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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57화 (157/200)

157화. 되는 놈은 트렁크에서도 세상을 움직인다(1)

어차피 박준수를 벌주기 위함이라면, 그를 직접 벌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착한 김설아까지 벌을 줄 필요는 없으니까. 그를 납치해서 죽이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에 변수가 생긴다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해결사는 김설아가 아닌 박준수를 납치하려고 한 말이었다.

고재준은 변수가 생겨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회귀의 반지를 이용해서 돌리면 되니까 말이다. 무슨 일이 생겨도 김설아를 죽이겠다고 생각한 이상 반드시 해낼 각오였다.

“변수는 상관없습니다. 납치해서 트렁크에 넣고 내가 정해준 경로를 이용해서 내가 말한 주소로 오기만 하면 됩니다.”

“네, 그럼 그렇게 하지요.”

“스케줄상 내일 한시에 시도하면 됩니다. 그 쪽지에 스케줄과 주소, 납치하는 방법과 집 비밀번호까지 다 적어두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잔금은 납치해서 주소에 도착하면 받는 걸로 하면 되겠습니까?”

“네, 돈은 걱정 마시고 일만 제대로 해주십시오.”

그렇게 두 사람의 거래가 끝났다. 해결사는 김설아의 집에 미리 들어갔다가 그녀를 납치하는 작전을 보고는 슬쩍 웃었다. 김설아를 실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은 것이다.

* * *

다음날, 스케줄을 마친 김설아가 집에 들어섰다. 임신 초기라서 많이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강아지 밥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장군아, 밥 먹어야지.”

김설아가 장군이를 부르자, 강아지가 구석에 숨어 있다가 쪼르르 나왔다. 강아지는 원래 이름이 장군이었고, 우리도 그렇게 부르기로 하였다.

장군이는 아직 어려서 강아지 울타리 안에 있었다. 강아지가 어리면 워낙 울타리 속에서 지내게 한다.

김설아가 장군이에게 밥을 주려고 울타리를 여는데, 갑자기 장군이가 뛰어나왔다. 깜짝 놀란 김설아가 장군이를 잡으려고 따라갔다. 장군이는 작은 체구인데도 쌩쌩 달려 나가 드레스 룸의 앞에 섰다. 그 문에 서서 으르렁거리는 장군이.

으르르렁.

장군이는 해결사가 집에 침입한 것을 안 것이다. 그가 어디로 가는지 눈여겨보았다가 주인이 들어오자 알리려고 나선 것이다. 김설아는 장군이가 대체 왜 그러는지 몰라 장군이를 안으려 하는데, 장군이가 그만 김설아의 손을 물었다. 개를 키우고 난 뒤 첫 입질이었다.

“아악!”

장군이는 김설아에게 상처를 주려고 한 짓이 아니었다. 그저 해결사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려고 한 것뿐인데, 그녀가 몰라서 성질이 난 것이다. 덕분에 김설아의 손에서 피가 많이 났다.

“아, 이 녀석! 이리와!”

김설아는 피가 나지 않는 손으로 장군이를 잡고서 개집에 몰아넣었다. 장군이는 개집에서도 드레스 룸을 향해 계속 짖었다. 나라면 장군이의 의도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놈은 매우 영리한 놈이니까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고, 하지만 김설아는 그걸 몰랐다. 김설아는 손을 겨우 지혈하고서 내게 전화를 걸었다.

“장군이 광견병 주사는 맞춘 거지요?” “왜요? 혹시 물었어요?” “네, 지금 물렸어요. 똑똑한 녀석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장군이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분명 뭔가가 있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얼른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김설아는 아픈 손을 보여주며 찡찡거렸다. 임신을 하더니 평소와 같지 않게 아이처럼 구는 김설아를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같은 시각 드레스룸에 숨어있던 해결사가 몰래 집에서 나왔다. 그를 본 장군이가 더 열심히 짖어댔다. 강아지가 너무 작은 탓에 그 소리는 크지 않았다. 거기다 아까부터 쉬지 않고 짖어댄 탓에 목이 쉬어버렸다.

