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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92화 (192/200)

192화. 준희는 검사로서 재능이 있다

준희는 두 사람을 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이 녹취를 가지고 경찰서로 가겠습니다. 심판은 꼭 혼내주겠습니다.”

“네, 꼭 그렇게 부탁드릴게요.”

두 사람은 준희의 말에 희망을 갖고 있었다.

준희는 입이 타는 듯 가방에서 음료수를 꺼내 마셨다. 이 두 사람에게 해야 할 말이 남아있기 때문에 긴장이 된 탓이었다.

두 사람이 준희를 쳐다보자, 준희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대신 자수를 해주시겠어요?”

“네? 다른 사람이 잡혀갔잖아요.”

남자는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아마도 머리는 좋지 않은 사람인 듯 했다.

“그게 맞다고 생각하세요? 태릉인으로서 자신의 죄를 남이 뒤집어쓰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시냐고요?”

준희는 남자가 머리가 좋지 않은 대신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자존심을 긁었다. 그는 바로 반응을 보였다.

“아니, 그건 좀.”

“이보세요. 범인이 따로 있잖아요. 내 친구 그냥 두라고요!”

다른 친구는 범인인 남자보다 조금 더 생각이 있는 듯 보였다. 준희는 저들을 설득할 카드를 내밀었다.

“제가 합의금을 드리겠습니다. 당신이 자수하면 합의금을 제가 마련해서 빨간 줄이 안가도록 하겠습니다.”

준희의 말에 범인 남자는 언뜻 이해하지 못했고, 다른 친구는 준희가 그렇게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 했다.

“네?”

“제가 박준수 동생입니다. 우리 오빠는 아무 죄도 없이 그 사람을 구해주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게 생겼습니다. 그걸 그대로 두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잖아요. 안 그래요?”

그러자 두 사람이 서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도 박준수에 대한 미안함이 있는 까닭이었다.

“그렇죠.”

“야. 너 정말.”

친구는 그럼에도 범인 남자가 걱정이 되는 듯 했다.

“제가 합의금은 어떻게든 마련해서 감옥 신세지지 않게 해드린다니까요? 당신이 자수를 해야 그 심판이 편파판정을 한 것을 고소할 수가 있습니다.”

준희는 딜을 하고 있었다. 범인 남자의 막힌 속을 뚫어주는 조건으로 자수를 권하는 것이다.

“하지만 심판을 고소하면 우리도 선수 생활을 하기 힘들 겁니다.”

심판을 고소하면, 그 때문에 다른 시합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이다. 두 사람은 그걸 걱정하고 있었다.

준희는 그럴 거라고 예상하고 말했다.

“네, 알죠. 그래서 그 고소는 우리 박준수 선수가 할 겁니다. 저희가 알아서 고소해서 그를 엿먹여줄 테니 그쪽은 심판을 폭행한 것을 자수하세요.”

준수는 어차피 군대를 갔다 온 후에 미용을 할 것이다. 선수 생활을 계속해도 문제가 될 것이다.

“만약 합의를 해주지 않으면 어쩔 건데요?” “그건 제가 녹음을 해두었어요. 잠시만요.”

준희는 심판의 대화를 다시 켜서 들려주었다.

“아, 그렇군요.”

“아무튼 나는 합의를 해줄 용의가 있다고 하세요.”

녹음을 들은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자수하겠습니다.”

“그래, 대신 합의금 준다는 것은 각서를 받아 둬.”

“네, 제가 각서를 써드리죠.”

준희는 바로 각서를 써서 넘겼다. 두 사람은 각서를 받고서 그제야 편한 얼굴로 준희를 바라보았다.

“정말 대단하세요. 검사 같으세요.”

“아유 아니에요. 제가 검사가 꿈이긴 합니다. 감사해요.”

“그럼 지금 자수하러 가면 되나요?”

범인 남자는 조금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자수라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니까.

준희는 남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최대한 빨리 오빠를 나오게 하고 싶긴 합니다.”

“알겠습니다.”

남자는 그길로 바로 경찰서로 향했다. 준희는 남자를 경찰서로 데리고 가면서 생각했다. 자기는 검사가 체질이구나 하면서.

* * * * *

“고마워 준희야.”

