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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14화 (114/200)

114화. 한방샴푸를 만들다(2)

“내 여자입니다 내 여자! 아무리 예뻐도 사장님에게 양보할 수 없습니다!”

조 이사가 다짜고짜 말했다.

양보라니? 뭘?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네?”

“오빠? 그게 무슨?”

“저와 결혼할 여자라는 말이에요. 난 절대! 저 여자 놓치지 못합니다.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샴푸 모델도 못합니다!”

“저기 이사님?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요?”

“어흑흑, 오빠.”

갑자기 꽃집여자가 울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조 이사와 내가 당황하며 그 여자를 붙잡았다.

“왜 그래요? 우리 단아 씨. 울지 마요.”

조 이사는 평소 목소리보다 훨씬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꽃집 여자를 불렀다. 상상도 못할 목소리였다.

“저, 무례했다면 용서하세요. 저는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고요.”

“결혼할 여자라고…… 흑흑 그래서요.”

“오 내 사랑. 그걸 원치 않으면 나는 평생 결혼하지 않을 거니 울지 말아요.”

조 이사의 멘트에 손발이 다 오그라들었다.

“그게 아니고, 우리 나이 차이가 많아서 결혼을 망설이시는 것 같아서 고민했거든요.”

“오, 달링. 나는 그대가 나를 싫어할까봐 말하지 못한 거예요.”

조 이사의 멘트에 심장까지 오그라들 지경이다.

나는 지금 둘 다 흥분했을 때, 확답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극히 이성적이니까.

“저기 두 분이 결혼하는 거는 이제 기정사실이 된 거네요?”

그러자 둘 다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다. 조 이사는 너무 흔들어서 가발이 들썩들썩했다.

저 정도로 티가 나는데, 어느 누가 모른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럼, 단아씨?”

“네?”

“조 이사님 머리가 가발인 것을 알고계신 거죠?”

“사장님!!”

조 이사가 성난 사자처럼 내게 달려와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자, 단아 씨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단아 씨?”

조 이사가 갑자기 눈물을 터트리더니, 단아 씨에게 달려가 끌어안았다.

“정말, 알아요?”

“네, 그걸 어떻게 몰라요?”

“어흑흑, 고마워요. 그런데도 날 받아줘서 너무 고마워요.”

“그니까 다 가리려고 하지 말아요. 그냥 벗고 있어요, 가발.”

“네, 알겠어요.”

이때, 확실한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판단이 든 나는, 그들이 껴안고 있든 말든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말했다.

“그럼, 탈모샴푸 모델 하시는 겁니다, 이사님?”

조 이사는 나를 슬쩍 밀치고, 다시 단아 씨를 품에 꼭 안고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이제 모든 준비가 깔끔하게 되었다!

* * * * *

두 대머리 이사는 생각보다 화면발이 잘 받았다. 게다가 모발이 있고 없고에 따른 분위기가 극도로 달라서 샴푸의 성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게 만들었다. 탈모 샴푸에 가장 적절한 모델이 되어준 두 사람 덕분에 우리들의 자신감마저 올라갈 정도였다.

그 무렵, 재준의 회사에서 나온 탈모샴푸도 꽤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연구를 서두른 덕분에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지 않았고, 연구 성과를 입증할만한 자료도 충분하지 않았다. 거기다 어성초라는 약초가 고급스러운 약초가 아니기 때문에 그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저들이 내놓은 샴푸의 효능은 조금 있다. 어성초가 정말 탈모에 좋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퍼져나갈 만한 핵심적인 성분을 내세울 수 없다. 우리가 다 막아두었기 때문이다.

저들은 결국 샴푸의 특징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그냥 탈모 하나만 잡고 제품을 홍보했다. 개성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제품이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 제품 덕분에 탈모 샴푸에 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확대 되었다.

그 무렵, 우리 회사에서 탈모용 한방 샴푸가 나왔다. 우리 두 이사님의 희생 덕분에 효과를 제대로 입증할 수 있었다. 게다가 두 이사님의 케미가 좋아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덕분에 회사의 이사도 사용할 정도로 좋은 제품이라는 이미지까지 갖게 되었다.

