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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91화 (91/200)

91화. 꼴통 형사를 만나다(1)

“잡혀갔다고 하던데, 경찰서에.”

“네?”

“은서가 왜요?”

나는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을 깨닫고 절망했다.

은서는 #약 복용 혐의로 경찰서에 잡혀갔다. 비리 경찰 두 놈이 평소 은서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모양이었다. 조폭들이 연달아 잡혀가자, 은서도 한패라면서 잡아 간 것이다. 사실 마# 수사대에서 조폭들을 전부 잡아가자, 거기에 탑승하고 싶었던 비리 경찰들이 은서를 그들의 끄나풀이라고 하며 데려 간 것이다.

은서는 마# 검사에서 당연히 양성이 나왔고, 감옥행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나와 노랑머리는 은서를 구하려던 노력이 헛수고가 된 것을 괴로워하며, 그녀의 면회를 신청했다.

은서는 피폐해진 얼굴로 면회에 나왔다. 나와 노랑머리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마음이 아팠지만 티내지 않으려 애썼다.

“미친, 입술 좀 바르고 나오지.”

“니가 내 남자친구냐? 입술은 왜 발라?”

“아픈 데는 없는 거지?”

“넌 또 왜 남자친구 같은 표정으로 날 봐? 느끼해.”

“야 넌 준수 쌤한테 오빠라고 좀 해라.”

“미쳤냐? 내가 미용은 선배거든?”

은서는 감옥에 있어도 마음은 편해 보였다. 몸을 조여 오던 밧줄을 끊어낸 그런 기분이 드는 모양이었다.

“미안하다. 너도 잡혀 들어갈 줄은 몰랐어. 변호사는 내가 붙여줄 테니까 걱정 말고.”

“됐어. 국선인지 뭔가가 해준다고 했으니까. 넌 나한테 신경 꺼.”

“너 이제 제대로 살 거지?”

나는 그게 가장 중요했다. 은서를 구하려고 했던 이유 자체가 은서가 제대로 살길 바래서였으니까.

“이제가 아니고 전부터 제대로 살고 있었어. 나가면 나도 미용실 차릴 거야.”

“그래, 다행이다.”

나는 정말 기쁜 얼굴로 은서를 바라보았다. 은서는 그런 나의 표정이 부담스러운지 고개를 돌렸다.

“할 말 없으면 간다. 이제 나 걱정 말고 면회 오지 마.”

“걱정 마. 절대 안 올 거다 뭐.”

“뭐 먹고 싶은 거 적어 줘. 자주 넣어줄게.”

“냅두라고. 너랑은 이제 엮이고 싶지 않아.”

은서는 나를 한번 쓱 보고는 면회장을 나갔다. 노랑머리와는 서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멍은 어쩌다 든 거야 등신같이.”

면회장을 나가면서 혼잣말을 하는 은서, 내가 약간 걱정이 된 모양이었다.

나는 은서가 나가는 것을 끝까지 보고서 면회장을 나섰다. 다행히 은서는 확실히 정신을 차렸다.

* * * * *

4월, 주식 시장이 폭락하고, 당분간 주식으로는 돈을 벌 수 없는 시기가 오자, 만수가 나와 회사 사람들을 전부 파티에 초대했다. 서울 근교에 있는 별장에 유명한 출장 셰프를 불러놓고 거창하게 차려진 파티.

내 덕분에 큰돈을 지켜낼 수 있었다며, 만수가 직접 마련한 파티였다. 나와 노랑머리, 조 이사와 대머리 이사, 은미와 김 실장, 김소연까지 전부 파티 현장에 모였다.

“박준수씨는 아직 애인이 없다면서? 내 아는 사람 총 동원해서 소개해 줄 테니까 말만 하라고.”

만수는 나를 아들처럼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은 은미랑 내가 잘 되길 바라고 있었지만, 노랑머리가 있는 이상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다른 사람을 소개 해준다는 것이다.

“아닙니다. 저 사랑하는 사람 있습니다.”

“아…….”

내가 누굴 만나는지는 노랑머리만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자 대머리 이사가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말했다.

“준수상, 일본에 이쁜 여자들이 매우 만스무니다. 내가 20명 정도 쭉 소개해줄 수 있스무니다. 하루에 말이무니다.”

대머리 이사가 그렇게 말하자, 조이사가 그의 입에 초밥을 쑤셔 넣었다.

“이거나 먹으라고. 광어가 살아있어.”

“우웩, 뭐시무니까.”

