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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89화 (189/200)

189화. 미제사건을 해결하다(2)

임춘재는 오재훈을 보면서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재미있는 놀이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 같았다.

“좀 더 빨리 등판해야겠네.

임춘재는 계획했던 9차 범행을 며칠 더 앞당기기로 마음먹었다.

같은 시각 오재훈에게 마이크를 빼앗긴 기자가 황당해 하고 있었지만, 오재훈은 마이크를 놓지 않고 계속 말했다.

“저 사람이 용의자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범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저 모습만 봐도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겨났을 겁니다. 우리는 수사를 하는 것이지 수사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닙니다. 수사를 통해서 사람이 죽는 것을 막는 것이 우리 형사와 검사의 일입니다. 그러니 이번 사건에 편견을 갖지 마시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오재훈의 인터뷰는 사전에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다. 기자만 모를 뿐이지 방송국에서는 이미 대충 이야기가 끝난 상태였다. 오재훈이 그럴 거라고만 알았다는 게 함정이었다. 그가 이런 폭탄 발언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들 황당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치솟는 시청률 덕에 웃게 되었다.

* * * * *

“지금 제정신이세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신 거죠?”

형사들은 오재훈을 당장 죽일 것 같았다. 지금까지 해온 일을 전부 뒤엎어버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오재훈은 형사들이 뭐라고 하든지 신경 쓰지 않고 용의자 윤 씨를 살폈다. 윤 씨는 예상대로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이 사람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굽니까? 제정신이에요?”

그러자 형사들이 껄껄대며 웃었다.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왔기 때문에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었다. 사실 그 시절에는 다들 그랬다. 범죄자에게 인권 같은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했다.

“우린 다 이렇게 합니다. 그쪽이라고 딱히 뭔 방법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게 잘나셨으면 당장 범인을 잡아오시라니까?”

오재훈은 범인이 누구인지 알았지만 DNA 확보가 문제였다. 그걸 확보한다고 해도 한국에서 그걸 분석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에 가져가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9차 사건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튼 이분을 이렇게 막 대하면 제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아시겠어요?”

“네네. 알겠네요.”

“검사님, 저는 괜찮으니까 우리 어무이 좀 봐주세유.”

윤 씨는 그 와중에도 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었다. 오재훈은 윤 씨의 손을 꼭 잡고 그를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윤 씨는 지금까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만 받았다가 갑자기 오재훈이 그렇게 바라보자 눈물이 났다. 이 사람은 자기가 억울한 것을 꼭 알고 있는 것 같아서 그게 좋았다.

“당신 범인 아닌 거 믿으니까 걱정 마세요. 제가 꼭 어머님도 돌봐드릴 테니 걱정 마시고요.”

“감사해유. 진짜 감사해유.”

“이분 몸 상태 제가 다 봤으니까 더 건드리지 마세요. 알겠어요?”

오재훈의 말에 형사들은 듣는 둥 마는 둥이었다. 오재훈을 당장 죽이고 싶은 심정이니 그게 들릴 턱이 없었다.

오재훈은 윤 씨에게 따뜻한 국밥을 사주고, 윤 씨의 어머님을 만났다. 어머님에게 윤 씨가 범인이 아니고, 꼭 돌아오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그러자 어머님이 통곡을 하고 울었다.

“아무도 안 믿어줬시유. 우리 친척도 안 믿어줬구먼유. 검사님이 처음 믿어준 거유.”

“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조금만요.”

“네, 꼭 기다릴 테니 살려만 주셔유.”

오재훈은 윤 씨의 어머님을 만나고 돌아오며 결심했다. 이 차장을 잡음과 동시에 이런 분들을 위해서 회귀를 쓰겠다고 말이다.

* * * * *

준희는 오재훈이 화순 사건을 맡은 것을 보고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정의로운 그의 성격과 정말 잘 맞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오재훈이 진짜 잘 되기를 바랬다. 그에게 좋은 아내가 되기를 소원했다. 그러려면 우선 프랑스어와 중국어를 마스터해야 한다. 현지에서 소통은 해야 하니까.

