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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32화 (132/200)

132화. 블랙컨슈머(2)

김설아는 차분하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도 조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레이스는 고재준 씨의 아내잖아요. 그건 고재준이 한패라는 뜻이고요.”

“그렇죠. 둘이 한 세트죠.”

“그럼 고재준이 한 짓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 셈이죠.”

부부이기 전에, 둘이 같은 회사를 가졌고, 회장과 부회장을 나눠서 하고 있으니 한 팀이다. 재준이 말리지 않았으니 그도 방관죄에 해당한다.

“그럼 이 여자가 한 짓은 그레이스가 시킨 거라는 증거도 있잖아요? 다른 미용실에도 갈 테니까. 그 곳에서도 증거가 쌓이겠죠.” “그렇겠죠. 가만두지 않을 생각입니다.”

“앞서 그 여자가 한 짓도 같이 엮는 거죠. 블랙컨슈머와 그 뒤의 재벌이라는 것을 밝히는 겁니다.” “오, 그렇게 엮어도 되겠네요! 그 여자가 음식점을 많이 다녔으면 재준의 아버지까지 엮이겠어요!”

재준의 아버지가 하는 회사는 음식 관련 회사이다. 음식점을 망하게 만든 재벌이라는 타이틀은 엄청난 결과를 낳을 것이다.

“네, 그 여자가 블랙컨슈머로 이름을 날렸다는 것은, 그만큼 해온 짓거리가 있다는 말이에요. 그걸 그레이스 회사와 그 아버님 회사까지 같이 엮는다면 그들에게 한방을 날릴 수 있을 거예요.”

역시 김설아는 영민하다. 그녀가 나와 함께 간다는 것이 너무 든든하다.

“맞네요. 그렇게 하면 놈들을 한방에 정리할 수 있겠네요.”

“우선 증거부터 모으세요. 그 여자가 한 짓이 얼마인지 몰라도 유명해질 정도니 적진 않을 거예요.”

“네, 그렇겠네요.”

나는 우선 강남 일대에 여자의 사진을 뿌렸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강남역을 중심으로 근처를 쭉 돌아가며 여자의 사진을 뿌렸다. 그러자 제보 전화가 쏟아졌다. 여자에게 당한 사람이 정말 많은 것 같았다.

그 사이 그 여자가 지인들을 동원하여, 우리 미용실을 전국적으로 돌아다녔다. 다행히 내 문자를 다 받은 상태라서 누구도 여자에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증거만 엄청나게 쌓이고 있었다.

증거도 생기고, 증인도 생겼다. 이제 방송국에 갈 차례이다. 방송국에는 당연히 양 기자가 대기하고 있다.

* * * * *

“아이고, 정말 많이도 해먹었네.”

양 기자는 내가 준 증거들을 보며 학을 떼었다. 여자는 정말 열심히 남을 등쳐먹고 다녔다. 정말이지 못된 심보를 가진 여자이다. 그 여자에게 당한 사람들은 너무 분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저들의 인터뷰만 따도 24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다행히 식당도 많았다. 식당을 통해서 재준의 아버지 회사까지 쳐낼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방송 할 수 있겠죠?”

“그러엄, 당연히 할 수 있슈. 이거 대형 스캔들이 될 수 있겠어.”

그러자 은서가 나타나서 우리 두 사람의 옆구리를 찔러댔다.

“형님들, 나만 빼놓고 이러기야?” “아우으으. 형님이라고 하지 말라고 했지! 내가 니 동서유? 암튼 이상해.”

“뭐 어때? 존경하는 사람이 둘이니까 형님이지!”

“아우으으, 니가 남자라면 참 좋았을 건데.”

양 기자는 은서를 좋아하지만, 은서가 남자이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아마 그는 노랑머리의 존재도 모를 거다. 그렇게 친하게 지냈건만, 서로 모르는 사이가 된 것이 정말 안타까울 정도였다. 그치만 양 기자는 노랑머리의 존재를 은서에게 투영하고 있었다. 그녀가 남자이길 바라고 있는 것도 아마 그래서 그럴 것이다.

“남자라고 생각해!”

은서는 남자처럼 호탕하게 웃었다. 그래도 그게 낫다. X약에 쩌들어서 비실비실 죽어가던 이은서보다는 훨씬 낫다. 그래서 나는 그걸 보는 것이 참 좋았다. 은서가 미용사로 내 옆에서 성장하는 것이 정말 좋았다.

