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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12화 (112/200)

112화. 순정마초 노랑머리

“안녕하세요. 우리 구면인가요?”

승철은 홀린 표정으로 은미를 보며 말했다. 승철은 그녀를 본적이 없는데도, 언젠가 봤을 거란 생각을 하였다. 아마도 그녀가 승철의 진짜 아내라서 그런 것 같았다.

나만 알고 있는 저 두 사람의 사이. 아마도 승철은 운명 같은 것은 느낌으로 깨달은 것인가?

하지만 은미는 달랐다. 현재 사랑을 하고 있는 상태이기에, 승철이 눈에 들어오지 않은 까닭이었다.

“전혀요? 길에서도 마주치지 못했을 걸요?”

노랑머리는 그제야 은미를 바라보는 승철의 표정을 보고 발끈했다.

“우리 결혼할 겁니다. 그치, 자기?”

노랑머리는 승철을 보란 듯이 은미를 껴안고 손을 만졌다. 은미는 자연스럽게 노랑머리의 손에 손깍지를 꼈다. 두 사람의 모습은 누가 봐도 연인의 모습이었다.

그걸 본 승철은 피식 웃고는 한숨을 쉬었다. 아쉬움이 섞인 한숨이었다.

“자, 얼른 가봐야지. 이사도 해야 하잖아?”

“어… 그래 알았어.”

승철은 여전히 아쉬운 표정으로 은미를 흘끔거렸다. 하지만 은미는 승철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우리 셋이서 막 나가려고 하는데, 은미가 쫓아 나왔다.

승철은 은미가 오는 것을 보고 좋은 듯 웃었다. 그걸 본 노랑머리가 인상을 구겼다.

“대구 가는 거면 나도 같이 좀 가자.”

“어? 아 그게…….”

노랑머리가 승철과 은미를 번갈아보며 인상을 썼다. 이렇게 넷이서 같이 차를 타고 간다면 앞으로 벌어질 일이 눈에 선하다.

“은미 씨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게 어떨까요?” “아, 은미구나.”

승철이 중얼거리자 노랑머리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 모습을 보자 더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미 씨까지 가면 불편할거예요. 남자들끼리 할 이야기도 있고.”

내 말에 이은미가 발끈하며 말했다. 원래, ‘남자들끼리’ 이런 말을 하면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실수한 것이다.

“남자들끼리 뭐? 가서 뭔 짓을 하려고? 같이 가는 게 뭐 어때서 그래요? 다른 거 하려고 그래? 내가 김설…….”

이은미가 말을 더 하려하자, 노랑머리가 얼른 달려가 은미의 입을 막았다. 아마도 김설아에게 이른다는 소리겠지 싶었다.

“아우, 같이 가요 가! 뭔 짓을 해? 나는 은미 씨밖에 없다니까?”

“그럼 좀만 기다려 자기. 금방 올게.”

은미는 언제 화를 냈냐는 듯 환하게 웃고는 뛰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승철이 혼자 피식 웃었다. 그걸 본 노랑머리가 또다시 주먹을 쥐었다. 나는 조용히 가서 노랑머리의 손을 잡았다.

“니가 승자니까 흥분할 필요 없어. 너 흥분하면 실수 더 하잖아.”

내 말에 노랑머리가 주먹을 펴고 애써 웃었다.

“네, 빨리 업계 1위가 되어야죠. 그래야 저런 놈이 안 꼬이지.”

노랑머리가 승철을 보며 말했다. 승철은 노랑머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것 같았다.

* * * * *

“이게 얼마만인지 몰라. 왠지 신난다.”

은미는 평소보다 더 들뜬 표정으로 차에 올랐다. 옷도 꼭 나들이 가는 차림을 하고서 모자까지 눌러쓴 것이, 정말 놀러가는 사람 같았다.

“미안해, 요새 좀 바빴어야지.”

은미와 노랑머리는 회사 일 때문에 엄청 바쁘게 살았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때, 승철이 올라탔다. 그는 은미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노랑머리에게는 슬쩍 목례만 했을 뿐이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더 예쁘시네요.”

“어머, 고마워요.”

