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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97화 (97/200)

97화. 매직의 신(1)

나는 과거 매니큐어가 나왔을 때, 그 매니큐어를 좀 더 잘 먹게 하기 위한 제품이 따로 출시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었다. 그것은 사실 영양을 주는 제품이고, 시중에서 이미 출시 된 제품이었다.

하지만 그걸 매니큐어와 결합 시켜서 세트로 출시한다면, 시너지가 있을 것이다. 과거(?)에 그런 식으로 나와서 히트를 친 제품이 있으니 그렇게 묶으면 될 것 같았다.

“매니큐어 착색제.”

“이야, 그럴싸하네.”

“정말 괜찮은 아이템인데요?”

매니큐어 착색제는, 매니큐어가 모발에 발라지기 전에 먼저 뿌려서 모발의 PH를 맞추어 놓는 역할을 한다. 인간의 모발은 약산성을 띄고 있다. 샴푸나 파마약 같은 것은 알칼리성을 띄고 있어서, 머리를 할수록 그 본질이 훼손되는 것이다. 즉, 상한 모발은 알칼리성을 띈다는 이야기다. 그때, 착색제를 뿌려서 약산성으로 만들어 준다면, 매니큐어가 일시적으로 더 잘 흡수되게 되는 상황인 것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자, 모두 놀라는 눈치였다.

“준수상, 천재이무니다. 진짜로.”

“내가 괜히 따라다니는 게 아니거든요.”

“모발 과학을 많이 공부하신 것 같네요.”

“오너의 자격을 갖추었어요.”

사람들의 말에 쑥스러워진 나는, 얼굴을 붉혔다. 회귀를 하지 않았다면 나도 알 수 없는 일이기에 괜스레 쑥스러운 것이다.

“아유 아닙니다. 일단 히트를 쳐야죠. 백퍼센트 히트를 친다는 보장도 없구요.”

히트를 친다.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히트를 치는 것을 이미 알고 내놓은 아이템인데, 하지만 겸손은 오너가 갖추어야 할 일.

“PH 조절액은 큰 연구 없이 금방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금방 생산해 낼 수 있을 겁니다.”

“그거 잘 되었네요. 출시 전에 등록을 해 놓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세트 아이템으로 판매하면 매출이 금방 늘을 거시무니다.”

모두 긍정적인 의견으로 회의가 마무리 되었다.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회사를 나섰다. 이제 미용실을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김성순 여사가 예약을 해서 빨리 가야 했다.

* * * * *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스텝들이 나를 보며 일제히 인사하였다. 미용실에서도 원장 다음으로 위상이 높아진 덕에 매번 인사를 받지만, 조금은 부담스럽다.

“어 김성순 여사님 오셨어?”

나는 김성순 여사가 온 건지부터 먼저 물었다. 나에게는 은인과도 같은 분이기에, 항상 최선을 다해서 머리를 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

“아, 그게…….”

“어? 왜?”

스텝은 말끝을 흐리며, 더 말을 하지 못했다. 나의 뒤로 노랑머리가 오고, 미용실 가장 끝에 있는 남 선생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저게 뭐야? 남 선생이 김성순 여사님 머리를 하고 있는데?”

“뭐?”

나는 급하게 뛰어갔다.

탁탁탁.

미용실 가장 끝자락에, 남 선생이 김성순 여사의 머리를 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야?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어, 왔어? 김 여사님이 나한테 해달라고 하셨어.”

“어, 박 선생. 내가 박 선생 없을 때 이 양반한테 머리를 몇 번 했는데, 잘하데? 박 선생보다 잘하던데?”

김성순 여사는 거침이 없다. 남 선생이 요새 부쩍 실력이 늘었다. 그건 부인할 수 없었다.

“아, 여사님!”

“여사님, 우리 박 쌤이 여사님께 얼마나 잘했는데.”

“응 그래, 알아. 아는데 난 내 스케줄에 맞춰주는 미용사가 필요할 뿐이야.”

김성순 여사는 내가 너무 바빠지자 불만이 쌓였던 모양이었다. 여사님은 그동안 같이 한 세월보다, 자신의 미모 상승이 더 중요한 사람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김 여사가 워낙 바쁘기도 하고, 남 선생의 실력이 좋기도 하고, 나 자신도 여유가 없으니까.