만수는 분위기를 바꾸려 음악을 지시했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면 진지한 음악이 제격이니까. 만수는 나를 부른 진짜 목적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박준수씨 덕분에 내가 큰 재산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맞아요, 나도, 우리 아버지도 큰 빚을 진 셈이에요.”

만수와 은미는 정말 큰돈을 지켜낸 것에 감사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뭐든 말해 봐요. 준수씨가 해달라고 하는 것은 다 해 줄 용의가 있어요. 아 물론 사채 이자는 은행 이자 정도로 선회해줄 거고요.”

노랑머리는 기회가 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바로 자신과 은미의 결혼을 이야기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러자 만수가 노랑머리를 흘겨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서 하였다.

“자신의 소원을 말해야 하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결혼을 하게 해 달라거나 그런 건 안 통합니다.”

만수의 말에 한숨을 푹 쉬는 노랑머리. 그러자 은미가 노랑머리의 옆에 가서 그의 손을 잡아 주었다. 둘은 서로를 보고 싱긋 웃었다.

나는 두 사람을 보고, 만수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노랑머리의 소원은 뒤로 마루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전 별다른 소원이 없습니다. 이 친구가 따님과 결혼하는 것 말고는요.”

그러자 만수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누군가 화를 조금 더 보태면 곧 폭발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건 안 된다고 했을 텐데?” 나는 만수가 그렇게 나올 걸 알고 있었고, 그의 구미에 맞는 해법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니까, 그걸 지금 당장 해달라는 것이 아니고요. 나중에 우리 회사가 이 분야 1등을 찍었을 때 해달라는 겁니다.”

“네? 준수 쌤? 그럼 나보고 늙어 죽으라는 겁니까?”

“준수상, 우리 회사만큼이나 큰 회사가 된다는 말이무니까?”

“환갑진갑 다 지나겠네.”

내가 내건 조건은 그만큼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들 같이 일을 하고는 있지만, 이 회사가 업계 1등이 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이제 겨우 만들어진 회사가 그렇게 될 거라고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그렇기에 만수에게 말한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걸어야 그가 수용할 것이기에.

“그럽시다. 그 정도 큰 조건이라면 내가 수용하겠어요.”

예상대로 만수는 그 조건에 합의했다.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승낙한 것이다. 거기다 업계 1위 회사의 창립 멤버라면, 딸을 내어주어도 괜찮다는 생각도 있었다.

노랑머리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얼굴로 은미를 쳐다보았다. 은미도 노랑머리를 보며 험난한 사랑에 아파했다.

나는 준비해 온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그걸 본 사람들이 다들 놀라고, 은미와 노랑머리는 경악했다.

“계약서입니다. 사인을 해 주시죠.”

그러자 만수가 껄껄대며 웃었다.

“그러다 진짜 환갑이 되면 어쩝니까? 우리 딸은 그때까지 혼자 지내야 하냐구요?”

“그건 걱정 마시구요. 그때까지 둘이 연애하는 것은 막지 않는 걸로 하시라는 말이죠.”

만수는 웃으며 계약서에 사인을 하였다. 이런 준비성을 지닌 놈이면, 어쩌면 정말 업계 1위를 할 수 있겠다는 믿음도 들었다. 볼수록 아까운 놈이었다.

나는 만수가 승철을 허락하는 과정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계약서까지 준비한 것이다. 과거(?) 승철이 나를 만났을 때 했던 푸념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승철은 매번 만수의 간섭을 받아내야 했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만수 덕분에 힘들었다고 했다. 연애에 간섭을 못하게 막아놓은 조항이 계약서에 있다. 그런 디테일한 사항까지 계약서에 적어 놓은 사실은 만수도 모를 것이다. 나는 그저 노랑머리가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 * * * *

드디어 총선이 시작되고, 나의 계획대로 그 의원은 낙방하였다. 의원이 낙방되는 날, 마# 조직이 전부 소탕 되었다는 기사도 떴다. 모든 것이 내가 예상하던 데로 흘러갔다.

쨍 쨍.

오랜만에 만난 나와 노랑머리, 양 기자는 환하게 웃으며 술잔을 부딪쳤다. 모든 것을 이룬 자들의 자신감 있는 웃음이었다.

“정말 대단한 쇼가 되었슈. 난 살면서 이렇게 재밌는 쇼는 본적이 없다니까?”

“그러니까요. 드라마보다 재밌더라구요.”

“이제 그 놈들은 당분간 안보이겠죠? 양구씨네 집도 무사하구요.”

