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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65화 (165/200)

165화. 박준수에게 반지가 있다고?(1)

재준은 설마 해리가 자기의 반지를 노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해리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지만, 그게 싫지 않았기에 피하지 않았다. 해리가 자기의 손을 만지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도 싫지 않았다. 그녀를 너무 사랑하니까.

헌데 해리가 반지를 뺐다? 재준은 깜짝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 해리가 자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려고 한다. 그럼 해리는 자기 품을 떠날 것이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재준은 순간적으로 해리의 손을 쳐냈다.

짝.

아악.

“그만 둬.”

“나도 회귀할거야!”

해리가 반지를 잡으려 했지만, 반지는 그대로 굴러 가구 밑으로 들어갔다. 해리가 반지를 잡으려고 가구 밑을 쳐다보자, 해리를 밀치는 재준.

“너 그거 어찌 알았어?” “그냥 아는 수가 있어.”

“혹시 이 차장이 말해줬어? 이 차장이 너 자꾸 챙기는 거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거야?” “아니야. 반지는 오재훈 장례식장에서 재준 씨가 떠든 걸 들었어.”

“오재훈 장례식? 그건 사라진 기억인데? 니가 그걸 기억한다고?”

“그래, 어느 순간부터 꿈에서 없어졌던 기억들이 나타나. 기분 나쁜 기억도 있고, 어떤 건 짜릿하기도 하고.”

해리는 앞서 회귀로 사라졌던 기억들을 거의 다 기억해내고 있었다. 자기가 살해당했던 기억까지도.

“내가 죽었던 기억도 있더라고? 그레이스한테 내가 죽었잖아!”

“아……, 그래.”

“니들만 하고 싶은 데로 하고 나는 왜 안 돼? 나도 반지의 선택을 받은 거야! 그러니까 자꾸 기억이 생각나는 거 아니겠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해리가 회귀의 기억을 떠올린다는 것은 반지와 이미 연결되어있다는 뜻이다. 반지가 해리를 기억하는 그런 상태라고 해야 하겠다.

“그래도 넌 회귀하지 마. 그냥 살면 다 행복하게 해줄 테니까.”

“뭐가 행복한데? 나 하나도 안 행복해. 너랑 사는 것이 죽기보다 싫어. 그냥 죽게 내버려두지 그랬어!”

“뭐?”

짝.

재준은 또다시 해리에게 상처를 주었다. 재준의 사랑은 어느 순간부터 삐뚤어지고 있었고, 그게 이런 식으로 발현되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가 되는 순간이었다.

“미친놈아! 결국 때렸어? 내가 널 그냥 둘 줄 알아?”

해리는 그대로 집을 나갔다. 재준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기 위해서.

재준은 해리가 가고난 뒤 급히 반지를 찾았다.

“반지가 사라지면 안 되는데.”

재준은 앞서 반지가 스스로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손에서 빠진 반지는 스스로 소멸 될 것이다. 그 전에 손가락에 끼워둬야 사라지지 않을 거란 생각에 얼른 장롱 밑을 뒤졌다. 부엌의 칼까지 가져온 재준은 겨우 반지를 꺼냈다.

“휴, 겨우 꺼냈다. 이제 손에 끼우면 되겠지.”

재준은 반지에 먼지가 붙어있는 것도 떼지 않고 얼른 손가락에 끼웠다. 그런데 반지가 손에 딱 맞지 않고 헐렁거린다. 대체 왜? 반지는 어떤 손가락이든지 끼워진 뒤 스스로 크기를 조절하는데?

“뭐지? 왜 헐렁해?”

재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반지를 보는데, 반지가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다.

“엥? 뭐야?”

재준은 혹시나 싶어서 온 집을 뛰어다니며 반지를 찾았다. 하지만 반지는 스스로 사라진 뒤였다. 이제 어떤 방식으로도 반지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욕심 많은 부부의 손에서 반지 스스로 도망친 것이니.

* * * * *

해리는 바로 이차장에게 달려갔다. 그는 마누라와 떨어져 지내고 있었다. 사실상 쇼윈도우 부부였다.

이 차장은 해리를 보자마자 얼씨구나 좋다 하며 안아주었다. 둘이 밤에 함께 한 적은 별로 없으니까 더 좋은 모양이었다.

