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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20화 (120/200)

120화. 모든 것이 없던 일로(2)

“죽어 새끼야!”

“뭐야?”

재준이 이 차장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김주원과 함께 바로 뒤차에 대기하고 있었다. 재준이 이 차장을 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정말 달려들 줄은 몰랐다.

재준의 칼은 이 차장의 목숨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날카롭고 잔인했다. 짧은 순간에 사람 목숨 하나가 사라졌다.

그레이스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이 차장에게 달려갔다. 이 차장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빼앗아야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다. 그녀의 눈에서 광기가 이글거렸다. 재준보다 더 포악한 광기였다.

막아야 한다! 나는 그레이스를 붙잡기 위해 몸을 날렸다. 지금 그녀를 막지 못하면 내 인생도 어그러질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 차장이 죽어서 피를 흘리는 것에 주목하는 것은 회귀를 하지 않은 자들뿐이다. 회귀를 경험한 나와 그레이스는 오직 반지를 빼앗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김주원이 있다. 내가 그레이스를 막고 있는 틈을 타서 김주원이 몸을 날렸다.

“이리 내!”

김주원은 우리를 제치고 이 차장을 잡았다. 그리고는 이 차장의 손에서 반지를 빼어 들었다.

번쩍.

김주원이 반지를 끼는 순간, 눈앞에서 번개가 쳤다. 그리고는 회귀를 하던 그 순간에 느끼던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언제부턴가 이런 느낌이 가끔씩 휘몰아쳤는데, 그때마다 회귀의 후유증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누군가가 내 눈앞에서 회귀를 하는 것을 보니, 그게 누군가가 회귀를 할 때 회귀자가 느끼는 감각이란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한 시간 전으로 돌아갔다.

앞에는 이 차장의 차가 가고, 뒤에는 나와 김주원을 태운 차가 따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김주원은 갑자기 소리쳤다.

“그만 가! 이 차장한테 전화해!”

“네!”

김주원의 비서가 얼른 이 차장에게 전화하였다.

“자네 집 앞에 고재준이 대기하고 있어. 그 연놈들이 자네 목숨과 우리 반지를 노리고 있다고! 지금 당장 멈춰!”

그렇게 두 사람은 차를 멈추고 집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 이 차장이 김주원에게 뭔가를 선물하려고 가던 중이었는데, 그걸 받으려다가 사고가 나는 것이다. 이 차장과 김주원은 단 둘이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쑥덕거렸다. 나를 빼놓고 대화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저들은 모를 것이다. 반지를 빼던 순간 내가 옆에 있었고, 김주원의 살을 만졌기 때문에 같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김주원은 또 모르는 것이 있었다. 자신이 회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무튼 나는 저들이 회귀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도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 회귀하는 자의 살을 만지면 같이 회귀한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거기다 누군가 회귀할 때, 나도 그 순간을 알아챌 수 있다는 사실도.

재준과 그레이스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잡혀 들어갔다. 무기 소지죄와 강도 미수죄 등등 갖다 붙일 수 있는 모든 죄가 그들에게 씌어 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재판이 벌어졌다.

* * * * *

재준은 지금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차장에게 복수를 하고 부모와 자신을 망가지게 한 죗값을 받아내겠다는 결심이 극에 달해 있다. 비록 감옥에 갇혔지만, 그 안에서 나가기만 하면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중 재판이 벌어지고 그들 앞에 이 차장이 나타났다.

재판에서 재준 측 변호사는 이 차장과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의 위세 앞에서 주눅 들었다. 재준이 없는 돈을 다 끌어 모아서 변호사를 구했지만, 한창 상승세에 있는 이 차장에게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재판도 재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모든 것을 돌려줄 것은 반지밖에 없다며 눈에 불을 키고 반지를 스캔했다. 이 차장의 손에는 반지가 없다. 이 차장의 손에 반지가 분명 있었는데, 대체 어디로 간 걸까? 그레이스는 생각했다. 판세가 이 차장을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건, 이 차장이 반지를 주무르고 있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이다. 분명 이 차장 주위에 반지를 손에 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재판이 진행되고, 그 자리에 있던 나와 김주원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김주원은 최대한 반지를 손으로 가렸지만, 그레이스의 불꽃같은 눈길을 피할 수 없었다.

“찾았다! 반지.”

그레이스의 바로 옆에 앉아있던 재준은 그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정신이 나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뭐? 너 왜 그래?”

그때, 재준의 손에 채워진 수갑을 풀어주기 위해 경찰관이 다가오고 있었다. 김주원이 재준이 무기를 손에 쥐었다고 증언하자, 재준이 무기를 손에 쥐었던 장면을 재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부득이하게 수갑을 풀어야 하는 것이다. 그레이스는 지금이 아니면 반지를 빼앗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재준이 김주원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재준에게 회귀하는 것을 알려주지 않으려 했던 그레이스지만,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돌리려면 재준을 이용해야 한다. 그레이스는 재준과 결혼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했었다. 재벌과 결혼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재벌과 결혼하여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웬 놈이 공격하여 파산하게 되었다. 그때로 가면 된다. 놈이 공격하기 바로 전으로 가서 재준의 부모님 회사를 망치지 못하게 한다면, 자기가 노력한 것이 허사가 되는 것도 막고 재준이 망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지금 저 김주원 회장의 손에서 검은색 반지를 빼앗아! 그래서 부모님 망하기 전으로 돌아가 달라고 해!”

“뭐? 무슨 말이야?”

“빨리, 내말대로 하면 복수할 수 있다고!”

그때, 경찰이 다가오고 재준을 끌고 갔다.

