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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53화 (153/200)

153화. 사랑했네, 했어(1)

인어 여인이라는 드라마가 히트하면서 마지막에 240회를 넘기게 된다. 일일드라마가 120회를 기준으로 제작되는데,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즉, 1년여를 이 드라마 헤어에 몰입해야 하는데 미니 하나 하는데도 벅찬 내가 이 드라마를 1년 동안 케어할 수 없는 것이다.

“그건 내부 회의를 하고나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 대답 말고는 없었다. 전서희는 예쁘게 웃으며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드라마를 하고나면 우리 회사의 브랜드가 아시아권에 전부 퍼지게 될 것이다. 앞서 한 드라마로 일본 시장을 석권했다면, 이번 드라마는 아시아권에 골고루 퍼지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니 오늘 제대로 된 약속을 받아내야만 한다.

전서희를 만나고 다시 제작자를 만난 우리는 헤어를 맡겠다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저들은 이 드라마가 히트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 측의 제안을 다 받아주었다. 드라마에 PPL을 하는 것이 불법이던 시절이라 간접 PPL을 최대치로 올리고, 드라마 주인공이 우리 헤어숍에 오는 장면을 넣는 등 여러 가지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마쳤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다시 조 원장과 내가 따로 만났다.

“어떠셨어요? 생각보다 훨씬 예쁘시죠? 연기도 아주 수준급이에요. 조연 연기하신 것들 보면 나무랄 데가 없죠.”

조 원장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 좋은 배우 같아요. 게다가 착하기까지 하고요.”

“그럼 조 원장님이 이번 드라마에 합류하는 겁니다? ”

“아, 근데 배우는 좋은데 드라마 자체가 너무 파격적이라서 선뜻 나서기가 그래요. 아직 우리나라 정서랑 맞는 것 같지도 않고요.”

“그 드라마 작가님 전작을 봐서 알잖아요. 그냥 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 드라마 작가님 전작이 어떤데요? 나는 안 봐서 모르는데.”

나는 조 원장님에게 그 드라마 작가님의 전작에 관하여 소상히 알려주었다. 회귀 전, 드라마 덕후를 아내로 둔덕에 아주 제대로 알고 있었다. 조 원장은 내가 알려주는 내용을 들으며 손뼉을 치거나 박수를 쳐댔다. 어느 때는 눈물을 흘리려고도 했다. 그렇게 무려 한 시간 동안 드라마 내용을 전해들은 조 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요. 중박은 될 것 같네요.”

“아이고, 힘드네요. 한 시간이나 떠들었어요.”

“스타일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까는 너무 평범해 보이던데 좀 더 세련되면서 독해보이는 스타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작가는 머리를 할 시간이 없잖아요. 바쁘니까요.”

“그렇죠? 그럼 과하지 않게 해야겠네요.”

“네, 그 배우에게 가장 어울리는 머리를 하는 게 좋겠어요.”

그렇게 조 원장과 또 한 시간을 머리에 대해 떠들고, 겨우 그 드라마 속 원래 헤어인 레이어드에 갈색 머리로 하는 것에 합의 하였다. 두 시간 동안 떠들다 보니 입에서 단내가 날 지경이었다.

조 원장은 꽤 훌륭하게 스타일을 완성하였다. 배우는 물론이고 감독과 작가까지 모두 마음에 들어 하였다. 이번 드라마는 스타일을 유행시키는 것은 뒷전이다. 이 드라마가 해외에 방영되면 미용실 상호와 주인공이 쓰는 제품의 노출이 관건이다. 덕분에 우리 회사는 물론 미용실까지 아시아권에 인기를 얻게 된다. 이제 재준이 아무리 노력해도 나를 따라 올 수 없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 * * * *

재준은 해리와 결혼하고 큰 욕심을 버린 상태였다. 현재 회사 관리를 잘 하면서, 해리가 연예인 활동을 하도록 두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하지만 해리는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인기가 더 오르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 해리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것이 불만스러운 것이다.

