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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34화 (134/200)

134화. 조셉을 구하라(1)

“저희 아버지를 따로 독립시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아버지는 김주원의 밑에 있는 상태이다. 그렇게 계속 두면 언젠가 김주원에게 이용당할 것이다. 앞서 블랙컨슈머 사건을 겪으며, 반드시 아버지를 거기서 빼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터였다.

“아버지를 짜르라는 말로 들리는데?”

“네, 그렇게 해서라도 그만두고 저희는 작은 규모로 사업자를 개설하겠습니다.”

“흠, 왜 그러는 건지 물어봐도 되겠나?”

지금 말을 잘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김주원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니.

“다른 사업을 해볼까 해서요. 닭을 좀 팔아볼까?”

“닭? 그래? 알았어. 해보게나. 대신 우리 도움을 받을 생각은 말고.”

“네, 당연하죠.”

그렇게 아버지는 김주원의 그늘 아래에서 벗어났다. 2002년 닭 관련 사업이 대박 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쪽으로 계산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지금 이야기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김주원이 내가 2021에서 회귀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닭 관련 사업이 대박 날 모양이군.”

김주원은 내가 간 뒤에 내 말의 참 의미를 깨닫고 바로 닭 사업을 준비했다. 참으로 영악한 사람이다. 나는 바로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 * * * *

“나를 그만 두라고 하더구나. 열심히 일했는데 좀 섭섭했어.”

아버지는 김주원의 밑에서 열심히 일했다. 평소 김주원을 대단하다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했다. 그런 아버지를 내 말 한마디에 가차 없이 자르니 섭섭한 것은 당연했다.

“김주원은 위험한 사람이에요. 얼마 전에 블랙컨슈머 사건 아시죠? 사실 거기 개입되어 있는 대기업이 바로 김주원이에요. 다른 대기업도 관련되어 있는데, 어이없게 빠져나갔고요.”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구나? 김주원은 다른 사람과 다른 것 같긴 했어. 뭔가 영리한데 악하다고 해야 하나?” “네, 그 사람은 자기 외에는 누구도 믿지 않아요. 사람은 누구나 뒤통수를 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그런 사람 밑에 있으면 좋은 영향을 받지 못 할 거예요.”

“그래, 어쨌든 내 피자 가게 상호만 바꾸면 되니 크게 달라질 건 없다.”

“거기다 사업 하나를 더 추가했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사업? 나 이제 늙어서 뭔가 더 벌일 능력이 되나 모르겠구나.”

“차리기만 하면 무조건 대박이 나는 것이니 걱정 마세요.”

곧 2002년이 다가온다. 축구와 치킨은 같이 가는 거다. 2002년 치킨집은 차리기만 하면 문전성시다. 그 좋은 기회를 누가 마다하겠는가?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근처 치킨집으로 향했다. 이 치킨집은 후에 대한민국 3대 치킨집이 되는 치킨의 창시자다. 그 사람에게 투자한 뒤, 조류독감 발발시점 바로 앞에 투자금을 빼면 된다. 그때는 그 회사도 우리의 돈이 필요 없을 테니까.

“네? 정말 저희 치킨집 레시피가 전국적인 인기를 끌까요?”

치킨집 사장님은 자신의 레시피에 대한 애착이 있었지만, 그게 전국적인 인기를 끌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레시피가 성공한다. 그것도 대박으로,

“꼭 성공하실 겁니다. 믿으시고 저희 아버지와 손을 잡으세요.”

“네, 그래야죠. 저한테 다른 사람도 제안했었지만, 이토록 좋은 조건으로 제안한 사람은 없거든요.”

