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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36화 (136/200)

136화. 조셉을 구하라(3)

“당신이 화재경보기를 울린 겁니까?”

외국인 경비들이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저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노, 노!”

“지금 여기서 경보기를 울릴만한 사람은 당신밖에 없는데요?”

경비원들이 계속 나를 다그쳤지만, 그저 NO만 반복하고 있었다. 경비원들과 내가 실랑이를 벌이는 도중, 건물 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러자 경비원들이 저들에게 아무 일 없다고 말하였고, 그 틈을 타서 저들의 시야를 벗어날 수 있었다.

“휴, 큰일 날 뻔했네.”

그렇게 건물을 나와서 두리번거리는데, 데니스가 나를 붙잡았다.

“여기서 뭐해요? 다들 기다리잖아.”

데니스의 말을 대충 알아들은 나는 그에게 물었다.

“코리아 푸드 레스토랑 고고.”

“오, 마침 괜찮은 데가 있어. 조금 떨어진 곳인데 괜찮겠어?”

“오케이, 오케이. 고고!”

데니스는 나를 데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한국 음식 식당에 갔다. 저들을 테러로부터 구해주려면, 우선 식당 주인과 말이 통해야 했기에 한국 식당으로 향한 것이다. 다행스럽게 저들도 내 제안에 좋아하며 쫓아갔다. 본의 아니게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식사를 대접해야 했지만, 저들을 다 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거기다 화재경보기를 울렸기 때문에 건물을 빠져나온 사람이 있을 거고, 그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내 경고를 저들이 온전히 받아들였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우르르 한국 식당으로 몰려갔다.

* * * * *

한국 식당에 수십 명의 외국인들이 몰려가자 식당 주인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는 저들을 안으로 들여보내고서 식당 주인을 조용히 불렀다.

주인은 마침 한국 사람이 다가오자 이 사태에 대해 물으려고 금방 따라 나왔다.

“아, 이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오셨네요. 예약도 안하고요.”

“죄송합니다. 오늘 하루 이 식당을 좀 빌렸으면 합니다.”

“네? 그건 좀 비쌀 텐데요?”

“네, 금액이 얼마든 다 낼 테니 오늘 하루 저 사람들을 이 곳에 가두어 주십시오.”

주인은 내 말에 놀라하며 뒷걸음쳤다. 내가 테러범이라도 되는 듯 두려운 눈을 하고서 말이다.

“그게 무슨…?” “아니, 제가 저 분들 회사 사장과 미팅을 할 예정입니다. 점심때요.”

“아, 그래서요?”

“저랑 거래하는 것을 반대하는 분이 저 분들 중 섞여있거든요.”

“아하, 실례지만 무슨 회사인지 좀 알려주시겠어요?” “아, 네네. 제 명함입니다.”

나는 얼른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어 건넸다. 명함을 찬찬히 들여다 본 주인의 표정이 밝아졌다.

“오 여기 탈모 샴푸 효과 좋던데, 거기 사장이십니까?”

“아, 저희 회사를 아세요? 아이고, 이거 너무 반갑네요.”

한국 식당 주인이 웃으며 자신의 머리를 보여주었다. 반쯤 탈모가 진행 된 모발이었다.

“그럼 그 샴푸를 미국에 수출하려고 오신 겁니까? 그럼 저도 당연히 도와야지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정말 그래주실 수 있으세요?” “그럼요. 타국에 있으면 괜한 애국심이 넘친답니다. 애국하는 심정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정말 그렇다. 외국에 나간 사람들이 한국에 있는 사람보다 더 애국심이 높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저 분들을 점심 식사 후 해지기 전까지만 데리고 계셔 주세요. 음식은 달라는 대로 주시고 최대한 늦게 내보내셔야 합니다.”

“네네, 그렇게 하면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한다는데, 노력해야죠.”

