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미용재벌-88화 (88/200)

88화. 대박나는 제품(3)

“류민환?”

“어? 저 사람 어떻게 압니까?”

이군은 나의 입에서 류감독의 이름이 나오자 놀란 얼굴로 쳐다보았다. 나도 이런 곳에서 류감독을 만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당신 글렀어. 쯧쯧. 치료비랑 합의금은 많이 쳐줄 테니 앞으로 만나지 말자고.”

이군은 류민환에게 찍힌 것을 평생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걸 알고 나니 이군이 불쌍해질 정도였다.

“저 사람 어떻게 아냐고 물었잖아!?”

“누구나 아는 사람이 될 걸?”

“야, 그게 무슨 소리냐고?”

나는 말을 아끼며, 이군에게서 멀어졌다. 이군은 나의 말뜻이 궁금하여 난리를 쳤지만. 노랑머리가 그를 힘주어 잡으니 곧 조용해 졌다. 조만간 이군도 그 말의 뜻을 알게 될 것이다.

류민환은 가을쯤에 독립영화로 데뷔하는데, 작은 상영관 3개에서 시작하여 전국으로 상영관을 확대하는 대단한 영화를 만든 사람이다. 동생은 그 영화를 시작으로 한국 영화계에 없어서는 안 될 배우로 성장하게 된다. 이제 그 형제가 영화계를 주름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나는 류민환을 만나서 그에게 영상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달려갔다. 더 유명해지기 전에 부탁해야 한다.

탁탁탁탁.

나는 죽어라 달려간 끝에, 겨우 류민환을 만났다.

“저기요. 류민환씨!”

류민환은 아까 당당하게 말하던 것과는 달리 기분이 많이 상한 듯 씩씩대고 있었다. 하긴 믿고 있던 후배에게 몹쓸 이야기를 들었으니, 기분이 상한 것은 당연하다.

“왜 그러십니까?”

“저 제가 짧은 영상 하나를 만들려고 하는데, 작업을 좀 의뢰하고 싶어서요.”

“저 바쁩니다. 할 것도 많고.”

류민환은 목례를 하고서 돌아섰다. 자존심이 상한 마음을 술로 달래고 싶어서였다. 나는 그가 첫 영화를 찍을 때, 투자금이 많지 않아서 고생했다는 인터뷰를 기억해 내었다. 그래, 그걸 이용하면 되겠어.

“돈은 원하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원하신다면 이번 영화 제작비도 댈 수 있구요.”

그러자, 류민환이 나를 돌아보았다. 고민거리 하나가 줄은 듯 약간의 미소마저 보였다.

“제작비를 대 주신다고요?”

“네. 엄청 많이는 아니고 조금?”

나는 이번에 부녀의 주식 투자금을 전부 빼서 사채를 얻었다. 사실 그 돈의 반만 있어도 설립에 문제가 없는데, 주식에 넣은 돈을 빼내기 위해서, 일부러 그 돈을 다 요구한 것이다. 즉, 자본에 여유가 있는 상태다.

류 감독의 이번 작품은 적은 돈을 들여서 많은 수익을 내게 해주는 작품이기에, 투자에 절대 손해를 보진 않을 것이다.

류 감독은 나에게 다가와서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하는 것이다.

“잘 부탁드립니다. 류민환이라고 합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박준수라고 합니다.”

류민환은 나를 본 뒤,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아마도 투자 문제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가 이런 힘든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 큰 성공을 이루어 낼 것이다.

나도 그런 그를 보며 웃어 주었다. 덕분에 이군에게는 간접적인 복수까지 할 수 있으니, 웃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

류민환이 가고, 김설아를 만나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 주었다.

김설아는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잘했어요. 준수씬 정말 착해요.”

“그럼 상을 주셔야죠!”

“무슨 상?”

“뽀뽀 백번!”

김설아는 안 그래도 다영에 대한 죄책감이 조금 있었다. 아마도 오늘 그 죄책감에서 조금 벗어났을 것이다.

* * * * *

홍부자의 명성을 등에 업고 전국의 수많은 미용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내 유통망도 한 몫 했다. 로레#에서 얻은 권한은, 이럴 때 써먹기 딱 좋다. 월급이 없다는 것이 흠이지만 말이다.

미용인들이 300명 이상 모인 행사장, 홍부자와 내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짝짝짝.

