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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위한 찬가-145화 (145/300)

#   146-희망을 위한 찬가 - 이 곳에는 타자가 없다.(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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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결은 주먹을 내질렀다. 강력한 힘에 휘감긴 주먹은 검은 그림자를 향해 햇살처럼 날아서 박혔다. 콰앙! 폭음 같은 소리가 났고, 은결과 검은 그림자는 서로 뒤로 떨어져나갔다. 은결은 부드럽게 몸을 돌리며 안착하고는 동시에 다시 앞으로 뛰쳐나갔다. 반대측에서 검은 그림자가 은결을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강력한 힘으로 들이닥쳤다.

-쿠-웅!!

은결과 뱀파이어의 충돌지점에서 세계가 흔들리는 것 같은 낮고 중후한 소리가 났다. 은결은 “크윽!”하고 억눌린 신음과 함께 뒤로 튕겨나갔다. 뱀파이어의 어둠은 물러나지 않았다.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거대한 어둠은 회오리에 휘말린 것 같은, 태풍의 중심 같은 구멍이 난 채 뒤 풍경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내 수복됐다. 어둠이 허공에 떠서 넘실거렸고, 중심에 푸른 눈길이 떠올랐다. 그것은 입가로 핏줄기를 흘리며 이쪽을 바라보는 은결과 시선을 마주했다.

-최초 측정되었던 때에 비교해 기의 질과 량이 현격한 상승을 이뤘군. 믿기 힘든 수준으로. 보고는 들었지만 신뢰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된다면 믿지 않을 수 없지.

은결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그는 다시 발을 박차고 뛰어올라 어둠을 향해 공격했다. 그의 등 뒤로 거대한 마법진이 형성됐고, 그것은 프로펠러처럼 격렬하게 회전하며 힘을 모아 그의 팔로 전달, 주먹에 집중되었다. 은결은 그것을 내질렀다. 막대한 운동에너지가 술식으로 형성된 파사에너지와 융합되며 리니어 캐논의 탄환처럼 날았다.

-흥!

뱀파이어는 코웃음을 쳤다. 동시에 그를 구성하는 어둠이 벼락처럼 움직이며 통로처럼 말려려들었다. 은결의 주먹은 허무하게 그 어둠이 미리 만들어놓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듯 지나갔다. 충격파가 뒤를 이었지만 그런 정도로는 이 괴물을 어쩌기 힘들 터였다. 은결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가 표정을 풀기도 전에 사위가 어두워졌다. 뱀파이어의 어둠이 은결을 집어삼킨 것이다.

“큿!”

은결은 다시 억눌린 신음을 내뱉고는 발밑에 역장을 형성시켰다. 동시에, 그의 발끝으로 마법진이 형성되며 회전을 시작했다. 강대한 힘이 집적되었다. 무릎을 굽혔다가, 은결은 뛰어올랐다. 꾸-웅! 충격파에 어둠이 출렁였다. 은결은 대기권을 돌파하려는 로켓처럼 엄청난 속도로 일직선을 그리며 날았다. 하지만 상당한 시간을 뛰어올라도 저항감도, 어둠에서 빠져나올 기미도 없었다. 은결의 얼굴색이 변했다. 이 차원결계처럼, 뱀파이어의 어둠 자체가 다른 차원으로서 적을 구속하는 힘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수십 줄기의 어둠이 은결을 덮쳤다. 그는 양손으로 역장을 펼쳐 그 공격을 받아냈다. 쿠콰콰콰쾅! 연속되는 충격음에 이어 주변이 흔들리는 역장의 스파크로 파직 거렸다. 이대로는 위험했다.

‘하지만!’

은결은 깊은 숨을 쉬었다. 그의 힘의 근간을 이루는 기호술법은 결계를 다룬다는 것에서도 불교계열의 것에 뒤지지 않는 우수함을 자랑한다. 수행이 신적감흥을 인공적으로 이끌어내는 성역을 그려냈던 것은 그 개인의 천재성에 기초한 것이긴 하지만 그것을 위한 도구, 즉 기호론의 우수함에서 가능했던 것이기도 했다. 은결은 순식간에 기호를 조합해 특정한 진식을 형성해 허공에 띄웠다. 그 순간에도 뱀파이어의 공격은 이어졌다. 은결은 등으로 엄청난 충격을 느꼈다. 그 충격이 사라지기도 전에 전면으로도, 머리 위로도, 발 아래로도 공격이 이어졌다. 은결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허공의 정중앙에 손을 찍었다.

