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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29화 (129/200)

129화. 미스코리아 만들기(1)

“미스코리아?”

준희는 내 말을 듣고 한참을 웃었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웃음을 그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농담하는 거 아니야. 너라면 자격도 충분해. 누구보다 예뻐.”

내 말을 들은 준희는 구역질을 해댔다.

“우왝, 오빠가 그런 말을 하다니 충격이다.”

“그리고 미용사들은 한 번쯤 자신의 손으로 미스코리아를 만들고 싶어 해. 너도 알 거 아냐?”

“그게 나일 줄은 몰랐지.” “어떻게, 해보겠어?”

“글쎄, 망설여지네.”

준희는 지금 법조인으로 준비하는 중이다. 그 와중에 수영복을 입고 TV에 나온다는 것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법적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게. 이 차장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니 자기가 커버해줄 수 있다더라고.”

“벌써 스승님한테 이야기 했다고? 으, 왜 그랬어?”

“니 남자친구한테도 이야기 했는데?”

“뭐? 오빠한테? 아우 왜 그랬어?” “그 사람이 제일 먼저 허락해야 하는 부분이니까.”

“왜?”

오재훈은 현재 정치인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는 중이다. 그의 인생에 우리 준희가 끼어든 이상, 그의 인생을 망치는 일은 삼가야 한다. 하지만, 미스코리아는 미인의 개념도 있지만 지성인이라는 개념도 있다. 그 당시에는 그랬다. 준희가 미스코리아에 된다면, 지성과 미모를 갖춘 1등 신붓감이 되는 것이다. 2021년 말고 2001년에는 그랬다.

“네 남자친구가 곧 정치인이 되면, 너도 그에 맞는 사람이 되어야지. 타이틀이 좋잖아? 미스코리아 출신 퍼스트 레이디?”

“뭐? 퍼스트 레이디? 미쳤구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냐?” “응, 그게 말이 되냐?”

“원래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더라. 인생이 버라이어티 해.”

“그건 오빠 생각이고, 내 인생은 그냥 가는 거야. 아주 격한 상승곡선은 격한 하락을 일으키기도 하거든.” “그러지 말고 나만 믿고 한번 해보자. 내 체면도 생각해줘라.”

“아니 길거리에 널린 게 이쁜 여자인데, 좀 나가서 찾아봐. 나는 널린 여자 중 하나일 뿐이야.”

준희는 계속해서 내 제안을 마다하였다. 하지만, 나는 결국 미스코리아 참가 신청서를 내고 말았다. 준희 몰래 말이다.

낸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니까, 일단 내고 보자는 심산이었다.

* * * * *

“합격했대.”

서류전형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준희는 당연히 길길이 날뛰었다.

“뭐? 미쳤어, 미쳤어. 어쩌려고 그랬어?”

“서류전형에 합격할 줄은 몰랐지.”

“그걸 말이라고 해? 사법고시 합격자는 이슈거리가 되기 충분하다고! 거기다 최연소 합격자인데, 대회 흥행을 위해서 당연히 합격이지!”

준희의 스펙은 어디에 내놔도 먹어줄 것이다. 흔히 말하는 엄친딸이 바로 준희다.

“그것 봐. 너도 네 값어치를 인정하고 있잖아.”

“아니, 그건 그렇다 쳐도, 내 몸매를 봐, 똥뱃살이 장난이 아니야. 이 몸매로 무슨 수영복 심사를 하냐고? 사람들 눈 버릴 일 있어?”

준희는 요새 술을 하도 마셔대서 똥뱃살이 기준치를 넘어섰다.

“내가 좋은 트레이너 붙여줄게.”

“트레이너 같은 소리 하네!”

준희가 괴성을 지르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지금 닥친 상황이 너무 황당해서.

나는 준희가 그러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다음 계획을 준비했다. 헬스 트레이너로 누가 좋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있는데, 은서가 대뜸 끼어들었다.

“장재군이 어때요? 장재군 요새 엄청 많이 나오던데, 몸매 관리도 잘해줄 것 같은데?”

장재군은 당시 에어로빅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에어로빅으로 CF까지 찍을 정도였다.

“장재군? 음 그거 괜찮은데?”

“뭐가 괜찮아? 나 안 한다고!”

