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미용재벌-154화 (154/200)

154화. 사랑했네, 했어(2)

“사랑했어. 지금은 확실하지 않지만, 전에는 확실히 사랑했어.” “정말이에요?”

“정말이고말고.”

점쟁이는 확신했다. 박준수가 해리를 맡기면서 했던 말들, 해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하지 못할 말이었다. 사랑했던 사이가 아니라면 부모나 알만한 해리의 진짜 성격들을 알려준 것이다. 그러니 점쟁이는 거칠 것이 없었다. 박준수가 해리를 사랑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치만 그걸 지금 와서 해리가 아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점쟁이는 그걸 생각하지 못했다.

“믿기지가 않아.”

해리는 과거 박준수가 자기에게 보여줬던 눈빛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기도 물론 박준수에게 고운 눈빛을 보내지 않았지만, 박준수는 확실히 자기를 싫어한다는 눈빛을 보여줬었다. 그런 그가 자기를 사랑했다? 그걸 믿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니 입으로 말했잖아. 내가 얼마나 정확한 말들을 했는지.”

점쟁이는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해리에게 돈을 확실히 뜯어내려면 그걸 믿게 만들어야 하니까.

“그래도 그건 좀 믿기지가 않아요.”

“가봐, 가서 박준수가 너를 보고 당황할거야. 그리고 난 뒤에 아내인 김설아가 널 못 보게 할 거야. 그럼 확실해. 지금도 널 사랑하는 거야.”

점쟁이는 평소 바람피우는 남자들이 하는 행동을 떠올리며 말했다. 남자들이 애인이 오면 자기 와이프를 집으로 보내거나 하니까, 해리를 아직도 좋아한다면 분명 그런 행동을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 또한 점쟁이가 한 실수다.

“그럼 연락을 하고 가야 하나?” “연락을 왜 해? 너는 지금 상간녀인데? 몰래 가야지.”

“아하, 알겠어요.”

해리는 벌떡 일어섰다. 당장 박준수에게 가려고 말이다. 그러자 점쟁이가 헛기침을 하며 해리를 붙잡았다.

“어허, 봉투는 열려 있다네.”

“아, 네 당연히 드려야죠.”

해리는 빙긋 웃으며 가방에서 돈봉투를 꺼냈다. 딱 봐도 많은 돈이 든 봉투.

점쟁이는 봉투를 보며 행복하게 웃었다. 자기가 저지른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 채 말이다.

* * * * *

김설아가 식구들을 전부 불렀다. 중대 발표가 있을 거라는 말과 함께.

부모님과 동생 부부와 아기까지 전부 우리 집에 모였다. 우리 집 옥상은 밖에서도 볼 수 있다. 파라솔을 해놓긴 했지만, 밖에서 보이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가족 모임에서는 그런 장소가 꽤 유용했다.

파라솔을 펴놓고 고기를 구우며 파티를 하게 만들어 놓았다. 평소 내가 꿈꾸었던 그런 모습으로 인테리어를 주문했었다. 인테리어는 내 마음에 쏙 들었지만 밖에서 보이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것 말고는 딱히 불편한 것이 없는 너무 좋은 집이다.

김설아가 도우미 아줌마와 함께 직접 식사를 준비했다. 우리는 김설아가 주도한 파티에 참석하는 기분으로 부담 없이 식사를 즐겼다. 물론 고기는 내 몫이다. 가끔씩 조카가 찡얼거리긴 했지만 다들 기분 좋게 식사를 했다. 그러던 중 김설아가 입을 열었다.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앞서 김설아가 중대 발표를 한다고 예고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부담감은 없었다. 다들 김설아가 하는 말에 집중하였다.

“저 임신했어요.”

“어머나 축하해요.”

“고맙다 아가야.”

“아우, 눈물이 날라고 해.”

“여보 정말이야?”

나는 너무 반가운 나머지 김설아를 끌어안았다. 그때, 하필이면 밖에 그 여자가 서있었다. 바로 양해리.

“나도 어제 알았어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

나는 김설아를 안고 무심코 밖을 보았다. 그때 양해리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녀의 눈이 슬퍼 보였다. 나는 김설아가 양해리를 보는 것이 싫어서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

“어맛, 깜짝이야.”