해결사는 강아지에게 달려가서 냅다 발길질을 했다. 강아지는 놈의 발길질에 나가 떨어져 기절해 버렸다. 해결사는 다시 집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광견병 주사는 맞았으니까 걱정 말아요. 장군이가 그런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런가요? 그런데 개가 짖지를 않…… 아악!”

김설아는 죽어가는 장군이를 보고 괴성을 질렀다.

“왜요? 뭐야? 얘가 왜 이래요?”

놀란 내가 달려가서 장군이를 안았다. 녀석이 죽게 하면 안 된다는 판단이 들어서 얼른 장군이를 들었다. 축 늘어진 장군이의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빨리 동물 병원으로 가요. 빨리.”

“네, 가서 차 시동을 걸어두세요. 내가 데리고 나갈게요.”

우리는 장군이가 아픈 것 때문에 집에 침입자가 있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김설아가 장군이를 안고 울먹거리고 있었다.

해결사는 그런 김설아를 멀리서 쳐다보며 다시 다짐했다. 저렇게 어여쁜 김설아를 죽게 놔두지 않을 거라고.

김설아가 장군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자, 해결사가 얼른 문밖으로 나갔다. 박준수를 납치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기 때문이었다.

“얼른 안전벨트 매고요.”

차에 누군가 타는 것을 본 나는 그게 당연히 김설아일 거라고 생각하고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차에 탄 사람은 해결사였다. 그가 내 입을 막자마자 기절할 수밖에 없었다.

김설아가 강아지를 막 데리고 나서는데, 차가 출발하고 없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어딜 간 거야? 정말.”

김설아는 발을 동동거리다가 결국 자신의 차를 타고 동물 병원으로 향했다.

* * * * *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어느 가방 속에 들어있음을 깨달았다.

“아으…, 뭐지?”

몸을 움직이려고 애쓰는데, 몸이 묶여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청테이프에 얼굴이며 손이며 발이 다 둘러싸여 있었다. 거기다 작은 가방에 꽉 들어차 있다. 조금의 틈도 없이 갇혀있는 모습이었다.

“내 차 트렁크인가?”

이 공간은 분명 내차의 트렁크이다. 그렇다면 아주 막막한 것이 아니다. 이 차에는 온갖 가위와 헤어기구가 있다. 몇 백 만원짜리 가위가 망가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목숨 앞에서 아까운 것은 없었다.

“앞으로 조금만 가면 있을 거야.”

나는 몸을 조금씩 움직여서 앞으로 향했다. 가방 속이지만 조금씩 전진할 수 있었다. 겨우 전진한 뒤 몸에 뭔가가 닿는 것이 느껴졌다. 가위집이다. 마침 가위집을 열어 둔 상태였다.

전에 데리고 있던 스텝에게 가위를 넣으라고 시켰는데 가위집을 아무렇게나 열어 두었다. 매번 나무랐었던 행동인데, 이번에는 칭찬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조금씩 움직여서 가위집 속 가위를 빼내었다. 역시나 스텝 아이가 아무렇게나 넣어 둔 탓에 가위가 금방 나왔다. 가위 위에서 열심히 가방을 움직였다.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가방이 찢겨나가기 시작했다.

“빨리, 빨리.”

시간은 급박하게 흐르고 있었다.

* * * * *

차가 궤도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은 재준은 다른 해결사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 해결사들 두 명은 각자의 차를 몰고 나갔다. 저들이 모이는 곳은 사고 다발지역으로,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사고를 내는 것을 지령 받았다. 저들은 모른다. 이 사고가 살*이 목적인 것을.

재준은 계산대를 두드렸다. 저들은 지금 보낸 해결사들은 사고를 낸 것에 관해서만 처벌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될 거라고 미리 언질을 해 두었다. 경찰이 저들을 고문하지 않는 이상 재준이 개입된 것을 모를 것이다. 안다고 해도 그게 김설아 사망 사건과 관계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저들에게 사고를 내라고 시킨 차는 김설아가 탄 차가 아니니까.

