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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99화 (99/200)

99화. 한 원장 은퇴작전(1)

내가 회귀반지를 보고 놀라자, 그녀가 손가락을 얼른 감췄다. 그녀도 반지가 소중하기는 마찬가지일터, 감추고 싶은 마음도 당연한 것이겠지.

내가 반지를 알아본다는 것을 안다면, 나도 회귀자임을 밝히는 꼴이 된다. 재준의 아내가 될 사람에게 그런 걸 들키면 곤란했다. 나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서 그녀의 손을 낚아채듯 잡고서 악수했다.

“반갑습니다. 미인이시라서 놀랐습니다.”

내 말을 들은 김신연은 그제야 안도하며 미소를 지었다.

“어머, 과찬이세요.”

그레이스정은 반지를 교묘하게 감추고 내 악수를 받아주었다. 우리는 잠시 동안 서로를 긴밀하게 살폈다. 그녀는 내가 반지를 알아 본 것인가? 하는 의문점을 찾으러 애썼고, 나는 김신연이 무슨 루트로 반지를 얻게 되었는가? 하는 궁금증에 그녀를 살폈다.

우리가 뭔지 모를 감정을 교류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재준이 우리 두 사람의 손을 갈랐다.

“둘이 너무 친하면 곤란해.”

“당연하죠. 내겐 당신뿐이에요.”

그레이스정이 재준의 팔을 자신의 가슴에 밀착하며 말했다. 그녀가 하는 짓은 과거(?) 양해리가 하던 짓과 비슷했다. 재준은 워낙 저런 여자에게 끌리는가 보다. 그러니 집안에서 정해준 약혼자까지 버리고 저 여자를 택한 것이겠지.

거기다 회귀반지를 가졌다. 저 여자는 과거에 벌어질 일들을 전부 알고 있었을 테고, 재준에게 분명 힘이 되어주었을 거다. 그런데 이상한일은, 불과 얼마 전까지 재준에게 그런 기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신연은 얼마 전에 회귀해서 모든 일을 바꾼 것이 틀림없다. 그녀는 아마도 재벌 2세와 결혼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겠지. 지금 그 꿈을 이루는 목전에 이른 것이다.

나는 오아영이 얼마 전에 반지를 주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오아영이 반지를 준 사람의 이름은 정민지다. 그레이스정은 아니다. 하지만 성이 같은 걸로 보아하니, 이름을 바꾼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저 이만 바빠서 가볼게요. 즐기다 가세요.”

“네, 수고하세요.”

“나도 가야겠어. 이제 곧 시작이거든.”

“어, 그래 가봐.”

재준이 그레이스와 함께 사라지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오아영은 얼마 전에 회귀를 하였다. 그리고 얼마 전 내가 찾아갔을 때는 반지를 이미 주었다고 했다. 그것도 바로 전날에 말이다. 그렇다면 모든 게 더 확실해진다. 그레이스, 아니 정민지는 얼마 전 오아영에게 반지를 받은 그 날 회귀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미래는 전혀 모를 것이다.

“다행이다.”

무심코 내 진심이 튀어나왔다. 정민지를 경계할 이유가 사라졌다. 그녀는 내가 아는 것의 1퍼센트도 모를 것이다. 이제부터는 내게 유리한 시간이다.

나는 저들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레이스는 메이크업을 하는 여자라고 했다. 그러면, 그녀를 상대할 사람은 내가 아닌 류사희가 될 것이다. 류사희가 힘을 내게 하기 위해서는, 미용실을 누구보다 잘 차려주어야 한다. 그녀가 마음껏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끔.

그리고, 그레이스정이 가진 반지를 빼앗아야 한다. 그녀가 반지를 재준에게 주기라도 한다면 일이 틀어질 것이다. 그렇게 만들게 둘 수 없다.

* * * * *

“회귀 반지를 찾았습니다.”

나는 김주원에게 가서 반지를 찾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자 김주원이 눈물까지 흘려가며 좋아했다. 그는 진짜 골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반지는 어디에 있는데?”

“반지는 아직 남의 손에 있습니다. 그녀는 이제 회귀반지가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네, 다른 사람에게 넘길 타이밍이 다가온다는 것이죠.”