“어떻게 왔어? 얼굴이 왜 그래? 뭔 일 있는 거야?” “그자식이 날 때렸어. 따귀를.”

“뭐? 그 미친. 괜찮은 거야?”

이 차장은 해리를 꼭 안아주었다. 둘의 모습은 아름다운 커플이라기 보다는 그냥 짐승에 가까웠다. 사랑이란 걸 하는 것 같지만, 그것조차 인간답지 않다고 해야 하나. 둘은 그냥 역겨운 짐승 커플이었다.

둘이 한창 그러고 있는데 재준에게 전화가 왔다. 이 차장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숨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어 웬일이야?”

이 차장은 재준이 해리에게 한 짓을 나무라고 싶었지만, 그걸 말하면 둘 사이를 들키는 것이니 할 수 없었다. 해리와는 그냥 아슬아슬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았다. 역시 이 차장은 사람이 아니었다.

“반지가 사라졌어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해리가 반지를 가져가려고 하는 걸 말리다가 땅에 떨궜는데. 다시 주워서 손에 끼웠는데 사라졌어요.”

“에이 씨. 장난하는 거지? 그게 말이 돼?” “진짜에요.”

“이 씨*, 거기 가만히 있어.”

이 차장은 전화를 끊고 급히 나갔다. 해리가 이 차장을 붙잡자 이 차장이 불같이 화를 냈다.

“왜 그래? 뭔 일인데?”

“너 반지 왜 욕심냈어? 너 때문에 반지가 사라졌잖아!”

“어? 그게 왜 사라져?”

“에이 씨 몰라.”

이 차장은 해리를 팽개치고는 재준의 집으로 급히 갔다.

* * * * *

재준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해서는 멍하게 서 있었다.

이 차장은 오자마자 집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냥 먼지만 계속 쌓일 뿐이었다.

“거짓말 하는 거지?”

이 차장은 아직도 믿을 수 없었다.

“거짓말이면 좋죠.”

재준은 해리가 죽었을 때만큼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이 차장은 갑자기 재준의 멱살을 잡고 목을 졸랐다.

“이 개자*! 니가 반지를 없애? 미친 새*야!”

재준은 콜록거리며 끝까지 말을 하였다.

“콜록, 그래도…… 누가…… 갖고 있을지도 모르죠. 콜록.”

그러자 이 차장이 재준의 멱살을 놓았다. 앞서 분명 누군가가 회귀를 했다. 그래서 그 방화범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고. 분명 방화범은 거기에 있었었다. 자기가 확인한 바로는 방화를 저지르기 바로 전까지 거기 있다가 왔었다. 그런데 그가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그것은 누군가가 회귀를 해서 놈을 숨겨놓았다는 뜻이다. 과거를 바꿨기 때문에 놈이 없어진 것이다.

“그 방화범 그 새끼부터 찾아야겠어.”

“방화범? 그 이 차장님 죽게 한 그 인간?”

“그래, 그 새끼가 없어졌어.”

“네? 그 인간이 갑자기 사라졌어요? 그래서 광화문역 사건이 안 일어난 거군요?”

“그래, 내가 놈을 먼저 죽이려고 사람을 보냈는데, 놈이 감쪽같이 사라졌어.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회귀자만 느끼는 두통이 일어났고.”

“회귀자가 느끼는 두통? 아 그 두통이 일어나면 누군가 회귀를 하는 거군요?”

그러자 이 차장이 재준의 멱살을 다시 잡았다. 짜증이 난 것이다.

“너 국민학생이야? 했던 이야기 또 하고? 멍청한 것 같다가도 또 안 멍청하고. 뭐지 너?”

“룰을 모르니까 그렇죠. 반지 룰을 아시면 공유를 해주세요. 나도 알아야 뭘 하죠.”

이 차장은 인상을 구기며 재준을 노려보았다. 지금 김주원이 회귀 반지를 쓸 상황이 아니니, 이 인간이랑 반지를 공유해야 하는데, 그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갈등이 생겼다.

“반지는 스스로 사라진다. 손가락에서 빠지는 순간 카운트를 시작해. 그 시각은 정확히 48시간이야.”

“네? 저는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사라졌어요.”