관객석을 쭉 둘러본 나는, 이 사람들이 전부 제품을 팔아줄지, 기술을 인정해줄지 알 수 없다는 생각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꿀꺽.

내가 긴장한 것을 본 홍부자는 등을 두드려주었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네. 감사합니다.”

홍부자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 여러 번 해 온 일이라 떨릴 것도 없다.

“모델 하실 분? 검은색 짧은 머리를 가진 분이면 좋겠네요.”

그러자 관객석에서 한 여성분이 손을 들었다.

“지유! 지!”

“네, 마침 딱 맞는 분이 계시네요. 나오세요!”

“옴마, 오늘 계탔시유!”

여성의 말에 다들 웃고, 그분은 호들갑을 떨며 무대로 나왔다. 헤어 세미나는 모델을 직접 데려오기도 하지만, 즉석에서 모델을 뽑기도 한다. 홍부자는 주로 즉석에서 모델을 뽑아서 해주곤 했다. 그래야 배우는 사람이 더 잘 받아들인다는 생각에서였다.

“오래 걸리는 일이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홍부자는 내가 특허를 낸 방법 그대로 시술하기 시작했다. 나는 옆에서 빠른 시술이 가능하도록 보조를 하였다. 전에는 그게 그렇게 떨리지 않았는데, 오늘은 회사가 걸린 일이라 많이 긴장되었다. 홍부자가 시술하고 옆에서 그걸 설명하는 중이었다.

“기존에는 실리콘을 사용하여, 모발에 가발을 붙이는 작업만 하였지만, 이제는 모발과 가발을 땋고 난 뒤에 그 위에 실리콘으로 마무리 하는 작업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붙인 머리가 떨어질 확률도 줄어드는 획기적인 방법입니다.”

“옴마, 아프지도 않구만유.”

“네, 기존 방법의 단점을 커버하는 거죠.”

그렇게 머리를 붙이는 작업은 한 시간 이상이 걸린다. 그동안 내가 준비한 영상이 나오는 것이다.

“시술이 진행되는 동안 영상을 준비 했습니다. 이 영상은 헤어 매니큐어라는 제품의 홍보 영상입니다.”

나의 말에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처음 들어보는 제품을 이야기하니 궁금하기도 하고, 홍부자 무료 세미나를 핑계로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괘씸하기도 해서였다. 나는 사람들이 다 좋아하지 않는 것을 보고 조금 긴장하였지만. 영상을 보고나면 마음이 바뀔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기존의 코팅약은 파마약에 섞어서 쓰는 제품이 주로 판매 되었습니다. 우리 미용사들도 거의 그렇게 소비를 했었죠. 하지만, 이제 컬러의 시대가 왔습니다. 코팅약에서 탈피해서, 머리카락을 변화시키고,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제품이 바로 헤어 매니큐어입니다.”

내가 많은 모델에게 헤어 매니큐어를 해주는 영상은 아주 스타일리쉬하게 나왔다. 머리를 붙이는 작업까지 따로 제작하여 비디오를 만들었는데, 그것도 같이 판매했다. 역시 류 감독의 능력은 대단했다.

그 영상을 본 미용인들은, 머리 붙이는 기술 패키지와 함께 매니큐어까지 선주문을 했다. 그날 자그마치 2만개의 제품이 팔려나갔고, 그걸 본 재료상들도 선주문을 하기 시작하였다.

헤어 매니큐어는 그야말로 초대박이 난 것이다.

* * * * *

짝짝짝 짝짝짝.

내가 사무실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박수를 쳐줬다. 그동안 내가 발품을 팔아서 뛰어다녔던 것을 알기에, 오늘의 성과가 나의 피와 땀인 것을 알기에 저절로 나오는 박수였다.

“준수상, 고생 많았스무니다.”

“나도 같이 다닌 거 아시죠?”

노랑머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자기는 내가 알아주잖아.”

은미의 말에 만수가 인상을 팍 썼다. 은미와 노랑머리는 만수의 눈치를 살피며 몰래 손을 잡았다.

곧 김소연이 들어오고, 그동안의 성과에 대한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짧은 시간임에도 많은 일을 이뤄낸 것을 본 김소연도 나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것은 만수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나를 만났을 때만 해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는데, 입 밖으로 꺼낸 말을 전부 이루어낸 것을 보고는, 나를 믿기 시작했다. 4월에 자신을 믿게 될 거란 말도, 이제 기대가 될 정도였다.

