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블랙컨슈머(1)
한아름, 즉 해리의 미스코리아 진 사건은 마담의 폭로로 전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된다. 안 그래도 미스코리아 진의 형평성 논란에 휘말렸었는데, 마담의 폭로로 인해 그게 기정사실화 된 것이다.
그 일은 결국 미스코리아 심사위원을 매수했다는 폭로로 이어지고 결국 그레이스과 해리가 수사 대상이 된다. 그레이스는 해리의 일로 수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해리 하나만 없으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해리의 진 자격이 박탈되면서 결국 준희에게 미스코리아 진의 왕관이 돌아왔다. 준희는 왕관을 받아 들고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내가 이걸 받을 자격이 있는 건지 모르겠어.”
“네가 받지 않으면 누가 받을까?”
준수는 준희가 점차 영부인감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너무 기뻤다. 준희와 오재훈을 뒤에서 서포트 해주면서 그들이 대한민국의 대표 부부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준희의 일 덕분에 준수의 미용실은 더 크게 성장하게 된다. 미스코리아를 배출한 미용실은 시너지를 얻게 된다. 그걸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주 큰일을 한 셈이었다.
* * * * *
“박준수의 미용실이 너무 성장하고 있어.”
재준은 준수의 미용실을 자기 손으로 키워준 꼴에 대해 아주 분해하고 있었다. 그레이스도 요새 계속 검찰에 출두하면서 기분이 아주 나쁜 상태였다. 준수와 준희의 준이라는 글자만 봐도 경기가 날 정도였다.
“그 미친 것들이 마담을 뒤에서 조종한 게 아닐까?”
“어? 그럴 인간은 아닌데.”
“그럴 인간이 아닌 건 뭐야?”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는 거지.”
“양해리를 누가 당신에게 붙였는지 모르는가보지?”
“누가? 누가 갤 나한테 붙여?”
“박준수가 한 짓이야.”
그레이스는 양해리를 재준에게 붙인 것이 나인 줄 진작에 알고 있었다. 재준이 그걸 알아봤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뭐? 왜? 왜 나한테 걜 붙여?”
“왜긴? 당신 혼을 빼놓으려고 그런 거지!”
“휴, 확실히 목적 달성은 했네.”
재준의 마음을 빼앗아서 그를 혼란에 빠트리려고 해리를 이용한 것은 맞다. 그건 사실 준수의 수가 아닌 이 차장의 수였다.
“목적 달성? 참나. 정말 단단히 정신이 나갔네.”
“너 말 조심해! 나는 너만 안 만났어도 지금쯤 더 잘나갔을 거라고!”
아니다. 재준은 그레이스를 만나서 그나마 지금의 위치에 올라간 것이다. 그걸 본인만 모를 뿐이다.
“말이 되는 소릴 해! 저번에 그 꼴을 당하고도 그런 말이 나와?”
“그냥 반지 따위가 내 인생을 망쳤다고!”
맞는 말이다. 반지가 없었다면 재준은 해리와 엮이는 일이 없었을 거고 준수의 복수 대상이 되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재준은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당했을 거다. 워낙 자기 멋대로 사는 놈이니까. 누군가의 원수가 되었을 것이다.
“아 시끄럽고, 그래서 박준수를 좀 혼내주고 싶은데 방법을 좀 찾아봐.”
“반지가 없으니 무슨 수로 혼내줘?”
“당신! 반지 없어도 충분히 성공할 인물이었어! 대체 왜 그렇게 변한거지?” “이게 다 반지 때문이라니까!”
“휴, 알았어 알았다고! 그니까 박준수를 혼내줄…….”
그레이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뭔가가 떠올랐다. 박준수를 혼내줄 방법이.
“방법이 있겠어.”
* * * * *
미용실이 전국적인 인기를 얻게 되고 분점도 늘어나게 되었다. 워낙 미용실 브렌드 하나 만큼은 인정을 받고 있었다. 거기다 미스코리아 호재가 터지면서 더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도 회사 일은 잠시 접어두고 미용실에 집중하였다. 향후 미용 관련으로 나올 제품들은 전부 미리 생산하게 되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뭔가 다른 수가 없었다. 거기다 미용실이 점점 커지면서 그쪽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렇게 3호점에 나가서 류사희와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원장님 손님이 오셨어요.”