치킨집 사장님은 우리의 계약 조건에 아주 만족하며 계약을 마쳤다. 사실 다른 사람의 계약조건보다 훨씬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쪽에도 좋은 조건을 넣었다. 제일 좋은 조건은 바로 조류독감 발발 시점을 1년 앞두고 빠지는 것이다. 그건 누구도 예상 못한 조건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아버지의 사업이 정리되었다. 아버지는 이후로도 쭉 잘 나가게 된다. 그러다 후에 김주원이 아버지의 사업체를 인수하려고 나선다. 아버지는 또 김주원의 밑에 1년을 있다가 그만두게 된다. 그리고 1년 뒤에 조류 독감이 발발하고 김주원만 쫄딱 망할 위기에 처한다. 의도치 않았지만 김주원에게도 한 방 먹이게 된다.

* * * * *

미용 사업과 미용실 프렌차이즈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올 한해는 그냥 업계 2위로 넘어가려는가 했지만, 그레이스의 블랙컨슈머 사건으로 그녀의 회사가 휘청이게 된다. 우리는 어거지로 1등을 거머쥘 상황에 놓이지만, 한방이 부족했다. 뭔가 치고 올라갈만한 한 방이 있어야 그레이스를 제대로 물 먹일 수 있는데……

미용실 관련되어서는 누구도 우리를 따라올 수 없는 위치에 올라가게 된다. 앞서 블랙컨슈머 사건으로 우리 미용실의 이름이 또 한 번 유명해지고, 블랙컨슈머가 올린 미용 시술 관련 비포 앤 에프터 사진이 너무 완벽하게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블랙컨슈머 여자가 자기의 모발 사진을 펌 전과 후로 나뉘어서 제출했는데, 너무 완벽하게 나왔다. 상한 것은 전혀 없었고, 머리가 세련되게 나온 것이다. 그 사진이 신문상에 오르내리니 유명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결국 우리 미용실은 업계 1위로 자리를 굳히게 된다.

그 말은 미용실이 바빠졌다는 의미다. 조 원장은 출산 후 얼마 되지도 않아서 미용실에 나왔다. 지금 미용실이 [스타일 헤어] 때보다 훨씬 잘 벌고 있으니 너무 신이 나서였다.

“우리 수희는 재벌 2세 소리를 듣겠어. 호호.”

조 원장과 한 원장의 딸은 태어나면서 금수저가 되게 생겼다. 안 그래도 잘 벌었는데 더 잘 버니 말이다.

“조셉도 재벌 2세이죠.”

내 말에 조 원장이 입을 삐죽거렸다. 조 원장은 조셉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았다. 하긴 조셉은 누구라도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다.

“조셉은 지금 미국에서 아아주 잘나가니 재벌 2세는 필요 없을 걸?”

“아, 그래요? 잘나간다니 좋네요. 요새 조셉이랑 연락 한지 꽤 되었어요.”

“걘 한 원장이 전화해도 안 받아. 쌍둥이 빌딩에서 어찌나 일을 시키는지.”

“네? 쌍둥이 빌딩?” “어, 그 뭐냐 세계무역인지 뭔지 그 건물에서 일한다고 하던데?”

세계무역센터는 911테러가 일어나는 빌딩이다. 그리고 현재 9월 달이다. 조셉이 위험하다!

“조셉이 일하는 회사가 무슨 회사죠?”

“어, 아마 화장품 회사일걸? 왜 그래?” “아, 네. 별거 아닙니다. 저 우리 회사 회의가 있어서 거길 좀 다녀와야겠어요.”

“어 그래요. 다녀와.”

조 원장은 내 급한 발걸음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 * * * *

나는 긴급하게 회의를 소집했다.

미국에 가야한다. 무조건 가야한다. 가서 조셉을 구해야 한다. 어떻게 구한 녀석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그래서 미국에 갈 이유를 만들기 위해 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미국에 진출할까 해서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미쿡? 지금 미국이라 해스무니까? 거긴 갑자기 왜 가무니까?”

“당황스러운 대표님일세.”

“좀 쌩뚱맞긴 한데, 왜 하필이면 미국인지 설명을 좀 해주겠어요?”

“미국에서 김설아라도 만나는가?” “김설아는 요즘 바쁘무니다. 굳이 거기 가서까지 만날 필요가 없는 사이인데?”

“이유를 말씀하시죠.”

