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회귀자 리스트(1)
“당신도 나도 회귀한 뒤 뭐로 돈을 벌었어?” “어? 그거야 주식이나 땅?”
회귀한 사람들은 주로 주식과 부동산으로 돈을 벌곤 한다. “그래, 주식으로 대박을 친 사람 중에 회귀자가 섞여있을 거라고.”
“오, 그렇겠네.”
“일단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들 리스트를 뽑아보자고. 거기에 우리가 아는 인물이 있을 거 아냐?”
두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회귀자가 섞여있을 확률이 높다.
“예를 들면 김주원 같은?” “그래, 김주원이나 이 차장 같은 인물이 그 속에 있다는 걸 확인하면, 그 리스트에 있는 인물 중 회귀자가 몇 퍼센트 정도는 있다는 반증이잖아?” “그래, 그럴 확률이 있지.” “그 중에 만약 박준수가 있다면, 놈은 분명 회귀자일 거야.”
어느 정도 맞는 소리다. “아닐 수도 있잖아.”
“아니, 맞을 확률이 더 커.”
“그래, 그럼 알아봐.” “이미 사람 보내놨어. 여기로 온다고 했어.”
그레이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군가 노크를 해 왔다.
“어, 들어와.”
그레이스가 부른 사람은 유명한 애널리스트로 TV에도 가끔 얼굴을 비추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레이스의 앞에 서류를 내밀었다.
“부탁하신 자료입니다.”
“어, 고마워요. 가보세요.”
“네,”
애널리스트가 가고 그레이스와 재준이 자료를 펼쳤다. 예상대로 그 속에는 김주원과 이 차장이 있었다.
“이것 봐. 이 사람들이 있잖아.”
“그렇네. 정말 그래.”
“그럼 박준수도 있나 좀 봐.”
“어.”
두 사람은 열심히 자료를 살폈다. 그러다 결국 박준수가 그 속에 있음을 확인했다.
“이것 봐! 여기 있네.”
“정말 그렇네.”
“일단 확인을 해봐야겠지?”
“그래, 확인을 해야지.”
두 사람은 그 자료를 들고 나갔다.
* * * * *
“너도 회귀자인 거 다 알고 왔어.”
재준이 다짜고짜 말했다. 그동안 잘도 속여 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안 것인가? 이 차장이나 김주원이 말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저들은 자기 손해 보는 짓만 아니면 비밀을 잘 지켜주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재준은 물적 증거나 증인이 없이 의심만으로 왔을 것이다. 우선 모른다고 하면 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나는 시치미를 떼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나도 회귀자라고? 그럼 너는 회귀자인거야? 그래서 그렇게 잘 빠져나가는 거야?”
“내가 언제 그랬어?”
그러자 그레이스가 재준의 입을 막았다.
“가만히 있어. 박준수 씨가 최근, 아니 그 훨씬 전부터 주식과 땅 정보를 잘 알고 있다는 말이 있어요. 그게 무슨 이유가 있는 건 아닌가 해서 왔습니다.”
그레이스는 내가 시치미를 떼자 일단 나를 무턱대고 의심하지 않으려 했다. 우선은 내가 왜 주식에서 돈을 버는 것인가? 하는 의문점을 풀어주기를 원했다. 내가 계속 잘나가는 것을 질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원인이 회귀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글쎄요? 회귀가 정확히 무슨 뜻이고 그걸 어떻게 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쪽은 회귀에 대해 믿고 있는 걸로 보이네요? 그걸 하는 방법이라도 있다는 건가요?”
“아니, 그게 아니고 그냥 911 테러를 알고 간 것 같아서 한 말입니다. 마치 그게 일어날 걸 미리 알고 가서 사람들을 구한 것 같잖아요? 미래를 알고 있다는 건 회귀한 자만 아는, 그런 거 아닌가요?”
그레이스는 나를 날카롭게 쳐다보며 말했다. 재준도 끼어들려고 했지만, 그레이스가 막고 있었다. 워낙 똑똑한 녀석인데 왜 저 여자한테 저리 쥐어 사는지 모를 정도였다. 아무튼 나는 저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거기에 제가 동생삼은 녀석이 일하고 있고, 마침 녀석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해서 선물도 주고 계약도 할까 해서 간 겁니다. 한 원장님 아들 녀석인데 저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지금 통화라도 시켜드릴까요?”
