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미용재벌-139화 (139/200)

139화. 회귀자 리스트(2)

“맞아요. 제가 반지를 주었습니다.”

노랑머리는 순순히 대답하였다.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워낙 내게 숨기는 것이 없는 녀석이다. 숨긴다고 해도 금방 탄로 날 성격이고.

“야, 반지 없애라고 분명 말했잖아.”

애초부터 반지를 주는 조건 중 하나가 반지를 없애는 것이었다. 반지가 자꾸 늘어나고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수록, 또 다른 사람의 인생 하나가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이 차장과 오재훈을 봐도 그렇다. 누가 잘 나가게 되면 누군가는 그것을 빼앗기는 그런 참극을 봤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아니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그 사람이 얼마나 억울하게 사는지 다 알아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왜? 지금 누구보다 잘 살고 있던데?”

회귀자 리스트 속 인물은,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며 수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중이다. 누구는 그를 천재라고 하고, 누구는 그를 노력형이라고 한다. 여러 사람들에게 존경받은 작곡가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사람이 억울하게 살았다는 것이 사실 믿기지 않았다. 하긴, 나도 그에 못지않게 억울했었지. “그 사람은 제 감방 동기에요. 저 감옥에 있을 때 옆에서 자던 사람이거든요.”

“뭐? 정말이야?”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고, 존경을 받는 그가 원래는 감옥에 갔었다는 것이 선뜻 믿어지지 않았다.

“음악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인데,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이에요.”

그는 아주 유명한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이다. 히트곡은 그 사람이 거의 다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생각이 들자 아차 싶었다. 그가 만든 곡 중 몇 개는 분명 다른 사람이 만든 걸로 아는데? 이 사장이 들려주었을 때는 분명 다른 사람이 작곡가였는데, 대체 어찌 된 일이지?

“어? 그 사람 분명 다른 사람이 작곡한 곡을 스틸했어!”

나는 그가 남의 곡을 빼앗은 거라고 단정 지어 말했다. 내 상식으로는 그게 맞으니까 말이다. 하긴 지금 노랑머리가 하는 영화도 다른 감독이 했었지.

“아니, 그 곡 중 상당수가 원래 그 사람이 만든 곡이에요. 자기가 만든 곡을 다른 사람이 훔쳐가서 스타 작곡가가 되었대요. 그거 때문에 신변을 많이 비관하고 그랬거든요.”

원래 창작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있는 일이다. 남의 걸로 자기 것인 양 성공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꼭 있다. 그런 놈들의 돈은 꼭 다시 가져오는 게 맞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원래 그 사람이 받아야 할 것을 돌려준 거예요. 아 물론 다른 사람의 곡을 가져온 것도 있긴 하지만, 그것도 이 사람이 참여한 곡이라고 했어요.”

“그래, 그렇다면 충분히 억울한 일이지.”

“정말 착한 형이에요. 나 같은 놈이야 나쁜 짓을 스스로 한 것이니 당연한 결과지만, 그 사람은 자기 작곡료를 받으려고 했다가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한 거거든요.”

정말 억울하고 분한 일이다. 자기가 만든 것을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그 일로 감옥에 가게 되었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의 고통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그래, 잘했어. 정말 잘한 일이야.”

“사실 회귀의 반지를 받자마자 그 형님이 생각났어요. 세상에 가장 억울한 사람이 있다면 그 형도 거기에 속할 사람이니까요.”

회귀의 반지는 그런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만든 것일 텐데, 욕심이 많은 사람에게 잘못 전달되었고, 그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이용되고 있다. 반지를 만든 그 누군가는 이런 것을 알고는 있을까?

“그래, 그럴 만도 하겠어.”

“그럼 날 용서하는 거죠?”

“그럼, 용서라니 잘한 거지.”

충분히 잘한 일이다. 나라도 그러했을 것이다.

“다행이다. 그 형은 정말 믿을만한 형이에요. 최근에도 자주 만났는데, 아주 심성이 착한 사람이에요.”