김소연도 나에게 박수를 쳐주며 악수를 청했다.

“그럼 제 제품도 믿고 맡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꼭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조이사와 은미가 다가와서 김소연에게 감사를 표했다.

“저도 반신반의 했는데, 효과가 꽤 좋아서 놀랐습니다. 뱃살이 좀 들어간 것 같아요.”

“저도 효과를 보았는데, 자꾸 맛있는 걸 누가 해줘서 다시 쪘어요 힝.”

은미의 말에 세 사람 다 웃었다. 이제 김소연의 제품을 필두로 성장해 나갈 일만 남았다.

* * * * *

나는 평소처럼 손님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나의 손님들은 회사의 중역이나 유명인의 아내이거나 하는 분이 많다. 가끔씩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되는데, 그게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얼마 전에 들은 말처럼.

“A그룹 회장님 소식 들었어?”

“아니, 자기네 남편 회사잖아?”

“응, 울 남편이 그러는데 회장님이 점쟁이를 그렇게 좋아하신데.”

“어머, 돈 많아도 소용 없나보네.”

“돈이 많으니까 그걸 지키려고 점쟁이 말을 믿는 거지. 큰돈이 오가는 거래 같은 거는 꼭 점쟁이의 말을 듣고 한다네?”

“그거 좋은 방법이네. 나도 점보러 갈일이 있는데.”

“그 회장님 점보는 사람 누군지 알고 있는데 같이 갈래?”

“어머, 땡큐지.”

나는 A회장님이 우리가 작업해야 할 회장님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회장님의 측근이 올 때면 항상 나서서 머리까지 감겨주곤 했다. 오늘 그 노력을 보상받는 날이 되겠다.

나는 그날 양 기자를 만나러 갔다. 양 기자는 안 그래도 나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던 터라 미용실 앞까지 찾아왔다. 덕분에 오랜만에 세 사람이 모였다.

쨍, 쨍.

세 사람의 소주잔이 부딪쳤다. 오랜만에 만나서 할 이야기가 수십 가지는 되는 탓에, 아주 조용한 곳에 모였다.

덕분에 소주잔 부딪치는 소리도 크게 느껴졌다.

“그 아들 병역문제는 거의 마무리 되고 있슈. 이제 터트리기만 하면 되니까 걱정들 말고.”

“그것보다 그 기업이 너무 큰 기업이라고 주식 폭락 같은 걸로는 데미지가 없을 것 같아요.”

“맞아요. 거기 너무 유명하잖아요.”

“무슨 대안이 있슈? 기업 비리도 같이 캐?”

그렇게 큰 기업은 사실상 피라미드의 가장 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은 바뀌어도, 기업은 바뀌지 않고 대를 이어서 하니까.

“그런 걸로 망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죠. 그냥 정신이 없는 틈이라는 거죠.”

“글쎄, 그러겠슈? 난 정신없을 것 같지 않은데.”

“그러게요. 정신은 직원이 없겠죠.”

“그리고, 기업을 잡아야 좋을 것 같슈. 사실 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도 만드는 거니, 국회의원 하나 잡는다고 그 루트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슈. 내 생각엔.”

“그럼 회장님을 납치합시다!”

“야, 임마.”

노랑머리의 말에 세 사람이 같이 한바탕 웃었다. 사실상 가장 명확한 방법이니 말이다.

“회장님 멘탈을 잡고 흔들만한 것이 뭘까?”

나는 미용실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생각했다. 무당의 말에 휘둘리는 회장님이라면? 아!

“방법이 있긴 한데.”

“그게 뭐유?”

“뭔데 그게?”

궁금한 얼굴로 나를 보는 양 기자와 노랑머리.

나는 씨익 웃고는 말을 이었다.

“그 회장님이 점쟁이를 그렇게 맹신한다고 하던데, 아시나요?”

“아, 그 이야기 들은 것 같슈. 그래서 뭐 어쩌시게?”

“점쟁이를 포섭하거나.”

“그게 쉽나.”

“아니면, 점쟁이가 되거나?”

“뭐유? 점쟁이가 된다고? 누가?”

양 기자는 누가? 라고 물은 뒤 나와 노랑머리를 쳐다보았다. 노랑머리와 나는 자신은 아니라며 손을 내저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