“그럼 우선 선 결제 하시고 나머지는 이따가 와서 결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잠시 통역을 좀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 저희 직원을 데리고 가세요.”

나는 주인에게 법인 카드를 내밀었다. 주인은 감사하다고 말하며 카드를 들고 갔다. 주인이 결제를 하는 동안 나는 저들의 앞으로 가서 섰다.

“제가 여러분의 하루를 책임지고 싶습니다.”

직원이 통역을 하자, 사람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쳐주었다. 나는 저들의 박수가 끝나고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모든 음식을 다 드시고 맥주나 와인등도 마음껏 마시세요. 사장님께는 제가 책임지고 허락을 받겠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더 큰소리로 박수를 치고 좋아했다. 오늘 일 안 해도 된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러니, 여기서 천천히 음식을 즐기시고 퇴근은 이곳에서 하시는 겁니다? 제가 이따가 사장님을 만나고 나서 여기로 모시고 올까요?”

그러자 사람들이 다들 NO를 외쳤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윗사람과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은 싫은 모양이다.

“그럼 사장님과 비즈니스를 마치고 바로 퇴근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마음껏 즐기다 가세요.”

내 말에 다들 환호성을 질렀다. 좋기도 하겠지.

그렇게 법인 카드를 받고 식당을 나서는데 득달같이 전화가 울렸다. 이은미였다.

“아니 비즈니스를 하랬지 누가 먹고 배터지랬습니까? 뭘 먹기에 그렇게 많은 돈을 써요? 자다가 깜짝 놀랐네.”

“이따 또 쓸 건데?”

“네? 그러다 그 거래 안 되면 어쩌려고?”

“그럼 더 많이 벌면 되지요.”

“네? 아니, 미국 가더니 사람이 이상해졌어?”

“걱정 말아요. 비즈니스도 잘 하고 갈 테니까.”

“휴, 적당히 좀 쓰고 와요. 올 때 비즈니스석 못 타게 한다?”

“하하, 알았어요.”

그러자 이은미의 옆에 있던 노랑머리가 끼어들며 말했다. 그는 911 테러를 모르지만, 나를 믿으니까.

“거 형님이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니까 그러네. 그냥 놔두면 뭐든 완벽하게 해낼 테니 걱정 말아요.” “그래도 돈을 너무 많이 쓰니까.”

“형님, 걱정 말고 다 쓰고 오세요. 여긴 내가 막을 테니까.”

“그래, 거긴 새벽인데, 잘 자. 잠 깨워서 미안해.”

“아닙니다. 형님 파이팅!”

갑자기 노랑머리가 보고 싶어진다. 그 녀석이 옆에 있었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그의 자리는 이은서가 채워주지 못한다. 성격이 비슷하다고 해도 그는 그니까.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일단 잡념은 일단 접어두고 서둘러 어제의 그 식당으로 가야한다.

* * * * *

“준수형! 데니스가 말한 게 사실이야?”

조셉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아직 사장은 오지 않았다.

“어, 그렇게 되었어. 그냥 못 들은 걸로 해줘.” “지금 난리 났어. 다들 준수형과 거래하는 것에 적극적이야. 형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줄 것 같다니까?”

“하하, 그래?”

“거기다 그 식당 사장이 좀 미친 것 같아. 대접이 너무 대단하데. 다들 한국에 직접 가보고 싶다고 난리야.” “응, 다행이네.”

“그리고 우리 사장님이 감동했어. 지금 당장 계약한다고 계약서를 가지러 회사에 갔어.”

“뭐? 당장 불러 빨리.”

“왓? 왜 그래?”

“제발, 제발 그냥 오라고 해. 계약은 내일까지 시간도 있고, 오늘은 사장님이랑 친목도 다지고 사업 얘기도 하고 싶어.”

“어, 알았어.”

조셉이 전화통화를 하러 가고, 겨우 한숨을 돌렸다. 계약이 중요한 게 아닌데, 그걸 모르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저 사장이 빨리 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세계 무역센터 건물에 저게 뭐야?”