재준은 해리 때문에 많은 걸 포기하고 버티는 중이었다. 그런데 해리는 불만이 많다. 다 잘 된 것이라고 여겼지만 해리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도무지 맞추기 어려운 해리 때문에 골머리가 아팠다.

“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니 마음대로 하고 살라고!”

“그럼 우리 이혼하자. 내가 위자료 안 받고 갈게. 제발 이혼해줘. 당신 아내보다 연예인으로 살고 싶어. 응?”

“그게 대체 무슨!”

재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해리라는 여자를 자신의 삶에 끌어들인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말이다. 해리는 욕심이 끝도 없는 여자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 만족을 할 줄 모른다. 그러니 사랑도 주고 배우로 성공도 하게해 준 박준수를 그렇게 차버린 것이다. 사실 해리에게 가장 좋은 상대는 박준수였다. 박준수가 해리를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케어해 준 사람이다. 가장 좋은 복을 찬 것은 해리 자신이다.

“왜? 나 치게? 쳐! 치라고 제발 쳐 날 때려!”

“아으으.”

해리는 재준을 도발하였다. 자신을 때리게 만들어서 강제라도 이혼을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재준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다. 그의 사랑도 진심이기 때문이다. 하긴 그래서 회귀를 여러 번 해가며 해리를 살렸던 것이겠지. 해리는 사실 사랑을 모르는 여자이다. 사랑을 받을 줄만 알았지 제대로 줄 줄 모르는 여자. 그래서 상대 남자를 결국 힘들게 하는 그런 여자이다.

준수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해리가 어떤 여자인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그녀를 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지경까지 간 것이다. 해리가 눈앞에서 재준과 뒹굴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그녀를 끊을 수 있었다.

준수가 그러했지만, 재준은 그 지경까지 가도 해리를 끊어낼 수 없을 것이다. 이 차장과 김주원이 재준에게 여자를 붙여주라 한 그 방법은 정말 기가 차게 좋은 방법이었다. 재준의 인생을 이토록 피폐하게 만들 여자는 해리 한 명뿐이니까.

“난 너 놓아 줄 생각이 없어. 내가 널 위해 한 짓을 생각하면 더욱 놓아줄 수 없어. 넌 영원히 내 옆에 있어야 해. 내가 네게 해준 것을 생각하면 더 그래야만 해. 넌 내가 창조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뭐? 정말 미쳤구나? 날 낳아준 건 부모님이야. 당신 따위가 무슨 창조? 하, 기가 막힌다. 당신 집착이 너무 소름끼쳐.”

“소름? 소름?”

휙. 쨍그랑.

재준은 너무 화가 나서 앞에 있던 재떨이를 던졌다. 그게 벽에 부딪쳐서 깨지고, 결국 그 조각이 해리의 얼굴을 스쳤다.

악.

재준은 자신이 한 짓을 보고 놀라 일어섰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해리가 얼굴을 만졌다. 피가 났다. 피를 본 해리가 소리를 질렀다.

“넌 최악이야! 꺼져버려!”

해리가 얼굴을 만지며 뛰쳐나갔다.

“해리야!”

재준이 뒤늦게 따라갔지만 해리는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 * * * *

해리는 꿈에 오재훈의 장례식장에 갔었다. 사실 그것은 원래 있던 일이지만 박준수가 회귀한 후 없어진 기억이다. 그게 해리의 뇌리에 남아서 꿈으로 발현된 것이다.

꿈에서 재준이 했던 말들이 계속해서 머리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오늘 재준이 한 말이 그 기억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해리의 인생을 창조했다는 그 말이 어쩐지 꿈에서 본 회귀라는 단어와 닿아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해리는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녀가 갈 곳은 하나였다. 해리에게 월드컵 여신이 되라고 했던 그 점쟁이, 그에게 달려가는 중이었다.

“어이구, 여신님 오셨어요?”

점쟁이는 해리를 보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안 그래도 해리를 팔아서 유명세를 떨치는 중이라서 해리가 직접 온 것이 반가울 것이다. 이날을 사진으로 남겨서 증거로 삼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헛소리를 할 것이니까.

“회귀를 한다는 것이 믿겨져요?”