나는 낙심한 얼굴로 돌아섰다. 김성순 여사는 정말 매정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딱히 반발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김성순 여사가 나를 불러 세웠다.

“박 선생, 이따가 우리 동생이 미국서 올 건데, 걔는 해줄 수 있어?”

“동생요?”

“응, 우리 동생이 오랜만에 미국에서 왔는데 머리를 해주려고, 걘 지독한 곱슬머리거든.”

김성순 여사가 지독한 곱슬머리인데, 그녀가 지금 동생의 머리가 더 지독하다고 말하고 있다. 자기보다 더 곱슬이라는 말인가?

“여사님보다 더 해요?”

“난 반곱슬이잖아.”

아니다. 반곱슬이 아니라 완곱슬이다. 곱슬머리인 사람들은 그걸 부정하곤 한다. 미용사만 인정할 뿐이다.

“네,”

“걘 나보다 더한 곱슬이야. 그니까 박 선생이 해줘야지.”

김 여사보다 더한 곱슬은 대체 어떤 곱슬인가? 그런 머리는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그 머리를 해보고 싶어졌다.

“네, 그렇게 하죠.”

“아참, 걔 쌍둥이거든. 장 선생도 같이 해줘야지.”

그런 머리가 두 명이나? 집안 자체가 곱슬이 심한가 보다. 그런 머리를 핀다면 성취감도 대단할 것이다. 나는 도전정신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 쌍둥이요? 그럼 모발도 비슷하죠?”

“응, 둘 다 완벽한 곱슬이야.”

“와.”

나는 자신의 실력이 정말 남 선생에게 모자른 것인지 판단하고 싶어졌다. 남 선생은 강남에서, 나는 강북에서 배웠을 뿐이다. 강남과 강북으로만 나누기엔 뭔가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남 선생과 한번 붙어보고 싶어졌다.

“좋아요. 남 선생과 제가 한 명씩 맡아서 해보죠.”

“와, 둘이 대결하는 겁니까?”

노랑머리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남 선생이 여유로운 얼굴로 말했다.

“한번 해보지.”

매직 스트레이트 대결.

같은 조건의 두 사람의 머리를 가지고 나와 남 선생이 대결을 하기로 하였다.

나와 남 선생이 너무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자, 김성순 여사가 나섰다.

“둘이 뭐 무사야? 칼만 들으면 서로 죽이겠네.”

그러자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재밌어서 그러죠. 이런 경우가 흔치 않으니까.”

“그래, 걔들도 매직은 처음이야. 미국엔 매직이 한국보다 훨씬 비싸거든.”

김성순 여사는 자신의 찰랑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훑으며 말했다. 자신의 머리에 만족하며 자랑하는 듯.

“내 머리를 보더니, 걔네 둘이서 얼마나 흥분을 하던지.”

김성순 여사의 머리도 사실 매직 난이도 중 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동생들이 더하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곱슬을 지녔을지 겁이 날 정도였다.

“돈은 내가 낼 테니까 따로 받지 말고, 제대로 해 달라구.”

김성순 여사는 원래 받는 매직 값보다 훨씬 많이 내고 팁도 많이 주었다. 남 선생은 대결도 좋지만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 좋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쌍둥이가 나타났다. 쌍둥이는 정말 똑같은 모발을 갖고 있었다. 곱슬머리가 정말 심하면 그 머리카락이 두피 속으로 파고들어 가는데, 그들의 머리가 바로 그럴 머리였다. 다면 두 사람 다 무스로 머리를 쫙 발라서 위로 묶어서 똥머리 같이 마무리 했기에 그럴 일은 없어 보였다. 두 아주머니가 같은 얼굴, 같은 스타일을 하고 나타나자, 우스꽝스럽게 보이긴 했다.

“안녕하세요. 여기가 매직의 신이 있다는 미용실이죠?”

“매직의 신이요?”

“네. 매직의 신!”

두 아주머니가 나를 교주를 보듯이 쳐다보았다. 나는 똑같이 생긴 아주머니가 부담스럽게 바라보자, 눈을 어디에 둘지 몰랐다.

남 선생은 뒤에서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 의도는 그게 아니었을지 몰라도, 남이 봤을 때 그건 비웃음이었다.