나는 저들이 쑥덕거리는 소리를 듣고 김주원을 쳐다보았다. 반지가 반짝인다. 그레이스도 반지를 본 것이다. 그럼 설마 재준에게 회귀의 반지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인가? 그렇다면 지금 재준이 김주원의 반지를 빼앗을 절호의 기회이다! 막아야 한다!

“내 말대로 해! 제발!”

그레이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 뭐라도 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재준은 김주원을 쳐다보았다. 김주원의 손에 반지가 있다. 저걸 빼앗아 끼면 과거로 돌아간다는 말인가?

나도 재준의 시선을 같이 바라보았다. 재준의 시선을 보니 반지를 본 것이 분명했다. 막야야 하는데! 자기 말대로 하라는 그레이스, 분명 회귀의 반지를 빼앗으라는 뜻이리라.

“야, 이것들아. 나 죽을 거야!”

그레이스가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책상에 박기 시작했다. 자해를 하는 것이다. 그러자 경찰들과 다른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며 헤매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그레이스가 외쳤다.

재준이 경찰들을 뿌리치고 달렸고, 나도 달렸다.

김주원이 재준을 보고 일어섰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다른 사람들이 재준을 잡으려 했지만, 복수에 눈이 먼 사내를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차장은 아차 싶었다.

“이야앗!”

재준이 김주원을 잡았다. 다른 사람들이 재준을 잡아끌었지만, 재준은 김주원의 손을 낚아채서 반지를 빼앗으려 했다. 김주원은 반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반지가 손에서 빠져나갔다.

“잡아! 잡아! 전기총 쏴!”

재준이 반지를 손에 끼우기 바로 전, 경찰이 전기총을 쐈다. 하지만 반지가 재준의 손가락에 들어가는 중이었다. 나는 몸을 날려서 재준의 손을 잡았다.

지지지직.

재준에게 전기총이 발사되고, 전기가 온 몸을 휘감았다. 재준의 손을 잡은 나도 전기총의 충격에 몸서리를 쳤다.

번쩍.

눈앞에서 번개가 치고 어지러움 증이 몰려왔다. 세상이 눈앞에서 윙윙거리고 돌아간다. 회귀하는 것이다. 재준과 함께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

* * * * *

“으허헉.”

악몽인가? 꿈이었던가? 꿈이라면 악몽이다. 눈앞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처참했다. 이 차장이 죽었다 살아났다. 재준이 김주원의 손에서 반지를 빼앗아 꼈다. 내가 저들의 회귀에 동참했다. 회귀라면 진절머리가 난다. 그럼 지금 어느 시대이지? 설마 한참 전은 아니겠지?

나는 얼른 달력을 보았다. 2000년 6월이다. 휴우…… 많이 거슬러 올라온 것은 아니군.

그 시각, 재준도 회귀를 하였다. 아버님 회사가 일을 당하기 바로 전으로 말이다. 재준은 재빨리 아버님의 회사 사정을 살폈다. 이 차장이 사람을 보내기 전이기 때문에 모든 회계 자료와 흔적을 빨리 삭제할 수 있었다.

아버님과 측근들이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재준은 대꾸할 시간조차 없었다. 곧 이 차장이 보낸 사람들이 들이닥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미친 듯이 회사의 자료 등을 청소하자마자, 이 차장이 보낸 사람들이 닥쳤다. 아버님은 그제야 재준이 왜 그랬는지 알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렇게 겨우 망할 위기의 회사를 구한 재준은 아버님의 신임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나는 재준이 무엇을 할 건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회사로 달려갔다. 재준이 우리 회사의 제품을 훔쳐가기 전에, 먼저 우리 제품을 생산하기 위함이었다. 이번에는 은미의 아버님을 따돌렸다. 은미의 아버님이 첩자인 것을 알았으니, 그를 배제하면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이다. 하긴, 은미의 아버님이 첩자 노릇을 하지 않아도, 재준은 우리의 상황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급하다. 재준보다 한발씩 먼저 움직여야 그를 이길 수 있다. 한방 샴푸도, 향기 샴푸도, 모든 제품을 먼저 준비했다. 그래야 재준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반지가 있다. 그걸 빨리 빼앗아 와야 한다. 그에게 반지가 있는 이상, 그를 이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재준을 이기려면 나 혼자 힘으로는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이 차장과 김주원을 만났다. 저들은 나보다 반지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내게 협조할 것이다.

* * * * *

“반지를 빼앗아간다는 말이지?”

김주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김주원에게 반지는 목숨과도 같은 거니까.

나는 재준의 손에 반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미래에서 누군가에게 반지를 받아서 회귀를 한 것이라는 말이다. 미래에도 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김주원과 이 차장 중 하나일 것이다.

“놈이 우리에게 감정이 좋지 않은 건가?”

“네, 놈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두 분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두 분이 그랬던 것처럼 재준과 그레이스가 반지를 공유하게 되면, 두 분이 엄청난 타격을 받으실 거예요. 저는 저들과 싸움이 되질 않구요.”

“반지를 빨리 빼앗아 오는 게 좋을 건데.”

김주원은 자신의 손에 있는 반지를 아기 다루듯이 만지며 말했다. 김주원의 손에도 반지가 있고 재준의 손에도 반지가 있는 상태이다. 반지가 두 개라는 말이다. 사실 김주원과 이 차장도 회귀를 하였기 때문에 반지가 늘어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저들은 반지가 두 개인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멸시키곤 했다.

“놈에게 여자를 붙여주는 게 좋겠어. 놈의 혼을 빼앗을만한 여자를 말이야.”

김주원의 말을 들은 이 차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좋겠네. 괜찮은 여자가 있나? 놈을 주물러댈 만한 욕심 많은 여자면 좋을 텐데.”

저들의 말을 들으니 떠오르는 여자가 있다. 역시 그녀는 재준의 천생연분인건가?

“있습니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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