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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위한 찬가-242화 (242/300)

#   243-희망을 위한 찬가 - 시선 아래 승리자는 없다.(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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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길은 창문을 향한다. 희미한 색조로 덮여진 그 창문 너머로 무수한 것들이 다양하게 지나간다. 그것은 사람이거나 건물이고, 건물에 달라붙은 간판이고, 널찍한 공간을 투명한 유리로 붙여 내부를 훤히 비쳐 보이도록 한 쇼윈도이거나, 머지않은 겨울을 대비해 미리 죽은 나무이기도 했지만, 또한 그 나무에서 떨어져 바스락거리는 메마른 계절의 죽음이거나 겨울에 더욱 간절해지는 연인, 혹은 곧장 스러질 걸인이나 우울하게 바쁜 상인의 모습이었음 이기도 사실이다.

“......”

차이, 그리고 차이. 눈길은 그 다양성을 담으며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러나 저 차이는 진실로 차이인 것일까? 그는 사랑이 저 다양성을 하나로 아름답게 이어나갈 수 없다고 이야기 했다. 그때 남아있는 그들 차이를 이어 나가는 것은 ‘자본’이거나- 아니야. 그건 자본이 아니다. 자본보다 깊은 곳의, 그러나 자본이 아니라면, 종양 같은 다양성은 어디서 비롯하는 것일까.- 그의 말은 잔인하지만, 사실인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은결을 향하던 자신의 시선을 생각한다. 자신의 시선에 비춰졌던 끝없는 의문을 생각한다. 다가설 수 없는 정답을 생각한다.

“......”

눈길을 거둔다. 그리고 눈을 감으며, 생각한다.

‘그래도 역시 사랑인 것 같다.’

-고.

키리야미의 날이 곱게 펼쳐진 손바닥의 위에서 위맹하게 멈춰서 있다. 희미하게 떨리는 검날의 주변으로 전격 같은 것이 끊임없이 튀어 오른다. 파슷, 파슷. 채 분이 풀리지 않은 분노의 파편이 대기로 흘러내리는 것 같다.

“--!!”

쿠로사카의 얼굴은 놀라움에 굳는다. 상대가 강하리란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일격을 이토록 간단히 막아낸다니! 지금 그녀의 일격이 담은 에너지와 그것이 집중된 정도를 고려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적인 것 중 벨 수 없는 것은 사실상 없다. 은결이 펼치는 복합 역장 정도나 이렇게 정면으로 그녀의 검을 막을 수 있다. 그걸 소녀는 단지 한 손을 사용해 막았다. 상대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한다.

“좋은 검에, 좋은 실력. 그리하여 좋은 검격이군요.”

교사가 학생을 칭찬하는 것 같은 어조다. 쿠로사카는 굴욕감을 느낀다. 소녀는 사용하지 않은 다른 손을 든다.

“-후후.”

그리고 소녀는 검을 휘두른다. 쿠로사카는 자신을 노리고 날아오는 힘을 느낀다. 그녀는 얼른 키리야미를 회수하며 종으로 세워 그 공격을 막는다. 쿠앙! 충돌. ‘크윽!’ 하고 그녀는 이를 악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투명한 힘이 그녀를 강습했다. 그녀는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공처럼 멀리까지 날아간다. 거의 마하의 속도다. 키리야미를 해방하지 않았다면 이 일격으로 쿠로사카는 전투불능에 빠졌으리라. 그녀는 공중에서 술법을 사용해 몸을 멈추고, 다시 기민하게 공격에 돌입한다.

-키리야미가, 움직인다.

“후후.”

짤막한 조소. 그것은 쿠앙! 하는 방어의 충격음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검이 멈추자, 쿠로사카는 망설임 없이 뒤로 빠진다. 그녀가 있던 자리로 막대하고 투명한 힘이 지나간다. 쿠로사카는 확신한다. 이 힘은! 이 기술은! 그녀는 찌푸린 얼굴로 크게 묻는다.

“(네가 어떻게 역장을 사용하는 거지!)”

-심지어, 은결보다도 능숙하게. 그녀는 이어지지 못한 뒷말을 마음속으로 잇는다. 그렇다면 저 사념체를 보호하는 힘 역시 틀림없이 역장이다. 경이적인 강함, 그리고 역장. 이들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녀는 이런 자들을 들어본 적이 없다. 소녀는 상냥한 어조로 속삭이듯 답한다.

