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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06화 (106/200)

106화. 추풍령의 의인(1)

마침 비도 주적주적 내리는 것이, 오늘 뭔 일이 일어날 것 같다. 무슨 외고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저 이름과 비슷한 기억이 났다. 그럼 정말 오늘 그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난다는 건가? 하필이면 오늘?

그 사고는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은 상태라서 더욱 크게 났던 사건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할 것은 안전거리를 지키는 것이다. 우선 운전대를 내가 잡아야 한다.

“저기 운전대 내가 잡아야 할 것 같은데?” “네? 왜요? 피곤하시다며?”

“아니야, 내가 잡을 테니까 너랑 원장님은 안전벨트나 꽉 메고 있어.”

“엥? 괜찮은데? 그리고 안전벨트는 너무 갑갑한데?”

“그러게, 나는 임산부라 이거 너무 힘든데.”

“그래도 하고 계세요. 여기 빗길이고, 이 고개가 난코스라서 위험하잖아요. 제 말 들으세요.”

내 간곡한 표정을 본 조 원장이 투덜대며 안전벨트를 맸다. 조 원장이 노랑머리에게 안전벨트를 매라는 손짓을 하자, 그도 투덜대며 벨트를 맸다. 이제 관건은 사고를 막는 일이다. 내 기억으로는 내리막길 과속으로 사고가 났다고 하니까 지금은 아니다.

“꼭 막아야 해.” “네?”

“아니, 신경 쓰지 말고 쉬어. 둘이 잠이나 주무시던지요.”

“네, 뭐 감사해요.”

“잠이 오겠어? 하으음.”

두 사람은 금방 하품을 해대며 잠이 들었다.

강화도 때처럼 맥없이 당할 수는 없다. 이런 사고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무조건 막아야 한다.

그래야 지금까지 내 목구멍을 막아왔던 죄책감이 사라질 것 같았다.

빵빵.

앞차와 조금 간격을 늘렸을 뿐인데, 그새를 참지 못한 뒤차 운전자가 클락숀을 울렸다. 나는 못들은 척 계속해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했다. 그러자 뒤차가 내 앞으로 추월을 시도했다. 그에게 추월당하면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앞의 관광차와 최대한 벌려두어야 사고에서 안전할 수 있다.

끼이익, 끼이익.

나는 뒤차가 새치기를 하지 못하도록 열심히 막았다. 그러자 참다못한 뒤차 운전자가 차를 세워두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다른 차들이 앞으로 진행하지 못하도록 차를 길 한복판에 세워두었다.

“야, 이 새끼야! 운전 똑바로 안 해?”

빵빵.

뒤의 차들이 일제히 클락션을 울려댔다. 뒤차 운전자는 열이 잔뜩 받아서는, 내 차 문을 열기 위해 문을 부술 듯이 두드렸다.

“이 새끼야! 문 열라고!”

그러자 잠이 들었던 노랑머리와 조 원장이 눈을 떠서 쳐다보았다. 지금 같은 상황에는 노랑머리의 힘이 필요하다.

“야, 좀 해결해줄래?” “뭘? 쟤?”

“그래.”

“아우 씨. 조용히 좀 해 자식아!”

노랑머리는 귀찮다는 듯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노랑머리의 험악한 표정을 본 운전자가 갑자기 소리를 줄이며 말했다.

“아니, 잘못은 그쪽이 해놓고…….”

“그래서? 불만 있어? 차들이 너무 빽빽하게 가면 위험한 거 몰라?”

“아이고, 내가 배가 땡기는데, 그만 적당히 하자.”

조 원장이 조금 불룩 나온 배를 붙잡고 말하자, 앞차의 남자도 말을 멈추고 입을 삐죽거렸다.

그때였다.

끼이이익.

우당탕탕. 꽈과과광!

끼이이익. 꽝. 우우우웅.

앞서가던 관광버스에 5톤 화물트럭이 큰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앞쪽으로 나 있는 급 커브구간과 내리막길을 과속으로 달리다가 미끄러진 것이다.

뒤따르던 관광버스 한 대는 앞차를 피하려다가 난간으로 떨어졌다. 내가 알기로는 저 버스는 화재를 피한 덕에 무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어맛!” “으어어억.”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이제 침착해야 한다. 조금만 지체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빨리 조 원장님 모시고 이곳을 빠져나가! 어서!”

“어…… 네네.”

