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미용재벌-128화 (128/200)

128화. 오재훈을

오재훈스럽게 하려면(2)

회장님, 동자 분장을 하고 만났던 그 회장님이 원래는 오재훈을 키워주는 사람이다. 그가 마* 사건의 배후에 있었다가, 내 조언을 듣고 지원을 끊었었다. 그가 나중에 오재훈까지 키워주는 것이다. 오재훈에게 그런 배후가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사실상 오재훈의 앞길을 막은 것이, 나인 셈이다. 어처구니없게도.

“회장님을 슬슬 만나야겠네.”

* * * * *

“이열, 너무 귀엽슈.”

양 기자가 동자 분장을 한 내 모습을 보고 낄낄댔다.

“그만 좀 해요. 맨날 놀려대면 좋습니까?” “맨날 놀려대면 좋습니꽝?”

이은서가 내 말투를 흉내 내며 나타났다. 당황스럽다.

“너 뭐야? 여기 왜 나타났어?”

“뭐지? 내가 맨날 시중 든 거 잊었어요?” “아…….”

그제야 이은서가 노랑머리를 대신해서 내 인생에 들어온 것이 생각났다. 이은서는 노랑머리가 하던 짓을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다 했다고 한다. 가위를 훔칠 뻔해서 내게 혼난 것 빼고는 거의 비슷한 스토리였다.

“볼 때마다 적응이 안 된단 말이지. 너무 귀여워.”

이은서가 내 볼을 꼬집자, 화장이 밀려 나왔다.

“거 뭐하는 거야? 넌 그냥 집에 있으라고 했지 않았슈?”

“에이, 뭘 나 보고 싶어 했잖아요, 형님?”

“아 참네, 그 형님 소리 하지 말라고! 니가 내 동서유?”

양 기자에게 하는 짓을 보니 이은서와 노랑머리는 성별만 틀린 쌍둥이 같았다. 참으로 웃긴 일이다.

“아 조용! 회장님 댁에 가려면 입을 꽉 다물고 있어야 하니 다들 조용히 있어 주시죠.”

“그류. 나는 문제 없슈. 자가 문제지.”

“네! 입 꽉 다물!”

이은서도 원래 저런 성격인데 다크해져서 변한 거였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 이은서도, 노랑머리도, 강철수도 처한 환경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이제 출발합시다.”

나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회장님 댁으로 향했다.

* * * * *

“아! 너무 오랜만이라 얼굴 다 잊어버리겠소!”

회장님은 내 얼굴이 닳도록 쳐다보고 또 쳐다보았다. 내 얼굴을 자세히 보기 위해서였다.

“근데 어딘가 익숙해. 혹시 화장 그거 좀 지우고 오면 안 되나?”

놉.

나는 입모양을 노라고 보여주며 손으로 엑스자를 보여주었다. 하, 이제 더 여길 왔다가는 내가 죽을 지경이다.

내 마음을 아는 건지, 회장님이 내게 휴대폰을 건넸다.

“그래서 이걸 동자님에게 주려고 하네. 이걸 맨날 꺼두어도 되니까, 한 달에 딱 한 번만 확인해주게. 양 기자 말고 동자님이랑 직접 문자로 소통했으면 하는데, 어떠신가?”

나는 그것도 마다하고 싶었지만, 후에 오재훈과 그를 이어주려면 이런 정도의 소통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이 휴대폰은 훗날 내게 아주 요긴하게 쓰이게 된다.

나는 아무 말 안하고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습니까?”

나는 회장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메모를 작성했다. 올해는 아주 큰 사건이 벌어진다. 바로 911테러다.

[신문사 세무조사, 9월 미국 테러, 정주만 회장 사망.]

생각나는 것은 이것뿐이었다.

“그 양반이 죽는구만, 어?”

회장님은 미국 테러라는 단어를 보고 아주 놀라는 눈치였다.

“미국에 테러가 일어난다는 말이죠? 어휴 이거 참 당황스럽네. 9월까지 미국 사업을 접어야 하나? 어디에 일어납니까?”