“짜식, 가자. 소고기 사먹어야지!”

“어? 그때 받은 팁 이제 쓰는 겁니까?”

“팁보다 더 사줄게 걱정마라.”

우리는 일단 배를 채우러 고기집을 갔다.

치익.

고기가 익어가고, 은서도 우리의 상황을 다 듣게 되었다.

“고약한 여자가 준 돈, 줘도 안 먹는다.”

은서가 고기를 냅다 바닥에 던지며 침을 밷었다.

퉤퉤.

나는 얼른 은서를 말리며 자리에 앉혔다.

“그 돈 안 쓰니까 걱정 말고 먹어라.”

“아니, 뭔 여자가 사람들 등을 그렇게 쳐드시고 다니나? 그렇게 살고 밥이 넘어가? 잠이 와? 사람 아니네. 악마 같은 여자야.” “그런 여자를 매수하여 이용하는 사람도 악마유.”

“맞아. 그레이스는 좀 혼나야 해.”

둘이 대화를 하는 동안, 나는 생각에 잠겼다. 상인들 중 한 사람이 한 말 때문이었다.

“그래서 제가 여자를 잡으려고 집을 찾아갔거든요. 근데 갔다가 돌아왔어요. 집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데, 둘 다 중증 환자더라고요. 욕을 해주려고 갔다가 혀만 차고 왔어요. 그 여자가 남의 등을 쳐서 지 부모를 돌보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그 여자는 남의 피눈물로 부모를 돌보고 있었다. 처음엔 그게 목적이었지만 어느샌가 돈이 쌓이고 목적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문제였다. 목적이야 어찌됐든 혼쭐이 나긴 해야 한다. 그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이 걸릴 뿐이다.

그렇게 상인들 인터뷰와 증거들을 모은 영상들이 차곡차곡 쌓여 갔고, 저들을 혼내 줄 영상이 잘 만들어지고 있었다. 폭풍전야다.

* * * * *

얼마 뒤, 방송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 갑자기 방송이 불가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그게 말이 됩니까? 증거도 뭣도 다 있는데 말이 되냐구요?”

“나도 미치겠슈. 이거 방송만 되면 대박 터지는 건데 누가 압력이 들어온 모양이야.”

재준과 그레이스는 블랙컨슈머 관련 방송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빠르게 대처했다. 자신들 손에서 끝나지 못할 거란 생각에 아버지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다. 재준의 아버지는 재준 덕분에 회사의 위기에서 벗어난 뒤로는 재준의 말이라면 뭐든 들어주는 중이었다. 아버지가 직접 나서고 방송국에 압력이 가해진 것이다.

“그럼 방송이 전부 취소된 겁니까? 아예 끝난 거냐구요?”

“그렇게 됐슈. 테이프도 가져가서 없앤 모양이야.”

“네? 아우 X발, 그건 아니잖아요!”

“헉, 박 쌤도 욕을 하네.”

갑자기 욕이 터져 나오자 은서가 놀라서 말했다. 그만큼 지금 화가 난 상태이다.

“너무하다 너무해. 정말 너무해.”

“내게 복사본이 있긴 한데, 방송을 못하니 소용없슈.”

나는 너무 허무해서 더 말을 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아무 데미지를 입지 않았으니 손해 볼 것은 없다. 그 여자가 우리 측에 고소고발을 하나도 할 수 없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 여자에게 당한 사람들이 문제다. 우리가 저들의 말을 들어주고 편이 되어주겠다고 했는데, 저들의 뒤통수를 친 격이 된 게 아닌가?

“그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어쩌나.”

“그니까요. 사람들이 속상해할 걸 생각하니 속이 답답하네.”

“그냥 싹 줘 패주죠? 내가 아는 사람들 부를까요?”

“아이구우. 그만 둬라.”

“나도 아는 사람은 많거든. 그런 걸로 해결되면 얼마나 좋겠니.”

그렇게 양 기자와 나, 은서가 떠들고 있는데 누군가 찾아왔다. 그는 바로 블랙컨슈머 그 여자였다.

“야, 이 사기꾼아!”

은서가 갑자기 여자에게 달려들었다. 나와 양 기자가 겨우 은서를 뜯어 말렸다.