노랑머리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을 잘 안 믿기 때문이다. 단 여자는 함부로 믿긴 했다. 이은서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그럼 그 사람을 만나자.”

그를 만나야 할 이유가 생겼다. 그에게 물어볼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응? 왜요?”

“부탁해, 내가 그 사람을 만나보고 이유를 말해줄게.”

“네, 뭐 그러죠.”

그렇게 우리는 작곡가 손수영을 만나러 갔다.

* * * * *

“아, 이야기 들었어요! 반갑습니다, 선생님.”

손수영은 만나자마자 내게 악수를 청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표정과 행동에서 그가 얼마나 맑은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저도 반갑습니다. 정말 힘들게 사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형님, 내가 그냥 다 이야기 했어요. 그래도 되잖아요. 이 형님 때문에 우리 다 먹고살게 되었으니까요.”

“네, 덕분에 제 인생도 이렇게 달라졌어요.”

“아유, 아닙니다. 저도 다 같은 입장이에요.”

“자, 이제 만나게 해주었으니 여기 온 목적이나 좀 말해줘요. 궁금해서 미칠 것 같다니까요? 지금.”

“어, 그게 그니까.”

나는 손수영과 노랑머리를 차례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손수영의 손가락을 쳐다보았다. 손에는 회귀의 반지가 없다. 누굴 준 것일까? 아니면 없앤 것일까?

“김주원과 이 차장이 반지를 공유하며 세상을 주무르는 것을 보지 않았어?”

“아, 알죠. 손 형님에게는 언젠가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네, 그 양반들 아주 무서운 사람들이에요.”

손수영은 어쩐지 조금 떠는 것 같았다. 그는 저들을 상대할 사람이 아니다. 크리스탈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들과 상대하려면 반지가 있어야 하고, 반지를 돌려 낄 동료가 있어야 하거든요.”

회귀의 반지는 사람의 손에서만 살아남는 반지기 때문에 반지 연대가 필수이다.

“그런 무시무시한 사람들을 어찌 상대하나요? 나는 무서워서 못할 것 같아요.”

손수영은 또 벌벌 떠는 것 같았다. 너무 약한 사람이다. 일을 도모하기는 글러 보인다.

“그니까요. 보아하니 반지도 이미 없는 것 같고요. 그런 연대는 못할 것 같네요.”

손수영은 반지에 대해 뭔가 이야기하려다 말았다. 그걸 우리 둘 다 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되었다.

“아, 그런 이유였어? 그런 건 나랑 둘이서 해도 괜찮은데?” “그래 너랑 나랑 둘이 해도 되는데, 반지가 없네?”

손수영은 다시 우리에게 뭔가를 이야기 하려다가 말았다. 그것 또한 우리 두 사람이 보지 못했다.

“반지만 있으면 되는 건가요?” “반지는 물론이고요. 반지 연대가 있어야 하지요. 서로 믿을 만한 사이여야 해요.”

“아, 저는 그런 악독한 사람들을 상대할 멘탈이 아니라서요.”

“그런 것 같네요.”

“그럼 나중에 기회 있을 때 만나요.”

“네, 언제라도 놀러오세요.”

손수영은 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집을 나오는데, 그의 반려견이 우리를 따라 나왔다. 그의 반려견의 손목에 낀 팔찌가 어쩐지 눈에 익었지만, 그게 회귀의 반지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냥 비슷한 물건이겠거니 했다. 이 만남은 후에 또 다른 반전을 가져온다. 회귀자 리스트가 가져 온 나비효과라고 하겠다.

* * * * *

“준수 씨!”

김설아가 환하게 웃으며 달려왔다. 언제 만나도 나를 웃음 짓게 하는 그녀이다. 보자마자 기쁘게 하는 마력을 가진 여자다.

“미안해요 요새 너무 바빠서.”

“나도 영화 촬영하느라고 바빴는걸요.”

