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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23화 (123/200)

123화. 모든 것이 없던 일로(5)

노랑머리다. 노랑머리가 그레이스의 손에 껴져있는 반지를 최종적으로 얻게 된다.

김주원은 재준에게 연락해서 만났다.

“무슨 일로 저를 보자고 하셨습니까?”

재준은 이 차장과 친해보였던 김주원이 만나자고 하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딱히 만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자네 마누라에게 반지가 있는 것을 알고 있네.”

“그래서요? 반지를 가져다 달라는 말인가요? 그렇게는 못하지요.”

“아니, 반지를 가져오라는 말은 아니야. 반지를 공유하자는 말이지.”

“아, 근데 회장님은 이 차장이랑 그런 사이가 아니었나요? 두 분이 막역하다고 들었는데.”

“그렇긴 한데, 반지를 공유하려고 하니 그자가 너무 나대서 그래. 나는 새로운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반지를 드릴 수는 없습니다. 제 아내가 가지고 있는 반지는 제 것이지 회장님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자 김주원이 껄껄 웃었다. 그러더니 회장실 서랍 깊숙이 놓아둔 반지 케이스를 꺼내왔다.

“이건 반지 케이스야. 반지를 둘 수 있는 유일한 케이스야. 손에 끼지 않아도 되지.”

“오, 정말인가요? 손에서 빼면 안 된다고 들었는데, 이런 게 있군요.”

재준이 반지를 만지려고 하자 김주원이 얼른 케이스를 닫았다.

물론 보석함은 가짜이고, 그 속에 든 반지도 가짜다.

“여기다 보관하면 언제든지 회귀를 할 수 있지. 이건 선택받은 사람만 가질 수 있어.”

물론 거짓말이다. 현재 반지는 이 차장의 손에 있다.

재준은 김주원의 말에 눈을 반짝거렸다. 반지를 언제든지 낄 수 있다면 그레이스 따위는 무섭지 않다.

“저도 가질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지. 그래서 만나자고 한 거야. 원래는 이게 이 차장에게 있었지만 이제 자네에게 주려고 하네. 충성심만 보여준다면 말이야.”

김주원은 반지 케이스를 하나 더 꺼내서 재준에게 내밀었다. 반지 케이스를 본 재준은 이미 김주원의 계략에 넘어간 상태였다.

“그럼 뭘로 제 충성심을 증명하면 되겠습니까?”

재준은 김주원에게 좀 더 다가가며 말했다.

김주원은 반지 케이스에 든 반지를 꺼내 들었다.

“이 반지 케이스를 자네에게 주겠네. 나는 반지를 곧 끼면 되는 거니까. 자네는 반지 케이스에 반지를 담아 오게나. 그걸 내게 보여주면 자네를 믿기로 하지.”

“그럼 그 반지는 온전히 제 것이 되는 거구요?”

“그래, 반지를 달라고 하진 않을 거야. 나도 반지가 있으니까.”

김주원은 반지를 만지며 말했다. 물론 그의 표정에는 애정이 없다. 그걸 미리 봤었던 나는 그 반지가 가짜인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진짜 회귀의 반지만이 받을 수 있는 진심 어린 표정을 알고 있으니까.

재준은 얼른 반지 케이스를 받아 들었다.

“아내의 손가락을 잘라서라도 가져와야겠군요.”

“아이고, 그렇게까지는 하지 말고.”

재준은 반지 케이스를 받아 들고 한껏 미소를 지으며 나갔다.

김주원도 그런 재준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멍청하구만.”

* * * * *

“그가 반지 케이스를 가져오면 반지가 사라지고 난 뒤겠군요.”

“그렇지. 반지가 없으면 우리의 관계도 없던 일이 되는 거야.”

“아, 듣던 중 정말 상쾌한 소리네.”

이 차장은 혼자 낄낄대며 웃었다. 재준이 계속해서 이 차장을 갈구던 터라, 재준에게 반지가 없다는 것이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닐 것이다.

김주원은 서랍에서 반지 케이스를 꺼내왔다. 안에는 검은색 짝퉁 회귀 반지가 소중하게 놓여 있었다.

“이걸 속더구만. 생각보다 허술한 놈이야.”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허술해지기 마련입니다.”

