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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90화 (190/200)

190화. 악연이었다(1)

안 그래도 오재훈의 행보가 너무 강렬해서 그를 견제하고 있었던 다른 부장검사는 얼씨구나 하고서 그 일을 문제 삼기로 하였다. 그렇게 오재훈이 경질 위기에 처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부주의해서 그랬습니다.”

오재훈은 쿨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범인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었다. 위에서는 오재훈의 징계 범위에 대해 한창 논의하였지만 앞서 그가 이룬 것들이 많아서 여러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었다.

그때, 절도범이 자진해서 검찰청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산삼이 들려 있었다.

“제가 돌아왔습니다. 이것만 어머니에게 먹였으면 좋겠습니다.”

절도범은 온 옷이 찢기고 얼굴은 상처로 가득했다. 산삼을 찾으려고 산을 헤매고 다닌 듯 했다. 그는 오재훈에게 달려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에게 코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는 절도범은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제가 살면서 어머니 속만 썩여드려서 너무 해드린 게 없어서 그랬습니다. 바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부디 용서해 주세요.”

오재훈은 절도범을 일으키며 말했다. 오재훈도 그의 마음을 나는 듯 화를 내지 않았다.

“이해합니다. 같이 가서 산삼을 드리도록 하죠. 이번에는 죄송한데 수갑을 차고 가셔야 합니다. 제가 수갑이 안 보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절도범과 오재훈의 이야기는 언론 작은 공간에 실리면서 많은 사람의 눈물을 자아내게 하였다. 하지만 오재훈의 징계는 그대로 진행되었다. 원래 징계보다 수위가 낮긴 했지만, 오재훈이 잘못한 것은 맞으니까.

* * * * *

준희는 신문에 실린 오재훈의 이야기를 보았다.

“역시 우리 남편, 잘한다 잘해.”

“남편? 남편이라고?”

준수가 준희의 말을 듣고 다가와서 놀려댔다. 준수는 틈만 나면 준희를 골려주는 중이다.

“내가 언제? 그냥 잘한다고 한거야.”

그러자 준수가 준희가 보던 신문을 빼앗아 들었다.

“누가 준희 남편이야?”

“이리 내! 빨리 내놔.”

준수가 아무리 살펴봐도 준희와 짝이 될 만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신문의 다른 면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그 신문이 바닥에 떨어져서 쫙 펼쳐졌다. 신문의 전면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5호선 개발 호재! 땅값이 어마어마하게 뛰었다)였다. 준희는 얼른 신문을 집어 들었다.

“오예, 나 부자다.”

“니가 뭘로 부자야?”

“이것 좀 봐라. 5호선이 개발되잖아.”

“그게 뭐?”

준수는 준희가 하는 말이 도통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갸웃했다. 준희는 신문을 들고서 아버지에게 뛰어갔다. 준수는 준희를 보며 중얼거렸다.

“쟨 가끔 아저씨 같아. 우리 동네 부동산 아저씨.”

준희가 신문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서자, 아버지도 마침 같은 내용의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보고 씨익 웃었다.

“우리 부자에요 아빠.”

“그래, 니덕에 부자 되겠다.”

“이걸 팔아서 다른 땅을 살 거예요.”

“오, 감이 오는 땅이 있어?”

“그럼요. 아주 노른자 땅이 있죠.”

“이번에는 이 애비도 같이 사야겠다.” “그러세요! 우리 부동산 재벌 되야지요.”

부녀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팔짝팔짝 뛰었다. 엄마는 과일을 가져오다 말고 그걸 보고 황당해 하였다. 그 옆에 서있는 준수도 마찬가지였다.

준희의 땅은 엄청난 수익을 내고 팔렸다. 준희는 지하철이 생기는 바로 그 땅에 관해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자리만 골라 샀다. 그래서 더 큰 이익이 있을 수 있었다. 그걸 판 돈을 가지고 6호선과 7호선 자리의 땅을 샀다. 아버지까지 같이 샀으니 이번 이익은 어마어마한 수준일 것이다.