“야야. 큰일 난다.”

“이제 안에서 푹 쉬고 내가 다 할게요.”

나는 얼른 김설아를 안에 소파에 앉혔다. 그러면서 나오는데, 여전히 양해리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가족들은 김설아 근처에 가서 축하한다며 난리였다. 그때. 조카가 울었다. 동생이 조카를 안으려고 일어서자 얼른 내가 조카를 안았다.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에 아이를 안는 기분이란 걸 느끼고 싶어서였다.

“내가 안을게.”

“어, 고마워 오빠.”

내가 조카를 안자 아이가 금세 울음을 그쳤다. 가족들이 소란스럽게 웃는다. 그 소리가 밖에도 퍼져나갔다. 아마 양해리도 그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나는 아이를 안은 채 밖을 한 번 쳐다보았다. 양해리가 사라지고 없었다. 대체 저 여자는 왜 이 곳에 온 것일까?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녀의 속내를 알아낼 방법이 없다. 지금 가서 물어본다면 나만 미친놈이 되는 거니까.

그렇게 양해리가 우리 집에 왔다갔다. 이상한 일이었다.

* * * * *

“어흑흑, 정말이었어. 정말 박준수가 나를…….”

양해리는 박준수가 김설아를 안고 들어간 것을 오해하고 있었다. 그저 점쟁이가 한 말에 불과한 것인데, 그걸 철썩 같이 믿었고, 거기다 그가 말한 대로 박준수가 행동하니까 믿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양해리는 사실 김설아를 무척이나 동경하고 있었다. 연기자로서 탑을 달리고 있고, 거기다 남편이 재벌이다. 자기가 가장 갖고 싶은 것, 두 개를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좋은 남편과 배우로서의 커리어. 그게 양해리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삶이었다.

“내 것이었어. 김설아의 삶은 내 것이었다고! 돌려놓아야 해. 회귀를 해서라도!”

맞는 말이다. 양해리는 사실 박준수의 여자였고, 박준수가 배우로 성공하게 만들어 주었었다. 그걸 자기가 찬 것을 모르니 그저 질투에 눈이 멀 뿐이었다. 어리석은 여자의 말로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그녀 스스로 막장으로 파고드는 것인데, 본인만 모르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때, 이 차장이라는 사람이 회귀의 반지를 갖고 있다고 했지.”

양해리는 이 차장이 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을 기억해 내었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이 차장이 누군지 알아내었다.

“정치인? 차기 서울시장으로 거론되는 사람이라고?”

양해리가 보낸 사람이 이 차장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이 차장에 관해 전해들은 양해리는 나름 머리를 굴렸다. 이 차장은 재준의 측근이라고 한다. 해리가 접근한다면 그걸 재준에게 알려줄 확률이 높았다.

어떻게든 음성적으로 접근해야 재준에게 알려질 확률이 적었다. 음성적인 것이 무엇일까? 하다가 문득 과거 룸싸롱 마담이 생각났다. 아마 이 차장이라는 사람도 룸싸롱에 다닐 것이다. 정치인이고 연예인이고 전부 드나드는 곳이니까. 해리는 그렇게 판단하고 마담을 찾아갔다.

“어머? 월드컵 여신님 아냐? 아니, 가짜 미스코리아인가?”

마담은 해리가 아직도 잘 살고 있는 것이 매우 기분 나빴다. 자기가 매장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멀쩡하게 살고 게다가 월드컵 여신까지 되었으니 배가 아플 만했다.

해리는 마담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해리의 뒤에는 경호원 하나가 붙어 있었다.

“내게 진 빚을 좀 갚아줘야겠어.”

“빚? 뭔 빚? 난 그런 거 없는데?”

그러자 해리가 뒤의 남자에게 눈빛을 보냈다. 룸싸롱은 이미 경호원들이 전부 장악하고 있었다. 해리가 마담을 겁박하려고 경호원들을 여럿 데리고 온 것이다.

남자가 마담을 잡아 압박했다. 마담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랐지만 표정은 여유로웠다.

“나를 그 꼴로 만들어놓고 뻔뻔한 년!”

“너는 원래 그 꼴이었어. 뻔뻔한 것은 네년이지!”

