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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22화 (122/200)

122화. 모든 것이 없던 일로(4)

“해리? 해리 씨 무슨 일이야!”

내가 말하는 도중 전화기가 끊겼다. 그리고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해리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했지만, 분명 그레이스가 한 짓이다. 재준도 그걸 알고 있다. 다만 티를 내지 못할 뿐이다. 이렇게 다시 일어선 것이 그레이스 덕이니까. 그녀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까닭이었다.

해리의 장례식, 재준은 해리의 영정사진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그가 눈물을 한참 쏟고 난 뒤였다.

멀리서 재준을 바라보는데, 반쯤 미친 사람 같았다. 이 차장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하던 그의 표정과는 다른, 그런 미침이었다.

“살려낼 거야.”

재준은 자신이 낀 반지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회귀? 회귀를 다시 한다는 말인가? 그걸 알고 있는 건가?

이후, 나는 재준의 뒤를 쫓아다녔다. 그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도 달라지니까, 묵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렇게 몰래 재준을 쫓는데, 그게 웬 후미진 곳으로 들어갔다. 아주 음산한 장소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재준을 쫓아갔다.

“준비는 다 되었습니까?”

웬 남자가 어두컴컴한 곳에서 나왔다. 주차장에 서 있는 차를 봐서는 흥신소에서 나온 사람인 듯 했다.

“네, 지금 다 되었습니다.”

재준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둘은 이미 말을 맞춘 상태인 것 같았다.

“이 반지를 끼워서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세요. 그래서 내가 말한 여자를 죽이려는 사람을 막으세요. 그럼 십억을 드리겠습니다.”

십억, 그 시절 십억은 건물을 사고도 남을 금액이다. 남자는 침을 삼켰다.

“딴 생각을 하시면 안 됩니다. 그건 일주일 이상으로 갈 수 없습니다. 갔다 와서는 바로 저에게 줘야 하고요.”

재준은 남자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반지의 능력은 무한대이다. 남자가 만약 그걸 알았다면 십억에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약속을 꼭 지키겠으니, 돈을 준비하세요.”

재준은 손에 낀 반지를 내밀었다.

“이제 반지를 빼면, 당신이 끼고 가야하는 시절로 가자고 하시면 됩니다. 며칠 전의 저는 이 상황을 모를 겁니다. 그러니 그때 찾아와봐야 돈을 주지 않을 거고요.”

반지는 탐욕을 품은 듯 검게 빛났다. 남자는 반지를 보며 침을 삼켰다.

“아 저기 그럼 주식을 좀 알아보고 가면 안 될까요?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때는 로또복권이 나오지 않은 시절이라서, 회귀자가 기댈 곳은 주식뿐이었다.

재준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일단 반지를 가져가세요. 빨리 알아보고 바로 반지를 껴야 합니다. 지금 당장 가서 약속장소에서 돈을 가지고 기다리겠습니다. 잊지 마셔야 해요.”

“네, 걱정 마시라니까요.”

“해리에게는 내 반지를 보여주면 믿을 겁니다. 소중한 반지라는 것을 아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재준은 가져 온 현금을 담은 가방을 열어서 남자에게 보여주었다.

“이런 가방을 열개 줄 겁니다. 아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재준은 반지를 빼서 남자에게 건넸다. 그는 반지를 손에 꼭 쥐고 그곳을 빠져나갔다. 나는 조심스럽게 남자를 쫓아 나갔다.

재준은 누가 온 건가 싶어서 주변을 살폈지만, 내가 이미 가고 난 뒤였다.

남자는 그길로 주식 시장을 찾아갔다. 최근 일주일 동안 벌어진 주식 시장을 쭉 살펴본 남자는 조용한 곳으로 가서 반지를 손에 들었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일주일 전이라면 내가 같이 가도 될 것이다. 남자가 반지를 손에 끼려는 순간, 나는 남자의 목덜미를 잡았다.