“파사(破邪)!”

진식의 중앙에 은결의 손바닥이 위치하자 눈이 멀 것 같은 빛이 발생했다. 휘황하고 아름다운 빛이었다. 어둠을 파괴하는 빛이었다. 빛을 잡아먹는 빛이었다. 폭력적이기까지 한- 그런 빛이었다.

-끄아아악!!!

비명이 길게 울렸다. 빛이 사라졌을 때, 은결은 통상 결계 공간 안으로 복귀해 있었다. 그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적의로 새파랗게 눈을 빛내고 있는, 하지만 곳곳이 그을려 엉망진창이 된 청년 뱀파이어의 모습이 보였다. 특히 그는 얼굴을 심하게 상처 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 상처는 희게 피어오르는 연기와 더불어 점차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은결은 섣불리 덤벼들지 못했다. 방금 공격을 하기 위해 진식을 형성하던 중 견뎌야 했던 충격이 적지 않았다. 뱀파이어가 천천히 일어섰다. 전산의 상처는 이제 완전히 정리된 상태였다. 다만 일전 푸른 이빨에게 당해 생겼던 상처는 여전했다.

“후우- 후우-”

은결은 숨결을 토하며 내부의 충격을 정리했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이 공격으로 상대를 쓰러뜨릴 수 없으리란건 알았지만 너무 피해가 적었다. 앞으로 어떻게 공략하면 좋을지, 적당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뱀파이어가 입술 양 끝을 높게 끌어올리며 웃었다. 길쭉한 송곳니가 하얗게 드러났다. 그것은 이 독특한 공간에 어울리는 이질성으로 빛났다.

“이제 정리해 볼까.”

“후우- 후우-”

은결은 계속해서 숨을 정리했다. 상대는 자신보다 강했다. 길게 버티기 힘들었다. 푸른 이빨이 그립긴 또 처음이었다. 뱀파이어가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한편, 쿠로사카와 라이칸 슬로프의 싸움도 격렬하게 진행중이었다. 이미 상당한 격전을 치룬 듯, 쿠로사카의 옷은 넝마처럼 짖찢겨 있었고, 고운 피부 곳곳으로 붉은 혈선이 그어져 있었다. 상대편 라이칸 슬로프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겠지만 처음부터 상태가 엉망인데다 특유의 회복력 덕분에 드러나 보이지 않았다.

“하아... 하아...”

키리야미를 곧게 쥐고, 쿠로사카는 라이칸 슬로프를 노려봤다. 그르렁 거리며 입을 열고 있는 야수는 진득한 침을 질질 흘리며 그녀를 마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일말의 이성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 이 야수와 싸웠을 때는 분명히 이지의 조각이나마 느껴졌었는데, 하지만 변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와 전혀 다르게 털도 아무렇게나 나 있었고 근육도 기괴하게 연결되어 오른쪽은 거대했고, 왼쪽은 빈약했다. 아마도 머리만 남았던 육체를 재생하려니 완전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크릉!”

그때, 침을 뒤로 흘리며 라이칸 슬로프가 날았다. 쿠로사카는 그의 사나운 이빨을 무릎을 굽혀 피하고는 그림 같은 동작으로 몸을 돌렸다. 왼쪽 발끝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그녀의 동작에 따라 검고 아름다운 머리칼이 수려한 리본처럼 따라 돌았다. 회전이 멈추고, 순간적으로 드러난 틈을 노려 쿠로사카는 앞으로 한 발자국을 내딛으며 검을 내찔렀다. 푸욱! 키리야미가 라이칸 슬로프의 왼쪽 어깨를 관통했다.

“크어어어엉!!”

라이칸 슬로프가 구슬프게 울었다. 쿠로사카는 검을 빼내려다가 흠칫, 표정을 굳혔다. 라이칸 슬로프가 근육을 긴장시키고 다른 손으로 검을 쥐어 그녀에게서 검을 빼앗으려고 하고 있었다. 라이칸 슬로프가 고개를 돌려 왼쪽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녹색 흉광이 번뜩이는 라이칸 슬로프의 모습은 흉악하고 무서웠다. 인간으로서 야생 앞에 느끼게 되는 어떤 본능적인 두려움이 그녀의 등골을 핥았다.

“흥!”