“그래, 너 이제 뭐 할 거니? 땅도 올랐고, 땅을 팔면 유학을 간다고 했지?” “네, 저 프랑스로 가고 싶습니다. 가서 요리사가 될 거예요.” “뭐? 너같이 머리 좋은 애가 뭔 요리사? 넌 의사나 변호사를 해야지.”

아버지는 준희가 당연히 의사나 변호사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요리사가 된다는 말에 기가 찼다.

“요리사는 19살까지만 하고 20살에 사법고시를 치려구요. 대학도 그때 가고요.”

준희는 대학 고사와 사법고시를 이미 한 번씩 치른 상태라서 그때 그냥 가서 치면 된다. 그때 시험지는 이미 다 외운 상태이다. 회귀하기 전에 외운 것을 회귀 하자마자 다시 옮겨 적었었다.

그 전에 사법고시를 합격하게 되면, 오재훈이 준희가 회귀한 것을 눈치 챌지도 모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재훈이 준희를 운명이라고 여기게 하려면 이런 것들을 숨겨야 하니까. 요리는 그쪽 일과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학연수 겸 가는 것이다.

“니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게다가 너는 네 돈으로 가는 거니 말릴 수도 없겠구나.”

“네, 프랑스 갔다가 서울 와서 땅 또 팔고 건물 사서 그 돈으로 시집 갈 겁니다.”

“뭐? 아니 그건 좀 그렇지 않니? 니가 시집을 늦게 가는 것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빨리 가는 건 좀 별로인데.”

준희도 부모가 되어보니 아버지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내리사랑이 더 강한 법이다. 준희는 아기를 하루라도 빨리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이것저것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는 것이다. 그러기엔 타향살이가 괜찮을 것 같았다.

“아버지 마음에 아주 쏙 드는 사람 아니면 안 데리고 옵니다. 아시겠죠?”

준희는 오재훈을 데리고 왔을 때 아버지의 표정을 기억하고 있었다. TV에서 자주 보며 괜찮다고 여겼던 남자를 딸이 데리고 왔으니, 너무 반가웠던 그 표정.

“아버지 눈 아주 높다.”

“네.”

그렇게 준희는 어머니가 그토록 말리는 것을 뿌리치고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을 가는 모든 준비는 준희가 다 알아서 하였다. 그러니 부모 입장에서 반대를 할 수 없었다. 혼자 알아서 하는데, 그걸 반대하는 건 좀 그러니까.

* * * * *

오재훈은 앞서 피의자가 도망친 일로 자숙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대형 사건은 꿈도 못 꾸고 작고 손이 많이 가는 사건들을 주로 담당했다. 그것들도 검사가 필요하니까. 작은 일들이지만 양이 아주 많아서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일에 치여서 집에도 못 들어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위에서 일부러 일을 더 많이 주었다고 한다. 오재훈이 다른 데에 신경 쓰지 못하게.

이 차장도 나름 여러 사건을 맡으면서 열심이었다. 오재훈이 가끔씩 갈구는 것만 빼고는 완벽한 검사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선도 자주 보고 적극적으로 구애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사실 이 차장이 가장 마음에 든 여자가 있었는데, 그녀는 오재훈과 절친이었다.

바로 유옥희, 이 차장의 원래 아내가 되는 사람이다. 운명은 당기는 건지, 이 차장은 유옥희가 자기를 거들떠보지 않자 더 애가 타는 듯했다. 오재훈은 그런 이 차장의 모습을 보면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사실 유옥희에게 선을 그으려고 했는데, 이 차장이 그러는 것을 보니 놓아주기 싫었다.

그러던 중, 이 차장에게 웬 사건이 배당된다. 이 차장은 사건의 주인공을 보고 비열하게 웃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박준수, 그 꼬맹이였다.

* * * * *

아버지는 박준수의 등짝을 때리며 그를 잡고 흔들었다. 준수는 그저 황당한 표정이었다.