“그렇긴 한데, 혹시나 그 놈들이 해코지 할지도 몰라서 그 양반들 집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 줄 예정이유. 그건 증인 보호 차원에서 국가가 지원을 할 거니 신경들 쓰지 말고.”

“아, 다행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게 가장 걱정이 되긴 했거든요.”

“난 말유. 박준수씨도 걱정 된단 말이지. 아마 그 놈들이 너에 대한 정보도 알아냈을 텐데, 걱정 안 되우?”

“글쎄요? 사람이 쉽게 죽을라고요.”

“에이, 갑자기 슬프게. 나는 뭐가 됩니까? 준수 쌤 없으면 나도 당장 죽어요. 그놈의 계약서 때문에 평생 노총각이 될지도 모르는데?”

“계약서? 노총각?”

“하하 미안. 내가 니 결혼은 반드시 시켜주고 죽을게.”

“뭐유? 나만 모르기야?”

“형님 그건 내가 다 설명할게요.”

셋이 티격태격하며 술잔을 비우고 있는데, 양 기자의 품에 있는 전화기가 울렸다. 본인의 핸드폰은 주머니에 있었고, 가방 깊숙이 넣어 놓은 핸드폰이 울리는 것이다. 그걸 본 양 기자가 한숨을 쉬었다.

“아우, 저 노인네가 하루 종일 전화하고 난리네.”

“왜요? 무슨 노인네?”

“설마?”

나는 그 노인네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바로 회장님이다.

“맞슈. 회장님이 맨날 수십 통씩 전화를 하는 통에 내가 미칠 지경이유.”

“뭐라는데?”

“아기 동자님 좀 만나게 해 달라고, 돈은 원하는 대로 줄 테니 제발 한번만 만나게 해 달라고 하네.”

“어우 제길. 나보고 또 분장을 하란 건 아니죠?”

“푸핫. 우리 귀여우신 동자님.”

“한번만 만나게 해 달라고 난리유. 대단하신 양반이 그러는데 마다하기도 그렇고.”

휴우우우.

나는 한숨을 길게도 쉬었다. 다시는 안하려고 했지만, 그놈의 동자 분장을 또 해야 한다는 사실에 절로 나오는 한숨이었다.

“진짜 마지막입니다!”

“오케이. 내가 조만간 날짜를 잡고 연락 하겠수.”

“와하하하. 인생은 정말 잼있어.”

나는 홧김에 마른세수를 하였다. 그러자 화장으로 지웠던 눈가에 멍이 나타났다. 그걸 본 양 기자가 놀라서 물었다.

“뭐유? 눈가에 그게 뭐유?”

“아 저거 비리 경찰한테 끌려가다가 맞아가지고.”

“뭐? 비리 경찰? 그놈들 잡혀갔쥬?”

“아뇨, 아직 멀쩡하게 경찰노릇 하고 있을 겁니다.”

“뭐유? 당장 잡아 반은 죽여 놔야지!”

그 비리 경찰 두 명은, 그 놈들에게 나를 넘기려 했었고, 그 이유는 마# 조직과 연관되어서 그런 것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래서 한동안 나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나는 두 놈을 당장 잡아서 혼내주고 싶었지만 마# 조직이 철저하게 그들을 비호하고 있어서, 경찰들도 전혀 그들과의 커넥션을 모르는 눈치였다. 내가 그들의 비리를 직접 파헤치기엔 증거도 증인도 전혀 없는 상태였다.

“그냥 둘 수는 없습니다. 박 쌤을 납치하려고 했던 놈들이잖아요.”

“그런 놈들은 경찰부터 못하게 막아야지! 안 그류?”

“나도 그러고 싶은데,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몰라서.”

“그럼 당장 조사부터 해야지! 나한테 맡겨유!”

“근데, 그 놈들이 경찰 내부에서 신망이 매우 두터워요. 웬만하면 걸려들지 않을 겁니다.”

“맞아. 아주 미꾸라지 같은 놈들이라 잡기 어려울 것 같아요. 아니 경찰 놈들은 다 한통속이라서 더 그런 거 아닙니까?”

노랑머리는 경찰을 매우 싫어한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주 무식한 놈을 내가 알지.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무식하고 힘센 놈이 있어. 그 놈에게 맡기면 될 거유.”

“그게 누구입니까?”

나는 그게 자신을 눈탱이 밤탱이로 만든 그 놈인걸 전혀 알지 못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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