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미용재벌-90화 (90/200)

90화. 회장님을 속여라(2)

성북동, 입구부터 으리으리한 집.

나를 태운 차가 그 집으로 들어갔다.

기이이잉.

주차장조차 위화감을 주는 그 거대한 집에 들어가는 동안, 침 한번 삼키지 못했다.

‘오늘만 분장하면 되겠지.’

나는 그런 생각으로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인간의 예상은 늘 어긋나는 거다. 그게 회귀자라고 해도 말이다.

“어서오세요.”

입구에 서서, 나에게 90도로 인사하는 집사. 그녀는 나의 차림을 흘끗 보고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흡.

집사는 자신의 실수를 누군가에게 들킬세라, 황급히 헛기침을 해댔다.

흠흠.

그녀가 나를 보고 나온 웃은 걸 알고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전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는, 그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쪽으로 오시죠. 애기보살님.”

“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가, 실수를 한 것을 깨달았다. 말 못하는 귀신을 모시는데 말을 해버렸으니, 실수를 한 것이다. 하지만 집사는 여전히 나의 겉모습에만 집중할 뿐, 말을 한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날의 실수를 후회하게 될 것이다.

똑똑.

“오셨습니다.”

“오, 그래.”

벌컥.

내가 왔다는 소리를 들은 회장님이 서둘러 문을 열었다.

“어서 와요. 들어와서 이야기 합시다.”

회장님은 나를 보자마자 반기며,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나는 지금부터 절대 입을 열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방에 들어갔다.

“자, 이제 내가 물어볼게 대답을 해줘요.”

회장님은 나를 책상에 앉히고, 얼른 메모지와 펜을 쥐어줬다. 펜도 고가의 펜으로 필기감이 끝내줬다.

“당신이 진짜 용하더군요. 그 여자의 아들이 내 손주가 맞았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은 다짜고짜 질문을 던졌다. 그게 거액을 보내고 나를 부른 이유이겠지만.

“내가, 아니 제가 밀고 있는 정치인이 조만간 국회의원 재선에 도전할 겁니다. 그거 당연히 당선 되겠죠?”

회장님은 내가 물어봐주길 바랬던 바로 그 질문을 해주었다. 나는 메모지에 글씨를 썼다.

[안됩니다. 낙선합니다.]

양 기자가 그때 기사를 터트릴 것이니, 당선은 되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그는 대기업에서 뒤를 봐 줄 정도의 인물이 되지 못한다.

“아, 그렇군요. 이걸 어쩐다.”

나는 바로 다음 메모를 작성했다.

[아들 관련 문제가 있음.]

“아 그거 알고 있긴 한데, 그건 내가 커버해줄 수 있긴 한데요.”

회장님은 그동안 그 의원에게 쏟아 부은 돈이 아까운 모양이었다.

나는 바로 다음 메모를 썼다.

[정리하세요, 조만간 주식 폭락도 있을 거니 대비 요함.]

“아…, 아까운데.”

회장님은 여전히 아까운 듯 고민하였지만, 나의 다음 메모에 고민을 거두었다.

[스테이크 히트합니다.]

그 회사에서 스테이크 사업을 준비 중인데, 그게 히트하는 건 전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그가 스테이크 사업을 준비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회사 내부에서만 아는 사실인데, 그걸 내가 알고 있는 것이다. 회장님은 바로 의심을 거두고 박수를 쳤다.

짝짝짝.

“대단하십니다. 말을 따르도록 하죠.”

나는 곧 다음 메모도 작성했다. 이제 무슨 말을 해도 믿을 것이니, 가장 핵심적인 말을 해야 할 것이다.

[ 마#조직도 버리세요.]

회장님은 내가 마#조직까지 알고 있는 걸 보고 경악했다. 나의 말을 무시했다가는 천벌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죠. 꼬리 자릅시다 까짓거.”

할 말을 마친 나는 바로 일어섰다. 더 있다가는 숨이 막힐 것 같기 때문이었다.

나는 회장님께 인사하고는 방에서 빠져 나갔다. 이제 더는 이 무당놀이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 * * * *

시간이 흐르고 4.3 낙선운동의 하루 전날이 되었다. 약속대로 양 기자는 그 의원의 아들 병역비리를 단독으로 내보냈다. 그 일로 그 의원은 4.3 낙선 운동의 당사자로 이름을 올렸다.