일단 조셉을 팔아서 거짓말을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 그레이스란 여자는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이다. 저 여자가 사람까지 죽이는 것을 본 나는 저 여자가 조금 무섭다.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여자이다.
“그래요. 그건 그렇다 쳐도, 주식 투자를 그렇게 잘 하게 된 건 설명을 해주었으면 좋겠는데요? 자그마치 100프로의 확률이에요. 기계도 해내기 힘든 수치잖아요?” “그건 개인적인 문제에요. 당신에게 굳이 밝힐 이유가 없는데?”
그러자 그레이스가 재준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재준이 아파서 소리 질렀지만 계속 옆구리를 꼬집었다.
“왜 막무가내로 말해서 이 지경으로 만들어? 밀당을 했어야지?” “밀당요? 그걸 왜 당신네들이랑 하죠?” “아무튼 그 비결에 대해 좀 알려주지 않으면 한 발짝도 안갈 겁니다.”
“비결을 대체 왜 알려고 하시는지? 그건 저만의 비밀인데요?”
“빨리 대충 말해. 나도 더 있기 짜증나니까.”
재준은 내 앞에서 자존심을 구긴 것이 화가 났다. 그레이스가 너무 사람을 막 대하는 것은 내가 보기에도 좋지 않았다.
“궁금증만 풀어주면 가보도록 하죠.”
나도 내가 회귀자임을 밝히지 않고 저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내게 정보를 주었다고 말해야 한다. 근데 누굴 팔아야 하나?
“정보를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럼 그자가 회귀자인가?”
재준이 또 생각 없이 말했다. 그러자 그레이스가 또 옆구리를 찔렀다. 이번엔 재준이 화가 나서 그레이스를 밀쳤다. 둘이 그러고 있는 것을 보니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세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그자가 회귀자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정말 그 회귀란 것이 있긴 한 겁니까? 두 분만 아는 것이 무엇이지요?”
이번엔 내가 질문을 이어갔다. 저들이 내게 질문을 했고 답변을 했으니, 저들도 내게 답변을 해야 할 것이다.
“아니, 그건.”
“그럴 수도 있다는 거죠. 경우의 수 말이에요.”
“그건 진화론보다 더 믿기 어려운 말이네요. 가보시죠. 우리 이런 시시껄렁한 농담을 할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이야기 하자 그레이스의 얼굴이 빨개졌다. 재준도 기분이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
“일단 지켜보도록 하죠. 당신의 말이 전부 사실이길 바랄게요.”
“그러는 당신은 내게 사실을 말했습니까?”
“야, 그만 좀 하지?” “그건 당신이랑 같은 마음인데요?”
그레이스가 맞받아쳤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풀리지 않는 의문을 지니고 갔다. 저들이 간 뒤, 땅을 보니 주식 투자자 리스트가 떨어져 있었다.
“어? 이건 주식투자 리스트네? 이걸 보고 날 의심한 건가?”
리스트에는 김주원과 이 차장, 나와 그레이스, 재준이 보였다. 그리고 또, 오아영도 있고 노랑머리도 있었다. 강상구는 초반에만 보이고 최근에는 운동에 집중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한 명, 의외의 인물이 보인다. 그도 정말 회귀자인가?
그리고 마침맞게 노랑머리에게 전화가 왔다.
* * * * *
“오랜만입니다 형님.”
노랑머리는 예전의 껄렁한 이미지를 벗어나서 젠틀맨이 되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나 하나이다.
“그래, 잘 지냈지? 나도 마침 널 만나야 할 상황이었어.”
그레이스와 재준에게 심문을 당한 이후 바로 보고 싶었던 것이 노랑머리다.
“무슨 일인데요?” “어, 그레이스측이 나를 회귀자로 의심하더라고, 주식투자 리스트를 가지고 와서는 나보고 주식 투자율이 100퍼센트인 이유를 설명하라고 하더군.”