은미는 전과는 달리 상냥하게 말했다. 오늘 기분이 좋은 탓이다.

“원래 이뻤거든요.”

노랑머리가 퉁명스럽게 말하자, 은미가 피식 웃었다.

승철은 둘이 그러는 것을 보고 진작에 마음을 접었더랬다. 하지만, 운명의 상대에게 가는 마음을 막는 것도 어려울 테지.

그때, 내가 차에 탔다. 이번에는 왠지 내가 세 사람 사이에 끼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죠. 그쪽 원장님들 다 같이 모이기로 했으니까, 가서 같이 식사도 하고 구경도 좀 하자구요.” “오, 정말 나들이네.”

“출발!”

부르으응.

한참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이었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승철은 갑자기 무릎을 탁 쳤다.

노랑머리가 백미러를 통해 그를 보고, 나도 잠에서 깨어 그를 쳐다보았다.

“근데 그쪽은 엄청 출세하신 거네요.”

“저요?”

승철의 뜬금없는 말에 노랑머리가 한쪽 눈을 치켜세웠다.

나도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잠이 싹 달아났다. 은미만 열심히 잠을 자고 있었다.

“네, 제가 유 사장이랑 친했던 건 알고 있죠?”

유 사장이란 말을 들은 노랑머리가 인상을 구겼다. 저절로 구겨지는 것이다.

나 또한 달갑지 않은 소리에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래서요? 그게 내 출세랑 무슨 상관입니까?”

승철은 침을 삼켰다. 긴장한 탓이었다.

과거 유 사장이 노랑머리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가 전과자이고 포악하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봐서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그 이야기를 잊고 있었는데, 잠시 과거 기억을 더듬어보다가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이은미라는 여자가 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어쩌면, 저들의 닭살스러운 행각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이른 뒤에 한 말이었다. 지극히 계산적이다.

“전과자라고 들었는데요? 절도범이라고.”

이은미가 눈을 뜨는 것을 확인한 승철은, 에라이 저질러보자! 하는 생각으로 말해버렸다.

끼이익.

노랑머리가 갑자기 차를 세웠다. 고속도로 갓길에 차가 멈췄다. 조금만 더 갔다면 난간에 박혔을 정도였다. 그만큼 노랑머리의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갔다는 소리다.

“이 새끼가 당장 나와!”

노랑머리가 순식간에 내려서 승철의 멱살을 잡아 끌어냈다. 내가 말릴 틈도 없었다.

승철은 내리면서도 은미 쪽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은미도 따라 내려서는 승철에게 빠르게 다가왔다. 손바닥을 들어 올리면서 말이다.

승철은 은미의 손바닥이 노랑머리를 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노랑머리에게 멱살을 잡혔음에도 내심 미소를 지었다. 노랑머리에게 배신감을 느꼈을 테니 당장 따귀를 갈길 자세였다.

철썩.

“개자식아!”

은미의 손바닥은 노랑머리가 아닌 승철을 향했다.

승철은 은미가 자신을 때리자 놀란 듯 멍하게 맞고만 있었다.

“이 새끼 죽여버릴거야!”

은미가 승철을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하자, 오히려 노랑머리가 말리고 나섰다. 나는 말리려고 따라갔다가 굳이 끼어들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하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은미 씨 그만 해. 나도 좀 때리자.” “내가 먼저 때리고 자기가 때려.”

둘이 그런 대화를 하자, 승철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이은미의 주먹도 꽤 센데, 노랑머리에게 맞으면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대로 기절해서 이 상황을 모면할까? 하는 생각이 스칠 무렵 내가 나섰다.

“그만 둬. 우리는 같이 사업을 하는 사이잖아. 이러면 곤란해.”

나는 강하고 큰 소리로 세 사람에게 말했다. 내 말을 들은 세 사람이 전부 멈춰 섰다.

“그래도 이 자식은 좀 맞아야 하잖아요.”

그래, 그가 잘못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가 그런 이유를 나는 안다. 한편으로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너도 사과해. 사람 약점 가지고 그러는 거 아니야. 니가 언제부터 그렇게 치사한 놈이었냐?”