김설아가 탄 차는 다른 해결사가 몰고 있다. 결국 그 놈이 김설아 사망사건의 주범이 될 것이다. 기왕이면 이번 사건으로 놈의 목숨까지 사라지는 것이 좋다. 그러려면 회귀의 반지가 필요하다. 김설아와 놈이 같이 사망하는 그때까지, 반지로 조금씩 상황을 조절할 테니까. 모든 것이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책임을 지는 사람까지 죽게 만들면 재준이 잡혀갈 일은 없어진다. 이 차장은 이 계획을 듣고서 소름이 끼쳤다. 놈을 적으로 만들면 여러모로 골치가 아파질 거란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이미 이 차장은 일을 저질러 놓은 상태였다.

그렇게 사고 다발 지역으로 차들이 몰려갔다.

* * * * *

쓱싹쓱싹.

몇 백 만원짜리 가위의 날은 금세 가방을 뚫었다. 손에 피가 많이 나긴 하였지만, 그걸 돌볼 여유가 없다. 가위로 손에 붙은 청테이프를 갈랐다. 손이 자유로워지고 금세 몸에 붙은 테이프를 잘라내었다. 가방을 찢고 나갔지만, 트렁크 안에서 벗어나는 일은 또 별개였다.

“휴, 이 트렁크를 어떻게 열지.”

잠시 동안 고민을 하고 있는데 차가 멈추었다. 신호등 같은 것에 걸린 모양이었다.

덜컹.

지금이 아니면 트렁크를 열 기회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달리는 차에서 트렁크를 열어봤자 도망갈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거기다 길바닥에 떨어지면 다른 차에 치어 개죽음을 당할 확률이 높았다. 이래저래 죽을 기회만 넘쳐나는 상황이다.

나는 가위를 들고서 트렁크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부스럭, 부스럭.

하지만 기술자도 아닌 내가 트렁크를 여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차 안에서 트렁크를 열지 못해서 남자와 여자가 죽은 영화까지 생각났다. 절박하게 가위를 돌렸지만 역시나 트렁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부르릉.

차가 다시 움직이고, 첫 번째 기회가 날아갔다.

* * * * *

김설아는 강아지를 맡기고 한숨을 돌렸다. 다행히 강아지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충격을 받긴 했지만, 어린 강아지라 뼈가 물렁거려서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누워서 낑낑거리는 강아지를 보며 김설아는 눈물을 흘렸다.

“내가 이렇게 한 것이 아닌데…… 대체 누가?”

김설아는 그제야 집에 도둑이 든 것을 깨달았다.

“도, 도둑이 든 건가?”

김설아는 얼른 전화기를 꺼내 들어서 들었다. 그런데, 박준수는 대체 어딜 간 거지? 정말 황당한 상황의 연속이다. 남편의 차는 선탠이 좀 과해서 누가 운전하는지를 보지 못했다. 하긴 누가 운전하는 것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이 운전할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저 남편이 갑자기 차를 몰고 나갔으려니 하고 생각했다.

“설마? 도둑이 몰고 간 건가?”

김설아는 그제야 남편의 차를 도둑이 몰고 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집에 누가 들어왔고, 강아지가 그자가 숨은 곳을 알려주려고 짖었으며, 그 강아지를 도둑이 발로 찼다는 이야기다. 거기다 남편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을 본 도둑이 남편을 따라 나갔고, 남편을 묶어놓고 차를 몰고 나간 것인가? 납치? 김설아는 얼른 119를 눌렀다.

“납치, 납치되었어요! 우리 남편이.”

* * * * *

차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트렁크는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냥 가위를 들고 있다가 놈이 트렁크를 열 때 가위를 휘두르는 정도? 그 정도 외에는 방도가 없었다.

“이것 말곤 뭐가 또 없나?”

그때 생각났다. 트렁크 안에는 가위 말고 또 다른 것이 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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