희한한 일이었다. 48시간은 그래도 살아남았는데 왜 갑자기 사라진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자 이 차장이 말했다. 그는 짐작을 한 것이지만, 그게 맞는 말 같았다.

“그건 니 손가락에 끼워서 그런 게 아닐까? 아마도 그런 것 같네. 다른 사람이 끼우면 괜찮은데 뺀 사람이 다시 껴서 그런 건가?”

“그렇군요. 복잡하네.”

“그리고 반지를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으면 주인에게 화가 미치고.”

“그건 들었습니다.”

“회귀버스는 너도 알 테고.”

“네.”

“암튼 지금 당장 그 노숙자 새끼가 어딨는지 알아봐. 나도 따로 알아볼 테니 너도 알아보라고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각자 노숙자를 찾을 사람을 구했다.

* * * * *

“반지는 찾았어?”

해리는 이제 아예 이 차장의 집에서 나가지 않고 있었다. 스케줄까지 전부 접어두고 당분간 이 차장의 집에 숨어 있으려 하였다.

“아직 못 찾았어. 어디 있는지 찾는 중이야.”

“반지 찾으면 나 한번만 쓰게 해줘.”

“뭐하게?”

이 차장이 물어보자 해리가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당신 아내가 되고 싶어서, 나 고재준 말고 당신 아내가 되고 싶어.”

그러자 이 차장이 깔깔대며 웃었다.

“이거 봐. 넌 영부인 감이 아니야. 그나마 지금 아내가 영부인 감이지.”

이 차장의 아내는 꽤 좋은 대학을 나왔고 아내로써 아이 엄마로써 나무랄 것이 없었다.

해리는 이 차장의 말을 듣고 매우 자존심이 상해서 삐죽거렸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정말 너무해.”

그러자 이 차장이 해리를 꼭 안아주며 다시 말했다.

“넌 그냥 탑스타가 가장 어울려. 그레이스 켈리를 좀 봐. 그녀는 그렇게 좋은 연기자임에도 은퇴했어. 너 은퇴할 수 있어? 너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잖아.”

“은퇴해야 해? 아웅, 그건 좀 그런데. 나 김설아보다 더 많이 찍을 거란 말야.”

“그래, 내가 너 원하는 거 다 찍게 해줄게. 그러니까 반지는 앞으로 손대지 말아. 반지가 너 때문에 사라졌잖아. 반지는 널 원하지 않는 거야. 그니까 사라졌지.”

“아, 그런 거야? 반지가 사람 차별하네?”

“아니, 사람 차별이 아니고, 넌 너무 잘 살고 완벽하게 이쁘니까. 반지가 필요 없잖아. 반지는 고재준처럼 뭔가 모자른 사람이 껴야 하는 거야. 그래야 공평하지.”

“아, 그렇구나. 알았어 오빠. 나 반지 없어도 오빠만 있으면 돼.”

“그래, 우리 애기 하고 싶은 거 다 해.”

이 차장은 해리를 완벽하게 다룰 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해리가 임자를 만난 셈이었다.

* * * * *

얼마 지나지 않을 무렵이었다.

심부름센터 직원이 이 차장을 찾아왔다. 그는 방화범의 위치를 이미 파악하고 면회를 신청한 것이다.

“어떻게 되었어? 놈을 찾았어?”

이 차장이 다급하게 물었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찾았습니다.”

심부름센터 직원이 그 말을 마치고 이 차장을 쳐다보았다. 남은 잔금을 달라는 말이다.

“아, 그래 돈을 줘야지.”

이 차장은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서 그에게 건넸다. 그는 봉투를 받아 금액을 확인하고서 입을 열었다.

“정신 병원에 있습니다. 경기도 가평에 수양 정신병원입니다.”

“어, 그 새끼 거기 넣긴 해야 하지. 워낙 미친놈이니.”

“그럼, 다 끝난 것이지요?”

남자가 말을 마치고 일어서려 하자, 이 차장이 다시 봉투를 꺼냈다.

“하나 더 있을 텐데? 거기 집어넣은 남자 이름도 알거 아냐?”

“아, 네 그렇죠.”

남자는 다시 봉투를 집어 들고서 입을 열었다.

“박준수라고 합니다.”

“박준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이 차장은 박준수에게 회귀의 반지가 있음을 깨닫고 악랄한 미소를 지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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