한방샴푸는 그렇게 나오자마자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 앞서 재준의 회사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기에, 국민들의 관심이 탈모샴푸로 이동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탈모샴푸 끝판왕이 나온 것이다. 이 성공은 재준과 나의 합작품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탈모샴푸 하나로 업계 1위를 턱밑까지 쫓아갔다. 이제 제대로 된 한방만 나오면 우리 노랑머리는 장가를 갈 수 있다!

* * * * *

그 무렵, 드라마 가을여행의 대히트로 이 사장의 기분이 한껏 올라갔다. 이제 내 말이라면 똥으로 된장국을 끓여줘도 먹을 지경이었다. 내가 회사 때문에 많이 바쁜 관계로 만나지 못하는 것이 불만일 정도였다.

“야, 너 너무 바쁜 거 아니니?”

“에휴, 그러니까요. 정말 힘드네요.”

“성예진이는 정말 괜찮은 아이더라고. 연기도 잘해서 드라마에 곧 캐스팅 될 것 같아.”

“네, 잘될 겁니다. 그 드라마요.”

“그렇지? 괜찮더라고. 나름 신선해.”

그 드라마는 (맛있는 결혼)으로 메가 히트는 아니지만 많은 사랑을 받는 드라마다. 그 드라마 주인공인 소희진, 권상모, 성예진, 지성준까지 모두 탑스타가 된다.

“근데, 너도 알다시피 우리 회사에 남자 스타가 별로 없잖아. 남자 배우를 좀 알아봤으면 좋겠는데…….”

안 그래도 이 사장이, 전부터 계속해서 남자 스타에 관하여 언질을 했었지만, 내가 바쁜 관계로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런데 가만? 멀리 갈 필요 없이 권상모와 지성준을 데리고 오면 되는 게 아닌가?

“그 드라마 남자 스타들을 포섭하시는 건 어떠세요?”

“거기 남자애들 다 신인급인데? 소희진이가 가장 인기 있을 정도야.”

“둘 다 대성할겁니다. 둘 중 하나만 데리고 와도 성공일걸요?”

둘이 같은 작품에서 만났다는 것 자체가 레전드급이다.

“정말 그럴까?”

“네, 그럴 거예요. 둘 다 잘생겼잖아요.”

잘생긴 건 둘째고, 탑스타가 되니까. 꼭 데리고 와야 한다.

“뭐 권상모는 나름 잘 생겼는데, 지성준은 그닥?”

“제가 두 사람 사주를 본적이 있어요. 우리 예쁜 성예진 씨 상대라서요.”

내가 점쟁이 노릇을 할 수는 없으니, 가끔씩 미지의 점쟁이를 만났다고 하면 믿는다. 다만 그게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말하곤 했다.

“오호, 그랬어? 고맙네.”

“권상모는 구설수가 많은 사람이래요. 대신 대단한 스타가 되어 외국에서도 인기를 끈다네요.”

권상모는 한류를 타고 일본과 아시아의 프린스가 된다. 구설수에도 많이 오르는 인물이다. 덕분에 미녀 아내를 만났지만.

“오호, 정말이야? 대단한데?”

“지성준은 연기력으로 당해낼 사람이 없는 존재가 될 거래요. 반드시 성공하는 사람이랍니다.”

지성준의 잘생김은 덤이다. 그는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될 것이다.

“오, 그럼 정말 둘 다 데리고 와야겠네.”

“네,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니 그 점쟁이 좀 나한테 소개해주면 안되겠니? 내가 많이 그립다 그분이.”

“그분은 자기가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요. 저도 겨우 만나는걸요.”

“에휴, 암튼 나중에라도 꼭 만나게 해줘.”

“네, 알겠습니다.”

“걔들 데리고 오는 건, 니가 못하지?”

“네, 제가 그러고 싶은데 좀 바빠서요. 죄송해요.”

“아니야. 우리 애들 많은데 뭐.”

“네, 감사합니다.”

“가기 전에 들어 온 곡이나 좀 듣고 가. 뭐가 히트할지 도통 모르겠어.”

“네, 그럴게요.”

이 사장은 그 이후 두 사람을 만나 영입을 시도했다. 권상모는 다음 트레이드 시기에 고려해보겠다고 답변을 주었고, 지성준은 바로 오겠다고 화답하였다. 덕분에 이사장의 회사에 또 다른 대형 배우가 영입되었다.

