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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97화 (197/200)

197화. 노랑머리는 책임져야지(4)

“왜 웃어?”

은미의 아버지는 준수가 웃는 것이 불안한 듯 물었다.

은미와 노랑머리도 준수가 왜 웃는 것인지 몰랐다.

“세상일은 모르는 거니까요. 아무튼 지방대라도 합격하였으니 대학에 졸업하면 바로 결혼 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요.”

“저놈 머리로 졸업은 무슨. 졸업하고 와서 이야기하지.”

“그리고 만약 예비합격한 곳에 합격하면 졸업 말고 바로 결혼시키는 거고요?”

“그래, 알았다니까?”

준수는 약속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돌아갔다.

노랑머리는 결혼이 미뤄진 것에 기분이 안 좋았지만, 그래도 졸업을 하면 하는 것이니 나름 좋았다.

은미도 이제 조금만 노력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준수는 며칠 후에 희대의 대리시험 사건이 벌어지고, 그 때문에 합격자들이 대거 탈락하는 상황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이제 며칠만 기다리면 된다.”

준수의 혼잣말을 들은 노랑머리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며칠 후 그 말의 뜻을 알아차렸다.

* * * * *

“형님 그걸 대체 어떻게 안겁니까?”

노랑머리는 뉴스에서 대리시험에 관하여 나오는 것을 보고 헐레벌떡 준수를 찾았다. 준수는 노랑머리에게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저번에 너 입시학원에 갔었잖아.”

“네, 그랬죠.”

노랑머리가 대학에 가기로 한 그때, 정말 많은 입시학원들을 갔었다. 대한민국에서 내놓으라하는 곳은 거의 다 간 셈이다. “그때, 입시학원 선생이 막판에 그랬잖아. 대리시험도 가능하다고.”

“아, 그랬죠.”

실제로 몇 학원에서 막판에 대리시험을 언급했다.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그게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미리 알고 있는데도 충격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많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알았지. 조만간 대리시험 비리가 터지겠구나 하고.”

“우와 형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뭘, 세상을 잘 관찰하고 살면 가능한 일이야.”

물론 회귀자여야 가능한 일이지만.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니가 예비 합격한 대학이 두 군데니까 연락이 오지 않을까?” “조금 기다리면 되겠네요.”

“그래, 휴대폰 잘 간직하고 있어.”

준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노랑머리의 휴대폰이 울렸다.

우우웅,

“여보세요.”

대학에서 전화가 왔다. 노랑머리가 최종 합격하였다는 전화였다. 노랑머리는 전화를 받자마자 이은미에게 달려갔다. 두 사람은 바로 근처 웨딩숍으로 향했고, 얼마 되지 않아서 둘은 결혼식을 올렸다.

준희와 나는 둘의 결혼식은 물론이고, 혼인신고까지 도와주었다. 두 사람의 신혼여행도 기꺼이 보내주었다.

그리고, 노랑머리는 대학에 입학하였고, 영화 관련 학과는 부전공으로 하게 되었다.

노랑머리는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학업에 임했고, 전공 학과는 겨우 패스하였고, 부전공인 영화 관련 학과에서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였다.

노랑머리는 꽤 괜찮은 시나리오를 작성하였고, 우리 회사에서 그의 영화에 투자하였다. 연기자는 우리 측 연기자들로 충분하였고, 이 사장의 방송국 사람들의 도움도 아주 컸다.

노랑머리의 졸업 작품은 꽤 성공적인 스코어를 가져왔다. 사실 자본도 좀 들어갔고, 홍보비도 많이 투자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노랑머리는 성공적인 데뷔와 함께 이 사장의 방송국에 합류하였다. 낙하산이긴 하지만, 그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다들 알기 때문에, 잘 받아주었다. 회귀 전, 노랑머리가 칸에 입성할 정도로 성공하는 그런 스토리는 아니지만, 나름 그 분야에서는 알아주는 사람이 된다. 그걸로 되었다. 노랑머리의 인생을 책임져야 했던 숙제는 해결되었다.

