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미용재벌-87화 (87/200)

87화. 대박나는 제품(2)

“오, 준짱 무슨 생각인지 궁금하무니다.”

“이상한 거 이야기할건 아니죠?”

다들 나의 다음 말이 무엇인지 궁금한 듯 바라보았다.

나는 조 이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번에 조 이사님께서 말씀하셨죠? 코팅약 업그레이드 버전을 개발했다가 출시되기도 전에 파기 했다고요.”

“아, 그렇죠. 우리 회사에서 코팅약 업그레이드 버전을 개발했었는데, 그게 기존의 제품보다 훨씬 비싸다고 반발이 심했습니다. 샘플 내놓았을 때는 파마약에 섞이지가 않는다면서 불만이 속출했고요. 그래서 출시하기도전에 다 폐기했죠. 그게 저 짤리게 된 동기가 되기도 했구요.”

“맞스무니다. 코팅약은 파마약에 섞어 쓰는 개념이 강해서, 그걸 개발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으무니다.”

그때 당시에는, 코팅약 자체가 파마약에 섞어서 쓰는 약 정도였다. 파마와 코팅을 따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파마에 코팅약을 섞으면 코팅 값을 따로 받는 것이 아닌, 파마 값을 올려 받는 그런 수준으로 소비되곤 했으니 그 코팅약을 고급화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었다.

“그럼 코팅약의 이름을 바꿔서 출시하는 건 어떤가요?”

코팅약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바로 헤어 매니큐어다. 기존의 코팅약은 개발이 많이 되질 않아서, 컬러도 빨간색 아니면 검은색, 갈색 그 정도만 소비 되었다. 더 좋은 약이 나온다고 해도 코팅약은 코팅약일 뿐이다. 그 개념 자체를 바꾸기 어렵다면 이름을 바꿔서 출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헤어매니큐어가 대히트를 친 것이다.

“아니, 코팅약의 개념 자체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이 코팅인데, 그걸 바꾸면 대체 무슨 이름으로 만듭니까?”

“아, 한국말, 미국말, 일본말 전부 이해시키는 이름이어야 하무니다.”

“헤어 매니큐어, 어떤가요?”

“오, 그거슨 괜찮은 발상이무니다.”

“손톱에 바르는 매니큐어와 같은 이치인가요?”

“네. 사람들이 그렇게 이해하게 되니까 설명도 따로 필요 없고요.”

실제로 헤어 매니큐어는 2001년 즈음부터 나오게 되는데, 내가 1년 앞서서 그걸 출시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미용 제품들이 일본에서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2021년에는 다르겠지만) 그걸 한국에서 먼저 출시하게 되는 것이다.

“와, 준수상 일본보다 앞서서 만드는 최초의 제품이 되는 것이무니다.”

한 끗 차이가 세상을 바꾼다. 지금 나의 발상은 미용의 역사를 바꾸는 일이 되는 것이다.

“좋네요. 저는 찬성입니다. 그때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던 공장 사장이랑 이야기 하면 조만간 제품 출시가 가능할 겁니다.”

“와, 준상은 정말 천재이무니다.”

“거봐. 내가 뭐랬어요. 없는 신제품을 만들어낸다니까 우리 준수 쌤은.”

“점점 믿음직스럽네.”

짝짝짝짝.

노랑머리가 감격스러운 얼굴로 박수를 쳤다.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도 전부 박수를 쳐주었다.

나는 쑥스러운 얼굴로 모두에게 인사를 하였다. 절대 망하지 않는 화장품 회사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 * * * *

“나보고 미용기술 세미나를 해 달라고?”

“네, 붙임머리 땋기 버전 세미나를 이제 열어야죠.”

“그래, 특허만 따놓고 혼자 알고 있는 건 좀 아니지. 그래서 언제 하려고?”

“조만간 했으면 합니다. 올 사람들 모으는 일은 아주 빠르게 진행될 겁니다.”

“응? 전국 미용인을 협회 도움 없이 모을 수 있다는 말이야?”

“네, 제가 빽이 좀 있거든요. 하하.”

나는 로레#과 거래를 할 때, (전국 컬러장인 미용실)이라는 단단한 실력을 갖춘 미용실의 명단을 확보하였고, 그 거래 미용실을 추천하고 결정하는 권한까지 갖게 되었다. 덕분에 전국의 미용실 원장님들이 어린 나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였고, 그 권한은 미용 협회 회장에 맞먹는 권한이나 다름없었다.

