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미용재벌-110화 (110/200)

110화. 인수합병(1)

재준의 부모님 회사는 그때 당시에는 큰 회사가 아니었다. 빅 100위 밖의 회사였기 때문에 망하게 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한순간에 회사가 망하는 것을 보며, 자꾸 불안했던 이유는, 내가 가진 힘이라는 것이, 이런 사람에게는 한 조각의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돈의 가치를 넘어서는 힘이 필요하다. 그건 나 혼자서는 무리다.

그리고 이 차장이라는 사람이 변한 것이 두려웠다. 그를 변하게 한 것은 순전히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회귀의 반지를 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같이 변하지 않았을 텐데, 앞으로 이 남자가 벌일 일은 모두 내 탓만 같았다. 그런 두려움, 그런 죄책감이 자꾸만 들어서, 그래서 불안한 것이었다.

그리고, 후에 알게 된다. 재준은 내게 껌이라는 것을, 재준을 넘어서는 빌런이 뒤에 남아 있다는 것을 말이다.

* * * * *

나의 미용실 사업은 예상보다 훨씬 잘 되었다. 전국에 분점이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수준급의 미용사들이 분점에 동참했다.

회사에서 만든 투페이스는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김다이어트도 순항 중이었고, 매직약과 여타 다른 제품들도 잘 팔렸다. 그야말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박준수씨? 아니, 박 사장님이라고 해야 하나?”

“누구시죠?”

“나에요. 프레드릭.”

“아!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긴히 할 말이 있어서 연락했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구요?”

그가 갑자기 전화를 한 것은, 내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터였다. 이제 그의 회사도 내게 경쟁자가 되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바로 근처의 카페에서 만났다.

냉커피를 후루룩 급히 마신 프레드릭이 입을 열었다. 목이 탈만한 이야기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우리 거래를 그만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쪽에서 차린 회사가 너무 많이 컸어요. 경쟁자가 될 판인데, 협력은 불가능하죠.”

“아…….”

예상했던 바다.

“너무 일방적으로 그러시면 곤란합니다. 전국에 저희 지점이 갖게 된 영향력을 생각해 주십시오.”

“그것도 참 괘씸하더군요. 당신 전국 지점은 우리 회사가 거래하는 곳과 일치합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시겠어요?”

프레드릭은 벌써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왔다. 어설픈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원래부터 그렇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당신의 회사가 그걸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 엘리트 단체를 미리 만들어서 관리했을 거란 이야기죠. 미래를 위해서 말입니다.”

“흠, 역시 그랬군요. 그때 당시에는 뭐 그런 보잘것없는 조건을 내건 건가?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그 단체를 수시로 이용하시는 걸 보면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죠. 당신은 아주 먼 미래까지 계산한 것이었어요.”

“네, 제가 계획한 것은 지금이 시작입니다. 저랑 적이 되는 것은 그쪽도 손해를 보는 일일 겁니다.”

나는 미용계의 동향을 향후 20년까지 전부 꿰뚫어보고 있다. 저들이 나와 적이 된다면, 기꺼이 밟고 일어설 것이다. 원하는 바가 아니지만 말이다.

“당신의 과거 행적과 현재 이룬 것을 보니 적이 되고 싶지 않네요. 하지만 당신과 거래를 끊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입니다. 윗선에서 결정이 난 사안이라, 내가 막을 수 없어요.”

지금 우리 미용실에서 로레# 염색약이 차지하는 부분은 엄청나다. 당장 저들의 제품을 뺀다면 혼란이 클 것이다. 하지만 프레드릭의 말대로, 거래를 끊는 것을 막을 길은 없어 보였다. 막을 수 없다면 조금 늦출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상황이 조금 나아질 수 있다.

“근데, 당장 거래를 끊으면 당신네 회사의 손해도 막심할 텐데요? 그걸 염두에 두지 않은 겁니까?”