“장재군은 싫어요? 그럼 이소란은 어때요? 이소란 다이어트 비디오 진짜 추천.”

“오, 그거 괜찮겠네.”

이소란은 슈퍼모델 1등 출신으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방송인이다. 그녀의 다이어트 비디오는 2021년에도 따라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효과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그건 집에서 하는 거야? 울퉁불퉁한 남자들 안 만나도 되는 거지?”

준희는 헬스 트레이너 자체가 싫은 거였다. 우락부락한 남자들을 상대하는 것이 싫은 거였다. “응, 비디오만 틀어놓고 따라 해도 이소란처럼 되는 거예요.”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은서가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은서는 아마도 준희를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럼, 그거 하지 뭐,”

준희가 모처럼만에 긍정적인 대답을 하였다. 다행이다.

“그럼 김다이어트 먹으면서 이소란 비디오를 따라하는 걸로 하자!”

“으, 김다이어트 내 취향 아닌데.”

“조금만 노력하자. 1등 신붓감이 되는 거야.”

“1등 신붓감? 지금도 충분하거든?”

“그럼 퍼스트 레이디. 한국의 그레이스 켈리?”

결국 한국의 그레이스 켈리라는 타이틀은 준희가 가져가는 건가? 싶었다.

준희는 싫다고 손을 저었지만, 입술은 은근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싫지 않은 것이다.

그날부터 준희의 다이어트가 시작되었다. 준희는 김다이어트와 이소란 비디오를 매일 끼고 살았다. 준희 몰래 집에 헬스 트레이너를 투입하였다. 엄마의 지인인척하고 매일 집에 찾아가서 준희의 상태를 체크했다. 식생활도 감시하였다. 모든 것이 순리대로 이루어졌다. 완벽한 몸매를 만들기 위한 작전에 들어간 것이다.

나는 따로 마사지샵을 예약했고 준희의 피부도 관리해 주었다. 점점 예뻐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워킹을 위한 선생님도 따로 섭외하였다. 자연스러운 워킹은 매우 중요하다. 슈퍼모델만큼은 아니지만 말이다.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워킹은 따로 있다. 준희를 위한, 아니 미스코리아가 되기 위한 모든 세팅이 완벽하게 준비되었다.

* * * * *

같은 시각, 해리를 미스코리아로 만들기 위한 준비도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해리는 외모적으로 따로 만들 건 없었다. 그 자체가 이미 완벽했다. 성형한 티가 조금 나긴 했지만, 성형을 해 준 의사에게 돈을 조금 먹였다. 후에 일어날 폭로전을 위해서였다. 의사들에게 목돈을 주고 입을 다물어 줄 것을 요구하자. 다들 그러겠다고 했다.

해리는 급하게 학교에 편입하였다. 원래 대학을 다니다 말아서, 그런 쪽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다만 룸싸롱에 다닌 것이 문제였다.

“그니까 이 돈을 받고 닥치고 있으라?” “네, 손해 볼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룸싸롱의 마담은 돈을 보며 구미가 당겼지만, 쉽게 합의를 해줄 맘은 없었다. 왠지 더 큰 돈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재준이 돈을 더 주며 입을 다물어달라고 했지만, 마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긴 돈이라면 마담도 많이 있으니까, 웬만한 돈은 눈에 차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해리를 위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는 건가요?”

“눈꼽만큼은 있을 지도요? 지금은 안하겠다는 뭐 그런 뜻?”

마담은 딱 봐도 거만하고 재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재준은 마담이 향후 문제가 될 거라고 느꼈다. 어떻게든 마담과 해리의 연관성을 없애야 한다. 마담을 매수하는 것은 실패했으니, 이제 해리 쪽에서 마담과의 인연을 끊어야 한다.

재준은 돈을 주고 사람을 매수했다. 해리를 양녀로 들이기 위해서였다. 양녀로 들어가면, 이름과 성을 바꾸게 된다. 신분이 세탁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향후 마담이나 다른 사람에 의해 해코지를 당할 것이다. 신분 세탁만이 해리를 양지로 끌어올릴 묘안이다.

“난 내 이름 좋은데.”

해리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해리가 미스코리아 진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신분 세탁을 해야 한다. 이름 따위에 목숨을 걸어서는 될 일도 안 된다.