“제가 전국에서 가장 헤어 컬러를 잘 하는 미용실을 불러 모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그 사람들 상대로 세미나만 진행 시키시면 되구요. 전 그때 사용된 피스를 제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었다고 한 뒤에, 모델 한명의 헤어 컬러를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해서 세미나 중간에 틀 예정입니다.”

“오, 그러면 한꺼번에 두 가지를 하는 거구나?”

“네, 제가 하기보다는 전국 미용사들이 존경하는 선생님이 해 주셔야 좀 더 일이 수월할 것 같습니다.”

“호호. 그래, 내가 해 줄게. 날 도와준 너에게 그 정도쯤이야.”

“감사합니다. 선생님!”

나는 홍부자 선생님의 호의에 감사하며, 연신 인사를 했다. 웃으며 인사를 받던 홍부자,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다.

“헤어 컬러 영상은 어떻게 만들 건데?”

“아, 그거 캠코더로 그냥…….”

“안 돼! 그거 너희 회사에 신제품 홍보 영상으로 쓰일 거 아니니?”

“아, 그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나중에 쓰일지도 모르니 영화감독 같은 분께 부탁해야 하지 않을까?”

“아, 네 그래야겠어요.”

나는 대충 찍어서 올리려고 했던 생각을 접고, 감독부터 알아보기 위해 나섰다.

* * * * *

영화감독을 만나려면 충무로에 가야 한다. 나는 노랑머리를 데리고 충무로의 한 영화사에 들렀다. 이사장에게 부탁해서 찾아 갔는데, 이사장은 그때까지 나에게 삐져있던 탓에 좋은 영화사를 소개해주지 않았다.

끼이익. 삐거덕.

영화사의 외관은 그다지 좋지 않았고, 문조차 삐걱거렸다. 나는 잘못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아, 너무 후진데.”

“조용히 해.”

우리가 들어서자, 나이가 좀 든 남자분이 나와 인사를 하였다. 나는 그를 보자마자 정중하게 인사 하였지만, 노랑머리는 그가 못마땅한지 목례만 하였다.

영화사 내부는 문처럼 오래된 모습이었다. 영화사에 붙은 포스터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영화만 붙어있었다. 이곳에서 투자한 작품들이 전부 망했으니 저런 포스터만 붙어있는 것이다. 하긴, 잘나가는 영화사라면 이런 잡일을 맡으려고 하지도 않을 테지만.

“안녕하세요. 이사장님 소개로 온 박준수라고 합니다.”

“아 네, 어서 오세요. 전 L영화사 대표 안상호입니다. 이군아 커피 좀 가져와라.”

“네.”

대표란 사람이 뒤에 대고 소리 지르자. 안에 있던 남자가 대답하였다. 그는 이곳에서 비서(?)같은 것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영상 제작을 의뢰하고 싶으시다구요?”

“네, 헤어스타일을 완성하는 과정을 담은 짧은 영상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렇군요. 저희 감독님 중 한 분에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때, 이군이 커피를 들고 오다가 커피잔을 깨트렸다.

쨍그랑. 앗!

이군은 바로 안다영 비디오를 찍었었던 그 인간인 것이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서 멱살을 잡았다.

“이 새끼! 내 비디오 훔쳐갔지?”

“뭐야, 이 잡것은?”

노랑머리는 반사적으로 이군을 쳐서 넘어트렸다. 대표는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군은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서 달려들었다. 노랑머리는 이군을 턱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 새끼야! 내 비디오 가져오라고!”

나는 이군이 다영의 비디오를 찍은 그놈인 걸 깨닫고, 달려가서 그의 얼굴을 갈겼다.

퍼억.

“닥쳐! 몰래카메라 찍은 놈이 누군데!”

“몰래카메라? 그게 무슨 소린가 이군?”

“저놈 때문에 내 돈이 날아갔다고요. 투자금 들어온다고 했잖아요. 그게 저놈 때문에 날아갔다고요.”

지금 다영의 비디오를 팔아서 영화의 투자금을 유치하려고 했는데, 못했다는 말이 아닌가?

퍼억.

나는 다시 주먹을 날려 그를 응징했다.

“이 새끼가 다영이 비디오를 팔아서 투자를 받으려고? 그게 사람이 할 짓이냐?”

“이게 무슨 말이야? 저놈이 그 쓰레기라고?”

퍼억.