승철은 착한 녀석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치사한 놈도 아니었다.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면서 조금 변한 것 같았다. 하긴 나도 결혼 전보다 이혼을 하고서 많이도 변했었다. 처지가 바뀌고, 사랑하는 사람이 배신하고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었다. 그도 아마 그런 심적 변화를 느꼈을 거다.

“미안하다. 미안해요. 난 그냥…….”

사실 승철은, 이은미라는 여자가 혹시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한 말이었다. 하지만 꼬라지를 보아하니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둘은 진짜 사랑이다. 더 이상 승철이 끼어들 공간이 없어 보였다.

“됐어. 그만둬도 돼.”

노랑머리가 분노를 거두고 침착하게 말했다. 은미는 아직까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뭘 그만 둬? 억울하지도 않아?”

“그냥 자기가 너무 매력적이라 그런 거라고 생각하니 괜찮아. 갑자기 이해가 된다.”

“오모나 자기.”

“아이고, 또 시작이네.”

아, 저들이 저러는 걸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닌데, 볼수록 적응이 안 된다. 시간이 갈수록 팔에 닭살만 늘어갈 뿐이다.

그걸 처음 본 승철이만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금 깨닫는다. 이 커플은 헤어지지 않겠구나……

“제가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순간 잘못된 판단을 하였네요.”

승철이 고개를 푹 숙이고 진심어린 사과를 하였다. 그러자 이은미도 화가 풀렸는지 노랑머리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래요. 흥! 한 번만 용서할겁니다. 대신 우리 미용실에서 최선을 다해주세요. 절대 그만두거나 게으름피우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말이죠.”

“그래, 그건 너 자신을 위한 약속이기도 해.”

“알았습니다. 절대 그만두지 않겠습니다.”

이 약속은 그를 선정과 다시 만나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그렇게 승철은 대구 시내의 미용실에서 일하게 된다. 나는 그에게 다시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선정과 가정을 이룰 기회를 말이다.

승철을 미용실에 꽉 박아두었으니, 이번에는 선정의 차례였다. 나는 바로 선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저번에 나한테 구해달라던 일자리 말이야. 대구도 괜찮겠어?”

“그럼, 나야 좋지.”

“그럼 내가 너 살 집도 마련해둘게.”

“정말? 고마워서 어쩌지?”

“대신 그 집에서 절대 이사 가면 안 되고, 미용실을 그만두는 일도 없어야 할 거야. 꼭 약속해줄 수 있지?”

“그럼, 누구 부탁인데. 각서라도 써?”

“그래, 각서를 쓰자.”

나는 그길로 선정을 만나서 각서를 받아냈다. 그만두면 위약금을 물어주는 걸로 말이다. 그걸 가지고 공증도 받아냈다. 선정은 내가 그렇게까지 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지만,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나중에 미용실에서 승철을 보고 내가 왜 그랬는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게다가 사는 집 바로 옆에 승철이 살고 있었다. 나는 억지로 둘을 붙여놓는 것이 조금 미안해서 집을 아주 세련되게 만들어 주었다. 나중에는 그 곳에서 둘이 같이 살게 되었다.

그게 내가 두 사람의 운명을 바꾸어놓은 죄를 갚는 길이었기에, 돈은 아깝지 않았다.

* * * * *

그렇게 전국에 깔린 미용실의 모든 직원까지 세팅을 마쳤다. 덕분에 실력이 평균 이상인 직원들이 튼튼하게 미용실을 이끌어주었다. 각 지점들은 오픈하자마자 매장에 손님들로 꽉 찼다. 대박이 난 것이다. 내가 뉴스에 나온 덕도 있었고, 제품이 튼실한 덕도 있었다. 이제 다음 제품인 어성초 샴푸만 내놓으면, 업계 1위를 탈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제품 출시를 얼마 앞둔 시점, 모두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게 된 날이었다.

“이제 한시름 놨네요.”

“이제 저의 머리도 파마를 할 수 있지 않스무니까? 준수상! 전처럼 파마를 하고 싶스무니다.”

“나 정도는 되어야 파마를 하지.”

그때였다.

벌컥. 꽝.

이은미가 문을 부술 듯이 열고 들어왔다.

“큰일 났어요!!”

“왜? 왜요?”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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