노랑머리는 멍하게 있다가 급히 정신을 차리고 조 원장을 데리고 나갔다.

앞차의 운전자는 놀란 나머지 입에서 침이 나올 정도였다. 자신도 저 사고 무리 중 하나가 될 뻔하였는데, 내가 막은 바람에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관광버스 뒤쪽의 연쇄추돌은 막았지만, 앞에 있는 승용차에서 곧 연료가 폭발할 것이다. 그러면 저 여리고 여린 학생들이 전부 죽을지도 모른다. 빨리 행동해야 한다.

나는 차를 내버려두고 앞으로 뛰어갔다.

“빨리 차에서 나오세요!”

앞에 승용차의 운전자는 정신을 놓고 있다가 내 말에 정신을 차리고 차에서 빠져나왔다. 피는 조금 흘렸지만, 많이 다치지는 않은 듯 했다.

나는 바로 앞의 고속버스에서 나오는 애들을 붙잡고 소리쳤다.

“이제 저 차에서 불이 날거야! 위험하니까 최대한 멀리 떨어져! 빨리.”

“저 차에 내 친구 있어요. 구하러 가야 해요!”

여고생이 절박한 표정으로 말했다. 앞차는 뒤차보다 더 심하게 부서져서 안의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빨리 뛰어가서 관광버스의 문을 열었다. 다행히 문이 열렸지만, 안의 학생들이 다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빨리 정신 차려! 곧 차가 폭발할거라고!!”

“얘들아, 정신 차리고 도망쳐야 해.”

내 말에 정신을 차린 선생님이 애들을 구하고 나섰다. 그때, 포텐샤 차량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으악! 위험해!”

“살려줘!”

다행히 버스 속 아이들이 거의 빠져나오고, 안의 몇 명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발을 굴렀다. 나는 뒤의 상황을 살피고 난 뒤, 안에 들어가려고 나섰다. 그때였다.

“뭐하는 거야? 이리 와!”

노랑머리가 강한 힘으로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의 강력한 힘 때문에 나는 억지로 현장에서 끌려 나왔다.

“정신 차려! 빨리!”

노랑머리는 있는 힘을 다 해서 나를 끌고 도망쳤다.

쿵.

꽝.

아아악!

“엎드려!”

노랑머리는 본능적으로 몸을 숙이며, 나를 바닥으로 던지듯 밀었다.

“으악!”

노랑머리의 완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굴러버렸다. 그때, 내 머리통 바로 위로 사고 현장의 파편이 날아갔다.

헉.

노랑머리가 나를 밀지 않았다면 저걸 맞고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바닥에 널브러진 채로 고속버스를 쳐다보았다. 아이들이 버스 속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절규하고 있었다. 저들의 아우성이 내 귓속을 뒤집어 놓는다. 구했어야 했는데 구하지 못한 저 어린 아이들의 절규를 견디지 못한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다리가 굉장히 쑤셔왔지만, 귀가에 맴도는 고통보다 더할 수는 없다는 생각만 계속하며 정신을 잃었다.

* * * * *

“정신이 좀 듭니까?”

눈을 뜨자마자 노랑머리가 말했다.

노랑머리는 내가 기절하자, 나를 업고서 그 긴 고개를 내려왔다고 했다. 차량 추돌로 인해서 오도가도 못 하는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다.

“아우, 진짜 미친 거 아니냐고?”

“애들은 살았어?”

“하, 나 참네.”

교통사고로 어린 생명이 5명이나 죽었다고 했다. 원래는 15명의 생명이 죽는 사고인데, 10명이 더 살아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죽은 5명의 피맺힌 절규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 어린 생명은 무슨 죄가 있어서 죽어나간 걸까.

“지금 당신 몰골을 봐. 당신도 죽을 뻔 했다고!”

“어…… 아.”

다리가 쑤셔서 보니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노랑머리가 나를 밀칠 때 부러진 것 같았다.

“부러진 건가?”

“그래, 그거 안 부러졌으면 머리통이 날아갈 뻔 한건 아시나?” “그래, 고맙다.”

“내가 진짜 형님이고 뭐고 줘 패고 싶은걸 참고 있어! 정말 너무한 거 아니냐고?”

“미안하다. 애들이 우니까 살리고 싶어서…….”

그러자, 노랑머리가 울면서 나를 끌어안았다.

