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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30화 (130/200)

130화. 미스코리아 만들기(2)

“우선 미스 서울 미를 발표합니다. 미스 미는 박혜진 씨, 축하합니다.”

미스 서울, 본선 진출자 중 미를 발표했다. 나머지 본선 진출자들은 속이 타들어갔다. 준희만 빼고.

“미는 아니네, 다행이야.”

사회자는 다시 본선 진출자를 보며 말했다. 준희는 사회자를 보지 않고 그 뒤에 관객석을 바라보았다.

마침 오재훈이 와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준희는 내 옆에 서있는 오재훈을 보자마자 얼굴이 빨개졌다.

“아우 씨, 여긴 왜 왔데.”

“박준희 양? 무슨 할 말이 있으신가요?”

사회자가 짓궂은 말투로 말했다. 준희는 자기에게 포커스가 집중되자 더울 얼굴을 붉혔다. 그 전까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냥 빨리 진행하시죠?”

준희의 말에 심사위원들까지 빵 터졌다. 준희스러운 말투였다.

“그럼 소원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우선 박준희 양과 한아름 양 앞으로 나와주세요.”

준희는 뭔가 싶어서 앞으로 나갔고, 해리는 자기기 되었다는 기쁨에 목이 막혀하며 앞으로 나갔다.

“두 분 중 한분이 미스 서울 진입니다.”

“아.”

준희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냥 서 있었다. 준희의 엉뚱함을 보고 심사위원들이 반할 정도였다.

해리는 온갖 예쁜 표정들을 과하게 지어가며 서 있었다. 내가 심사위원이었다면 바로 탈락 시켰을 것이다.

“미스 서울 진이 만약 박준희 양이라면, 한아름 씨는 선이 되는 거예요. 아시죠?”

사회자가 준희를 바라보며 말하자, 준희는 썩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답했다.

“네, 그렇겠죠?”

“자, 이제 정말로 발표합니다. 미스 서울 진은 바로 한아름 씨!”

“어머, 아름다운 밤이에요.”

해리는 예쁘지만,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해리에게 미스 서울 진의 트로피와 왕관이 주어지는 중에도 준희는 관심 없이 그저 시계만 바라보았다.

“아우 쟤는 표정이 너무 가식적이야.”

준희의 작은 말을 들은 사회자는 피식 웃었다. 준희에게도 미스 서울 선의 왕관과 트로피가 주어졌다. 준희는 그저 형식적으로 트로피를 받아들고 웃었다. 오재훈이 멀리서 박수를 쳐주자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미스 코리아 예선이 끝났다. 준희와 해리 모두 본선에 진출했다. 미스 서울 진, 선, 미가 전부 본선에 진출하니 당연했지만, 준희는 여전히 귀찮은 듯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 * * * *

“아니 표정이 대체 왜 그래?”

나는 준희를 보자마자 화를 내며 말했다.

준희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커피를 마시는데 집중 하였다.

“표정 때문에 떨어지는 건 아니잖아?”

“예선은 어찌어찌 했지만, 본선은 그렇게 하면 안 돼. 기왕이면 상을 타야하지 않겠어?”

나는 준희가 해리에게 밀린 것에 자존심이 상해서, 본선에서는 어떻게든 진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울지역 예선은 본선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 진과 선으로 나뉘었다면 본선에서도 같은 점수를 받을 확률이 높다.

“이미 걔한테 진 게 확실한데, 뭘 또 이기려고 하나? 응?”

“넌 이런 것에는 욕심이 없냐?” “난 그냥 큰 욕심이 없다니까? 예뻐서 뭐하겠어? 검사가?” “아우, 그렇구나?”

“자자, 그만하시고, 우리 준희가 예선을 통과한 기념으로 제가 소고기 한턱 쏘겠습니다! 가시죠.”

오재훈은 자신의 피앙새가 미스코리아 문턱을 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이미 결혼을 약속한 상태였다. 부모님도 오재훈을 평소 괜찮게 생각했기 때문에 금방 승낙 하였다. 둘은 조만간 정식으로 약혼을 할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우리 처남이 사준다는데, 얼른 가야지!”

처남이라고 말하기까지 한참 걸렸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가 내편이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든든하다.

“형님, 오늘도 4차까지 모시겠습니다!”

“오늘은 5차도 괜찮아.”

“어이구, 그만들 좀 하시죠? 내일 출근 안하십니까?”

우리는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 그리고 다음날 준희는 미스코리아 합숙에 들어갔다.

* * * * *

준희의 심드렁한 표정은 미스코리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준희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엽기적이고 귀엽다고 하였다. 가식 없고, 때론 똑똑한 말과 행동들이 다른 참가자들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건 향후 미스코리아 인기투표에 한 몫을 하게 된다. 그 말은, 미스코리아 본선에서 인기상을 따놓았다는 이야기다.

미스코리아 본선 진출자들이 모인 합숙이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들뜬 마음으로 합숙에 임하였다. 준희는 아주 조금 들떴지만, 곧 가라앉을 정도였다.

해리는 미스코리아 진출자들과 같이 지내면서, 자신의 가벼움을 드러냈다. 대학도 중퇴하였던 상태다. 최근 단체 생활을 룸싸롱에서 보냈기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싼 티가 났다. 본인은 조심한다고 했지만, 은연중에 몸짓으로 나타나곤 했다. 그 모습을 본 참가자들은 그녀를 은근히 따돌리곤 했다.

