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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81화 (81/200)

81화. 나는 자연인이지(2)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보았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놀고 있는 양구씨.

끼이익.

헙.

노랑머리도 그곳을 보고 신음 소리를 냈다.

“저거 맞지?”

“네 맞아요. 이거 다 태우면 산속에 있는 짐승들이 미쳐 날뛰겠네.”

양구씨가 아무것도 모른 채 뛰어다니고 있는 그 밭에는 양귀비가 잔뜩 심어져 있었다.

양귀비는 정말 아름답게 자라나고 있었다. 꽃의 빛깔이며 자태가 사람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이 근방에 있었네.”

“그러게요. 여기서 제조까지 해서 넘어가는가본데.”

“그럼, 근처에 본거지가 있을 텐데.”

양귀비가 여기에 있으면, 여기서 조달한 것을 가지고 마약을 만드는 곳이 근방에 있을 것이다. 그걸 알아내기 위해서 이 고생을 한 것이니까.

양구씨는 지치지도 않고 초등학생처럼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걸 본 노랑머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고만 좀 뛰어다녀. 고만 좀.”

노랑머리는 양구씨 때문에 골이 빠개질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잡아서 때릴 수도 없고, 마음 같아서는 당장 손발을 묶고 싶지만, 그러면 안내를 받을 수 없으니 괴로울 따름이다.

나는 우선 양구씨를 잡아서, 저들의 본거지가 어딘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산을 저 정도로 뛰어다닌다면 분명 알고 있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봐요, 양구씨!”

“네!”

내가 부르자, 바로 코앞, 10센티 정도의 거리로 다가와서 멀뚱멀뚱 쳐다보는 양구.

나는 양구의 엉뚱함에 당황하며 몸을 뒤로 뺐다.

“이 꽃을 가져가는 사람들 있죠? 그 사람들 어디에 있어요?”

그러자 양구씨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마치 누군가가 물어 볼 것이란 걸 알고 있었던 듯, 방어 자세를 취하였다.

“그거 말하면 안 되는데?”

양구가 바로 말할 줄 알았는데, 안 된다고 하자 당황스러웠다. 아마도 놈들이 절대 말하지 못하게 막았으리라.

양구씨는 강압적으로 하면 절대 말을 안 할 것 같았다. 어떻게 말해야 자연스럽게 털어놓을지를 생각하려는 찰나, 눈치 없는 노랑머리가 양구씨를 붙잡고 말했다.

“빨리 말해, 말 들으라고!”

“아 으으, 그만 해.”

퍼억.

으악.

양구씨가 노랑머리의 팔을 피하면서 팔을 휘두르다가, 노랑머리의 얼굴을 때렸다. 산속에서 멧돼지를 때려잡던 손으로 때렸으니 데미지가 엄청났다.

“으악. 내 코! 내 코!”

“야! 너 코피나!

노랑머리의 코에서 코피가 터졌다. 내가 재빨리 노랑머리의 코를 잡았지만, 한 번 터진 코피는 그칠 줄을 모르고 흘렀다. 그러자 양구씨가 더 당황하며 날뛰었다.

“피나면 가야 한다. 빨리 가야한다.”

양구씨는 갑자기 노랑머리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갔다. 노랑머리는 코를 부여잡고 양구씨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다.

“가야해!”

“켁켁, 이거 놔!”

“그만해, 양구씨!”

노랑머리는 발광하고, 나는 양구씨를 붙잡았지만, 양구씨는 완력으로 노랑머리를 끌고 갔다.

그렇게 양구씨를 따라가던 나는, 그 앞에 있는 웬 허름한 움막집을 발견했다.

“저게 양구씨 집이야?”

“아니, 저기 꽃 가져가는 사람들, 다치고 피나서 가면 약 준다.”

나와 노랑머리는 서로를 쳐다보고, 이곳이 우리가 찾던 곳임을 깨달았다.

나는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서 노랑머리의 코를 재빨리 막았다.

“이제 피 안나요. 그만 해도 됩니다.”

양구씨는 노랑머리를 찬찬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코피가 멈추긴 했다.

“이제 양구씨 집에나 갑시다. 뭐 좀 먹어야 내려가지.”

“응, 가자. 밥 먹자.”

양구씨는 노랑머리를 잡은 손을 놓고서, 또다시 빠른 걸음으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종소리가 작게 들렸다.

딸랑, 딸랑.

“어린 것이 계속 반말이여.”