* * * * *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김설아와 박준수 사이에 둘째가 태어났다.

김설아는 몇 년 동안 육아에 전념하다가 다시 복귀를 선언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김설아의 복귀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고민 끝에 결정한 일이었다.

헌데, 김설아는 출연하고 싶은 영화가 따로 있었다. 그 영화는 독립영화였다. 헌데 감독은 신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출연자를 오디션으로 뽑는다고 했다. 김설아는 수많은 출연 제의를 뒤로하고 그 영화에 집착했다.

“다른 영화에 출연하는 건 싫어요?” “네, 저는 이런 감정이 극대화되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 게다가 영화 시나리오가 아주 좋아요. 제 생각인데 이 감독은 정말 큰 사람이 될 겁니다.”

김설아의 예견은 정확하였다. 그 감독은 이 영화를 시점으로 계속해서 승승장구하며 영화제를 휩쓸고, 헐리우드까지 진출하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김설아는 정말 똑똑한 여자였다.

“제 생각에도 감독이 정말 잘 할 것 같긴 해요.”

“이 감독 단편영화를 봤는데, 정말 잘해요. 그 영화상도 많이 받았다구요. 아주 대단한 감독이에요.”

감독은 이미 단편영화로 수많은 영화제를 휩쓴 상태였다. 김설아는 그 감독의 단편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다.

“그럼 오디션을 보려구요? 천하의 김설아가?” “아유, 천하는 무슨? 연기 접은 지 좀 되어서 연기가 너무 어색해요. 나 오디션에 떨어질지도 모른다구요.”

김설아는 사실 아이를 키우며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었다. 연기도 하면서 느는 것이라서 중단하고 나면 잠깐 동안 헤매기도 한다. 김설아도 그걸 걱정하기 때문에 주연 자리를 두고 많이 고민했었다.

“설마, 감독이 설아 씨를 차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죠. 하긴 설아 씨를 차면 회제성은 확실하겠네요.”

“놀리지 말구. 나 오디션에 응모하는 거 반대하지는 않죠?”

“그럼요. 잘 할 거라고 믿어요.” “근데, 주인공 아니고 조연에 응모할 거예요. 조연으로 중간점 이후에 등장하는 엄마가 아주 절절한 연기를 해야 하거든요.”

김설아가 하려는 연기는 주인공을 버리고 간 친엄마다. 엄마가 되면서 모성 연기에 꼭 도전하고 싶었던 터라 그 배역이 눈에 쏙 들어왔다.

“주인공도 아니고 조연요? 그걸 오디션으로 한다구요? 아, 그건 좀 아니다.”

“그냥 해보고 싶어요. 감독님이 직접 전화가 와서 꼭 응모해달라고 했어요.”

김설아가 소속사 직원에게 그냥 한마디 흘렸을 뿐인데, 그게 어느새 감독에게 전달되었고, 그가 직접 전화를 걸어서 오디션에 응모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그야 당연하죠. 김설아가 응모한다면 엄청난 화제가 되니까요.”

“아무튼 나는 그 역할을 하고 싶다구요.”

“설아 씨는 가끔 엉뚱한 구석이 있어요. 저번에도 독립영화 조연을 고집하더니.”

김설아는 첫째 아이를 낳고 독립영화 조연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때도 그 영화가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었다. 물론 그때 주인공이었던 해리는 다른 배우로 바뀌었다. 준희와 오재훈의 회귀는 정말 많은 부분을 뒤흔들었다.

“그땐 친분이 있어서 그런 거구요. 이번에는 순전히 역할이 탐나서요.”

“알았어요. 대신 꼭 역할을 따내야 해요.”

“그럼요. 엄마 역할은 이제 자신 있다구요.”