나는 다시 펜을 들고 메모를 썼다.

[쌍둥이 빌딩.]

“뉴욕? 어이쿠 세상에나.”

회장님은 매우 놀란 얼굴로 메모지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자, 이제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을 말해야 할 시간이다.

휴우.

사실이 아닌 바램을 예언처럼 적는 것, 왠지 떨린다. 원래는 사실이었지만, 이제는 바램이 될 것 같은 그것.

[검사 오재훈이 대권을 잡는다.]

내 메모를 본 회장님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회장님은 오재훈을 모르는 것이다.

“오재훈이 누굽니까? 이 사람이 차기 대권을 잡는다는 말인가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메모를 작성했다.

[2021년 이후 가능한 일입니다.]

내 메모를 본 회장님이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장 되는 것이 아닌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회장님이 향후 같이 가야하는 정치인입니다.]

회장님은 내 메모지를 보고 바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아무것에나 돈을 쓰지 않으니, 그가 이 자리에까지 온 것이겠지. 그래서 나는 이번 예언에 자세한 설명을 깃들였다. 그래야 내 말을 더 믿게 될 테니까.

그렇게 겨우 오재훈에 대한 언질을 마친 나는, 회장님의 질문 세례에 차근차근 대답해 주었다. 회장님의 질문은 거의 대답할 수 있는 정도의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서 차기 서울 시장이 누가 되느냐? 하는 것들이나, 회사에서 출시하는 제품이 성공하느냐? 하는 것들이라 몹시 어렵지 않았다.

면담을 마치고, 회장님은 오재훈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그가 정말 대권을 잡을만한 재목인지, 그가 어떤 잠재력을 지녔는지 말이다.

오재훈은 최근 총리를 만나서 승진을 한 상태였고, 그가 정치권에 줄을 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상태였다. 그 소문을 접한 회장님은 오재훈을 조금씩 신뢰하기 시작했고, 조만간 그를 소환해서 만났다. 이제 오재훈의 인생은 조금씩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같은 시각, 내 행보를 눈여겨보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이 차장과 김주원이었다. 내가 오재훈의 뒤를 봐주려고 했던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던 이 차장은 내 행동을 전부 주시하고 있었다. 다행히 나는 그 뒤로 오재훈에게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다. 그걸 본 이 차장과 김주원은 내게 품은 의심을 거두었다. 내가 오재훈을 지원하지 않아도 회장님이 알아서 그를 챙기고 있어서 내 도움은 필요 없었다. 그들에게 회귀의 반지가 있는 이상 그들을 이길 방도는 없었다. 그들 스스로 반지에 영혼까지 잠식당하여 자멸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 *

재준과 이 차장은 그 사건 이후로도 계속해서 신경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재준은 이 차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에게 회귀의 반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달랐다. 그레이스는 반지가 필요했다.

“회귀의 반지는 그 새끼들이 독식하고 있는 거지?” “그래, 보안이 철저해서 우리가 소유할 수 없을 거야.”

“그래, 하지만 그들이 영원히 소유할 순 없을 거야. 내가 꼭 가져올 거니까.”

재준은 그레이스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그레이스가 회귀로 자신과 결혼을 하게 된 것을 안 뒤로, 재준은 그나마 있던 정까지 전부 없어져 버렸다. 앞서 자신이 사랑하는 해리를 죽게 한 사건은, 그나마 남아있던 정을 증오로 만들기 충분했다.

재준은 요즘 해리에게 빠져 있어서 조금씩 회사 일에 소홀한 상태였다. 이 차장의 계획이 정확하게 먹히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재준에게 향한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해리라는 여자를 죽이고 싶었지만, 어느 날부턴가 해리에게 든든한 경호원이 여러 명 붙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준이 그토록 해리를 아낀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광분하게 했다.

“그 애, 언제까지 그럴 셈이야? 나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내가 할 수 있다면, 과거로 가서 너 말고 해리랑 결혼하고 싶을 지경이야. 알아?’

