛰어갔다.

“같이 가요. 우린 손님이라구!”

“야야, 거기 안서?”

다다다다다.

양구는 빛의 속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나와 노랑머리는 뛰어가다 말고, 황당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니, 그냥 경찰 부릅시다.”

“으구, 여기까지 와서 뭐래는 거냐.”

한참이 지나고, 우리는 거의 죽어가는 얼굴로 양구씨가 간 길을 따라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터벅터벅. 턱.

우리의 발길을 잡는 풍경. 산 속에 거대한 비닐하우스 밭이 있다! 설마?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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