반지 케이스는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안에 든 반지가 진짜 회귀의 반지라고 착각할 만큼 말이다. 반지 케이스를 만지는 내 눈빛이 빛나자, 김주원이 피식 웃었다.

“김설아에게 주고 싶은 건가?”

“헉, 눈치가 너무 빠르십니다.”

반지보다 케이스가 더 아름다운 건 처음 본다. 그만큼 신경 써서 만들었겠지. 김설아에게 줄 반지를 이곳에 넣어준다면, 더 빛날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반지를 본 것인데, 김주원은 역시 김주원이다.

“가져가게나. 내가 그런 케이스를 여러 개 만들었어. 혹시나 싶어서 말이야.”

김주원은 서랍에서 반지 케이스를 여러 개 꺼내 와서 보여주었다.

나는 반지 케이스를 노랑머리에게도 주고 싶었다. 그도 조만간 프러포즈를 해야 하니까.

“그럼 하나 더 해서 두 개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자네한테 주는 것은 아깝지 않아. 자네는 유일하게 반지를 탐내지 않아서 너무 마음에 든단 말이지.”

김주원은 진심으로 말한 것이었다. 내가 반지를 탐내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필요 없지는 않다. 가끔씩 반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반지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그대로 넘기고 해결하는 것이 좋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목숨을 건지게 되는 것이지만, 그걸 그때는 몰랐다.

“저 녀석도 반지가 필요하기는 할 겁니다. 그걸 참는 거겠지.”

이 차장의 말이 옳다. 참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에 성공하게 되면 자네에게 도움을 줄 생각이야. 아무거나 말만 해. 회귀의 반지만 아니라면 뭐든지 말이야. 하하.”

“네, 감사합니다.”

“안에 가짜 반지도 있을 거야. 그것도 가지게나.”

“네, 하하.”

나는 김설아에게 반지 케이스를 줄 생각에 기뻐하며 웃었다. 그때까지는 반지 케이스를 가져 온 것이 그런 결과를 가져올 것은 몰랐었다.

* * * * *

“으아아악!”

노랑머리가 괴성을 질렀다. 왜 그런 걸까?

“무슨 일이야? 왜 그래?”

내 물음을 듣지도 않고 노랑머리가 뛰어갔다. 아무 대답도 없이 말이다.

“어디가?”

“병원에.”

노랑머리는 내가 쫓아갈 시간도 주지 않고 뛰어갔다.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조 이사에게 전화가 왔다.

부우우웅.

“은미 씨 유산했대요!”

전화를 받고 말을 하기도 전에 조이사가 말했다.

“네?”

“은미 씨가 유산을 했다고요!” “아…….”

그제야 노랑머리가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은미가 입원한 병원으로 서둘러 향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둘이 결혼을 하고 나서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재준을 따라서 회귀하기 전에 말이다. 현 상황은 둘이 결혼은커녕 연애도 어려운 듯 했다. 아버님이 계속해서 두 사람을 괴롭혔기 때문이었다.

* * * * *

병원은 강남에 있어서 오래 걸리지 않고 갈 수 있었다. 은미의 옆에는 노랑머리가 앉아 있었다. 이미 눈물을 한참이나 흘린 듯 눈이 많이 부어 있었다. 살면서 노랑머리가 저토록 우는 것을 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게 무슨 일이냐.”

“미안해요. 우리 은미 씨.”

“괜찮다니까. 아이는 또 생기겠죠.”

“아, 정말 미안해. 업계 1위를 빨리 했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언젠가는 되겠죠.”

“나 잠시 화장실에 다녀올게.”

노랑머리가 화장실에 간 사이. 은미가 나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

“아버지 짓이에요.”

“네?” “아버지가 저 임신한 거 알고 아이를 죽이는 약을 몰래 내 음료수에 타왔어요.”

“네? 진짜에요?”

“임신하면 결혼을 해야 하니까.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은미의 아버지는 재준에게 우리의 일을 일러바쳤던 사람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자신의 손주마저 죽게 만들 정도로 악한 사람이던가? 그 정도로 노랑머리가 싫다는 말인가?

