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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62화 (162/200)

162화. 광화문역 방화사건(3)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결국 박준수가 죽었다.

오재훈은 박준수를 구하려고 뛰어들었지만, 참모진들이 오재훈을 막아섰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보고만 있었다.

주인공이 죽었다. 어이없게도.

박준수의 죽음은 거대한 쓰나미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 쳐들어갔다. 사람들은 박준수의 죽음을 광화문역에서 죽을 뻔한 사람들을 구한 영웅의 죽음으로 여겼다. 그리고 거기 있던 오재훈에게 그 모든 공이 돌아갔다.

박준수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은 전부 오재훈을 뽑아주기로 작정하였다. 이 차장이 아무리 애를 써도 그 물결을 막지 못했다. 결국 이 차장은 엄청난 스코어 차이로 패배하기에 이른다. 다행이었다. 이 차장이 패배하면 회귀의 반지를 돌릴 것이고, 이기면 반지를 돌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방화사건 이전으로 돌아갔다.

* * * * *

후아.

회귀하자마자 숨을 몰아쉬었다. 오재훈 같은 이는 이런 일을 겪었어도 그걸 기억하지 못할 테지만, 나는 회귀자이기 때문에 전부 기억이 났다. 죽기 바로 전에 겪었던 고통까지 고스란히.

끔찍하다.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었다.

우선 살아났으니 같은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사태를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오재훈을 선거에서 이기게 해야 한다. 우선 언제라도 회귀의 반지를 사용하기 위해서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맥 놓고 당하는 것은 그때 한번으로 족하다.

우선 범인의 정체를 먼저 알아야 했다. 놈의 얼굴을 본적이 있긴 하지만, 놈이 어디서 무얼 하고 다니는 놈인지 알아낼 필요가 있었다.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잡아넣을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그런 짓을 하기 전에는 놈을 잡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광화문역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광화문역에 그 날짜는 다른 후보가 먼저 선점했어요.”

“누구? 이 차장이요?”

“네, 꼭 자기가 그 날짜에 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이 차장이 그 날짜에 광화문역에 간다는 것은 앞서 오재훈이 겪었던 일을 자기가 겪으려 한다는 뜻이었다. 즉 그날 영웅이 되겠다는 이야기다.

“아, 거 참.” “그날 꼭 거길 가야 하나요? 나는 아무 때나 가도 괜찮은데요.”

오재훈은 아무것도 모르니 그 장소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도 모를 테지. 나만 혼자 애가 타는 중이었다.

“바꿀 수 없겠지요?” “네, 이미 결정이 난 사안이라서요.”

“네.”

어쩔 수 없이 그날 양보를 하게 되었다. 나중에 봐야 알겠지만, 상황이 뒤집어져서 놈이 당선되기라도 한다면 반지를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하지만 만약을 위해서 준비를 단단히 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광화문에는 놈이 가게 되고, 나는 몰래 광화문역에 가서 대기하였다. 그러자 곧 놈이 광화문역에 들어서려 하고 있었다. 손에는 휘발유가 들려 있었다. 나는 놈을 쫓아갔다. 놈에게 다가간 나는 몸을 그에게 부딪혔다. 내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있었고, 그걸 놈의 몸에 아주 멋지게 묻혀주었다.

“아이 씨* 뭐야?”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꺼져 새꺄.”

“저 현금이 없어서 그런데 전화번호를 좀 알려주시면 제가 세탁비를 드리겠습니다.”

남자는 내 차림새를 한번 쓱 훑어보았다. 겉보기에도 돈이 좀 있어 보이니 혹하는 남자.

“찔끔 줄 거면 가슈. 내가 지금 바쁘거든?”

“백만 원 정도면 되겠습니까?”

남자는 내 말에 걸음을 멈추었다. 돈의 액수가 꽤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전화번호는 없고 지금 머물고 있는데 알려줄 테니 빨리 적을 수 있죠?”

“아, 네네.”

나는 품에 준비해두었던 메모지를 얼른 꺼내 들었다. 남자의 위치까지 완벽하게 받아 적었다. 남자는 나를 또 슬쩍 보더니 가던 길을 갔다. 열차 안에는 이 차장이 참모진과 함께 유세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곳으로 먼저 가봐야겠네.”

