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미용재벌-125화 (125/200)

125화. 노랑머리의 새로운 인생

“형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다!

“어?”

“오랜만입니다!”

노랑머리는 180도 달라진 행색으로 나를 찾아왔다.

옷은 세련되지만 요란하지 않았고, 머리도 평범하고 단정했다. 얼굴은 쌍꺼풀 수술을 하긴 했지만, 매우 자연스럽고 인상도 좋아 보였다.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차림새였다.

“이야! 이야아아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한눈에 봐도 부티가 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를 향해 뛰어가는 이가 있었다.

“사위!”

사위? 나는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바로 이은미의 아버지가 그를 향해 뛰어가는 것이 아닌가?

“여보!”

이은미의 아버지가 지나가고, 뒤이어 이은미가 쫓아왔다. 그녀는 이미 만삭의 몸을 하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에 아이를 임신하여 유산하였던 여자가, 임신을 하여 만삭이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지만, 나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노랑머리가 환하게 웃으며 두 사람을 안아주었다. 그와 이은미는 이미 결혼을 한 모양이었다. 그의 귀환을 보며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가 행복한 것을 보니, 나까지 행복하다.

그때, 내 옆으로 지나가던 여자가 한마디 하였다. 그녀는 노랑머리를 알고 있었다.

“저 사람 영화감독 권흥수 아냐?”

“어, 맞네. 얼마 전에 캉 영화제 감독상 받았잖아.”

“와, 진짜 멋지다.”

노랑머리가 영화감독이 되었다. 그것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까지 거머쥔 감독 말이다. 아직 어린 나이에 대단하다.

“형님, 제가 성공할거라고 했잖아요.”

노랑머리가 그렇게 말하며 윙크를 했다. 그가 돌아왔다! 유명한 영화감독이 되어서 말이다. 그 순간 나는 궁금해졌다. 내 인생이 크게 바꾸지 않는 이상 내 옆에는 노랑머리의 인생을 채워 줄 누군가가 있을 텐데, 그게 과연 누굴까?

* * * * *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이산가족처럼 하루 종일 붙어 있었다. 노랑머리, 아니 권 감독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편하게, 노랑머리는 5살 정도의 과거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때, #약 소탕작전 때 말이에요. 카메라를 잡았는데 너무 좋은 거죠. 그 이후 혼자서 감독이 되는 방법을 알아보고 공부도 했어요. 되질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저 꿈을 꾼 거죠.”

노랑머리는 마# 공장에 침투했을 때, 처음 카메라를 잡았었다. 그때, 카메라를 잡는 것이 정말 좋다고 했었다. 그때 가졌던 꿈을 이룬 것이다.

“정말 대단하다.”

“회귀의 반지가 아니었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텐데, 기적이 일어났죠. 내 인생에.”

“정말 잘 되었어. 결혼도 하고 유명한 감독도 되고,”

“형님 덕분입니다.”

“아니야. 네가 착해진 덕분에 반지를 주게 된 거야.”

“그런데 좀 늦네?” “누가?”

그때, 가게로 누군가 들어왔다. 여자다.

“여기야!”

“뭐야? 둘이서 벌써 한 잔 빨았어?”

으응? 익숙한 목소리?

“준수 쌤은 회사 바쁘다고 미용실 안 나와요? 빠져가지고.” “야! 너?”

“뭐?”

그녀는 바로 이은서였다.

“내가 얘한테 찾아가서 장학금 줘가며 교육 시키고 잔소리 맨날 하고 그랬죠.”

나는 놀란 얼굴로 은서를 바라보았다. 과거 은서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괄괄한 성격이야 여전하지만, 확실히 개과천선한 모습이다. 그녀가 그렇게 바뀐 것을 보니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뭘 봐? 화장 잘 먹었죠?”

“정말 네가 바꿨구나?”

내가 노랑머리를 쳐다보며 말하자, 그가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꽤 힘든 과정이었죠.”

“뭘 바꿔? 저 인간이 날 바꿔? 난 원래 대단한 미용사라구! 왜 이래?” “그래, 넌 미용에 소질이 있어. 나랑은 달리 미용을 해야만 하는 친구였지.”