미스코리아는 단체 생활도 점수 합산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데, 그 점수로 해리는 불합격에 가까웠다. 하지만, 해리의 점수는 은연중에 조금씩 조작되었다. 돈의 위력은 늘 대단했다.

본선이 시작되고, 생방송으로 미스코리아 심사가 진행되었다. 준희는 앞서 단체 생활을 하면서 미스코리아가 가지는 의의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미스코리아에서 활동하는 단체가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도와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기가 이 일을 통해서 하고 싶은 것들이 생각났다. 그것은 미스코리아로 입상을 하고 난 뒤에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준희는 앞서 진행된 미스 서울 선발대회보다 훨씬 많은 활약을 보여줬다. 그것은 지켜보는 내가 놀랄 정도였다. 갖고 있는 외모와 스펙, 그것을 뛰어넘는 신념이 하나의 결실로 맺어지는 순간이었다. 덕분에 큰 굴곡 없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본선에 진출한 것은 수상권에 들어간다는 소리다.

“자 본선 진출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여러분은 미스코리아가 가지는 의미와 향후 나아갈 길에 대하여 한마디씩 해주시길 바랍니다.”

사회자의 말에 다들 준비해 둔 이야기들을 꺼내었다. 이 질문은 질문 리스트에 있던 질문으로 다들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드디어 준희의 차례가 되었다.

준희가 말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사회자가 끼어들었다.

“박준희 양은 4개 국어에 능통한 걸로 압니다. 이 답변은 한국어를 제외한 3개 국어 중 하나로 대답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준희는 사회자의 도발에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영어로 대답하였다.

“저는 사실 미스코리아에 큰 욕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었습니다. 하지만 단체 생활을 하면서 많은 친구들이 미스코리아에 도전하게 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나라의 대표가 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거기다 이 미스코리아는 모임을 통해서 나라를 빛낼 수 있는 행사를 자주 여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이 대회가 가진 의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부분까지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저는 4개 국어에 능통하고, 법에 관한 지식을 아주 많이 알고 있습니다. 이 미스코리아를 통해서 전 세계에 한국에 미를 알리는 것은 1차원적인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1차원을 넘어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대해 알리려고 합니다. 그것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고유의 미를 알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동북공정을 통해서 한국의 고유문화를 없애려고 한다고 합니다. 그것을 제가 앞장서서 막을 생각입니다. 한국은 중국과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그걸 알리는 일에 나설 겁니다. 그것은 이 미스코리아 단체가 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제가 미스코리아에 나서게 된 의의입니다.”

동북공정은 2021년에는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그때 당시에는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준희는 그걸 알고 있었고, 막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한국의 일개 검사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스코리아가 되어서 그걸 알리고 싶은 것이다.

준희의 유창한 영어와, 방대한 지식은 지켜보는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지금 순간만큼은 준희가 미스코리아 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은 정해져 있었다. 바로 해리가 진이 되는 것.

“박준희 양과 한아름 양이 서울 예선에 이어 또다시 진과 선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자 2001년 미스코리아 진은 바로 한아름 양!”

결국 각본대로 해리가 진이 되었다. 재준은 당연한 일이라는 듯 박수를 쳤다. 하지만 관중들은 달랐다. 누가 봐도 준희가 진이 되어야 하는 상황인데, 해리가 되자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사회자는 관중 반응이 너무 적막하자 당황해 하며 중재에 나섰다. 그렇게 미스코리아 대회는 끝이 났다.

* * * * *

미스코리아 사건은 이후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미스코리아 대회 심사위원의 자질 문제까지 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걸 공식적으로 문제 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자 이에 격분한 류사희가 한아름의 진짜 이름을 사람들에게 소문내기 시작했다. 그 일은 방송가에 금방 퍼졌고, 한아름의 진짜 이름이 무엇이냐는 물음이 연예인 뉴스에 나오기 시작했다. 재준은 이 일을 덮기 위해 무진장 애를 썼지만. 말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대체 누가 이런 소문을 낸 거야?”

“메이크업 파트에서 퍼져나갔다고 했어.”

그레이스는 누구 입에서 소문이 나간건지 알고 있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해리가 잘 되는 꼴이 너무 싫어서 그랬다.

“돈으로 아무리 막아도 새어나가잖아! 이거 어쩔 거냐고?”

“그걸 왜 나한테 따지지? 그건 그 여자 스스로 가진 운명이야.”

그레이스는 약속대로 미스코리아를 낸 상태기에 이 일에서 발을 뺐다. 해리가 자멸하는 것을 바라는 탓도 있었다.

“그럼 너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건가? 너도 해리의 과거에 대해 전부 알고 있는 상태에서 같이 한 짓이잖아!”

“나는 최선을 다했어. 그럼에도 그런 지경에 이른 것은 그 애가 처신을 잘못한 탓이 아닐까?” “처신을 잘못한 거는 아니지! 그건 그 애 과거일 뿐이잖아.”

“애초부터 그런 과거를 숨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어. 책임은 해리 본인이 지어야 할 거야.”

그렇게 둘이 다투는 사이, 해리의 목숨을 쥐고 있는 마담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 해리가 이름을 바꾸고 미스코리아에 나갔다는 사실을.

“이년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렸다 이거지?”

마담이 해리를 혼내주려고 나섰다. 마담은 해리의 과거를 폭로하겠다고 언론 인터뷰를 하였다. 그녀의 인터뷰는 막을 길이 없었다. 그녀 자체가 언론사와 여러 인사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돈으로 막을 사람들이 아니었다. 결국 해리의 사건은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져 버렸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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