“내가! 내가 가서 돈을 주고 받아오겠어.”

김주원은 당장 달려갈 기세로 말했다. 나는 김주원을 애써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말했다.

“억지로 빼앗는 건 좀 그렇지 않습니까?”

“어? 돈을 주고 받아온 데도?”

“돈은, 그 여자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회귀자들은 돈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 거 아시잖아요.”

“자네는 필요했잖아.”

“저도 사실 그때 말고는 돈이 넘쳐났죠.”

“그래서 무슨 방법이 있는 건가?”

“네, 제가 반지를 받아 와서 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김주원이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기가 웃는 표정만큼이나 맑은 미소였다. 김주원이 왜 반지를 남에게 주지 못하고 저주를 받았는지 이해가 되고도 남는 표정이었다.

“그래, 고맙네. 그럼 내가 또다시 은혜를 갚는 걸로 하지.”

“반지를 받으시면 꼭 남에게 전하시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또 사라질까 무서우니까요.”

“물론이지. 내게 두 번의 실수는 없어.”

“그럼 반지를 받게 될시 연락드리죠.”

“그래, 꼭 부탁함세.”

김주원은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두 번씩이나 반지를 갖고도 또 반지를 욕심내는 그나, 두 번의 회귀를 하고도 다시 회귀를 하려는 나나, 비루하긴 마찬가지였다.

* * * * *

김설아와 데이트를 하려고 만났다. 김설아가 너무 유명인이라서 아무데나 갈 수 없기에 결국 차안에서 만나야 했다.

“밥은 먹고 다녀요? 너무 마른 것 같아.”

김설아는 마른 몸매임에도 매번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화면에 얼굴과 몸이 크게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 먹고 있어요. 걱정 말아요.”

김설아는 내게 싱긋 웃어주었다. 그녀가 웃어주면 한 달의 피로가 가실 것만 같다. 그만큼 그녀는 내게 힐링이었다.

“재준이 사업이 꽤 크더라구요.”

“미안해요. 나도 같이 가고 싶었는데.”

“어유, 무슨. 설아씨는 나 혼자서만 보고 싶거든요.”

“훗, 그렇군요.”

그렇게 우리는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차안에서 데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이게 뭐죠?”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데 김설아가 말했다. 김설아의 손에는 류사희가 놓고 간 립스틱이 쥐어져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고 놀라서 황급히 빼앗았다.

“아, 이거 류사희씨거네요.”

“근데 뭘 그렇게 놀라요?”

김설아가 뾰루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김설아는 류사희가 누구이고, 왜 내 옆에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차안에서 그녀의 물건이 발견되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니, 내 차에서 다른 여자 물품이 나오다니 으구.”

나는 류사희의 립스틱을 창밖으로 던지려고 했다. 그러자 김설아가 내 손을 잡았다. 그녀는 금방 화가 풀린 듯 했다.

“그냥 둬요. 주인에게 돌려줘야지. 그분 메이크업 아티스트잖아요.”

“괜찮아요. 걔 아직 백수라서 메이크업 할 일 별로 없거든요. 나중에 일하게 되면 천천히 주면 됩니다.”

“백수? 류사희씨가 백수라고요?”

“네, 제가 무능한 탓이죠. 오기 전에 미용실을 차렸어야 했는데.”

“그럼 당분간 나랑 작업하게 해줘요. 전에 사진 보니까 메이크업 실력이 대단하던데.”

류사희는 외국 유학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장학금까지 타냈다. 외국 학원에서는 그녀보고 천재라고 할 정도였다. 그 모습을 내 어깨너머에서 바라봤던 김설아는 그녀가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고급 인력을 놀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합리적인 생각에 이르렀다.

“그 미용실 프랜차이즈도 지금 난황인거죠?”

“네, 한 원장님을 배신하는 것이 쉽지 않네요.”

“그죠, 준수씨에게는 은인이니까.”

“그런 이야기하지 말고 우리 하던 거 하죠.”

나는 은근슬쩍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그녀는 내게 싱긋 웃어주며 눈을 감았다.