* * * * *

“오빠! 나 합격했어! 사법고시 합격!”

“뭐? 진짜?”

준희가 사법고시 합격 소식을 알려왔다. 준희는 20살이다. 역대 합격자 중 최연소라는 이야기다. 최초의 타이틀을 걸면 여러 가지로 이점이 많다. 사법고시 역사상 최연소이기 때문에 주목도도 대단할 것이다.

“당장 이 차장님 만나야겠네.”

“어, 나도 같이 가.”

그렇게 준희와 나, 이 차장이 만났다.

장소는 고급 한식집, 한 끼에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곳이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꿈만 같아요.”

“너도 고생했지. 니 머리가 좋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어.”

“정말 감사해요. 우리 준희가 꿈을 이루다니…….”

회귀하기 전, 아버지에게 맞아서 도망치다 다리를 절게 된 준희가, 대학은커녕 고등학교도 겨우 졸업하고 공장에서 그 고생을 하던 준희가, 사법고시에 합격하였다. 늘 아픈 손가락이었던 준희가, 이제 자랑스러운 손가락이 되었다.

“오빠!”

“고생했다 준희야. 흑흑.”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준희의 인생이 180도 바뀐 것에 대한 기쁨과, 회귀 전엔 해주지 못한 것을 해준 것에 대한 뿌듯함으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왜 울고 난리야!”

준희도 따라 울다가 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자리에는 이 차장과 나만 남았다.

“쟤한테 진 빚을 이제야 갚네요.”

“회귀 전에 말씀이죠?”

“네, 내가 좀만 돌봤으면 당하지 않을 일이었죠.”

“그렇군요. 그게 다 착하게 살아서 얻은 겁니다.”

“아유, 운이 좋았죠.”

“하긴 착하지 않은 인간도 회귀해서 잘 살더이다.”

“그레이스 말씀이세요?”

“네, 그 여자 내게 사람을 붙였습니다. 지독한 여자에요. 다행인건 내게 반지가 없다는 사실이죠.”

“그럼 김?”

하는데 이 차장이 내 입을 막았다.

“쉿, 지금도 근처에 있어요.”

이 차장의 말을 증명하듯, 근방에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조금 놀랐지만, 이 차장은 태연했다.

“늘 내게 반지가 없다는 말을 떠들고 다녀요. 내 손엔 결혼반지도 없다, 라고요”

“휴, 그렇군요.”

“아, 그리고 내가 개인과외를 해준 건 비밀입니다.”

이 차장은 현직 검찰 차장이라서, 과외를 해주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사실 누가 그런 의심을 하겠는가? 그는 남 부러울 게 없는 상태인데.

“네, 당연한 거죠.”

“뭐 우리 사이에 금전이 오간 적이 없으니, 나는 떳떳하고요.”

“네, 그렇죠.”

“아무튼 우리 박준희 양은 내가 무조건 키워줍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드르륵.

준희가 들어왔다. 많이 울었는지 눈가가 벌게진 모습이었다.

“그럼 나는 박준희 아니고 이준희 할래요!”

“으하하, 그래 내 딸 해라!”

준희와 이 차장은 무척이나 친해 보였다. 다행스럽게도.

그때, 이 차장의 전화가 울렸다.

부우웅.

“여보세요, 네 누구요? 천명진? 네?”

이 차장이 전화기를 들고 벌떡 일어났다. 엄청 놀란 얼굴이었다.

천명진? 설마 당대표 천명진?

“잠시만요. 조용한데로 가서 받겠습니다!”

이 차장이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는 눈짓을 하고 룸을 나갔다. 저 태연한 이 차장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분명 당대표 천명진이 전화한 것이다. 이 차장에게 정치인이 연락했다는 것은 그에게 정치 입문의 길이 열렸다는 소리다. 그것도 그냥 의원이 아닌 당대표다! 오재훈을 정치계로 입문시킨 그 당대표…… 어? 그럼 오재훈은? 오재훈에게도 연락한 것이겠지? 설마? 오재훈의 기회를 이 차장이 가져간 건가?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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