“어, 잠시만요.”
손님이 지목하여 찾아왔다는 직원의 말에 나가보니, 언젠가 보았던 여자가 나를 보며 빙긋 미소 짓고 있었다. 누구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녀가 웃었다.
덧니, 그 여자가 웃는데 덧니가 드러났다. 그러자 그녀가 누구인지 생각났다.
아! 그 재수 없는 여자!
2011년 재준의 미용실에서 디자이너를 하고 있던 때였다. 웬 여자가 미용실에 와서 머리를 해 달라고 했다. 여자는 미용실에서 제일 좋은 걸로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나는 비싼 머리값을 각오한 여자의 부탁대로 모든 기술을 동원해서 여자의 머리를 해 주었다. 헌데 얼마 뒤 내게 고소장이 날아왔다.
블랙컨슈머, 그 여자는 바로 블랙컨슈머였다. 그것도 강남 일대에서 유명한 여자. 강남역 일대를 돌아다니며 가게를 상대로 소송을 걸며 합의금을 뜯어내는 여자였다.
내게도 예외는 없었다. 여자는 머리를 하기 전의 머리를 현미경까지 동원하여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그리고 우리 미용실에서 한 상태를 또 현미경으로 촬영하였다. 그 사진을 토대로 고발을 한 것이다. 정말 징글징글한 여자였다. 합의금을 몇 백 만원이나 뜯어갔다. 그나마 변호사를 써서 줄은 금액이었다. 그 여자가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것이다.
“은서야, 가서 카메라 좀 가져와. 아주 잘 찍히는 거 있다고 했지?”
“네, 있긴 한데 뭐하게? 뭐 왕자병이라도 걸리셨나?”
“잔소리 말고 가져와.”
“네.”
은서는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이 근방에 살고 있기에 집에 다녀오기 위해서였다.
“분명 현미경을 이용하진 못하겠지.”
지금은 2001년이라서 2011년의 기술은 없을 것이다. 저 여자가 현미경 드립을 하지 못 할 거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사진 정도로 끝날 것이다.
“이번에는 절대 당하지 않을 거야.”
여자는 내 말을 듣기라도 한 듯 나를 보며 웃었다. 좋아서 웃는 게 아닌 비열한 미소에 가까웠다. 여자의 미소를 보며 구역질이 날 것 같았지만 애써 참고 같이 웃어주었다. 미리 승리한 자의 미소라고 해야 하나.
“저한테 직접 머리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고요?”
“네, 원장님한테 하면 조금 스페셜 할 테니까요.”
‘원장님이 돈이 더 많으니까.’라고 여자가 속삭이는 것 같았다. 분명 내게 돈을 뜯어내려고 온 것이리라.
그때, 은서가 헐떡거리며 카메라를 들고 왔다. 나는 얼른 가서 은서에게 디지털 카메라를 받아 들었다.
“제가 요즘 비포 앤 에프터 샷을 남기는 중입니다. 잠시 이쪽을 보시겠어요?”
찰칵.
여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후에 요긴하게 쓸 예정이다.
여자는 갑작스러운 카메라에 놀라서 얼굴을 가렸지만, 다행히 여자의 얼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나는 여자에게 다가가서 여자의 머리를 클로즈업해서 찍었다.
찰칵.
“이건 헤어만 찍는 거구요.”
“뭐에욧.”
여자가 거부하며 화를 냈지만, 내게 그 여자의 기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여자가 나중에 벌일 일들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상담을 하도록 하죠.”
여자는 회귀 전과 다르지 않았다. 내게 했던 그대로 요구했다. 나는 여자의 요구대로 열심히 머리를 해 주었다. 2011년 보다 내 실력이 더 늘었기에 여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사실 그때보다 머리가 더 예쁘게 나왔다. 여자는 자신의 머리를 보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자기가 왜 여길 왔는지 모를 정도로 만족한 모양이었다. 하긴 한번 머리를 해준 적이 있어서 잘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잘 나왔네. 실력이 정말 좋으시네.”