나는 마* 조직의 위치와 사진 등을 곱게 정리해서 경찰서로 향했다. 양구의 엄마인 은희도 증언하겠다고 나섰다. 그동안 마# 조직원들이 양구의 집을 빼앗으려고, 힘들게 하였다고 한다. 엄마로써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한 것이다. 덕분에 경찰은 수사도 하나 하지 않고 마약 조직을 소탕하게 된다.

나는 지역 경찰에게 가지 않고, 중앙 수사대 마약 전담팀을 알게 되어, 그곳에 찾아갔다. 잘못하면 전처럼 조직과 연계된 경찰들이 일을 그르칠 것을 대비하여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 일을 금방 알게 된 그놈들이 나에게 찾아왔다.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서던 길이었다.

“어이, 나 좀 봅시다.”

그 비리 경찰 두 명이 나의 앞을 막아섰다. 나는 그놈들이 누구인지 깨닫고, 그들과 엮이지 않으려, 슬쩍 돌아서 가려고 했다.

“야, 너 니가 제보자인거 알고 왔으니까. 나랑 이야기 하자고. 나 현직 경찰이야!”

“이것 봐요. 수사하러 왔다니까 우리?”

나는 그들을 더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 앞에 당당하게 섰다.

“수사는 이미 마치고 나오는 길입니다.”

“우리가 그 사건 원 담당이야. 왜 우릴 거치지 않고 중앙으로 온 거지?”

“그건 모르겠고, 그냥 제보했을 뿐입니다. 양귀비 키우는데 그냥 둡니까?”

“그니까 우리랑 수사를 한 번 더 하자고! 나도 특진 좀 하자고.”

경찰 두 명이서 나를 잡고 끌고 가기 시작했다. 나는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다. 지나가는 경찰이 두 사람을 말리자 그에게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는 놈들.

“뭐하시는 거에요?”

“연행하는 겁니다. 나도 경찰이에요.”

“이거 놔요! 경찰이 사람을 납치합니까?”

“조용히 따라와.”

그들은 나를 납치해서 마# 조직에게 넘기려는 수작이었다. 경찰서 건너편에는 나를 데리고 가려고 봉고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 봉고차에 타게 되면 내 인생도 끝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 두 명의 완력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거기다 경찰들과 이미 안면이 있는 두 사람이기에 누구도 말리려고 들지를 않았다.

“이거 놓으라고! 난 죄가 없다고요!”

내가 수사를 의뢰한 #약팀은 지금 일을 진행시키기 위해서 잠시의 틈도 없었다. 덕분에 내가 #약 수사 제보자라는 것을 알아주는 경찰은 아무도 없었다. 그걸 아는 사람들은 전부 회의에 들어갔으니 말이다.

나는 영락없이 저들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생겼다. 빠져나갈 구멍이라고는 아무대도 없었다. 마침 노랑머리를 데리고 오지 않아서 나를 구해 줄 누구도 없었다. 노랑머리가 전과자라서 저들이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에,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인데, 그냥 데리고만 올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이제 신호등만 건너면 저들의 손아귀에 넘어간다. 마침 저들도 나를 격하게 반겨주기 위해서, 신호등 앞에 대기하고 있다.

드디어 신호등이 바뀌고, 저들은 신호등을 건너는 사람들을 치워가며 나에게 득달같이 달려왔다.

우르르르.

덩치들 5명이 달려오니 소리도 요란했다. 나에게는 공포스러운 소리였다.

그때였다.

내가 도망치려고 발버둥을 치자, 한 비리경찰이 나의 목에 헤드락을 걸었다. 덕분에 나의 시선이 뿌옇게 되었다. 눈에 압박을 가한 것이다.

“어디 조폭들이 경찰서 앞에서 #랄들이야!?”

퍼억.

웬 덩치 큰 남자가 5명의 조폭 중 하나의 면상을 갈겼다. 조폭은 맞은 주먹이 꽤 센지,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자가 다른 조폭 두 명의 머리채를 잡았다.

“이것들 조폭입니까? 이리와!”

“으악.”

두 사람의 등장으로 나머지 두 명이 도망쳤다. 그들은 곧 봉고차를 타고 사라졌다.