“좀 고만하지? 권 감독님이 자꾸 그러니까, 내가 오해하고 그런 거잖아.”

노랑머리가 은서에게 공을 들인 것은 미안해서였다. 하지만 은서는 그걸 사랑으로 오해하곤 했다. 그래서 노랑머리에게 줄기차게 사랑을 고백했다고 한다. 보기 좋게 까이긴 했지만, 은서는 진심이었다.

노랑머리도 한때는 은서에게 진심인 적이 있었다. 회귀하기 전에 말이다. 하지만 노랑머리는 한결같이 이은미를 사랑했다. 그녀를 갖기 위해 회귀를 결심할 정도였으니까.

“넌 나랑 성격이 똑같아서 웬만하면 좀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해. 하긴 니가 나랑 비슷해서 준수 쌤 옆에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말해 뭐하겠냐.”

은서가 내 옆에 있었다면,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 노랑머리가 한 짓 고대로 은서가 했을 가능성이 많다. 노랑머리는 그걸 알기 때문에 내 옆에 은서를 붙여두었다고 했다. 덕분에 김설아가 나와 이은서 사이를 의심할 정도로 말이다.

“아, 근데 형수님 왜 안 오셨어요? 보고 싶은데요.” “어, 너랑 나랑 얼마만인데…….”

노랑머리와 나는 딱 어제 만났다.

하지만 노랑머리는 달랐다. 내게 아는 척을 해봐야 내가 알아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근처에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멀리서 내가 잘 있는지만 확인하곤 했다. 이은서를 투입하고부터는 매일 내 소식을 들었지만, 그 전에는 직접 찾아와서 보고 갔다고 한다. 그가 5살 때 회귀했으니까, 자그마치 20년을 넘게 내 근방을 맴돌았다는 이야기다.

“지금이라도 봤으면 좋겠는데.” “어? 왜?” “지금 쓰는 시나리오가 형수님을 모델로 쓰는 거라서요. 형수님을 직접 좀 보고 캐스팅 이야기도 하려구요.”

“어, 혹시 그거 제목을 좀 알 수 있냐?”

“아 맞다. 형님한테 보여주면 써도 될지 말아야 될지 알겠네요!”

“잔소리 말고 보여줘 봐.”

노랑머리는 가방 속에서 시나리오 제본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제목은 (봄날은 온다)다. 중박 이상은 치는 영화다. 평론도 좋고, 흥행도 하는 좋은 영화이다.

“오, 이거에 우리 설아 씨를 출연시킨다고? 좋은데?”

“되겠죠? 이거?” “당연하지!”

그때 이은서가 하품을 해댔다.

“도통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미안해. 지금 내 차기작 문제 때문에 중요한 이야기를 하잖아.”

이은서는 노랑머리가 자신에게 집중해주었으면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설아 씨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당장 만나야겠어. 이런 영화는 꼭 우리 설아 씨가 해야 하거든.”

“이야, 이거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데요?”

우리 둘이서 신나서 떠들지 이은서가 또 하품을 해대며 말했다.

“너무 잘 풀리면 마가 끼던데?”

“야, 조용히 좀 하자?”

“그러던지, 말던지.”

우리는 이은서를 집에 보내고 바로 김설아를 만나러 갔다.

이은서는 노랑머리가 금방 가는 것이 싫어서, 투덜대며 돌아갔다.

* * * * *

“어머, 안녕하세요!”

김설아는 노랑머리를 보고 아주 좋아했다.

내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내심 섭섭했지만, 그 정도로 노랑머리가 성공한 것이 여간 좋은 게 아니었다.

“잘 지내셨어요? 형수님?”

“형수님? 제가요?”

나는 어제까지 노랑머리, 즉 권 감독에 대하여 김설아에게 이야기 한 적이 없었다. 그녀가 나와 권 감독의 사이를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요, 우리 형님 아내가 되실 분인데.”

“어머, 저 평소 권 감독님 팬인데, 너무 영광이에요.”