“자유롭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녀는 걷는다. 우아한 걸음걸이다. 그녀의 우아한 걸음마다, 주변으로는 막대한 힘의 기세가 피어난다. 쿠로사카는 긴장한다. 그녀는 호흡을 조절하며 검을 움직인다. 쾅! 쾅! 쾅! 쾅! 그녀의 검이 움직일 때 마다 보이지 않는 힘의 덩어리가 키리야미에 방비되어 스러진다. 역장의 탄환이다.

“......”

쿠로사카는 신음을 입안으로 삼키고 앞을 노려본다. 양 팔이 시큰하다. 전력을 다한 공격인 것 같지도 않은데 키리야미를 해방하고서도 그 충격을 완전히 상쇄할 수 없었다. 저 여자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괴물이다. 틀림없이 자신의 또래로 보일 뿐인데! 그녀의 나이로 이런 성취를 보여주었던 이는 기록에 의하면 극히 드물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박수행’이 있을 뿐이다. 소녀는 걸음을 멈추고, 이채롭다는 눈빛으로 쿠로사카를 바라본다.

“여기까지 버티다니 굉장하군요. 내가 알기로, 당신은 이렇게까지 강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불과 두 달만에 여기까지 성장하다니, 기연이라도 있었나요?”

-당연한 일이지만, 답할, 이유는 없다. 침묵 가운데서 팔찌를 사용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자 한다. 역시 통하지 않는다. 이 곳의 결계는 여름 때의 그것과 같거나 더 강한 모양이다. 쿠로사카는 단념하고 뛴다. 뛰어서 그녀는 한 줄기 선이 된다. 그 타협하지 않는 직선의 힘은 다시 예리하게 갈린 검 끝으로 향하고, 키리야미는 그 모든 힘을 받아 모든 것을 부정하는 기세로 날아간다. 자신을 향하는 거대한 힘의 압도적인 응축에, 소녀는 한결 화려하게 웃는다. 그녀는 손에 손을 겹치고, 간단하지만 심오한 기호를 해방하고, 자신의 자유로 해방된 힘을 조정해, 현상을 지배한다.

-쿠-앙!!

단순하지만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분출. 불꽃은 한 점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 일대가 지옥처럼 뜨거워진다. 쿠로사카는 입가로 피를 한 줄기 흘리면서 뒤로 몸을 물린다. 달아올랐던 대기가 빠른 속도로 식는다. 그녀의 마음도, 그와 같이 식어가며 초조해진다. 맞은편의 소녀는 한점의 상처나 지친 기색도 없이 여전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저 괴물을 뚫고 사념체를 베어야 한다니. 그때까지 은결은 버틸 수 있을까? 아니, 나는 이길 수나 있을까? 그녀는 자신에게 묻는다. 그리고 흘깃, 은결을 바라본다. 그는 여전히 엉망진창이 된 채로 엉망으로, 사념체와 사우고 있다. 아무 것도 없는 싸움이다. 그저 울분이, 그저 안타까움이, 그저 미안함이 소용돌이치며 육신을 지배하는 꼴불견인 싸움이다.

-가슴이, 아프다.

그녀는 이를 문다.

-학원에서 논술을 적었다. 벤야민과 프레이저를 연결했다. 글자를 쓰면서 나는 느낀다.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그의 이야기다. 은결이 해 주었던 이야기다. 나는 그저 녹음기이거나 복사기에 불과하다고, 글을 쓰면서 스스로 느낀다.

아니야!

은결이 그저 먼저 이야기 했을 뿐이다. 내가 그들을 알았다면, 틀림없이 나 역시 그가 했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단지 비겁하게 선점했을 뿐이야. 이것은 나의 이야기다. 나의 이야기를 내가 함으로서 나의 주장을 만들어낸다. 그럼으로 이것은 나의 글이다.(그렇지않다는것을안다.)