“그걸 감수하고도 끊고 싶은 거죠. 때로는 손해도 감수해야 하는 게 사업이거든요.”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대신 그 기간을 1년 뒤로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그쪽 회사와 우리 다 손해 보지 않는 방법 같은데 어떠세요?”

프레데릭은 내 말에 조금 동요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 내부의 결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확답을 주지 못했다.

“좋은 생각이긴 한데, 그걸 수용하는 것은 내 권한이 아닙니다. 의견을 피력한 뒤에 답변을 드려도 되겠는지요?”

“네, 대신 이쪽에서 개발한 투페이스를 생산할 권한을 드리겠습니다. 그건 아마 꽤 괜찮은 제안일 겁니다.”

투페이스는 현재 미용계에서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되어 있었다. 그걸 생산할 권리는 꽤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사실 그쪽 회사에서도 비슷한 제품을 생산 계획하고 있었는데, 내가 한 발짝 빨랐다. 저들은 닭 쫓던 개가 된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내 제안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 제품을 독점 생산하는 것이 더 좋은 방도일 텐데요?”

“그렇긴 하지만, 저희는 보급이 우선이고, 그쪽은 고급화가 우선이라서 소비자가 다릅니다. 거기다 그쪽 회사에서 생산하면서 사용권에 대한 제약을 강력하게 잡아둔다면, 우리 쪽에서도 유리할 테고요.”

실제로 투페이스를 생산하려는 회사는 많았다. 워낙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이라서 여기저기서 덤비는 중이었다. 그걸 로레*과 우리가 독점으로 생산하게 되면, 그 공신력 때문에 함부로 가짜 상품을 만들지 못 할 것이다. 내 쪽에서는 그런 메리트를 얻게 된다.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 쪽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겠네요. 장담은 못하겠지만 말이죠.”

프레데릭은 아까보다 한결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냉정하게 나를 내치려고 왔지만, 좋은 아이템을 얻어가니 밝아질 수밖에.

그렇게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프레데릭을 다시 만났다. 그는 내 제안을 받아드리겠다고 했고, 우리의 염색약 계약은 1년간 유예할 수 있었다.

* * * * *

“1년간만 계약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한 원장과 조 원장, 김 실장과 내가 한 자리에 모여서 이야기 하였다. 미용실의 운명이 달린 일이라, 다들 관심이 대단했다.

“고생했다.”

“큰일이네.”

“1년 뒤가 문제네요.”

1년 뒤에, 로레*을 능가하는 염색약을 구해야 한다. 지금 시점으로는 그런 약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로레*는 염색약 부분 1등이다. 대체 불가능한 제품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와 비슷하지만 질이 조금 떨어지는 제품은 있다. 그 대표적인 제품이 악세뉴아였다. 악세뉴아는 이탈리아 제품으로 로레*보다 한 수 아래의 제품이다.

“아,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

“무슨?”

“뭔 수가 있나? 뭔데?”

악세뉴아는 조만간 이탈리아 지점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독자적인 회사가 될 것이다. 그 회사를 내 회사와 합병시키면 모든 문제가 사라진다. 그러면 염색약의 자체적인 생산이 가능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코스닥에 상장해야겠어요.”

“코스닥? 그게 뭐고?”

“기업화 한다는 말이야. 회사를 키운다는 뜻이라고. 증권시장에 띄운다고.”

“엥? 그라믄 니 회사가 그 증권시장에 나온다는 야그가?”

“네. 회사 규모를 키우고 나서 다시 이야기 하죠.”

“너무 오버는 하지 말그래이. 가랑이 찢어진다.”

“네, 그럴게요.”

나는 당장 회사 임원들을 소집했다.

* * * * *

“좋은 생각이에요. 조건은 이미 충족했으니 실현만 하면 되겠네요.”

이은미는 안 그래도 그걸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국에 미용실 직원 수만 합쳐도 500명은 너끈히 넘고, 회사 내의 직원 수도 상당하다. 자본과 주주, 매출액과 시가총액까지 모두 조건 이상으로 달성한 상태였다.