“당신 죽을 뻔 했다고! 나를 두고 죽어버리면, 나보고 어쩌라고! 나 장가 보내준다며!”

노랑머리의 품에 안겨서 피식 웃었다. 그래, 이 녀석 장가 보내주려면 지금 죽어서는 안 되지. 미용 회사가 업계 1등이 되어야 장가 갈 수 있으니까.

“미안해. 조만간 장가 갈 수 있을 거야.”

“장가는 상관없으니까, 제발 몸 좀 아껴요. 이제 회사 사장님이야. 당신 아래로 있는 사람이 수백명이라고요.”

“알았다니까.”

그때, 누군가 병실을 들어왔다. 선글라스를 낀 김설아였다.

그녀를 보자 아픈 것이 싹 달아났다.

“준수씨!”

김설아가 울면서 내게 달려와 안겼다.

노랑머리는 설아에게 인사하고는 슬쩍 빠져나갔다. 누가 올까봐 망을 보기 위해서였다.

“여긴 어떻게 왔어요. 사람들 많은데.”

“사람들 많은 게 문제에요? 왜 그렇게 위험한 짓을 했어요? 나 두고 죽을 뻔했잖아요!”

김설아는 눈물을 겨우 참고 말했다. 선글라스를 벗지 않는 것을 봐서는 눈이 좀 부어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슬픈 목소리를 들으니, 앞으로 절대 죽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게 드는 순간이었다.

“미안해요. 절대 설아씨 두고 안 죽을 테니 걱정 말아요.”

“미워.”

김설아가 내 품에 안겨서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벌컥.

갑자기 노랑머리가 뛰어 들어왔다.

“지금 방송국에서 몰려오고 있데요. 빨리 가야해요.”

“앗! 네. 담에 만나요. 몸조심하고.”

노랑머리는 김설아를 끌고서 서둘러 병실을 빠져나갔다. 이대로 가는 것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취재진은 대체 왜? 김설아와 내 스캔들?

머릿속이 복잡해질 무렵, 취재진이 한꺼번에 병실로 쳐들어왔다.

“박준수씨! 맞습니까?”

“고속도로에서 죽을 위기임에도 사람들을 구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어떻게 알고 그런 행동을 한 거죠?”

“대형 사고를 막은 용기가 나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고를 미리 알고 행동한 걸로 보이는데 맞습니까?”

취재진들이 내게 질문 세례를 던졌다. 추풍령에서 있던 일 때문에 온 것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김설아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되니까.

“죄송한데 하나씩 질문해 주시죠.”

전에도 취재진들의 폭풍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있기에, 침착하게 그들을 상대 할 수 있었다.

“사고를 미리 알고 행동했다는 말이 많습니다. 제보하신 분의 블랙박스를 보면 ‘꼭 막아야 해’라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맞습니까?”

블랙박스? 그걸 대체 누가 제보한 거지? 제대로 답변하지 않으면 무당 취급을 받을 것이다. 신중하자.

“아, 그게 실은 꿈을 꾸었습니다. 그곳에서 수없이 많은 차들이 뒤엉켜서 불에 타는 꿈을요. 정말 생생했는데, 그게 실제로 이루어질 거란 공포감에서 그런 소릴 한 겁니다.”

“와, 마치 영화 데스티네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네요.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 거군요.”

영화 데스티네이션은 꿈에서 사고가 나는 장면을 본 뒤, 그걸 막으려고 고군분투를 하지만, 결국 죽게 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영화이고, 현실에서는 사람이 죽었습니다. 흥밋거리로 여기시면 곤란하죠.”

내 진중한 말에 다들 잠시 당황하였지만, 금세 잊어버리고 다른 질문이 이어졌다.

“그런 용기는 대체 어디에서 나온 건가요?”

“미안해서 그랬습니다. 과거, 제가 살리지 못한 한 여인에 대한 미안함에…….”

그 말이 나오는데,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진심이니까.

기자들은 앞 다투어 사진을 찍어댔다. 내 눈물을 담아내려고 말이다.

그 시각, 병원에 들어오는 자가 있었다. 바로 가 기자였다. 가 기자는 나와 친분이 있으니 단독으로 인터뷰를 하려고 여유롭게 오던 중이었다.

그때, 김설아를 태운 차량이 병원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가 기자는 김설아의 차량 번호를 외우고 있어서 그녀를 쉽게 알아보았다.

“어라? 이건 뭐지?”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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