“야, 넌 노랑머리보다 더하냐!”

“노랑머리? 아 뭔가 익숙한데 뭔지 모르겠슈.”

양 기자는 무의식중에 노랑머리를 기억하고 있나보다.

“놔 이거! 저 여자 손봐줘야겠어.”

“그만둬유. 난리났네 난리났어.”

그러자 블랙컨슈머가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앞서 여자의 태도와는 180도 달랐다. 대체 왜 저렇게 바뀐 건지 궁금하게도.

우리 세 사람이 놀라서 그 여자를 쳐다보았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래, 그럼 가서 죽자!”

양 기자가 은서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만 좀 하슈.”

“이거 놔! 저 여자 죽이고 감옥 가겠다고!”

양 기자가 은서를 끌고 가고, 나와 여자만 남았다. 여자는 나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부모님 병을 고칠만한 사람이 없어서 죽을 날만 기다렸습니다. 열심히 살아도 부모를 살릴 수 없다는 생각에 못된 짓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랬군요.”

“어흑흑, 그런데 어떻게 저한테 그런 의사를 소개해주셨어요? 이제 우리 부모님 다 나을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요?”

나는 여자가 감옥에 가게 되면, 부모를 돌볼 사람이 없을 것을 생각하며 고민에 빠졌었다. 방송을 타게 되면 감옥에 갈 것이 뻔한데, 그 부모에게 화가 미칠 것이 걱정되었었다. 그래서 부모의 병명을 물어보았다. 부모의 병은 그 시절에는 고칠 수 없는 병이었지만, 조만간 신약이 개발되며 고치게 되는 병이었다. 그 약이 지금 실험 단계라서 돈을 들이지 않고 고칠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다행이네요.”

“근데 그 정보를 어떻게 아신 건가요?”

그 정보는 주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알게 된 정보이다. 신약 개발 시기에 맞춰서 주식을 사야하니 정보를 빼곡하게 넣어서 가져온 덕이었다. 그걸 알려줄 수는 없고.

“아는 사람이 있어서요.”

“제가 은혜를 갚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아, 은혜요? 하하 그게 참.”

방송이 다 끝난 마당에 무슨 은혜를 갚게 하나? 하는 생각에 난감하던 차에 양 기자가 들어와서 말했다.

양 기자가 은서를 어딘가에 묶어두고 온 듯 은서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자진해서 출두하면 되겄슈.”

“자진 출두? 자수하라는 말이죠?”

아직 경찰 수사가 시작된 사안이 아니니 수사부터 하게 되면 이슈화가 될 것이다.

“네, 자수할 때 생방 나가서 취재하면 방송 취소된 것도 다시 내보낼 수 있을 거유. 증거야 차고 넘치니까 그쪽은 자수만 하면 되는 거쥬.”

생방으로 자수하는 것이 나가게 되면, 그걸 막지 못할 것이다.

“위에서 조치 취하기 전에 내보내려고요?”

“그래, 내가 생방 내보낼 짬밥은 되니까.”

“근데 혹시 이 여자 분만 감옥 가게 되면 어쩌죠?”

그러자 그 여자가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녹음기였다.

“혹시 몰라서 녹음을 해두었습니다. 블랙컨슈머 의뢰를 받으면 항상 녹음을 하거든요.”

“잠시만요. 블랙컨슈머 의뢰를 하는 사람이 또 있다는 이야긴가요?”

누군가 블랙컨슈머 의뢰를 했을 거라고 예상만 했던 일이었다. 그레이스같이 악랄한 사람이 또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얼마든지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이 먹고사는 것이죠.”

여자에게 블랙컨슈머를 의뢰한 사람은 은근히 많았다. 어느 오래된 가게를 망하게 한 사건, 진짜 맛있는 빵이라고 소문났던 빵에서 벌레가 나왔던 사건, 어느 치킨이 다 익지 않아서 식중독이 일어난 사건 등등, 어떤 것은 대기업의 물건도 있었다. 최근에는 어느 김치냉장고에서 김치가 골고루 익지 않아서 다 버렸다는 사건까지.

“그 일도 의뢰를 받으신 거군요?”

“네, 아주 유명한 사람이 부탁했지요.”

여자의 말에 나와 양 기자의 눈이 커졌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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