“오호, 그럼 우리 어성초 액은 그 이후에 출시하면 되겠스무니다.”

“출시되자마자 대박 날 거야.”

두 대머리 이사는 신이 나서 말했다. 둘 다, 미세하게 조금씩 머리가 많아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의 모습은 계속해서 사진으로 담아내는 중이다. 나중에 자기들이 모델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채 열심히 사진을 찍는 중이었다.

“그럼 최대한 빨리 상장 추진하여 주세요.”

“네, 근데 이유가 뭡니까? 박 쌤은 늘 이유가 있잖습니까?”

노랑머리가 물었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물어 본 것이지만, 꼭 물어봐 줬으면 하는 질문이었다.

“인수합병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수합병?”

다들 놀란 표정이었다.

“오호, 기업인으로서 첫 행보네요.”

“준수상은 늘 계획이 있으무니다.”

모두 내 생각에 동요하는 분위기였다. 동요는 하되, 반대는 없는 그런 분위기.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로레*에서 우리와 거래를 끊겠다는 통보를 해왔습니다. 제가 우리 제품인 투페이스의 공동 출하를 제안하면서 1년 유예를 약속 받았구요.”

로레* 측에서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프레데릭의 공이 컸다.

“그건 너무 파격적인 제안이에요. 투페이스는 메가 히트 제품인데요.”

투페이스는 우리 회사의 이름을 전국적으로 각인시키는 역할을 똑똑히 해냈다.

“그쪽에서 우리 투페이스를 사업화하면서, 투페이스 독자 생산을 좀 더 확실하게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짝퉁이 만들어지는 걸 미리 예방한 셈이지요.”

저들은 무슨 제품이든 짝퉁 제품을 바로 만들어내는 대단한 사람들이다.

“맞아요. 제가 알아 본 바로는 벌써 모방 제품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것을 법적으로 구속하는 역할을 우리 대신 해줄 겁니다. 그쪽에서요. 우리로서는 손 안대고 코푸는 격입니다.”

조 이사가 나서서 말했다. 그는 요새 머리도 나고 가발도 제법 잘 어울려서 얼굴이 폈다. 진짜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지만,

“그렇습니다. 우리 측의 손해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딱히 반대할 필욘 없지.”

“맞스무니다. 어쩌면 더 잘 한 일이무니다.”

이 양반들, 참 고맙다. 내게 이토록 깊은 신뢰를 갖고 있어주다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럼, 다들 동의하신 걸로 알고 상장부터 추진하겠습니다.”

“그건 내 전문이니까, 굳이 직접 나서지 말고 맡기시고.”

조 이사가 팔을 걷어붙였다.

그렇게 코스닥 상장 건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 * * * *

그렇게 코스닥 상장 건이 마무리되고, 내가 대주주, 이은미가 두 번째 주주가 되었다. 크게 잘못될 일도, 어려운 일도 없이 지나갔다.

“이제 악세뉴아 측의 사람들도 만나봐야 하지 않겠어요?”

이은미는 항상 내 생각을 알고 말하는 것 같다.

“얼마 전부터 계속 이야기를 하는 중입니다. 며칠 안으로 만나게 될 겁니다.”

“그런 괜찮은 회사라면 다른 곳에서도 접근하지 않을까요? 조금은 경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맞스무니다. 악세뉴아를 인수하는 곳은 염색약을 만드는 기술을 얻게 되는 거시무니다. 사실상 회사의 축을 거저 가져오는 거시무니다.”

“그걸 계획한 사람이 우리 박준수 쌤 형님이구요.”

“점점 대단한 회사가 되어가는 것 같네요.”

“업계 1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아 보여요.”

이은미와 노랑머리가 서로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두 사람의 결혼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순조롭게 인수합병을 하려던 우리 계획은 뜻밖의 복병을 만나게 된다.

악세뉴아 대표를 만나러 간 입구에서 우리는 모두 놀라게 된다.

“저것들도 악세뉴아 대표를 만나러 온 거야?”

“설마?”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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