김성순 여사가 그걸 보고, 인상을 구겼다. 순간, 동생들 머리를 맡기지 말까? 하는 충동이 들었지만, 일단 두고 보기로 하였다.

“이리 오세요. 한 분은 저 선생님에게 하시구요.”

“어? 매신님이 안 해 주시고?”

“하하, 저분도 매신입니다.”

“으응?”

나는 친절하게 쌍둥이를 대해 주었다. 거기에 반해 남 선생은 불친절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친절하지도 않은 태도를 보여주었다. 나를 매직의 신이라고 추켜세우는 것에 기분이 상한 것이다.

“매신이 뭐야. 쳇.”

김성순 여사는 남 선생이 툴툴거리는 걸 들었지만, 일단 넘어갔다. 매직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그땐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두 아주머니의 머리는 매직약을 바르는 것부터 일이었다. 모발이 빗어지지 않으면 약을 바르는 것 자체가 늦어지기 마련이다.

같은 머리지만, 시작부터가 다른 두 사람.

남 선생은 머리를 얇은 빗으로 하나하나 빗었다. 모발을 빗질하는데 한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나는 머리를 드라이로 피기 시작했다. 빗질하는 것보다 더 오래 걸렸지만, 그렇게 해야 머리에 약을 바르는 시간이 줄어든다.

남선생은 나보다 빨리 약 도포를 시작했지만, 중간 중간 걸리는 바람에 시간이 더 걸렸다.

반면 나는 약액 도포가 조금 늦었지만, 막힘없이 빠른 시간에 약을 도포할 수 있었다.

김성순 여사는 우리의 작업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시험 감독처럼 말이다.

모발에 약을 발라서 머리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전처리라고 하는데, 이 두 사람이 한 과정이 바로 전처리 과정이다. 두 사람은 각자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전처리를 마쳤다. 두 사람은 어차피 모발 전처리하는 일에는 도가 튼 상태라, 각자 완벽한 전처리가 이루어졌다. 경험과 노하우가 없으면 전처리 자체도 망치는 것이 태반인데, 두 사람에게 그건 일도 아니다.

“이제 샴푸 후, 드라이 하고 매직기 작업을 하겠습니다.”

두 아주머니는 같이 샴푸를 하고 나왔다. 나와서 보니, 두 아주머니의 머리가 조금 달랐다. 머리 전체가 골고루 펴진 나의 손님에 비해, 남 선생의 손님은 머리 아래보다 위가 좀 더 전처리가 되지 않았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건 전문가가 아니면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차이였다.

노랑머리는 미묘한 그 차이를 깨닫고, 나에게 남 선생의 손님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아래와 위가 조금 다른 거 맞죠?”

“응, 조용히 해.”

두 사람이 소근 거리는 것을 눈치 챈 남 선생은 내심 기분이 나빴지만, 개의치 않고 태연하게 머리를 말렸다.

“중간 처리제를 도포하겠습니다.”

중간 처리제는 열 손상을 막아주는 제품이다. 그때 당시에는 그런 제품이 많지 않아서, 나도 대머리 이사를 통해서 구해 왔다. 남 선생은 그런 것을 해 올 시간이 없었다.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모를 터였다.

다른 사람 같으면 나에게 빌려달라고 했을 테지만, 남 선생은 자존심이 상해서 그걸 부탁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자존심이다.

나는 정정당당한 대결을 원했기에 남 선생에게 중간 처리제를 주려고 하였다.

“필요하면 말해, 빌려줄게요.”

“됐어. 그런 편법 없어도 난 잘할 수 있어.”

“편법? 조금 기분은 나쁘네요.”

나는 남 선생의 말에 기분이 상했지만, 화내지 않고 작업에 임했다. 반면 남 선생은, 자신의 조건이 나에 비해 좋지 않은 것 같다며 뒤에서 투덜거렸다.

“제품을 제대로 쓰는 것도 능력이다 아이가?”

“제대로 구하는 건 운이 좋은 거죠.”

“내 보기엔 그것도 능력이다.”

남 선생이 자꾸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자, 한 원장님이 끼어들며 말했다. 남 선생의 자세가 옳지 않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모발을 다 말리고, 매직기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제 진검승부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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