그러면서 준희는 돈이 생길 때마다 땅을 사들였다. 아버지가 용돈을 준다던지, 아르바이트를 한다던지 하는 돈은 전부 땅을 샀다. 오재훈이 부자가 될 생각을 안 하고 있으니, 자기라도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 * * *

오재훈은 9차 사건이 일어나게 되어 DNA를 확보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한국에는 DNA 분석을 하는 곳이 전무하고, 제대로 관리되질 않으니 미국에 의뢰해야 하는데, 그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2021년도야 검색 하나면 모든 것이 쫘악 나오지만, 90년도 초반에는 그런 것이 없으니 발로 뛰어야 했다. 그렇게 열심히 뛰어다닌 끝에 미국에 있는 연구소의 위치를 알아냈다. 그는 연구소에 DNA를 직접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곳 위치와 가는 방법 등을 먼저 알아봐야했다. 그래서 아는 사람을 총 동원해서 미국 연구소 근처에 가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렇게 오재훈은 9차가 일어나는 것만 기다렸다. 피해자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억울한 사람을 한명이라도 덜어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임춘재는 예정된 범죄 계획을 앞당겼다. 오재훈이 이것저것 알아내고 있는 사이 9차 사건이 벌어졌다.

“또 사건이 터졌습니다. 8차 사건 범인이 잡힌 상태에서요.”

이로서 8차 사건의 용의자는 전체 사건의 범인이 아님이 밝혀졌다. 그는 그냥 모방범죄를 한 것으로 결론이 나는 순간이었다.

“DNA 확보에 주력하세요! 범인의 DNA요!”

“네네, 그쪽에서 알아서 하겠죠. 우리는 우리 범인이 있으니까.”

“이 사건도 그놈 짓입니다. 같은 놈이 저지른 연쇄살인이라니까요?”

“아니요. 우리 사건도 놈의 짓입니다.”

오재훈은 그길로 달려가서 9차 사건 담당자를 만났다. 다행히 DNA를 확보하였다고 했다.

“그거 저한테 주시면 제가 미국에 직접 가서 분석해 오겠습니다.” “네? 아니 굳이 그렇게까지?” “그리고 제가 고른 용의자 한명의 DNA를 같이 분석하려고 하거든요.”

“저희도 용의자 DNA 확보하였는데 누가 또 있습니까?”

오재훈은 임춘재의 신원을 파악하여 그에게 긴급출두 명령을 내렸다. 다들 임춘재를 왜 잡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오재훈은 그때 피해자가 임춘재를 보았다는 증인의 말에 근거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오재훈이 직접 임춘재를 잡고, 그의 체모를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사람들이 그에게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말렸지만, 오재훈은 흔들림 없이 진행하였다. 다들 오재훈을 돌아이 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임춘재는 조사 기간인 3일을 채우고 풀려났다.

그렇게 기한이 되고, 임춘재의 DNA와 범인의 DNA가 같다는 결과가 나왔다. 형사는 물론이고 언론도 전부 난리가 났다. 임춘재를 풀어준 형사들에게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오재훈은 자신을 무시했던 형사들에게 다가갔다.

“내가 뭐라고 했습니까? 범인은 따로 있다고 했죠?” “8차 사건은 윤 씨가 범인입니다.”

형사들은 아직도 윤 씨가 범인이라고 우겨댔다. 오재훈은 한숨을 푹 쉬고는 형사들 하나하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임춘재는 지금 어딨는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아시죠?”

“그래서요?”

“사실 제가 사람을 붙여놓아서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두었습니다. 저를 따라 가셔서 임춘재를 잡고 특진하실 분만 나오시죠.”

그러자 형사들이 쭈뼛거리며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한 사람이 불쑥 튀어나왔다.

“제가 가죠.”

그러자 망설이던 다른 형사들 몇 명이 따라 나섰다.

“지금 가면 됩니까?”