그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재준은 더 말하지 않았다. 그레이스가 이 사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상당하기 때문이었다. “그리 오래가진 않겠지. 걔도 언제까지 내 옆에 있진 않을 거 아냐? 연예인이라도 된다면 내 힘도 필요 없을 테지.”

“연예인? 그년 꿈이 연예인인가?”

“그래, 연기자가 꿈이야.”

그레이스는 생각했다. 해리가 만약 그레이스의 손에 죽게 된다면, 재준은 평생 그레이스를 사람 취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연예인을 만들어 준다면? 그렇다면 해리는 재준과 자연스럽게 멀어질 것이다. 몸값이 많이 올라갈수록, 재준과 멀어질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해리를 연예인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그 당시 여자 연예인들의 성공적인 데뷔방식은 하나였다. 바로 미스코리아.

“나 미스코리아에 나갈 사람 구하는데 어때?”

“뭐? 해리를 거기에 내보내라는 말인가?”

그레이스는 요즘 업계 1위를 달성하고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준수에게 지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미용실 사업이다. 미용실 사업은 워낙 초반부터 튼튼했기 때문에 절대 이길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준수를 이길 방도를 생각해 냈고, 그 방법 중 하나가 미스코리아를 배출하는 것이었다.

“그래, 그 정도면 아주 괜찮은 마스크에 몸매니까, 교육을 좀 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 “나야 좋은데, 괜찮겠어?”

재준은 그레이스가 해리를 미워하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해리에게 해코지를 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해리를 키워준다는 말이 아닌가?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여도 되나? 싶었다.

“비즈니스야. 내 개인감정은 접어두고 제안하는 거라고.”

“그래? 그거 좋지. 잘 부탁해!”

재준이 모처럼 웃으며 말했다.

그레이스는 그 꼴을 보자 부아가 치밀었지만, 재준에게 해리를 떼어놓기 위해서는 못할 것이 없었다. 그 덕분에 자기가 당할 일을 생각지도 못한 채 말이다.

* * * * *

해리가 갑자기 만나자고 하였다. 재준과 알콩달콩 지내는 거로 아는데, 대체 무슨 일로 만나자고 하는 걸까? 궁금증에 얼른 약속장소로 가 보았다.

해리는 아주 기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랄까, 눈이 안 보일 정도로 웃고 있다고 해야 하나?

“미스코리아에 나간다고? 니가?”

“어, 내가 미스코리아에 나간다고!”

“하, 제정신인가?”

해리는 키가 일단 크지 않다. 그것도 그렇지만, 그 당시 미스코리아는 성형을 많이 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예선에서 그걸 거르는 느낌이었다. 해리는 성형을 한 티가 조금 나서 미스코리아 측에서 좋아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

“재준이가 해준다고 하던가?”

“그레이스가 해준다고 하던데? 그 여자가 날 왜 그리 해준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암튼 난 상관없어. 연예인만 된다면 뭐든.”

해리는 여전히 욕심이 많다. 재준을 손에 얻고, 온갖 명품으로 치장했음에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결말이 또 그렇게 되는 걸까?

“알았으니 가봐요. 다음엔 내게 연락하지 말았으면 해. 재준을 위해서라도 말이에요.”

“응, 안 그래도 바빠질 예정이야.”

해리는 조금 삐진 얼굴로 휙 하고 가버렸다. 그녀에 대한 복수심은 이미 저버린 지 오래였다. 잘 살아준다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걸 보고 있던 이은서가 입을 삐죽거리며 다가왔다. 은서는 해리를 극도로 싫어한다.

“쟨 너무 싼 티가 나. 저딴 게 무슨 미스코리아야? 준수 쌤 동생이면 몰라도.”

“싼 티 나도 이쁘긴 하지 뭐.”

“네? 쟤보다 준희가 훨씬 이쁘거든요? 준희는 부티도 나고, 단아하고, 기품이 있어요!”

“그래? 그런가?” “그러지 말고 준희를 미스코리아에 내보내지 그래요? 저 여자애 코를 납작하게 해줘요.”

“뭐? 에이.”

이은서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나는 그 말이 아주 틀린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가능한 일이 될 수도?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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