“이 새끼가! 태권도 하라고 했지 누가 사람 패고 다니래?”

“내가 한 거 아니에요! 난 그냥 심판을 구했을 뿐이라고요!”

박준수는 태권도 시합에 나갔다가 심판이 편파판정을 하자 복수를 하기 위해서 심판을 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경찰에게 잡혀갔다.

박준수는 사실 심판을 폭행한 것이 아니었다. 복수를 하려고 남을 팰 만큼 나쁜 심성을 지니지 않았다. 누군가가 한 짓을 뒤집어 쓴 것이다.

“내가 그럴 놈으로 보여요? 전 진짜 아니라고요!”

“그래, 널 믿긴 하지만, 경찰이 네가 범인이라고 하잖아!”

그날, 박준수는 편파판정으로 경기가 풀리지 않아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장을 맴돌았다. 그런데 어느 외진 공간에 누군가가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를 붙잡으니 자기를 골탕 먹인 심판이었다. 하지만 준수는 그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래서 그를 위해 119에 신고한 것이 다였다. 그런데 심판이 준수가 자기를 폭행한 거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잡혀갔다. 그게 다이다.

“전 그냥 심판을 구한거라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119에 전화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경찰들이 너만 잡는 거니? 다른 용의자가 없다고 하더라.”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다른 용의자를 잡지 않는 것이다. 검사가 박준수의 혐의가 확실하다고 하니까, 수사 자체를 안 하는 중이었다. 사실 준수에게 그럴 동기가 있고, 알리바이도 없고, 모든 것이 준수에게 불리한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제 빼도 박도 못 하는 것.

“오빠가 그럴 사람이 아닌 것은 우리가 다 아는 거잖아요.”

준희는 며칠 뒤면 유학길에 오른다. 가기 전에 이런 일이 생겨서 골치가 아프지만, 이걸 직접 해결하고 가야 편하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경찰서로 달려왔다. 아버지는 준희가 경찰서에 드나드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준희가 따라와야 한다고 떼를 써서 데리고 왔다.

“그래, 준희야 너 내가 그럴 사람 아닌 거 알잖아.”

준희는 한편으로 준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원래 준수의 인생은 미용을 배우기 전까지는 큰 사건이 없는 편이었다. 자기가 태권도를 배우라고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니 자기가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경찰 아저씨들을 만나봐야겠어.”

“딸아, 니가 아무리 똑똑해도 이런 일에 나서고 그러면 안 돼.”

“그냥 만나만 볼게요.”

준희는 준수의 담당 형사를 찾아갔다. 형사는 아직 성장도 다 하지 않은 준희가 와서 꼬치꼬치 캐묻자 답변하는 것도 귀찮아하였다.

“얘야. 니가 아무리 그래봤자 오빠는 감옥에 가게 될 거야.”

“아니, 수사도 제대로 안하고 감옥부터 보낸다는 거예요? 아저씨 나라에서 돈 받으면서 그렇게 안일하게 수사하시면 안 되죠!”

“이 기집애가!”

준희의 말에 형사의 손이 올라갔다. 그때, 아버지가 헛기침을 했다. 아버지가 걱정이 되어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이었다.

“그 애 때리시려는 겁니까?”

“아, 아닙니다. 간지러워서.”

형사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었다.

준희는 지지 않고 다시 물었다.

“분명 용의자가 있을 겁니다. 빨리 찾아내시라고요!”

“용의자고 나발이고 검찰 측에서 그냥 빨리 넘기라는데 어쩌라고!”

형사는 화가 잔뜩 나서 말했다. 준희는 경찰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 쪽의 압박으로 이리 된 것을 금방 알아챘다.

“검찰? 검찰에서 이 사건 이렇게 마무리 하라고 했어요?” “그래, 검사 나으리께서 박준수가 워낙 불량하다고 하시더라.”

“누가요? 누가요!”

“이창민 검사!”

“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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