마담은 해리보다 더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 둘 사이에 스파크가 일어났다. 그러다 해리가 뒤에 놓았던 가방을 가지고 왔다. 마담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 가방 속에 큰돈이 있을 거라는 것을.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 돈 좋아하는 거 알고 있어. 이거 받고 내 부탁을 좀 들어줬으면 좋겠어.”

해리는 가방을 열어서 보여주었다. 예상대로 돈 다발이 수북하게 들어 있었다. 마담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저절로 미소가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원하는 게 뭔데?”

마담의 말에 해리가 옆에 선 남자를 내보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

“이 차장이라고 혹시 아나?”

“이 차장? 어 아는 사람 같네?”

“여길 자주 드나드는 사람이야? 여기서 술을 마시나?”

“어, 마침 내일 예약을 했지.”

해리는 제대로 찾아왔다는 것을 알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마담은 해리가 왜 웃는지 사뭇 궁금해졌다.

“내일 나 좀 거기 들여보내줘.”

“뭐?”

마담이 인상을 구겼다. 해리가 룸싸롱 일을 하겠다는 건가? 월드컵 여신이?

“이 차장이라는 사람한테 받아낼 것이 있으니까. 좀 만나게 해주라고. 알겠어?”

“어, 그래. 그건 문제되지 않는데, 넌 유부녀야. 괜찮겠어?”

“안 괜찮을 건 뭐지? 너도 유부녀였잖아.”

마담은 유부녀인데도 룸싸롱에 나오다가 남편한테 걸려서 죽도록 맞은 기억이 있다. 해리가 그걸 말하는 것이다. 지금은 남편한테 쫓겨나서 이혼녀 신세이다. 그게 마담과 남편에게는 더 나은 결말일지도 모른다.

“미친#, 나는 그래서 쫓겨난 거잖아.”

“암튼 내일 이 차장의 술자리에 나를 넣어줘. 무조건 이 차장 옆자리에.”

“그래, 그건 어렵지 않아. 너 정도면 아직 에이스지.”

“너 정도라니. 나는 어딜 가나 에이스야.”

“#랄하고 있네.”

마담의 말에 둘이 함께 웃었다. 두 사람은 과거 같이 웃고 떠들던 사이였다. 과도한 질투가 이런 꼴을 만든 것이다.

“암튼 부탁해. 진심으로 부탁해. 옛정을 봐서라도 응?”

해리는 진심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담도 과거 인연을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 *

이 차장이 룸싸롱에 오는 날이 다가왔다.

해리는 헤어는 물론이고 몸에 마사지까지 했다. 남자를 홀려서 정신을 나가게 하려는 수작이었다. 워낙 그런 것에 도가 튼 여자였다.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났다고 해야 하나. 거기다 성형으로 모든 외모가 완벽했다. 누가 봐도 한 눈에 반할 정도의 외모를 완성했다. 하긴 그러니 월드컵 여신이 된 것이겠지만.

이 차장은 해리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하였다. 그가 재준의 아내인 것을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 워낙 연예인 등에 관심이 없었고, 재준의 아내를 눈여겨 본 적도 없었다. 그의 결혼식에도 가지 않았으니 해리를 알 턱이 없었다. 재준의 아내는 그레이스라는 편견도 한몫 했다. 그래서 그의 눈에 해리는 그저 하룻밤 상대에 불과했다.

해리는 적극적으로 이 차장에게 다가갔다. 이 차장은 그런 그녀에게 홀딱 빠져들었다. 향기까지 마음에 들었다. 해리의 온몸에서 끈적한 것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이 차장은 거리낄 것이 없었다. 실수를 한다고 해도 하루만 회귀하면 되니까 환락에 더욱 빠져들었다. 대*초 같은 것도 하루 하고 돌리면 되니까. 그는 아주 미친*이 되어갔다.

그런 그에게 해리가 들이댄다. 이 차장은 너무 좋아서 미친 듯이 술을 마셨다. 취기가 몸을 다 채우고 넘쳤다.

그때, 해리가 이 차장의 몸을 더듬어가더니 그의 손가락을 잡았다. 결혼반지가 아닌 반지가 하나 있는 것을 보니 그게 회귀의 반지겠지? 하며 그 반지를 잡았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