* * * * *

류사희는 쉬는 동안 김설아의 전담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되었다. 그렇게 류사희가 투입된 뒤 김설아의 메이크업이 달라졌다.

“설아씨, 대체 누가 메이크업 해준 거예요?”

김설아가 찍고 있는 영화 속 조연배우가 물었다.

김설아는 대체 누가 해주었냐는 말에, 메이크업에 잘못 되었나 싶어서 덜컥 겁이 났다.

“그건 왜 물으세요?”

“아니, 너어무 예쁘잖아요! 그런 화장은 처음 봐요!”

“어머, 그래요? 저 류사희씨라고 해외 유학파거든요.”

“어? 나 그 이름 들어본 것 같은데?”

김설아는 안 그래도 자기 얼굴이 훨씬 예쁘게 메이크업 된 것을 보고 내심 기분이 좋았었다. 거기다 김설아를 보는 사람마다 예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자 더욱 좋았다.

김설아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대한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류사희가 워낙 방송 분야에 이름이 알려진 탓도 있었다. 덕분에 암암리에 류사희를 찾는 연예인들이 늘어났다. 류사희는 메이크업 샵이 없는데도 이름을 날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김설아는 본의 아니게 류사희를 여기저기 소개해 주었고, 그녀들에게 류사희에 대한 칭찬을 직접 듣곤 했다. 김설아는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내게 연락했다.

“설아씨!”

설아씨가 먼저 만나자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때문에 나는 설레임을 감출수가 없었다. 그게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난 모양이었다.

“준수씨, 기분이 좋아 보여요.”

“당연하죠. 설아씨가 먼저 만나자고 한 게 얼마만인데.”

그러자 김설아가 얼굴을 붉히었다.

“아, 그랬던가.”

“그래, 무슨 할 말이 있다고요?”

김설아는 내가 너무 좋아하자,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아니, 그게.”

“뭔데요? 무슨 말이든 괜찮은데 해봐요.”

김설아는 내 눈을 잠시 동안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류사희씨 그대로 묻어두면 준수씨 품에 들어갈 여자가 아니에요.”

“사희씨는 그냥 동료에요. 내 품에 들어오다뇨.”

김설아는 내 말에 푸흡하고 웃었다.

“그게 아니고, 사업을 같이 할 거잖아요. 당신이 데리고 갈 사람이잖아요.”

“그죠, 그래야죠.”

“근데, 너무 잘해요. 아마 그 분야에서 탑을 찍을 거예요.”

김설아는 정확하게 보고 있다. 류사희는 정말 그 분야에서 탑을 달리게 된다. 김설아는 단 며칠 만에 그걸 파악한 것이다. 그녀가 괜히 영부인감이라는 말을 듣던 게 아니었다.

“그니까, 더 잘난 사람이 되기 전에 불러야 해요. 당신의 미용실에서 함께 하기로 이미 약속된 사이라면서요? 그니까 내 말은 미용실 프렌차이즈를 서두르라는 말이에요.”

“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한 원장에게 그만두어야 한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한 원장은 이제 내게 삼촌과도 같은 의미였다. 가족에게 헤어지자고 하는 말만큼 힘든 일인 것이다.

그러자 김설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굳이 헤어지자고 해야 하나요? 뭔가 다른 수가 있지 않을까요? 너무 좋은 분이라 원수가 되어 나가는 것은 나도 원치 않아요.”

“방법이 마땅치가 않아서 그렇죠. 생각해 볼 테니 너무 걱정 말아요.”

“잘 생각해 봐요. 의외의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김설아와 헤어지고, 한 원장과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한 원장의 마음에 들었던 일들, 그에게 샤기커트를 알려주고 매직까지 알려주었던 일들, 나를 복덩이라고 떠들어댔던 한 원장.

최근에 결혼을 하게 만들었던 일들과 그의 아들과 실랑이를 했던 일들도 떠올랐다. 그리고 얼마 전, 사건이 떠올랐다.

한 원장은 조 원장이 속이 안 좋아서 구역질을 한 것을 보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었다. 아마도 그게 입덧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한 원장은 2세를 원하고 있다!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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