해리의 말을 들은 점쟁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점쟁이인 자신도 믿기 어려운 일이니까.

“회귀? 그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얘기야?”

“그죠? 그게 말이 안 되는 거라서.”

“왜? 누가 회귀를 했데?”

점쟁이는 해리가 헛소리를 하는가보다 하고 대충 대답하고 있었다.

“아니 꿈에.”

“뭐? 야 이 여신님아 그런 걸 믿어? 그것도 꿈을?”

점쟁이는 해리의 말이 터무니없기 때문에 대충 점을 봐주고 돈을 왕창 뜯어낼 생각만 가득하였다.

해리는 점쟁이가 무슨 말을 해도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뭐야? 아저씨도 말이 안 되는 말을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아저씨가 말한 거 다 이루어졌잖아요. 그러니 내가 그러지.”

점쟁이는 해리의 말에 떠오르는 이가 있었다. 바로 박준수다. 사실 점쟁이가 맞춘 모든 것은 박준수가 말해준 것이었다. 점쟁이 자신도 가끔씩 뭔가를 맞추긴 했지만, 그건 확률이 50퍼센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박준수가 말한 것은 100퍼센트였다. 말이 안 되는 퍼센트인데 그걸 생각하니 뭔가 이상했다. 잠시지만, 박준수가 회귀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주…….”

“네?”

점쟁이는 지금 박준수의 이름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판단을 하였다. 박준수에 대해 이야기하면 자기 점이 가짜라는 것도 말해야 하니까 입을 다문 것이다.

“아니 박수무당을 아는 사람이 있는데 굿을 하라고.”

“무슨 굿을 해요? 아우 난 그런 건 싫어요.”

“그래, 나도 그냥 그렇네.”

점쟁이는 박준수에 대해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매우 답답했다. 하지만 지금 뭔가를 말해주지 않으면 해리에게 돈을 받아낼 수 없다. 아무거나 대충이라도 말해주어야 돈을 왕창 뜯어낼 수 있다. 게다가 해리는 재벌 사모님이 되었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옷에 가방에…… 돈줄이 눈앞에 있는데 그냥 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거기 나온 사람을 찾아가야지.”

“네? 거기 나온 사람은 우리 남편이랑 박준수인데?”

해리는 꿈인데도 아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 박준수와 재준이 이야기 했었다. 그들이 대화한 모든 것이 다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래, 그 박준수를 찾아가 보라고!”

점쟁이는 박준수라는 말이 계속해서 입에 맴돌았지만 차마 꺼낼 수 없었다. 그냥 박준수가 다 알려준 것이 들킬까봐 그의 이름조차 말하는 것이 꺼려진 것이다. 해리가 마침 그 이름을 이야기 하자 얼씨구나 하고 말했다.

“박준수를 찾아가면 뭐가 달라질까? 그 사람은 나를 안 좋아하는데?”

점쟁이는 그 말이 믿기지 않았다. 자기에게 돈까지 줘가며 해리를 돌봐주라고 했던 박준수가 아닌가? 그런 그가 해리를 싫어한다고? 그건 순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전부터 생각한 것인데, 박준수는 해리를 마음속 깊이 사랑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렇게 돌봐준 것이 아닐까? 했다. 그게 아니면 딱히 다른 이유가 없다. 그 당시 박준수가 준 돈은 어마어마한 금액이었으니까.

점쟁이는 쌀을 꺼내들고 던졌다. 무슨 말을 할지는 이미 정해졌지만, 그걸 믿게 하려면 제스처가 필요하니까.

쌀은 아무 의미도 없이 공중에 던져졌고. 바닥에 떨어졌다.

점쟁이는 쌀을 아주 심각하게 보며 눈알을 굴렸다. 그리고는 탁자를 탁 쳤다.

탁.

해리는 점쟁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사랑하네. 사랑해.”

“네? 누가요? 박준수가?” “그래, 박준수가 해리를 사랑했어. 지금도 그럴지 모르지?”

“네?”

해리의 눈이 왕 방울만 하게 커졌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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