하지만 이내 쿠로사카는 그러한 감각을 날려버리고 입술 끝을 올렸다. 이제까지는 장기전을 대비해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 상태라면 다소 위험할 테니 어쩔 수 없었다. “카이!” 쿠로사카가 외쳤다. 키리야미로 서기(瑞氣)가 돌았다. 쿠로사카를 노려보던 라이칸 슬로프가 고통스럽게 울며 검에서 손을 떼어냈다. 동시에, 쿠로사카는 검을 휘둘렀다. 두부를 베듯 라이칸 슬로프의 상처를 베어내며, 키리야미가 붉은 피를 훌리며 빠져나왔다.

“끄어엉!!”

라이칸 슬로프가 다시 구슬피 울었다. 쿠로사카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싸워본 결과 만월이 아닌 덕에 지금 라이칸 슬로프는 이전에 비해 훨씬 약해져 있었다. 요 근래 몸 상태가 지속적으로 최고인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키리야미의 힘으로 얼른 이 괴물을 처리하고 은결을 도와야 한다.

“하앗!”

검이 가는 선을 허공에 남기며 날았다.

“--!!!”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라이칸 슬로프의 몸 정중앙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피가 상처를 따라 진하게 흘렀다. 그러나 거죽만 베어냈을 뿐이다. 쿠로사카는 혀를 차며 다시 공격을 이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라이칸 슬로프는 훌적 몸을 뒤로 날려 키리야미의 공격을 피했다.

“치잇!”

쿠로사카는 혀를 찼다. 막대한 힘이 전실을 휘돌지만, 그 힘의 크기만큼 피로가 전신을 잠식하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되도록 빨리 끝내야 했다. 쿠로사카는 발을 박찼다. 은결보다도 훨씬 빠르게 그녀의 몸은 사라지는 것 처럼 날아서 라이칸 슬로프를 잡았다. 검이 휘둘러졌다. 라이칸 슬로프는 야성적인 감으로 양 팔을 모아 그 검을 받아냈다. 강대한 힘이 늑대인간의 팔에 머물러 키리야미를 막았다. 길고 깊은 상처가 났지만 그것은 라이칸 슬로프는 죽이지 못했다. 분노한 쿠로사카는 검끝을 타고 흐르는 몸놀림으로 몸을 돌리며 발차기를 늑대인간의 복부에 넣었다. 으직, 하고 척추뼈 부러지는 느낌이 전달되며 라이칸 슬로프가 뒤로 날았다.

“핫!”

쿠로사카가 공간을 박찼다. 그녀의 몸은 뒤로 튕겨나가는 라이칸 슬로프보다도 빠르게 날아 이내 라이칸 슬로프의 뒤에 섰다. 그녀의 검이 서늘하게 공간을 압도하며 라이칸 슬로프를 기다렸다. 라이칸 슬로프도 잘 움직여지지 않는 가운데 그녀의 움직임을 느꼈다. 이 야수는 이를 악물고 이어질 공격에 대비했다.

-콰창!

라이칸 슬로프의 손톱과 키리야미가 충돌했다. 늑대인간의 손톱은 종이처럼 베어지며 그의 팔을 절단했다. 이전까지 이어져 있던 두 팔의 사이 벌어진 공간으로 핏방울이 점점이 떠 있었다. 쿠로사카의 표정은 그러나 밝지 못했다. 손톱이 베어지는 찰나의 틈을 타고 이 괴물은 피해를 최소화 했다. 그녀는 허리를 두 동강 낼 생각이었다.

“しつこい(끈질겨)!”

쿠로사카는 신경질적으로 외치며 다시 몸을 박찼다. 그리고 이번에야 말로라고 생각하며 검을 휘둘렀다.

“멈춰.”

*은결의 역장은 허공에 원하는 형태로 물리적인 방벽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폭, 두께, 길이는 물론 형성된 역장의 강도와 연성도 조절할 수 있고 색깔도 바꿀 수 있습니다. 방어는 물론 공격에도 사용 가능합니다. 허공에 역장을 고착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직관적으로, 바리어의 발전형으로 보시면 될 듯? 클라우스 시절 쓰기 시작해서 주연급들에게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 편리한 기술입니다.

*제가 글 가운데 인용, 소개 하는 책들은 주로 고전 급의 저술입니다. 무척 어렵죠. 인문학에 관심이 생겼다고 하는 것은 황송한 이야기지만, 곧장 순수이성비판이니 논리철학논고니 읽으시려 들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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