“감사합니다. 비용은 만만치 않으신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여자는 웃으며 카드를 내밀었다. VIP용 은빛 카드였다. 나는 직접 카드를 들고 가서 계산하였다. 그 전에 카메라로 카드 앞면을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꽤 많은 요금이 나왔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는 여자. 도대체 무슨 돈으로 머리를 하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여기 팁이요.”
여자는 돈을 계산하고 팁을 현금으로 따로 계산하였다. 남에게 뜯어먹은 돈으로 내게 팁까지 주는 것인가? 조금 황당한 기분까지 들었다.
여자가 가고 나서 나는 카드를 찍은 디지털카메라를 확인하였다. 카드에 적힌 이름은 바로 (그레이스 정)이었다.
“뭐지? 그레이스가 시킨 건가?”
그레이스가 이정도로 나를 경계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어쨌든 그녀가 블랙컨슈머의 뒤에 있다는 것을 안 이상 간단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그때, 이은서가 들어와서 비실비실 웃어댔다. 팁이 들어온 것 때문이었다.
“원장님 우리 이따 소고기 사먹습니까?”
은서의 말이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레이스가 블랙컨슈머를 고용한 것을 어찌 대체해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그러자 은서가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원장님! 이따 고기 좀 사달라고요!”
“어? 아 그래, 알았어.”
은서는 내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뭔 고민 있으신가?”
“어, 그게.”
은서에게 상의를 하려다가 말았다. 김설아와는 달리 좋은 답변을 얻어내지 못 할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러자 은서가 그걸 알아차린 듯 물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나도 알아들을 수 있다고요. 뭔지 말해보라고오!”
은서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 정말 노랑머리랑 비슷한 캐릭터다.
“그니까 니가, 니 웬수가 장사를 하고 있는 걸 알았어. 그를 망하게 하려고 사람을 보냈어. 근데 그 놈이 한두 군데가 아닌 여러 군데에서 장사를 하는 거야. 그 한군데 망하게 해서는 큰 데미지가 없는 거지.”
“그럼 다 조져야지!”
은서가 간단하게 말했다. 심플하다.
“그지? 아무래도 다 찾아가겠지?” “그럼요! 최소 반은 조져야 이기는 거지!”
“풉, 그래 맞다 반은 조져야지.”
“뭐야? 누구 혼내주게? 나도 같이 가요!”
“워워, 넌 참아줘. 내가 해결할게.”
“뭐야? 누가 원장님을 괴롭혀? 이것들이 진짜!”
나는 흥분하는 은서를 겨우 진정시키고, 디지털 카메라를 들었다. 그 속에 있는 여자의 사진을 인쇄해야겠다.
* * * * *
블랙컨슈머의 사진을 인쇄한 나는 그걸 가지고 돌아와서 팩스에 넣었다. 팩스를 통해서 전국에 있는 분점에 여자의 사진을 보냈다.
위이잉.
팩스가 전송되고, 거기에 편지를 같이 보냈다.
(이 여자는 블랙컨슈머입니다. 이 여자가 오면 무조건 모발의 사진을 찍으시고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을 찍으세요. 나중에 소송장이 날아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 전에 증거를 남김없이 수집 하세요. 절대 당하고 있으시면 안 됩니다.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편지와 함께 문자도 보냈다. 전국 분점의 원장들에게 빠짐없이 보냈다. 실수로 김설아에게도 보내버렸다.
그러자 김설아에게 바로 전화가 왔고 만났다.
“준수 씨! 별일이 다 있네요!”
김설아는 진심으로 걱정해주었다. 사실 나는 대처를 다 한 상태이기 때문에 덤덤했다. 그러자 김설아가 더 흥분하며 말했다.
“근데, 이 여자가 블랙컨슈머라는 것을 그레이스가 어찌 알았을까요? 그 전부터 그런 짓을 해왔으니까 안게 아닐까요?”
“그렇죠.”
그 여자는 강남 일대를 헤집고 다녔고 유명인사가 된다.
“그럼 그걸 가지고 그레이스를 엮어야죠.”
“그게 무슨 소리죠???”
회귀해서 미용재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