“아버지가 너무 미워요. 어쩌면 나는 평생 아이를 낳을 수 없을지도 몰라요.” “정말입니까?”

노랑머리가 어느새 들어와서 우리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아버지가 그런 짓을 했고, 은미가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아니, 그게 아니고.”

“어흑흑,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꽝꽝꽝.

노랑머리가 자기의 머리를 벽에 박았다. 너무 괴로운 탓이었다.

“야, 인마!”

내가 얼른 가서 그의 머리를 잡았지만, 그의 이마에서는 이미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내 탓이야! 내 주제에 너무 좋은 여자를 욕심내서! 그래서 은미 씨가 그렇게 되었다구요!”

“아니에요! 그게 왜 당신 탓이야! 나는 당신만 있으면 된다구!”

은미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노랑머리를 껴안았다. 은미의 다리에서 피가 흐르고, 노랑머리의 이마에서도 피가 흐른다. 두 남녀의 처참한 모습을 본 나는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 저들의 인생을 돌려주고 싶었다. 저런 사람들에게 주라고 만들어진 것이 회귀의 반지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나는 그길로 재준의 회사를 찾아갔다. 어떻게든 재준의 손에서 반지를 빼앗아버리기 위해서 말이다.

* * * * *

“어쩐 일이야?”

재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와 나는 이제 라이벌 관계로 절대 친해질 수 없는 사이다. 그것을 알지만 지금 다른 방법이 없다.

“어, 그게 말이지.”

반지를 직접 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도 없다. 노랑머리에게 반드시 반지를 전해주고 싶다.

“나 지금 바빠서 말이야.”

그때, 그레이스가 재준의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그레이스의 손에는 회귀의 반지 케이스가 들려 있었다.

“정말 여기에 넣으면 된다는 거지? 나랑 같이 갔으면 좋겠는데? 그 자식을 어찌 믿고 혼자 가려고?”

그레이스가 반지를 그곳에 넣은 것이 분명했다. 이건 내 마음을 안 신이 준 기회이다! 내 주머니에는 바로 그 반지 케이스가 있다. 그것도 가짜 회귀의 반지까지 말이다.

“아니 그냥 돌려준다는데 왜 못 믿어?”

재준이 그레이스에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 한 듯 했다. 김주원에게서 들은 얘기 말이다. 하지만 재준의 계획은 조금 달랐다. 일단 그레이스의 손에서 반지를 빼내면 반지를 이용해서 회귀한 후 그레이스를 따돌릴 계획이었다. 그녀의 손에 반지만 없애면 되는 거니까.

“암튼 같이 가자고. 당신 못 믿겠어.”

“흠흠, 안녕하세요.”

“어? 여긴 어쩐 일이지? 우리랑 사이가 좋지 않은 분 아니신가?”

그레이스는 대놓고 나를 비꼬았다. 그들 일을 사사건건 막아선 게 나니까, 감정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내 친구니까 예의 있게 해줬으면 해.”

재준이 말했지만, 그레이스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레이스는 나를 째려보면서 바로 내 앞에 그 반지 케이스를 내려놓았다.

“그러던지. 암튼 여기 내려놓았어. 같이 갈 건지 말 건지 말하지 않으면 도로 가져갈 거야.”

“야! 그러면 반지 케이스는 놓고 가야지. 그건 날 보고 준거라고!”

저들은 내가 있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냥 일반인의 눈에는 반지일 뿐이니까.

그러자 갑자기 그레이스가 재준의 따귀를 갈겼다.

쫙.

“언제까지 니가 하는 짓을 봐줄 줄 알아?”

“야! 미쳤어?”

이때다. 저들이 싸우는 틈에 반지를 바꾸자!

나는 얼른 주머니에서 반지 케이스를 꺼내서 바꾸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다행히 저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아우 씨, 가자 일단 가자고!”

“반지를 가져가야지!”

재준이 그레이스를 끌고 갔다. 그레이스는 가면서 반지 케이스를 집어 들고는 안에 든 내용물을 확인했다.

“나중에 이야기하자!”

“어, 그래.”

나는 얼른 반지 케이스를 집어 들고 빠르게 그 곳을 빠져나갔다. 이제 노랑머리에게 반지를 전해주면 된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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