오재훈은 그들을 보고 피식 웃었다. 윤 씨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던 결심을 이룰 수 있겠구나, 하는 기쁨의 미소였다.

오재훈을 필두로 형사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임춘재를 잡아왔다. 덕분에 윤 씨는 무죄로 풀려났고, 임춘재는 8차 사건도 자기가 저지른 일이라고 자백했다.

오재훈과 형사들은 사건을 해결한 공으로 특진하였다. 오재훈은 바로 서울로 발령받았다.

* * * * *

“이야, 대단해. 그걸 그렇게 푸냐?”

부장검사는 오재훈에게 엄지를 치켜세워 주었다. 오재훈이 한 일은 이쪽에서도 엄청난 화재거리였다.

“8차 사건 용의자 상태를 봐요. 그게 말이 안 되는 걸 학생이 봐도 알걸요.”

“맞아. 하지만 그때는 그 연쇄 살인범을 잡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어서 그런 거야. 오죽하면 그랬겠어.”

“아무튼 제가 거기서 해야 할 일은 다 했으니까 여기서 정착해야죠.”

“그래, 니가 여기서 할 일이 엄청 많아. 아주 많이 줄 생각이거든.”

“네, 그러세요.”

“그래 너 밑에 애들 니가 고른다고 했잖아. 누구 결정했어?”

“네, 결정했죠.”

오재훈은 이 차장과 그 같은 기수 아무나를 언급했다.

부장검사는 오재훈의 말에 피식 웃었다. 이 차장, 그니까 이창민이 했던 말이 생각나서였다.

“오재훈만 안 만나면 됩니다.” “이 녀석이랑 뭔 원수졌냐?”

“이창민이요?” “그래, 이 녀석이 너를 만나지 말게 해달라고 했다지?” “그래서 만나야죠. 저는 꼭 만나고 싶거든요.”

“하하, 그렇구만.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니 조만간 니 사무실로 가게 될 거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이 차장)이창민이 오재훈의 밑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오재훈은 이 차장이 오자마자 일을 빡세게 시키며 부려먹고, 일을 잘 하지 못하면 제대로 하라고 윽박질렀다. 반면 같이 들어온 사람에게는 큰 화를 내지 않았다. 누가 봐도 차별대우를 하는 것이 확연했다.

이 차장은 오재훈이 자기를 의도적으로 괴롭힌다는 확신이 들자, 그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왔다.

오재훈이 어느 상습 절도범을 잡아서 조사하던 중이었다. 절도범이 잡혀서 이런저런 진술을 하고 있는데, 웬 남자가 찾아왔다.

“이분 어머님이 위독하셔서 수소문해서 찾아왔습니다. 어머님 임종이라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아, 그럼 가봐야지요.”

오재훈은 절도범을 손수 병원까지 데려다주었다. 실제로 어머님이 곧 임종을 앞두고 계셨다. 절도범은 오재훈에게 연신 감사하다고 전하며 병원에 들어갔다. 그런데 남자가 다시 말했다.

“근데 이분 수갑은 좀 빼주셨으면 합니다. 어머님이 보시고 마음이 편하지 않으실 것 같아요.”

“아, 그건…….”

절도범은 사실 유치장에 있어야하는데, 이런 식으로 데리고 온 것 자체가 불법이었다. 거기다 수갑까지 푸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절도범이 도망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 날 일이었다.

하지만 오재훈은 쿨하게 수갑을 풀어주었다. 어머님 앞에서 수갑을 차는 일이 얼마나 불효인지 알기 때문에 그랬다.

하지만 그날, 절도범이 도망쳤다. 모두 그를 찾으려고 난리가 났지만, 상부에는 알리지 않았다. 그걸 알리면 오재훈이 경질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차장은 그걸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담당 부장검사가 아닌 다른 부장검사를 찾아갔다.

“범인을 놓아주었다니까요?”

이 차장은 오재훈이 제대로 혼날 것을 예상하며 씨익 웃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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