노랑머리도 화가 난 나머지 이군의 면상을 갈겼다. 이군은 3대를 연달아 맞아 코피를 흘렸다.

“아이고, 사람 죽네. 대표님 나 좀 살려주세요.”

이군이 바닥에 드러누워 죽겠다고 발버둥치자, 이번에는 대표가 나서서 이군의 머리통을 때렸다.

딱. 딱.

“이 미친#아. 섹#비디오 팔아서 영화를 찍겠다고? 니가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겠다는 거냐, 지금? 당장 나가!”

“대표님, 난 억울하다고요!”

“나가! 나가라고! 넌 이 바닥에서 절대 영화 못 찍게 할 거야!”

그러자 이군이 본색을 드러냈다. 일어나서 휴지로 코를 막고는 대표에게 다가가 눈알을 부라렸다.

“다 망해가는 영화사 주제에 날 막겠다고? 내가 그대로 당할 것 같아? 당신 내가 보기엔 평생 성공하지 못 할 거거든? 여기 걸린 영화들 전부 망했잖아! 거지 주제에 뭔 선비 질이야?”

“야, 임마. 너 말 다했어?”

대표는 이군의 말에 화가 나서 뒷목을 잡았다. 나는 얼른 다가가서 대표의 몸을 잡아주었다. 그러자 노랑머리가 달려가더니 이군에게 날라 차기를 시전 했다.

“야, 이 개##아!”

퍼억. 쿵.

으악!

이군은 노랑머리의 날라 차기에 부웅 떠서 땅에 떨어졌다.

우당탕탕.

“아이고, 나죽네!”

* * * * *

“아이고 죽겠다.”

이군은 곧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병원 침대에 누워서 끙끙댔다. 그 앞에 선 우리가 그를 죽일 듯이 쳐다보았지만, 이군은 눈도 뜨지 않고 나불거렸다.

“진짜 죽여주는 수가 있다. 고만 좀 떠들어.”

“냅둬, 이 자식 오늘 일로 영화감독 꿈도 못 꿀 거라고 했어.”

그러자 누워있던 이군이 벌떡 일어나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는 나의 말을 비웃고 있었다.

“그 시골 촌구석 같은 영화사 사장 따위가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거기서 성공한 영화 있는 줄 아냐고?”

“그러는 너는 왜 그런데 가서 커피나 따르고 있었는데? 니가 더 못한 거 아니냐?”

이군은 나의 말에, 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삐죽거렸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내가 갑자기 대 감독이 될지 누가 아냐고?”

“그래 말 잘했어. 그 사장님이 갑자기 대단한 영화를 만들지 누가 아냐?”

“그러면 내가 영화감독 포기한다. 그 사람은 절대 안 될 걸?”

“쳇, 못돼먹은 자식.”

남이 안 된다고 장담하는 이군, 그의 인성은 이미 썩을 대로 썩어 있었다. 하긴 그러니 남의 섹# 비디오나 찍어서 유출하는 거겠지만.

워낙 글러먹은 놈에게 굳이 내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 그런 놈은 그냥 피해주는 게 상책이다.

쫘아악.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이 커튼을 걷어서는 이군을 째려보았다.

“니가 그따위 생각을 가지고 우리 영화사에 있었단 말이지?”

그는 굉장히 젊고 잘생긴 남자였는데, 어딘가 낯이 익었다.

이군은 그를 보자마자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

“아니에요. 감독님 전 감독님은 정말 좋아한다구요.”

“니가 입원했다는 말을 듣고 걱정되어서 왔는데, 이제 앞으로 널 볼일은 없겠어. 대표님이 널 영화계에 발 못 붙이게 한다고 하셔서 내가 뜯어 말렸는데, 그럴 필요가 없겠어.”

그러자 이군이 또다시 본색을 드러내며 소리쳤다.

“입봉도 못한 주제에 날 어떻게 매장시킨다는 거지? 니 입봉이나 하고 말하라고!”

그러자 그 남자는 기가 막혀서 이군을 쳐다보다가, 비웃으며 말했다.

“니가 그렇게 말하니 의지가 불타오른다. 고맙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입봉한다. 내가.”

남자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히고 돌아갔다. 이군은 자신의 말이 심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고 여기고 있었다.

“저 사람은 아직 입봉 못한 감독입니까?”

“못생긴 동생 데리고 영화 하나 찍고 있는데, 망할걸요?”

나는 이군의 말에 그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