“야, 임마.”

“알겄어요. 밥 맛 없으면 닌 죽었어.”

노랑머리는 투덜대며 그의 뒤를 쫓아갔다. 나는 가지고 온 사진기로 움막집을 찍으며 따라 갔다. 이제 증거도 전부 확보 되었으니, 나가서 경찰만 데리고 오면 될 것이다.

* * * * *

딸랑, 딸랑.

어디선가 계속해서 종소리가 울리는데, 그게 왜 울리는지 도통 모르겠다.

“너도 들었어?”

“뭘요?”

“종소리 말이야.”

“아, 뭔 소리가 들리긴 하던데, 난 잘 모르겠네요.”

그때, 또다시 종소리가 울렸다.

딸랑. 딩딩딩딩.

이번에는 종소리가 좀 컸다. 그제야 종소리를 제대로 들은 노랑머리가 나를 보았다.

“어? 진짜네?”

노랑머리가 나를 보다가 다시 앞으로 가는데, 갑자기 밑으로 쑤욱 떨어져 버렸다.

“으아아악!”

나는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하여 노랑머리의 손을 잡았다. 노랑머리는 절벽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한 것이다.

“뭐야?”

“살려줘.”

“잡아!”

딸랑, 딸랑. 딩딩딩딩.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앞서가던 양구씨가 뛰어왔다.

두두두두. 척.

양구씨는 손을 뻗어서 노랑머리의 나머지 손을 붙잡았다. 절벽인데도 무서운 게 없어 보이는 양구씨가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으으으. 털썩.

두 사람이 힘을 합쳐서 노랑머리를 끌어 올렸다.

땅으로 올라온 노랑머리는 누워서 뻗어 있더니 갑자기 괴성을 질렀다.

“아우 씨# 오늘 무슨 날이야?”

“괜찮냐? 진짜 너 오늘 무슨 날이냐.”

“종소리가 딩딩딩딩 울리면 왼쪽으로 가야 합니다. 그래야 저기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양구는 절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막상 올라와서 제대로 보니, 그 아래가 무시무시하게 보였다.

“우리 엄마가 우리 집 가까이 오면 종소리가 들린다고 만들었다. 종소리가 들리면 우리 집 다 온 거다.”

“그래. 어머니가 현명하시네.”

“딩딩딩딩은 무조건 절벽인가?”

“응. 딩딩딩딩은 절벽, 무조건 왼쪽으로 가야 한다.”

“그렇군, 절벽이라.”

나는 다시금 절벽을 내려다보았다.

족히 10미터는 되어 보이는 높이의 절벽은, 나무하나 붙잡을 수 없게 잘도 깎아져 있었다.

“와 너 진짜 죽을 뻔했다.”

“씨# 뱀에 코피에 절벽까지 세트네 세트.”

그러자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양구씨.

“배고파. 밥 먹어야 한다.”

양구씨는 저들이 누워있든 말든, 달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노랑머리를 일으키고는 뒤를 쫓아갔다.

“같이 가요.”

노랑머리는 신음소리를 내며 쫓아갔다.

“아오, 내 손 좀 잡아 달라고!”

우리는 겨우겨우 양구씨를 따라 갔다. 곧 얼마 지나기 않아서 양구씨의 보금자리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산 중턱, 제법 평평하게 잘 깎인 평지에, 양구씨의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양구씨가 가다말고 다시 돌아와서 우리를 잡았다.

“엄마가 저 사람들이랑 다른 사람 만나지 못하게 하라 했다.”

“엥? 그게 무슨 소리에요? 양구씨?”

“개소리지 뭐.”

“여기 잠깐만 숨어 있어야 한다.”

“그래 알았어요.”

양구씨는 우리를 두고,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는 웬 남자와 여자가 서성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양구씨에게 인사를 하고 물건 등을 건네고 그대로 나왔다. 양구씨는 그들에게 고맙다고 90도로 인사를 하였다. 두 사람이 양구씨의 집에서 나오는 걸 본 나는 노랑머리를 데리고 근방에 있는 동굴 비슷한 곳에 몸을 숨겼다.

“아 왜? 왜 숨어요?”

“일단 숨자고.”

두 사람이 숨고 난 뒤, 양구씨의 집에 갔던 남녀가 지나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양구씨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다.

“저 놈 엄마 병원비를 언제까지 내줘야 합니까?”

“우리가 약을 제조하는 걸 봐주는 대가니까. 퇴원 할 때까지는 해 줘야지.”