준수는 준희를 꼭 끌어안았다. 준희가 보여준 일을 다 듣고 난 준수는, 준희를 다시 보게 되었다.

“내 말을 들어. 그러면 오빠는 잘 살게 될 거니까.”

“그래, 알았어.”

“내가 딸 하나는 진짜 잘 두었지.”

아버지가 준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버지는 준희의 방구냄새도 향기롭다고 할지 모른다. 그만큼 준희를 너무 사랑하게 되었다.

“우선 오빠는 심판을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해. 그래야 그 사람들의 억울함도 풀고 오빠의 억울함도 푸는 거니까.”

“그래, 알았어.”

그 말을 듣고 있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그럼 준수는 태권도를 하기 힘들어질지도 모르는데? 괜찮을까?”

그러자 준수가 갑자기 얼굴색을 바꾸며 말했다.

“나 태권도 해야 하는데? 니가 태권도 하라고 했잖아.”

“오빠는 태권도보다 미용을 해야 해. 그러면 꼭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야, 미용이라니? 안 한다니까?”

그러자 아버지가 또 끼어들었다.

“그건 좀 생각해 볼 문제야. 일단 고소를 하고 군대를 갔다 오는 건 어떠냐? 그러면 심판도 너에게 당한 것을 잊을 수도 있고, 다른 데로 가서 너랑 엮이지 않을 수도 있잖아. 게다가 이렇게 그를 고소하게 되면 그놈은 다른 데로 가거나 그만둬야 할 거야. 너라는 애를 잊을 시간으로 3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준수는 군대를 가서 깍새를 하면서 미용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지금 군대를 가면 딱 좋은 타이밍이긴 하다.

“가. 가서 마음을 좀 비우고 와.”

“휴우, 사실 태권도로 먹고는 살 수 있겠지만, 뭔가가 될 것 같지 않았어. 하지만 그렇다고 미용을 하지는 않을 거야.”

“알았어. 암튼 심판 고소는 내가 진행한다?”

“얘야, 니가 그런 것도 할 줄 아니? 너는 천상 검사구나.”

아버지는 준희가 하는 말 모두가 그저 좋았다.

준희는 아버지에게 빙긋 웃어주고는 다시 준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 해도 오빠가 주가 되어 하는 고소니까, 책임감 있게 행동해. 자수한 그 사람의 복수도 같이 하는 거니까.”

“알았어. 알았다고.”

준희는 그렇게 마무리하고 바로 고소장을 작성했다.

* * * * *

이 차장은 준희가 보낸 고소장을 보고 기가차서 말했다. 그 옆에는 오재훈도 같이 있었다.

“이야, 이 새끼 결국 빠져나갔네. 박준희 얘는 이 자식 동생인 것 같은데?”

그러자 오재훈이 깜짝 놀라서 이 차장이 들고 있는 고소장을 빼앗았다.

“뭐라고? 박준희?”

“박준수라고 얼마 전에 태권도 심판 폭행 사건 용의자, 아니 용의자 될 뻔한 사건 있거든요. 그 사건을 이 꼬맹이가 해결했다고 하더라구요.”

“누가? 이 꼬맹이? 박준희가?”

“네, 직접 피해자 만나고 진짜 범인 설득해서 자수시키고, 아주 대단했다네요.”

오재훈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그는 문득 준희의 모습이 보고 싶어졌다. 그때였다.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고 준희가 들어왔다.

“나 이창민 씨 보러 왔거든요?”

준희는 이 차장을 향해 똑바로 걸어왔다. 옆에 오재훈이 있는 것을 전혀 모른 채.

“어? 너?”

이 차장은 준희를 알아보고 인상을 구겼다. 준희가 여기까지 올 거라고는 생각 못한 모양이었다.

“여긴 아무나 오고 그러는데 아니야! 인마.”

“아저씨는 우리 오빠에게 그딴 짓을 해놓고 뻔뻔하게!”

“뭐? 뻔뻔? 이 버르장머리 없는 것이!”

이 차장이 준희의 꿀밤을 먹이려고 하자, 오재훈이 이 차장의 손을 막았다. 준희는 눈을 감았다.

“너는 아무나 때려도 되는 건가?”

“아니, 그게.”