“어? 비행기 아냐?”

“테러다!”

결국 놈들이 건물에 테러를 가하고 말았다. 사람들이 놀라서 레스토랑 창문으로 몰려갔다. 조금 떨어졌지만, 세계 무역센터가 무너져가는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의 괴성과 울부짖음이 식당을 장악했다.

나는 이미 보았던 장면임에도 속이 무너져가는 것을 느꼈다. 저 속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 걸까? 저들이 죽어 나갈 것을 알면서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그래도 내 옆에 있는 조셉과, 다른 직원들을 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았다. 사장은 저 곳에서 나온 것일까? 혹시 저 곳에서 죽게 되었을까? 궁금증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사장님! 사장님이 저길 갔잖아!”

조셉이 울먹거리며 소리쳤다. 나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전화 해봐!”

“어, 알겠어.”

조셉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 사장은 정말 잘못 된 것일까?

“아, 전화 좀 받으라고!”

“그니까 간다고 할 때 말리지!”

“아, 내 탓이야! 내 탓.”

조셉이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나도 조셉을 따라 울었다. 그때 조셉에게 전화가 왔다. 조셉은 사장인 줄 알고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사장님? 사장님!”

상대는 사장이 아니고 데니스였다. 데니스도 911 테러를 목격한 모양이었다.

“저거 사실이야? 쑈 같은 거 아니냐고?” “데니스! 데니스는 괜찮은 거지?” “어, 나는…… 우리는 정말 괜찮아. 근데 사장님이 거기 없어?”

“어, 사장님이 건물에 들어갔어.”

“뭐? 당장 구하러 가야지!”

“그래, 지금 밥이 문제야?”

조셉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도 조셉을 따라 일어났다.

“가자, 사장님 구하러 가자.”

“그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조셉과 내가 뛰어나갔다.

* * * * *

건물은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무너졌다. 무너지면서 주변이 다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 곳에 도착한 조셉과 나는 절망감이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이게 무슨 미친 짓이야!”

“나쁜 놈들, 비행기 탄 사람들도 전부 죽었을 거야.”

그때, 나머지 직원들이 하나 둘 도착했다. 저들도 사장을 구하려고 나온 모양이었다. 저들은 나를 보자마자 전부 달려들었다.

“미스터 박, 당신 덕분에 우리가 살았습니다.”

“당신은 우리 가족의 은인입니다.”

“당신을 위해 내 목숨을 바칠 생각입니다.”

“당신 회사의 성공을 위해 뭐든 할 겁니다.”

저들은 저마다 내게 감사를 전하며 나를 끌어안았다. 잘했다.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며 내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저 무너진 건물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죽어가는 불쌍한 사람들을 전부 구하지 못한 것이 너무 가슴 아팠지만, 그래도 이만한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우리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

“화재경보기 때문에 불안해서 나와 있었어!”

“나도 뭔가 불안해서 근처에 있었는데 겨우 살았네.”

내가 화재경보기를 울려서 살아난 사람들이 건물을 보며 울부짖었다. 그래, 사장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저들을 살린 걸로 되었다. 완전히 망한 것은 아니었어. 하는 생각에 조금 위안이 되었다.

우리는 사장의 위치라도 알기 위해서 전화를 걸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정말 전쟁통보다 더 난리 난 상황이었다. 우리에게는 사장을 구하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다들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조셉이 모두를 지휘했다.

“마지막 통화할 때, 주차장으로 간다고 했으니, 그 곳 주변을 살피면 사장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위험해서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그래, 어떻게든 찾아야 해.”

“시체라도 찾아야 해.”

누군가의 말에 모두 소리를 질렀다. 죽지 않았을 거라고 다들 한목소리로 외쳤다.

그렇게 우리 수십 명이 사장을 구하러 나섰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사장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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