나는 얼른 남자가 있던 곳으로 갔다.

* * * * *

이 차장은 앞서 박준수 사망 사건의 스토리를 자신의 스토리로 만들 궁리를 하였다. 그러려면 자신의 옆에서 죽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자기가 죽으면 안 되니까 누군가가 박준수처럼 죽어줘야 하는 것이다.

“이봐 누가 죽는데 아주 가난하고 착하고 그러면 더 동정표가 가겠지?”

“그렇지 죽었는데 불쌍한 애면 더 불쌍해하고 그러잖아.”

이 차장은 해리와 매일 만나고 있었다. 어떻게든 한 번씩은 그녀를 봐야 힘이 생길 정도였다. 해리는 아무 생각 없이 해준 말이었다. 하지만 이 차장에게 그 말은 아주 좋은 계기가 되었다.

“가난하지만 아주 착하고 성실한 참모진이 하나 필요해.”

이 차장은 회의 중 갑작스럽게 말했다. 사람들은 이 차장의 말을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네? 뭐 하시려구요? 참모는 차고 넘치는데요?”

“아니, 그래야 내가 가난한 사람들을 챙긴다는 생각을 할 거 아닌가?”

“아, 그렇겠네요. 제가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그래, 말 잘 듣는 애로 데리고 와.”

“나이는 상관없는 거죠?”

“그래, 가난하기만 하면 돼.”

이 차장은 아주 못된 놈이다. 가난하고 힘든 사람을 희생자로 삼겠다는 말이 아닌가? 정말 쓰레기 같은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난하고 착한 젊은 참모진이 간택(?)되었다. 이 차장은 그를 쭉 훑어보았다. 건장하고 말을 잘 듣는 녀석 같았다.

“너 옷은 내가 사줄 테니 앞으로 그것만 입고 다녀. 알았지?” “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충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응, 그래. 그래야지.”

이 차장은 남자에게 매일 옷을 사주었다. 그가 사준 옷은 전부 불에 잘 타는 옷이었다. 남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차장에게 연신 고마워하였다.

그렇게 디데이가 다가왔다. 이 차장은 불에 잘 타지 않는 옷을 입고, 머리는 최대한 거슬리지 않게 깔끔하게 정돈했다. 가방에는 불이 난 지하철을 구할 물건들로 가득했다. 물론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들게 했다. 무거우니까. 그게 엄청난 후회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고 말이다.

“자, 슬슬 지하철 유세를 가볼까?”

“네 그러시죠.”

가난한 남자는 열심히 이 차장을 챙겼다. 그 남자에게 이 차장은 은인이니까.

이 차장은 슬금슬금 밖을 쳐다보았다. 이제 올 때가 되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 그리고는 가난한 남자의 차림새를 슬쩍 보았다. 불에 잘 타는 옷을 입었으니 준비는 다 되었다.

“옷 잘 여미고.”

“네, 알겠습니다.”

그때, 방화범이 오다가 어떤 남자와 부딪혔다. 저 남자다! 이 차장은 놈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헌데 방화범이 남자와 이야기를 한다. 대체 왜 오질 않는 거지? 그러다 문득 낯익은 뒤통수를 발견하였다. 저놈 혹시 박준수 아닌가? 저놈이 여긴 왜 온 거지?

이 차장이 궁금해 하는데, 다행히도 놈이 박준수와 헤어지고 이쪽으로 발걸음 하였다.

두근두근.

이 차장은 마음이 너무 두근거렸다. 세기의 영웅이 될 생각을 하니 얼굴까지 달아올랐다.

방화범은 이 차장 바로 앞에서 휘발유 통을 열더니 그걸 열차 안으로 뿌렸다.

아아악!

“잡아!”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가난한 참모가 달려들어서 놈을 붙잡았다. 그러는 과정에서 이 차장의 몸에 휘발유가 조금 뿌려졌다. 방화범은 참모를 뿌리치고는 열차 안에 지포라이터를 던졌다.

“다 죽어버려!”

활활.

지포라이터의 불은 금세 열차 안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방화범은 불이 붙은 것을 확인하고는 열차 밖으로 나갔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악마 그 자체였다. 그때 이 차장의 가방을 메고 있던 참모가 몰래 다른 칸으로 빠져나가서 문을 나갔다. 그는 살고자 한 행동이었다.

