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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94화 (94/200)

94화. 회귀 반지의 역습(1)

“오빠, 오빠! 큰일났어!”

한참 일하고 있는데, 준희에게 전화가 왔다. 준희는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고소장이 날아왔어! 이게 대체 누구야?”

“무슨 소리야? 고소장이라니?”

“아빠한테 고소장이 왔어! 양순자? 양순자가 누구야?”

“양순자가 누군데? 아빠는 보여줬어?”

“어, 보여줄게. 빨리 좀 와봐.”

“그래, 알았어.”

나는 급하게 손님을 마무리 한 뒤,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 온 식구가 심각한 얼굴을 하고서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이것 좀 봐라. 양순자가 누구인지 도통 모르겠다 나는.”

“내 피자를 빼앗으려는 수작이야. 이게 누군지 몰라도 사기라고!”

아빠는 너무 억울하다며 가슴을 쳐댔다.

준희는 침착하게 고소장을 계속 살폈다.

나는 준희가 읽고 있던 고소장을 같이 보았다. 고소장에는 아버지의 피자집 상호와 그 대표를 고소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아버지의 피자가 자신의 레시피를 훔쳐갔다는 그런 내용임에 틀림없었다. 상대는 레시피북을 근거로 고소를 진행하였다. 증거가 확실한 상황이다.

“아버지, 그 피자 처음 하셨을 때, 근영엄마의 노트를 보고 하셨다고 했죠?”

“어, 그랬지.”

“뭐야? 근영엄마 그 사기꾼이 보낸 거야?”

“어머, 근영엄마 이름이었어? 이름도 지같네.”

고소장은 근영 엄마가 보낸 것이었다. 아버지의 피자집 메뉴 중 자신의 레시피를 고대로 베낀 것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준희는 고소장을 빼앗아 들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자! 내가 처리할 수 있을 거야.”

“니가 뭘 처리해? 너 아직 그냥 대학생이야.”

“그래, 괜히 이상한 일에 말려들지 말고 고시 준비나 해. 딸.”

어머니는 준희가 나서는 것 자체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나도 준희가 이런 일에 말려드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준희가 든 고소장을 빼앗아 들었다.

“오빠가 해결할 테니까. 너는 이 사건에 도움이 될 만한 반박문 같은 것만 작성해 줘.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어, 알았어.”

준희는 얼른 고소장을 들고서 법전을 꺼내왔다.

나는 고소장에 적힌 검사를 보고 깜짝 놀랬다.

“뭐야? 오재훈이야?”

“뭐? 그 오재훈?”

“오재훈이 누구야?”

그러자 준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고소장을 보았다. 준희는 식구들 중 가장 크게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으악! 정말이네? 어떡해!”

준희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 자리에 주저 않았다.

준희는 이상형이라고 외치던 오재훈을 법정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앞전에 학교에서 한번 보았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엮이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합의를 먼저 보면 되겠지. 법정에 가기 전에.”

“그래, 먼저 합의를 보면 되니까. 빨리 만나봐.”

그렇게 우리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 양순자를 찾아갔다.

* * * * *

“이게 누구야? 오랜만이네?”

양순자, 즉 근영엄마는 한쪽 입꼬리를 씰룩대며, 비열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아버지와 나는 양순자의 표정에 기분이 상했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근영 어머니.”

그러자 양순자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우리를 쏘아보았다.

“남의 레시피를 가지고 부자가 되셨더군요?”

양순자의 말에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이니까.

“고소는 취하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돌아가시죠.”

양순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순 없다. 우리 준희의 인생이 달린 일이니까.

“합의금은 얼마나 생각하고 계신지 말씀해주시죠.”

양순자가 돈을 좋아하는 사람인건 진작에 알고 있는 일이다. 돈의 액수가 크면, 얼마든지 합의할 사람이다.

“그 가게를 나한테 넘기면 좋겠는데?”

“뭐야? 이 여자가 진짜!”

아버지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

나도 화가 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여기서 흥분하면 밀리는 거다. 나라도 정신을 차려야 했다.