노랑머리는 어릴 때부터 영화에 관해 천재성을 보여 왔다. 그거야 회귀 전에 공부를 했던 탓이었지만, 사람들은 그저 그가 천재라서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노랑머리는 어릴 적부터 영화 쪽 재능을 보여 왔고, 일찍 대학교까지 합격하였다. 그대로 외국에 유학까지 갔다가, 단편영화 한편으로 수상을 하고, 장편영화 두 번째에 캉 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쥔 것이다. 물론 그 전에는 단편영화를 아주 많이 찍었다고 한다. 그도 연습이란 걸 해야 하니까.

김설아는 평소 캉 영화제에 관심이 많았기에 권 감독에 대해 알고 있었다. 권 감독이 만든 영화는 두 번 이상씩은 봤을 정도였다. 그래서 내가 나오라는 말에 쏜살같이 나온 것이다.

“저도 김설아 씨 팬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 김설아 씨를 캐스팅하고 싶습니다.” “저는 무조건 오케이에요. 배우라면 누구나 권 감독님 영화에 출연하고 싶을 거니까요.” “내용도 아주 좋아요. 설아 씨랑 잘 어울려요.”

“그럼 구두로 계약한 걸로 알아도 되겠습니까?”

노랑머리가 웃으며 말했다.

김설아도 그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사실 그 전에는 김설아가 노랑머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노랑머리 인상이 좋지 않아서였다. 게다가 평소 노랑머리 말투가 거칠어서 더욱 그랬다. 김설아와 노랑머리가 친해질 거라고는 1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제 서로가 신뢰하고 있다. 이것도 기적이라면 기적이리라.

“네! 꼭 함께 하고 싶어요!”

그렇게 김설아와 노랑머리가 차기작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모르고 있었다.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웬 놈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걸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 * * * *

김설아와 나는 결혼준비로 한참을 못 만났었다. 오늘 만났으니 그동안 못 다한 회포를 풀어야 했기에, 김설아의 집으로 향했다.

“아까 급하게 나가느라고 청소를 제대로 못했어요.”

김설아가 청소를 못했다는 건 깔끔한 집에 머리카락이 몇 개 있다는 말이다. 평소 깔끔하기로 유명한 김설아기에 작은 더러움도 용서하지 않았다.

“이정도가 뭘요. 어서 이리와요.”

나는 김설아를 잡고 키스를 했다. 특별히 대사가 필요 없는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그때였다.

부스럭.

순간 집에 나와 김설아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야?” “악!”

김설아는 놀라서 소리 지르며 기절했다.

나는 일단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뛰어갔다.

으악.

집 가구에 숨어있던 남자가 튀어나왔다.

“너 뭐야?” “비켜!”

남자는 내 손을 뿌리치고 도망쳤다. 남자의 손에는 캠코더가 들려 있었다.

“거기서!”

나는 남자를 쫓아가려다가 말고 다시 돌아와 설아를 붙잡았다.

“괜찮아요? 설아 씨!”

김설아는 잠시 기절했다가 깨서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스토커인가 봐요!”

“스토커요? 혹시 저번에 그 놈인가요?”

“네, 그 놈이 자꾸 내 주변을 맴돌아요.”

김설아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최근 스토커 때문에 엄청 힘들었던 듯 했다. 나는 김설아를 꼭 안아주면서 말했다. 안심하도록.

“내가 잡아줄 테니 걱정 말아요.”

“꼭 잡아줘요.”

김설아는 내 품에 안겨서 파르르 떨었다. 겁이 난 그녀의 모습을 보자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갔다.

* * * * *

“방법이 없다고요?” “그래, 주거침입으로 잡을 수는 있겠지만, 스토커 처벌법은 없어. 지금으로서는 그래.”

“주거 침입이든 뭐든 잡을 수 있는 모든 법을 다 동원해야 해요. 놈은 악질이라고!”

“그래, 진정하라구.”

강철수는 간부가 되더니 성질까지 죽은 듯 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구나 싶었다.

그때, 내 핸드폰에 전화가 왔다.

부우우웅.

“여보세요.”

“아까 아주 뜨거운 시간을 보내던데?”

“뭐? 이 새끼 너 아까 그 새끼냐?”

놈은 내 말에 낄낄대고 있었다. 강철수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왜?” “너 당장 나와!”

“까불지 마. 그럼 아까 찍은 영상을 뿌릴 거니까.”

“뭐?”

회귀해서 미용재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