주식 투자 성공률이 100퍼센트인 것은 정말 불가능에 가깝다. 그걸 해낸 사람들이 바로 회귀자 리스트 속 사람들이다. 그들은 정말 하나같이 다 회귀자였다. 한 사람만 빼고 말이다.
“그건 정말 희안한 일이죠. 나라도 의심하겠어요.”
“암튼 그래서 나는 나중에 널 팔 생각이야. 니가 회귀자인걸 밝혀야 할지도 모르니 단단히 마음먹고 있으라고.”
그레이스와 재준이 끝내 나를 회유하면 마지못해 노랑머리의 이름을 댈 생각이다. 노랑머리가 회귀자인 것을 저들이 안다고 해도 같은 분야가 아니니 딱히 뭐라고 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노랑머리가 그렇게 쉽게 당할 사람이 아니다. 반은 죽여 놓을 테니 걱정이 없다.
“하하, 네네 그렇게 하지요.”
“아, 그건 그렇고 날 부른 이유가 있지?”
지금 만남은 노랑머리가 먼저 전화해서 만난 것이다. 그가 나를 부른 데는 이유가 있을 거다. “네, 형수님이랑 영화 진행이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그 영화는 멜로영화의 한 획을 긋는 영화가 될 것이다. 그 역할을 노랑머리가 하는 것이 너무 기뻤다.
“오, 그렇구만, 정말 잘 될 거야 그 영화.”
“네, 영화사측도 우리도 전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근데? 뭐가 문제야?”
노랑머리는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며 입을 달싹거렸다. 내가 추궁하자 그제야 다시 입을 여는 노랑머리. “영화 찍는 도중 형수님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요.”
“그래? 많이 힘들다 하지?” “그것보다 프러포즈 후 결혼 이야기가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이맘때쯤 결혼을 생각했다면서요.”
프러포즈 후 10개월이 다 되어간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거기다 우리의 프러포즈는 전 국민이 다 본 상태이다. 결혼이 미뤄지는 것을 시청자들이 불안해할 정도였다. 우리는 세기의 커플? 정도는 아니지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아, 그렇지. 결혼을 하긴 해야 하는데, 요즘 너무 바빠서.”
“그래도 여자 측에서 그런 고민을 하게 만들면 안 되잖아요. 형님이 저보다 더 여자 많이 만났잖아요. 그걸 왜 몰라?”
노랑머리는 이은서와 이은미 딱 두 명만 만났다고 했다. 나는 선정이와 해리, 김설아까지 세 명이다. 근데 한명차이가 뭐가 더 많다는 거지?
“너보다 한 명 많거든?”
“나보다 많으면 많은 거지 뭐.”
“아이고, 네네 세기의 로맨티스트 납셨네요.”
사실, 노랑머리가 나보다 사랑을 더 잘 안다고 생각한다. 나는 선정이를 친구에게 빼앗겼고, 해리도 동창에게 빼앗겼다. 내 사랑은 반쪽짜리도 되지 못한다. 김설아만 완성형 로맨스이다.
“아무튼 조만간 날짜 잡아요. 그게 영화 개봉일이랑 겹치면 우리 측은 더 좋고,”
“그래, 그거 좋겠네. 한번 생각해 볼게.”
사실 그동안 김설아에게 소홀했던 건 사실이다. 그녀도 선정이와 해리처럼 나를 떠나게 둘 수 없다.
“그럼 그리 알고…….”
하는데 뭔가 할 말이 더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회귀자 리스트에 관한 일 이었다.
“내가 그 리스트를 봤는데, 거기에 나온 사람들은 다 회귀자가 맞더라고. 물론 그레이스는 그 사실을 모를 테지만.”
“그렇죠. 그놈들이 알면 골치만 아플 테죠.”
나는 노랑머리에게 머리를 들이밀며 말했다. 갑작스럽게 내가 머리를 들이밀자 노랑머리는 당황스러워 했다.
“거기에 한 사람이 더 있더라고. 분명 회귀자만 있는 그 리스트에.”
노랑머리는 내 말에 뭔지 알 것 같다는 눈빛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네가 반지를 주었지?”
내 말에 노랑머리가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