김설아는 환하게 웃었지만, 준수는 그게 미안했다. 자기 때문에 연기 경력이 중단된 것이 정말 미안했다. 그래서 몰래 그 감독에게 전화해서 제작비를 댈까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오디션이 끝난 이후여야 했다. 그래야 공정하니까.

“저번처럼 버스 대절해서 보낼 테니까 걱정 말고 임해요.”

“고마워요.”

그렇게 김설아는 독립영화 조연 오디션에 응모했다. 그 홍보 덕분인지 그 영화의 주인공 자리에는 수많은 배우들이 노크했다. 하지만 김설아가 도전한다는 그 배역에는 아무도 응모하지 않았다. 단 한명만 빼고는 말이다.

“그 한명은 무명배우이고 연기도 그렇게 잘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김설아 씨가 바로 될 겁니다.”

감독이 김설아에게 친히 찾아와서 말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김설아가 투자자와 같은 위치일 것이다.

“어유, 전 그런 걸 원한 게 아니에요. 저는 정정당장하게 하고 싶다구요.”

“누가 김설아의 연기력을 논할까요? 거기다 저는 이 배역에 김설아 씨가 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찬이세요. 누가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양해리라는 배우랑은 만난 적이 없으시죠?”

김설아가 도전한 배역에 같이 응모한 단 한명의 배우는 바로 양해리였다. 해리는 준희와 오재훈의 회귀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하겠다. 그동안 해리가 배우로 성공한 모든 커리어가 다 사라졌기 때문이다. 해리가 이 배역에 응모한 것은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다. 소속사에서 그냥 넣은 것이다. 혹시나 화제가 될까 해서 말이다. 해리 본인은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김설아는 당연히 그녀를 모를 것이다.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고.

해리만 김설아와 붙는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있을 뿐.

* * * * *

해리는 자기의 이름이 신문에 오르내리자 내심 흥분한 듯 했다. 그동안 배우로 도전하였지만 이만큼 관심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해리의 원래 인생이 그러했듯 지금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 신문에 자기의 이름이 나왔으니 당연히 기쁠 것이다.

“내가 김설아의 라이벌로 나왔어!”

해리가 소리치자 재준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건 니 생각이고.”

“자기는 내가 잘되는 것이 그렇게 싫어?”

“니가 잘되길 바라지 왜 싫어? 너는 기회를 여러 번 찼잖아. 그래놓고 내 탓을 하면 안 되지.”

최근 해리와 재준은 많이 다투는 중이었다.

사실 재준은 해리가 스타가 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리는 여전히 스타가 되는 것을 원했다. 두 사람 사이에 그런 거리감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해리가 많이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내가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어?”

해리는 행실을 잘못 해왔기 때문에 과거 일했던 가게 마담이 해리의 과거를 유출했었다. 그것 때문에 해리는 스타가 될 수 없었다. 그것 말고도 해리는 인성 문제로 스타가 되기 어려운 상태였다. 그럼에도 재준은 해리를 사랑했다. 재준 스스로도 자기가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재준은 자기가 해리를 살리려고 수많은 회귀를 거듭하고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이미 다 잊었음에도, 그 목적의식만큼은 살아있는 듯 했다. 두 사람은 정말 질긴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다.

“아무튼 이번에 내가 김설아를 이기면 그땐 딴소리 하지 말아줘.” “니가 김설아를 이겨? 이기고 말하자. 이기면 정말 밀어줄 테니 걱정 말고.”

그렇게 해리는 온 힘을 다해 오디션을 준비했다.

* * * * *

오디션 날이 되었다.

희한하게도 주인공 오디션에는 취재진이 몰리지 않았고, 김설아와 해리의 오디션에 많은 기자들이 찾아왔다. 해리는 지금까지 이런 관심은 처음이라 너무 들떠 있었다.

김설아는 엄마 연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다. 자기가 엄마가 되었던 감정들을 적절히 녹여내며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나도 저렇게 잘 할 수 있어.”

해리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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