어지러움, 잡스러운 소리가 이어진다. 또 회귀하고 있었다.

* * * * *

일주일 전으로 돌아간 남자는 집을 급매로 팔아서 주식을 샀다. 몇 배로 뛰는 주식이라서 큰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집도 절도 없는 주제에 신이 난 남자는 흥청망청 돈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해리가 죽을 날짜는 며칠 더 있어야 하기에 여유가 있었다. 남자는 반지를 보며 속삭였다.

“이거 물건이네. 반지만 있으면 재벌은 문제없겠어. 맨날 일주일 뒤로 돌아가면 될 거 아니야.”

남자는 반지를 보며 침을 삼켰다. 반지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을 지녔다. 반지를 그저 봤다고 갖고 싶지는 않겠지만, 회귀를 한 사람은 반지를 빼앗기지 않으려 애썼다. 나조차도 그랬으니까.

“돈을 좀 더 달라고 해야겠어. 이런 물건을 돌려주는데, 십억보다 더 받아야지. 사람도 살릴 수 있는데!”

반지는 사람을 살리고, 대신 남의 인생을 스틸한다. 그걸 알아챈 뒤에는 회귀를 하는 것 자체가 무서워질 정도였다. 남자는 반지의 독을 모르고 있다. 그것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끝난다는 것도 말이다.

나는 남자를 쫓아다니며 반지를 훔쳐갈 계획을 세웠다. 남자는 일주일 뒤에 재준에게 반지를 주기로 한다. 재준은 현재 반지를 갖고 있지만, 반지를 남자에게 건네준 일주일 뒤에는 반지가 없을 것이다. 일주일 뒤가 되어야 반지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 전에 두 사람이 만나면 반지는 두 개다. 그럼 내가 처리해야 할 반지도 두 개다. 그 전에는 반지를 처리하지 않아야 한다. 두 번 일을 하는 건 시간 낭비니까.

남자는 해리에게 찾아가서 상황을 설명했다. 해리를 노리고 있는 것이 그레이스임을 안 해리는 무서워하며 서울을 떠났다. 당분간 숨어 지내라는 재준의 말을 들은 것이다. 그렇게 해리의 목숨은 간단하게 해결 되었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해리를 피신시켰다는 남자를 잡아오라고 시켰다. 해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기에 가서 죽이면 되는 것이지만, 해리를 살렸다는 남자가 반지를 낀 사진을 보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레이스에게 잡혀간 남자는 자신이 일주일 전으로 회귀한 사실을 실토했다. 그레이스는 반지가 재준의 손에 있는 이상 해리를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들을 주목하면서 반지를 스틸해 갈 타이밍을 살폈지만, 쉽게 오질 않았다. 일이 더 꼬이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럼 며칠 있으면 재준이 스스로 너에게 반지를 넘겨준다는 말인가?”

남자는 벌벌 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까지는 해리를 살려둬야겠네.”

“네, 알겠습니다.”

그레이스는 모든 상황을 살피며 여유롭게 날짜를 보냈다. 그녀가 그토록 무서운 여자라는 것을 몰랐던 나는, 어찌할 도리가 없이 살펴 볼 뿐이었다.

날짜가 되고, 재준이 남자에게 반지를 넘기는 타이밍이 지났다. 그때까지, 남자는 그레이스의 손아귀에 있었다. 그레이스는 남자에게서 반지를 빼앗고는 그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였다.

“반지가 회귀를 하게 해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전부 죽어야 해. 그래야 세상이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겠어?”