벤야민, 그리고 프레이저, 의미는, 의미는, 과시가 그러했듯 의미는, 공감주술. 닮은 것은 닮은 것을 닮고, 접촉한 것은 접촉된 것에서 전염된다. 의미는, 의미는- 아우라가 그러하듯 의미는 타자가 지배한다. 네 의미를 지배한 것은 나였던가? 기호는 기호일 수 없던 것인가. 검증가능하거나 분해 가능한 발언만이 유의미한 언설. 그러나 사실 그 모든 것은 무의미한 언설. 깨끗한 그 언어는 걸레 같은 언어의 조합. 모든 기호의 기반은 허섭쓰레기. 언어는 그림이 아냐. 그것이면 충분해. 주인과 노예의 게임이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기반은 모두 마련되었다. 이제 모든 언설은 욕망->해석->권력->폭력. 탈출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욕망은 언제나 타자의 욕망. 찰칵.

-이리세라는 아이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내 논술문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그녀는 은결처럼 느껴진다. 그녀는 똑똑하지만 매력적이지는 않다.

으, 하고 은결은 신음을 흘린다. 그는 불길함을 느낀다. 찰칵, 소리가 기이하게 들린다.

-은결과 이리세가 만났다. 두 사람은 즐겁게 이야기를 한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복잡한 마음을 느낀다.(그것이질투라는것을안다.)

은결은 쿠로사카가 언제 자신에게 여우에 대해 이야기 했던 건지를 생각한다. 그녀는 언제, 왜 여우에 대해, 내게 이야기 했던 것일까. 그는 생각하면서, 혼란 가운데서 전투를 지속한다. 머지않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전투에 정신을 쏟을 틈은 없다. 그런 게 무슨 소용이람. 찰칵, 찰칵. 시끄러워.

-은결은 이리세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 나는 그녀를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똑똑하고 지혜로우니까. 그녀와 이야기하기 위해 나는 엉거주춤 걸을 필요가 없다. 그녀는 쿠로사카와는 다른 의미로 나를 깨끗하게 투사할 수 있다. 그녀와 함께 걷는 길은 아마도 멋질 거라고, 생각한다. 당당하게 걷는다. 그녀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네게도 매력적일 이유는 없는 거잖아. 네게 필요한 것은 너의 이유이고, 너의 의미다. 너의 욕망은 너의 욕망이어야 한다. 찰칵, 소리를 들으며, 그는 그렇게 생각한다. 다시 사념체와 공방. 쏟아지는 마음.

-이리세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생각해야한다.)

마음을 향해 파고드는 마음. 무언가 환해진다. 언제, 쿠로사카가, 내게 여우에 대해 이야기 하려 했더라. 그것은, ‘마음’에 대한 독해를, 그녀가 해 내었을 때였다.

나쓰메 소세키 ‘마음’

그것은 시선에 대한 걸작이다.

시선이라고? 심장이 한결 크게 뛴다. 크게 뛰는 그 마음에 호응해서, 커다란 다른 마음이 결론이 되어 덮친다. 조롱 같은 결론. 책은 책이고, 세계는 세계라고? 그래서 시선을 이야기한 너는 시선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지. 모르고 있던 그녀에게 명료했던 것이, 알고 있던 네게는 불투명했다.

병신새끼. 네게는 갈 곳이 없다.

너는 무의미한 존재다.

“우웩-”

은결은 다시 견디지 못하고 토한다. 아무 것도 게워낼 것이 없는 그의 위에서 게워지는 것은 짙은 산액일 뿐이다. 그의 구토는 자신의 존재를 토해내려는 몸부림 같다. 찰칵, 하는 어떤 맞물림 가운데서, ‘nowhere'을 향한 갈망만이 강렬해 진다.

*올해도 다 끝나 갑니다. 돌이켜 보건데 독서도 그럭저럭, 공부도 그럭저럭 했습니다. 후회가 없는 건 아니지만, 나쁘진 않았습니다. 새로 외국어 공부도 시작했고. 사건 사고가 몇 있었지만 이건 뭐 제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가장 아쉬웠던 것은 영혼에 격랑을 일으키는 압도적인 책을 읽지 못한 것이고, 그 외에는 재밌는 게임을 몇 못했다는 것도 아깝군요. 올해 게임은 순 슈로대만 한 것 같네요. 내년에는 엘리스 소프트에서 좋은 전략시뮬이라도 하나 내 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

*추천해 주신 천유마(마법사후보)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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