이은미는 내 말이 도통 이해되질 않는 듯 말했다. 하긴 갑자기 아무 연고도 없는 미국에 간다고 하니 황당할 것이다.

나는 우선 이은미부터 설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의견이 아니라면 묵살당할 것이다. 어떻게든 그럴싸하게 꾸며야 한다.

“제가 국내에 브랜드를 런칭하고 보니,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거라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사실 우리가 다른 기업에 1위를 준 상태잖아요. 그래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유야 어쨌든 미국에 가야 한다. 그래서 조셉을 구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일이 성사되지 않았네 어쩌고 하면서 오면 그만이다. 굳이 미국 진출을 해낼 필요는 없으니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저 미국에 가야 할 이유만 있으면 그만인 것이다.

“가서 손해 볼 건 없으니 나는 찬성.”

“그렇다면 나도 찬성이무니다.”

“꼭 좋은 성과를 얻고 온다고 약속하면 나도 찬성할게요.”

다들 내 미국행을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순조롭게 미국행을 하게 되었다.

* * * * *

9월 11일을 이틀 앞둔 날, 나는 급하게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사실 미용실과 회사가 많이 바쁜 와중이었지만, 사람 목숨보다 귀한 건 없었다. 구할 수 있다면 미국 시민들 전부 구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조셉이 보였다. 그는 멀리서부터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조셉은 과거의 요란했던 모습은 아니지만, 여전히 차림새가 요란했다.

“헤이! 오랜만이야!”

“어, 잘 지냈지? 오랜만이네.”

“여긴 왜 왔어? 왓 프러블럼?”

조셉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를 설득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워낙 본인만의 세계관이 확실한 녀석이니, 내 생각을 주입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앞서 그가 서울에 왔을 때도 무조건 내 의견을 관철했다면 그는 듣지 않았을 것이다. 내게 신세를 지고 내게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내 말을 들었던 거다. 그를 알기에 이번 미션도 어려울 거란 관측을 했다. 하지만 포기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그를 포기할 수 없질 않은가? 나는 우선 그를 데리고 나갔다. 미국 관광을 할 여유도 없이 그에게 내 말을 전했다.

“너 내게 신세를 진 일이 있잖아? 그걸 내게 갚아줄 기회가 왔어.”

“왓? 아하 그랬지. 고마웠어. 근데 어쩌라고?”

그는 내게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다. 그저 말투가 그럴 뿐이다.

“네가 화장품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을 알았어. 그래서 나는 네 회사랑 거래를 하고 싶어.”

“왓? 거래? 그럼 우리 회사랑 조인을 한다는 말이야? 무엇으로? 그걸 할 조건을 알고 싶은데?”

“그래, 조건을 알려줄 테니 너희 사장과 나의 미팅을 잡아줘. 이틀 뒤에.”

“그럼 그때, 우리 회사에서 만나도록 하자. 나의 회사 뷰가 끝내줘. 베리 굿이야.”

“아니, 절대 안 되고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끝내주는 레스토랑이 있다고 들었어. 거기서 봤으면 좋겠는데, 가능하겠어?”

회사에서 본다면 911 희생자 중 한명이 되는 꼴이다. 그들을 최대한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안내해야 한다. 무조건 그래야 살아남으니까.

“어, 그래 그렇게 해볼게. 사장이 나를 아주 좋아해. 우리는 서로를 존중해.”

“그래, 알았어. 꼭 성사시켜줘. 설사 사장이 안 나온다고 해도 그날 너는 나랑 꼭 밥을 먹어야 해.”

“오, 좋지. 나야 베리 굿이지.”

그렇게 조셉과 내가 9월 11일에 약속을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사장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우리는 회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미국에서 약속을 기다리고 있던 나는 여유롭게 기다릴 수가 없었다. 뭔가 너무 잘 진행된 것이 불안한 까닭이었다. 그리고 당일이 되고나서야 왜 불안한 건지 알 수 있었다.

“어? 오늘이 9월 11일이 아니라고? 왜?”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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