준희는 꿀밤이 떨어지지 않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눈을 떴다. 슬로우 비디오가 돌아가듯이 아주 천천히.

“어? 오재훈?”

오재훈은 준희가 자기 이름을 알자 놀라서 쳐다보았다. 준희가 어찌 자기 이름을 알지? 하는 생각에.

준희는 오재훈을 보고 너무 좋아서 눈물까지 날 것 같았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지금 그를 알아본다면 그가 준희도 회귀한 것을 알아챌 것이기 때문이다.

“내 이름을 어찌 알지?”

“티비에 자주 나왔잖아요! 실물이 더 잘생겼다!”

준희는 오재훈을 보고 밝게 웃었다.

오재훈은 준희의 해맑은 미소를 보고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그건 사랑이었다. 아직까지 꺼지지 않았던 사랑의 불씨가 다시 피어오르는 순간이었다.

“야. 너 나를 보러 온 거라면서! 용건이 뭔데?”

이 차장이 두 사람의 아주 감동적인 재회를 방해하며 떠들었다. 두 사람은 오랜만의 재회를 뒤로 하고 다시 이차장에게 집중하였다.

“우리 오빠에게 한 짓들 다 알고 있거든요? 우리 오빠 수사 못하게 막고 검찰로 빨리 소환한거 이야기 다 들었거든요? 이런 식으로 하지 마시죠? 페어플레이 하셔야죠?”

오재훈은 준희가 하는 말과 표정, 행동들을 전부 눈에 담았다.

준희는 오재훈 앞에서 많이 부끄러웠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페어플레이 좋아하시네! 아무튼 풀려났으니 된 거잖아!”

“그럼 심판 고소 사건은 제대로 진행해 주시죠. 우리 오빠에게 한 짓이 조금이라도 미안하면 말이죠!”

“알았다. 알았으니까 그만 가주겠니?”

“제대로 안하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내가 지켜볼 거라구요!”

준희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이 차장을 노려보았다.

오재훈은 그런 준희의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피식 웃었다. 준희는 오재훈이 웃는 것을 보고는 그를 째려보았다. 물론 일부러 그런 것이다.

“내가 웃겨요? 이 아저씨는 아저씨 아랫사람인가요?”

“그래, 그렇지.”

“그럼 교육을 똑바로 시키셔야죠! 이 아저씨가 우리한테 얼마나 몹쓸 짓을 했는지 모르시죠?”

“모르는데? 무슨 짓을 했지?”

그러자 이 차장이 준희의 입을 막고는 끌고 나갔다.

“알았다. 내가 심판 사건은 무조건 가장 큰 형량을 때릴 테니까 그만 가주겠니?”

“읍읍, 담배냄새!”

준희는 끌려가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이 차장에게 소리 질렀다.

오재훈은 준희의 모습을 보고 너무 귀여워서 혼자 웃었다. 아무래도 오재훈은 김설아보다 준희를 더 사랑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김설아를 한번은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 * * * *

“김설아? 이름이 좀 특이해서 찾아보면 나올 것 같긴 한데요?”

오재훈은 사람을 시켜서 김설아가 사는 곳을 알아냈다. 김설아는 현재 외국에서 돌아와서 한국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가 외교관이었던 김설아는 대한민국에 한 사람뿐이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재훈은 그길로 김설아가 사는 곳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햇살도 좋았다. 아름다운 김설아를 만나기엔 더없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멀리서 그냥 얼굴만 보고 오면 되겠지.”

오재훈은 긴장된 얼굴로 김설아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찾아갔다. 학교 앞에 차를 대놓고 그녀의 얼굴만 보고 갈 생각이었다.

멀리서 아이들이 몰려나왔다.

“설아야! 김설아!”

마침 어떤 아이가 김설아를 부르고 있었다. 마치 오재훈에게 김설아를 소개하듯이.

오재훈은 아이가 가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 곳에 김설아가 있었다. 햇살을 받아서 반짝거리는 머릿결. 분위기상 김설아가 확실해 보였다.

“역광이 문제네.”

오재훈은 김설아의 뒤에서 비추는 햇살 때문에 그녀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차를 몰고 그녀를 따라갔다.

김설아가 그늘로 들어섰다. 오재훈은 차를 천천히 몰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 김설아가 맞아?”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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