“너무 과합니다. 우리 가게는 당신 레시피만으로 성장한 가게가 아닙니다!”

양순자는 내 말에 자세를 조금 낮추며 말했다.

“암튼 나는 이억 정도의 보상금을 원해.”

뻔뻔한 여자다. 그 돈을 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저 여자에게 지불하는 것이 아까웠다. 돈의 액수도 너무 터무니없다. 한마디로 말이 안 통하는 협상인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금액인건 아시죠?”

“그 가게 팔면 더 되는 걸로 아는데?”

꽝. 쨍그랑.

양순자의 말에 아버지가 탁자를 내리쳤다. 탁자에 놓인 유리컵이 박살나며 바닥에 흩어졌다. 이걸로 우리 협상도 끝난 것 같았다.

양순자는 조금 겁을 먹었지만,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미친 여자네 당신!”

아버지가 흥분을 거두지 못하고 소리쳤다.

나는 아버지의 어깨를 붙잡으며 진정시켰다.

“진정하세요. 방법이 있으니까.”

“무슨 방법?”

“한방에 해결할 방법이 있어요. 좀 귀찮긴 하겠지만.”

내 말에 양순자도 귀를 기울였다. 아버지는 나를 신뢰하고 있었기에 화를 금방 가라앉혔다.

“정말이냐?”

“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내 방법은, 김주원에게 맡긴 반지를 찾아오는 것이다. 그의 회귀반지를 받아내어서 피자 레시피를 따로 등록해 놓으면 된다. 인생을 다시 사는 것이 조금 귀찮을 뿐.

* * * * *

“그래, 소원이 뭔지는 결정한 건가?”

김주원은 나를 보자마자 반색하며 물었다. 딸을 살리고, 몇 년간의 실수도 전부 고치고 난 자의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네, 뭐든 들어주실 거죠?”

나는 약속을 지켜달라는 의미로 물었다.

김주원은 뭐든 다 해줄 능력이 있으니까, 표정에서도 거만함이 보였다.

“회귀의 반지를 내어주시죠. 제가 도로 가져가겠습니다.”

내 말을 들은 김주원이 인상을 쓰며 손을 내저었다.

“아, 그건 곤란해. 내게 반지가 없거든.”

나는 김주원의 말을 듣자마자 그의 손부터 살폈다. 김주원의 말대로 손에는 반지가 없었다. 그사이 누군가에게 준 모양이었다.

“누구한테 주었습니까? 그거라도 알려주실 수 있어요?”

내 절박한 표정을 본 김주원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미안하네, 누구인지 모르겠어. 그러지 말고 소원을 말해보래두? 뭐든 도와줄 의향이 있어.”

“죄송하지만, 회귀의 반지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라서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 돌아섰다.

“그래, 뭔가 도움을 원할 때는 말만 하라고,”

김주원이 무슨 말을 하는데도, 내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오아영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나는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오랜만이네.”

오아영이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회귀를 하게 된 시점에서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녀가 회귀하여 여우주연상을 타고 상을 휩쓸게 되는 과정이 꽤나 길었던 모양이다. 그동안 나를 보지 못했으니, 오랜만이라는 말은 그녀 입장에서나 맞는 말이다.

“회귀는 잘 하고 오셨는지요?”

“그러엄, 원하던 상을 모두 받았지 뭐야. 정말 행복한 기간이었어.”

오아영의 집 한켠에는 트로피로 꽉 채워져 있었다. 안 그래도 계속해서 트로피를 타게 될 건데, 너무 욕심이 과해 보였다.

“그럼 회귀의 반지를 넘겨줘야 하겠죠?”

“어, 그래요. 혹시 반지를 받으러 온 건가?”

오아영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그녀의 손에는 회귀의 반지가 없다. 대체 어디로 간 거지?

“반지가 없네요?”

하, 둘 다 벌써 반지를 주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원래는 계속 가지고 있던 그들이 아닌가? 김주원은 반지를 너무 오래 껴서 반지의 저주를 받아 식물인간이 되는 사람인데, 그가 반지를 넘겨주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오아영도 원래는 십년이상 반지를 갖고 있던 인물인데, 벌써 누군가에게 넘겨주었다는 것도 의외였다.