“아오, 돈 아깝다.”

“안 그래도 그 값을 받을 거야.”

“어떻게 말입니까?”

“우리 하우스 보수공사 해야 하잖아.”

“네.”

“그거 고치느니 저 녀석 집을 빼앗아서 거기다 다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아.”

“아!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여기서 나가게 만들려고 조만간.”

두 남녀가 그런 대화를 하고 지나가고, 그걸 다 들은 나는 두 사람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노랑머리는 그사이 잠이 오는지 졸고 있었다.

* * * * *

달그락 달그락. 턱턱.

냠냠, 쩝쩝.

노랑머리는 조금도 쉬지 않고 밥을 퍼먹었다. 어지간히 배가 고팠던 모양이었다. 하긴, 남들은 평생 한 번도 겪지 않을 것 같은 일을 연속으로 당했으니, 기가 빠질 만도 했다.

나는 아까 들었던 이야기를 직접 전해줘 봐야, 이 순진한 친구가 알아들을 리도 없고, 대책도 없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 우선 그의 엄마가 밖의 병원에 있는 듯하니, 엄마를 만나서 그걸 전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면 엄마가 경찰 수사에 협조를 해 줄 것이고, 마약 집단의 뿌리를 캐는 것을 완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밥 먹고 바로 갈 거죠?”

“그래, 그래야지.”

“설거지 하고 가. 내가 밥 하면 먹은 사람이 하는 거래.”

“그래, 그건 하고 갈게.”

“빨리 먹는 게 좋겠어.”

두 사람은 서둘러서 밥을 먹었다. 이제 곧 해가 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설거지를 깨끗하게 마친 우리는 서둘러 일어났다. 가기 전, 양구씨에게 엄마에 관련된 이야기를 물어봐야 했다.

“어머니가 계신 병원이 어딘지 알아요? 병문안 가려고 그래요.”

“아, 병원.”

양구는 집안을 이리저리 뒤져보지만 어질러지기만 할 뿐, 별다른 것이 나오지 않았다.

“엄마 병원, 병원 가면 가져오는 거 있는데…….”

양구씨는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발만 구르고 있었다. 그걸 보다 못한 노랑머리가 양구씨가 어질러놓은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냥 됐어. 우리가 위치 다 아는데 뭐.”

“야, 그게 아니고.”

양구씨의 엄마에게 알려줄 것이 있지만, 노랑머리는 그게 무엇인지 모르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렇다고 양구씨가 엄마의 병원 위치를 알고 있지도 않을 테고, 그 이름이나 동네를 알지 못할 것이다.

“됐어요. 그냥 엄마 이름이나 알려줘요.”

“은희. 이은희, 우리 엄마다.”

“네, 일단 빨리 가야 할 듯하니, 후에 다시 한 번 오는 걸로 하죠.”

“또? 여길 또 오자고?”

“경찰이랑은 와야지?”

“아.”

나는 가방을 챙겨 들고 일어났다. 해가 많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갈 때, 조심해. 멧돼지 나타난다.”

“멧돼지? 헉! 나 멧돼지까지 보면 진짜 복권 사야 해. 1등 할 거다 정말.”

“그러게, 1등 하겠네.”

두 사람은 양구씨에게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양구는 잠깐 사이에 정이 들었는지. 서글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또 놀러와.”

“그래, 자연인 안녕.”

“자연인? 오 그거 잘 어울리네.”

나는 언젠가 양구씨의 모습을 티비에서 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연인 양구씨는 우리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끝까지 손을 흔들고 있었다.

* * * * *

저벅저벅.

산길이 어디부터인지, 어디가 온 길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우리는 해가 다 저물고도 여전히 산속을 헤매고 있었다.

“여기, 아까 그 길 같은데.”

“좀 더 빨리 내려왔어야 했는데, 큰일이네.”

“이러다 집에 못가는 거 아닙니까?” 딸랑딸랑.

종소리가 다시 울렸다. 양구의 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아, 양구씨네 근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네.”

“네? 아니 뭔 블랙홀이야? 이게 뭐야 정말. 황금 같은 휴일인데, 뱀에 절벽에 코피에 블랙홀까지?”

“조용히 해봐 좀.”

꾸엑꾸엑.

아주 작은 소리지만 분명 돼지의 소리가 들렸다.

딸랑딸랑.

돼지가 종을 건드린 듯 종소리도 들렸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갑자기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소리!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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