“네가 앞서 룸싸롱에 일했던 흔적을 지우려면, 이렇게 해야 해. 룸싸롱 측에서는 네 편을 들어줄 의향이 없다고 했어.”

“뭐? 아으 그 싸가지 없는 마담은 사람 잘되는 꼴을 못 봐.”

“그니까, 왜 그런데서 일했어?”

“왜긴, 빨리 이뻐지려고 그랬지.”

“안 해도 이뻤을 것 같은데.”

재준의 눈엔 해리가 똥물을 뒤집어써도 예쁠 것이다.

“아흥, 오빵. 그건 그렇지.”

아니다. 해리는 성형 전에는 그저 그랬다.

“그럼 이제부터 네 이름은 한아름이다. 어때?”

“어머낫, 이름 괜찮네? 쎈스쟁이.”

해리는 새로운 이름에 나름 만족하였다. 그렇게 해리는 한아름이라는 이름으로 미스코리아에 출전하게 된다.

* * * * *

해리와 준희가 동시에 예선전에 합격하였다.

예선전은 각 지역에서 미스코리아를 뽑는 방식과 같이 진행되었다. 각 지역에서 가장 예쁜 사람을 뽑는 개념이다.

준희를 위해 우리 측 드림팀이 나섰다. 나와 류사희만으로도 이미 반은 먹고 들어갔다. 미용계에서 우리 두 사람의 입지가 상당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재준 쪽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레이스도 류사희 못지않게 인지도가 있었고, 재준 측에서도 얼마 전부터 실력이 출중한 원장을 섭외하였기 때문이었다.

사자머리, 일명 미스코리아 머리를 감당하려면 두피 쪽의 볼륨을 미리 업 해놓아야 한다. 사람의 두상이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미스코리아 대회를 보면 두피의 한계를 넘어선 듯했다. 두상의 두 배, 아니 세 배까지 넘어선 머리 크기는 대단했다. 뒤에서 보면 몸매가 삼등분으로 나눠질 정도였다.

“너무 과한 거 아니에요? 머리 밖에 안보여.”

준희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재준 쪽 해리의 머리는 우리 쪽보다 더 컸다. 큰 바위 얼굴이 울고 갈 정도였다.

“쟤보다는 작네. 하하.”

준희가 해리의 머리를 보며 깔깔대고 웃었다. 그 시절, 미스코리아 머리는 누가 더 과하게 부풀리냐가 승패를 가늠한다고 여겼었다. 물론 그건 아니다. 무조건 예쁜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미용실 간에 그런 전쟁이 있었다. 누가 더 많이 부풀리고 더 화려하게 머리를 해 주느냐가 미용실의 자존심을 세워주곤 했다. 일종의 미용대회 외전이라고 할 수 있다.

“머리 크기가 심사에 영향을 주진 않아. 알지?”

“머리가 커서 미스코리아가 된다면 나는 사양하겠어.”

준희는 그곳에 있는 다른 참가자와 사뭇 달랐다. 다른 참가자는 이 일에 목숨을 걸고 있었지만, 준희는 이 일을 그저 놀이쯤으로 여겼다. 사회적으로 이미 성공을 앞두고 있는 준희니까, 이런 일의 승패 따위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준희는 여유가 넘쳤다.

“나는 미가 되면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야. 진이나 최소 선쯤인 되어야지 자존심 상하지 않을 것 같아.”

“니가 진이 되어도 이상할 게 없어. 너는 그만큼 예뻐.”

내가 말했지만, 참으로 닭살이다.

“우왝, 오빠 요새 립서비스가 너무 과해. 구토 나올 것 같다구.”

“구토해도 좋으니, 제발 해리나 이겨줘라.”

“해리가 누구야?”

준희는 해리가 누구인지 모른다. 한아름으로 알 뿐이다.

“아, 저 한아름이라는 여자 말이야.”

“아, 쟤가 해리야? 원래 이름이 해리인가 봐?”

“어, 양해리. 저 이름은 양부모 만나서 바꾼 이름이야.”

“그래? 뭔 이름을 바꾸고 그러냐.”

우리의 대화는 우리뿐만 아니라 류사희도 듣고 있었다. 그녀를 의식하지 않고 한 말이었는데, 이 일로 큰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잠시 뒤, 미스 서울의 순위가 발표된다.

“미스 서울 진은…….”

두근두근.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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