“어, 반지를 넘겨주었어. 아주 안타까운 아이가 하나 있었거든, 몇 년 뒤에 인생을 비관해서 자살하는 아이야. 그 애에게 인생을 바꿀 기회를 주고 싶어. 최소한 자살은 하고 싶지 않게 말이야.”

“언제 주었습니까?”

“어제?”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까?”

“걘 메이크업을 하는 애야. 정민지.”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일단 정민지를 찾기 위해 메이크업 관련 인물들을 수소문 했다. 하지만, 정민지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아무데도 없었다. 그 비슷한 이름도 찾기 힘들었다. 당연히 회귀의 반지도 없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어지지 않아서 불안한 시간이 흘렀다. 이제 영락없이 오검사와 마주하게 될 건데,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날 것인가? 하는 생각에 괴로웠다. 그러다, 김주원에게 전화가 왔다.

“내 반지를 훔쳐간 게 너지? 빨리 반지 가져와!”

“네? 반지요? 회귀의 반지?”

김주원이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내가 반지를 가져갔다고?

* * * * *

“어서 내놔. 반지를 내놓으라고!”

김주원은 반지의 제왕의 골룸처럼 반지에 대한 집착이 상당해 보였다.

“반지는 누구 주었다면서요? 저한테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나요?”

“안 줬어. 내가 갖고 있었어!”

김주원은 정말 골룸이 되려는 건가? 저 집착이 소름끼치게 무서울 정도였다.

“그러면서 왜 안주셨습니까? 잠시만 쓰고 돌려드릴 수도 있는데!”

“그럼 니가 가져간 게 아니라고? 반지는 저기에 넣어두고 건드리지도 않았어! 니가 밤에 와서 훔쳐갔겠지!”

“아뇨! 저는 절대 그러지 않았습니다. 저곳에 반지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요?”

“거짓말 하지 말라고! 그럼 대체 누가 저따위 후진 반지를 훔쳐갔단 말이야? 반지가 가진 능력을 아는 건 너 뿐이잖아!”

맞는 말이다. 누군가 반지를 훔쳐갔다면, 반지가 좋은 물건인지를 알고 가져갔다는 거다. 딱 봐도 후져 보이는 반지다. 내가 아니면 훔쳐갈 사람이 없다.

“저는 안 가져갔습니다!”

“그래, 좋아. 그럼 CCTV를 살펴보면 되겠네.”

김주원은 나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비서를 불렀다. 회사 건물 내의 모든 CCTV를 전부 보겠다는 김주원의 말에 두말 않고 우리를 영상실로 안내했다.

“여기 최근 영상이 전부 저장되어 있습니다.”

영상실 직원은 회장님 앞이라 벌벌 떨고 있었다. 아마도 회장님과 대화하는 것이 처음인 모양이었다. 김주원의 위치는 그만큼 대단하였다. 그걸 반지로 이뤄낸 것이니 그만큼 집착하는 거겠지. 그의 행동이 조금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이 놈이 여기 들어 온 순간만 전부 추려서 가져와.”

“네? 옆에 계신 남자분요?”

“그래! 빨리 가져와.”

“네! 알겠습니다.”

직원은 군기가 바짝 들어서 큰소리로 외쳤다.

김주원은 나의 팔을 꽉 잡고서 회장실로 끌고 갔다. 그는 여전히 나를 의심하고 있었다.

“감옥에 넣기 전에 빨리 가져오는 게 좋을 거야.”

김주원은 협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반지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른다. 속이 타들어갔다.

“회장님 가져왔습니다.”

영상실 직원이 영상을 들고 와서 틀어주었다. 김주원은 열심히 영상을 쳐다보았지만, 내게 혐의가 있는 장면은 전혀 없었다.

“이게 다야? 다냐고?”

“네, 회장실에 들어간 사람도 회장님뿐입니다.”

“말이 되냐고? 이거 참.”

나는 왠지 알 것 같았다. 반지가 스스로 사라진 것이란 걸.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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