부아아앙.

봉고차는 정말 빠르게 그곳을 빠져나갔다.

“저것들 다 잡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두 사람을 본 비리 경찰들이 인상을 구겼다. 나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그의 얼굴 등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나쁜 사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씨#, #됐다.”

“저 미#놈이 왜 갑자기 튀어나와.”

나는 비리 경찰들이 방심하는 틈을 타서, 그 덩치 큰 경찰에게 달려갔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무조건 달렸다.

“살려주………….”

퍼억.

으악.

덩치 경찰(강철수)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나를 보고는 반사적으로 주먹을 날렸다. 나는 강력한 주먹을 맞고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뭐야, 얘는.”

“아 선배! 아무나 막 때리면 어째요?”

“저 사람들도 경찰이잖아. 경찰이 끌고 가면 나쁜 놈이겠지.”

비리 경찰 두 명은, 내가 강철수에게 도망치자, 일이 틀어졌음을 깨닫고 뒤로 내빼고 있었다. 강철수는 쓰러진 조폭 놈을 질질 끌고가서, 신호등 한 가운데 있는 전신주에 수갑을 채워 두었다.

철컥.

“너는 여기 좀 있어라.”

강철수는 나를 들쳐 업고 비리경찰에게 다가갔다. 여자 경찰은 두 놈에게 수갑을 채우고 끌고갔다.

철컥.

“이거 놔”

“나 아무 짓도 안했거든요!”

“맞고 갈래. 그냥 갈래?”

여자 경찰이 두 놈을 연행해 가고, 비리 경찰 앞으로 뛰어가서 두 사람 앞에 나를 내려놓는 강철수,

털썩.

“자, 잡아가던 거 마저 하시죠.”

“어, 그……그게.”

“이 사람 제보자야. 마약수사 제보자.”

“살려달라던데?”

강철수는 비리 경찰 두 명을 예전부터 안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강철수가 머리는 좋지 않아도 촉은 좋은 편이라서 감으로 느꼈다.

“아니, 난 그냥 바래다주고……, 에이 씨# 몰라.”

비리 경찰은 주머니에서 만원짜리 한 다발을 꺼내서 강철수에게 건넸다. 강철수는 이게 뭔가 싶어서 보면.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니가 때렸잖아.”

“그, 그래 무식하게 사람을 왜 패고 난리야. 병원에 데려다 줘.”

두 비리 경찰은 그렇게 돈을 강철수에게 쥐어 주고는 그대로 도망쳤다. 강철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두 사람을 쳐다보다가, 다시 나를 보았다. 그냥 봐도 범죄자로는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에이 씨, 너무 세게 때렸나.”

강철수는 나를 다시 들쳐 업었다.

“사내자식이 뭐 이리 가벼워?”

강철수는 나를 들쳐 업고 달려갔다. 그러다 다시 멈춘 강철수.

“아, 병원이 이쪽이 아니지.”

강철수는 다시 반대쪽으로 뛰어갔다. 나는 강철수의 등에 업혀서 말을 타고 가는 꿈을 꾸고 있었다. 나름 재밌게.

* * * * *

“으하하하. 얼굴이 그게 뭡니까?”

“아우 진짜. 정의의 사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노랑머리는 나의 얼굴을 보자마자 대차게 웃었다. 나는 시퍼렇게 멍든 눈에 달걀을 비비고 앉아서 울상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사과는 합니까?”

“몰라, 돈만 내고 사라졌어. 얼굴도 제대로 못 봤다.”

“그럼 누가 때렸는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아 몰라, 정신을 놨어. 별이 진짜 많이 돌아가더라.”

“와하하하하. 그 사람 왠지 내 스타일 같네.”

“그 사람 덕분에 그놈들 손아귀에서 벗어났으니, 은인이지 뭐.”

“아, 그 새#들도 언제 손을 봐줘야 하는데, 개#끼들 아닙니까?”

“그니까. 근데 은서가 연락을 안 받는다고?”

“네, 갑자기 사라졌어요.”

그때, 최 원장이 다가와서 나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

“뭐고? 니 면상.”

“네. 뭐, 그렇게 되었네요. 하하.”

“야, 은서 소식 들었나?”

“네? 은서가 왜요?”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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