“그래서 얼굴이 핼쑥하구나? 에구 우리 설아 씨 뭘 사줄까요?”

“아무거나 다 괜찮아요.”

우리는 그 날 데이트를 하고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후식 타임, 설아의 아이스크림이 바닥을 드러냈을 때, 마침 반지가 나타났다. 결혼반지다.

“어머.”

“우리 날짜 잡아야지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그러자 설아가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도 최근 사람들의 수근거림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았던 터였다. 프러포즈를 한 지 한참 지났어도 결혼 소식이 없으니 그럴 테지만, 사람들이 참 남의 말을 함부로 한다. 그런 말에 상처를 받았기에 눈물이 나온 것이다.

“울지 말고, 왜 울어요. 좋은날.”

“좋아서 그래요.”

“우리 영화 개봉일에 맞춰서 결혼할까요?”

“네? 정말 그럴 거예요?”

“그래도 나는 상관없는데? 내일 당장 해도 설아 씨만 좋다면 언제든지!”

김설아가 피식 웃었다.

“그럼 개봉일에 맞춰서 해요.”

“그럼 당장 상견례부터 해야겠네요.”

“네, 안 그래도 부모님이 그 이야기를 가끔 하셨어요.”

설아의 부모님도 딸이 약혼만 한 상태인 것 같아서 마음이 쓰인 모앙이었다. 이래저래 참 나쁜 사위인 듯싶었다.

“나 같은 놈을 좋아하실지 모르겠어요. 우리 설아 씨 기다리게 하고.”

“뭘요? 미국 사람 수십 명을 구한 사람이라면서 아주 좋아하던데요?” “엥? 그거 뉴스화 되지 않은 건데 어찌 아셨대요?”

사실 그 이야기가 기사화되면 우리 쪽에서 손해를 볼 일은 없지만, 왠지 내가 회귀자임을 티내는 것 같아서 꺼려졌다. 그게 알려지는 바람에 그레이스가 그렇게 나온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아버님이 대사관을 하셨잖아요. 미국 대사관에서 훌륭한 사위를 두었다고 난리였대요.”

“우와, 그게 그렇게 연결되는구나?” “선한 일은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죠.”

“다행이에요.”

그렇게 얼마 뒤, 상견례를 하게 되었다.

* * * * *

설아의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 준희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설아의 부모님은 생각대로 아주 인자한 인상을 지닌 분들이었다. 어머님은 설아와 꼭 닮아 있었다. 2021년의 설아가 가진 그 인자한 표정을 그대로 복사한 듯 했다.

나는 그 분들에게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딸이 영부인이 되는데, 내가 가로채는 바람에 되질 못하는 것이 아닌가? 집안에 영부인이 나온다는 것만큼 큰 영예가 어디 있겠는가? 그 소중한 기회를 박탈한 것만 같아서 미안할 따름이었다.

부모님과 설아의 부모님은 금방 친해져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나와 준희, 설아는 이미 친한 상태라서 부자연스러울 이유가 없었다. 옛날부터 한 가족인양 썩 괜찮은 식사자리가 이어졌다.

“제가 들었는데, 우리 아들이 설아 영화 개봉일에 맞춰서 결혼하고 싶다고 하던데, 괜찮으십니까?” “네? 아, 그건 너무 빠른 것이 아닐까요? 결혼을 하는 건 좋은데 그렇게 뭔가에 끌려가듯 하는 건 좋지 않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딸이나 그댁 아드님이나 아직 어리잖아요. 너무 급하게 날짜를 잡는 것은 별로에요.”

설아의 어머니는 딸을 보내는 것 자체가 매우 아까운 것 같았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원래 날짜는 우리 측에서 정하는 것이니 저희에게 맡겨주시지요.”

“아, 네 그래야죠.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저 의견을 전한 것이에요.”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준희가 헛구역질을 해댔다.

우웩.

“아, 죄송합니다 우웩.”

준희가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응? 이게 무슨 막장드라마 속 한 장면이란 말인가?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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