“아아악! 사람 살려!”

“불을 꺼, 소화기 어딨어!”

“다들 입을 막으세요. 연기를 먹지 말고 다른 칸으로 도망가세요.”

가난한 남자가 사람들을 다른 쪽으로 몰았다. 그는 참 착한 사람이었다.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가 열차를 메웠다.

“소화기 여깄어요!”

한 사람이 소리쳤다. 이 차장은 그제야 참모진 중 하나가 열차를 나간 것을 알고 소리 질렀다.

“이 새끼 어딨어?”

이 차장은 창문밖에 그자가 서 있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자기의 계획이 어긋났음을. 하지만 그의 옆에는 착하지만 가난한 그 참모가 있다. 그는 옷을 벗어 손에 끼고 소화기를 부셨다.

쨍그랑.

이 차장은 가만히 보고만 있다가 그걸 보고 소화기를 꺼내 들었다. 착한 참모가 또 그걸 이 차장에게 건네려 했지만, 이 차장이 거의 빼앗다시피 했다.

거기다 둘은 마스크도 하지 않았다. 마스트는 다른 참모진이 갖고 있는 그 가방에 들어있었다.

“다들 비켜!”

이 차장이 소화기를 들고서 불을 진화하려 했지만, 어떻게 하는지 몰라 버벅댔다. 그러자 착한 참모진이 친절하게 손을 짚어주면서 알려주었다. 이 차장은 손을 벌벌 떨며 소화기를 뿜었다.

치이익.

우와아.

소화기로 금방 불을 끌 수 있었다. 소화기를 손에 든 이 차장의 모습은 사람들의 손에 든 휴대폰에 고스란히 찍혔다. 이 차장은 그걸 즐기고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불을 지른 그놈이 우리가 불에 타죽나 안 죽나 하며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 차장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열차 문을 열어야 해요. 콜록콜록.”

열차 내에 매케한 연기가 가득했다. 착한 참모진이 열차 문을 열기위해 애썼지만,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러자 이차장이 나서서 문을 열었다. 그는 앞서 그걸 어찌 여는지 확인하였기에 어렵지 않게 열 수 있었다.

기이잉.

“빨리 빠져나갑시다!”

착한 참모진이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이차장은 너무 매워서 그 곳에 더 있을 수 없었다.

그러다 생각했다. 이제 저놈이 죽어야 내가 당선되는데? 하지만 열차의 불은 이미 꺼졌고, 문이 열려서 다 빠져나가고 있다. 놈이 죽을 방법은 없었다.

“에이 씨.”

이 차장은 일이 틀어졌음을 깨닫고 화가 잔뜩 났다. 그런데 다른 쪽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는 소리가 났다.

“그래! 저거야.”

이 차장은 착한 참모를 얼른 열차에서 데리고 나왔다.

“감사합니다.”

“응, 아니야.”

이 차장은 착한 참모를 밀었다.

아아악.

착한 참모가 영락없이 열차에 치어 죽으려는 그때, 열차에서 나온 사람이 얼른 달려와서 남자를 잡았다. 그는 착한 참모 덕에 살아난 사람 중 하나였다.

“괜찮으세요?”

“어이구, 참.”

착한 참모는 결국 자신의 선행 덕분에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 차장이 자기를 죽이려한 순간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기를 일부러 밀어놓고 모른척하는 그의 악마성을 말이다.

착한 참모와 이 차장이 겨우 열차에서 벗어나려는 그때였다. 방화범이 나타난 것이다. 이 차장은 사실 박준수가 죽었던 자리에 사람들을 배치시켜 두었다. 언제든지 방화범을 잡으려고. 방화범은 저들이 자기를 잡으려 하는 것을 보았고, 그 때문에 이 자리에 남은 것이다. 결국 화를 자초한 것.

“왜 일을 망치고 난리야! 너부터 죽어봐!”

방화범이 화를 내며 이 차장에게 라이터를 던졌다.

사실 착한 참모가 그걸 보았다. 그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막지 않았다. 아까의 악마를 구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이 차장의 옷에 불길이 솟아올랐다. 아까 묻은 휘발유 덕분에 불이 더 훨훨 타올랐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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