그레이스는 김주원보다 더 무서운 여자였다. 김주원은 돈은 빼앗아도 목숨을 빼앗는 일은 하지 않았다. 돈만 있으면 남의 목숨에 대해서 관대했다. 그런데 그레이스는 남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생각한다. 어쩌면 가장 무서운 적이 그레이스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레이스에게 내가 회귀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기로 하였다. 워낙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었지만, 그녀에게 그걸 들킨다면 내 목숨도 앗아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욱 그녀의 손에 쥔 반지를 빼앗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이 죽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재준은 남자가 오지 않자 불안했지만, 해리가 살아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그렇게 해리와 뜨거운 밤을 보낸 뒤, 그레이스를 만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레이스가 남자를 죽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레이스가 해리도 죽게 만들었지만 살려냈다. 헌데 남자를 또 죽였다. 현 시점에서는 남자만 죽인거지만, 언제라도 해리를 죽일 수 있는 여자이다. 그걸 재준도 깨달은 것이다. 재준은 해리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녀를 위해서는 목숨도 아깝지 않았다. 과거 이 차장에게 가졌던 복수심을 잊을 정도로 사랑했다. 사실 모든 재산을 다시 얻었으니, 복수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도 했다. 재준에게 여자가 생기면 그가 쉬워질 거란 김주원의 말은 딱 들어맞았다.

재준은 지금 해리의 목숨이 파리 목숨인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이제 반지가 자기의 손에 없다. 지금 해리가 죽는다면 다시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레이스의 손에 있는 반지를 빼앗아 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레이스가 또 해리를 죽일 것이다. 그걸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레이스를 이길 방법이 없다. 재준은 매일 두통에 시달릴 정도로 고민을 했다.

재준이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 나는 그의 상황을 김주원과 이 차장에게 알렸다.

“결국 반지를 또 가져가고야 말았어. 그 여자 정말 대단한 여자야.”

“대단한 적이죠.”

이 차장은 그레이스의 일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 앞으로 그레이스를 처리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힘들 거라는 생각까지.

그건 김주원도 마찬가지였다. 재준은 여자 하나로 순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레이스는 이성 따위에 넘어갈 여자가 아니다. 어쩌면 자기보다 더 욕심이 많은 여자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중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재준과 손을 잡는 건 어떠신가요?”

“그놈이랑? 그놈이 날 싫어하는데?”

이 차장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내가 말한 것은 이 차장이 아닌 김주원이었다.

“차장님은 안 되죠. 회장님 말씀입니다. 회장님이 도와주신다면 충분히 넘어올 겁니다. 두 분이 악감정이 없잖아요.”

“그렇지만, 내 반지를 그놈과 나누어 낄 생각은 없어. 반지는 내꺼야.”

“제꺼이기도 하고요.”

김주원이 반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자, 이 차장도 끼어들며 말했다. 둘이 반지 공유에 대한 계약을 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치만 놈에게 협조를 요청하려면 같은 편이 되긴 해야 할 텐데요.”

“반지만 가져오라고 하고 내치지 뭐.”

“그렇게 만만한 놈은 아닙니다.”

“그래, 그런 것 같긴 했어. 그래서 놈과 더 손을 잡을 수 없는 거고.”

이 차장은 재준과 손을 잡는 것 자체를 꺼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재준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 반지가 스스로 사라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 손을 잡는 척을 하면 어떨까요? 반지를 가져오라고 하고 계약 같은 걸 하자고 하는 거죠.”

“손을 잡는 척을 한다고 해도 바로 내칠 수 없잖나.”

“내칠 방법이 있습니다. 반지를 통에 가져오라고 하는 거죠.”

“오호, 그렇구만. 그럼 반지가 스스로 사라질 터이니.”

“네, 그때 반지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욕하면서 내치면 되는 거구요.”

“좋은 생각이야. 바로 연락하자고.”

“네, 제가 나서면 저도 회귀자인 것을 눈치 챌 테니, 직접 연락을 좀 부탁드립니다.”

“그래, 알겠네. 자네는 이 일에서 빠져도 돼.”

그렇게 재준과 김주원이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반지를 손에 쥐게 된 사람은 두 사람이 아니었다. 그레이스도, 이 차장도 반지를 손에 넣지 못한다. 반지의 주인은 나도 아니다. 그는 바로……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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