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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40화 (40/236)

제40화

잿빛 망토단(1)

과연… 진짜 범죄자들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으려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곤 옆에서 장비를 체크 중인 다크 스코프를 곁눈질로 살펴봤다. 겉모습만 봐선 어떤 기능이 달린 지는 모르겠지만… 장비 하나하나에 장인의 숨결이 녹아있는 듯했다.

아니, 아니. 장비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지. 내가 아는 사실에만 집중하자.

나는 다크 스코프의 때깔 좋은 장비들을 보고 돌아서려던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가지고 온 장비가 얼마나 좋든 간에, 나는 이 아저씨를 집으로 돌려보내야만 할 의무가 있다.

일단 이 세계에서 원작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나뿐이며, 그 미래에서 이 아저씨는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인해 저격수 컨셉의 빌런이 된다.

나는 알고 있는 미래 지식을 활용해서 아저씨가 빌런이 되는 상황을 막아냈지만, 내가 붉은 눈으로 새로 본 미래에서 다크 스코프는 히어로 코스프레를 하며, 경한 센트럴병원의 원장을 저격하기에 이른다.

물론 경한 센트럴병원의 원장은 나쁜 놈이 분명하긴 하다.

레드 래빗의 테러 이후, 아산 성모병원의 원장은 레드 래빗의 증언에 따라 내부 조사가 시행되어 원장직에서 사퇴 당하고 법의 심판까지 받게 되었지만. 경한 병원의 원장인 한강운은 경한 그룹이 뒤를 봐주는 탓인지, 휠체어를 탄 채 법원을 출두한 이후로 (전날만 해도 정정하던 양반이) 아직까지도 원장직을 맡아 하고 있으니까.

뒤가 켕기는 게 없다면 제대로 조사받고 깨끗함을 인증했겠지만, 결국 경한 병원은 흉내뿐인 조사만 받은 채 그대로 내부 종결.

이는, 이 천산시에서 경한이라는 기업이 얼마나 큰 힘을 휘두르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 천산시에선 경한 그룹의 말이 곧 법이나 다름없는 수준인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한강운 원장을 죽이는 게 꼭 옳은 것만은 아니다.

한강운 원장을 저격하고 나서 있을 파장은 나도 예상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외려 다크 스코프가 아닌 내가 사건의 범인으로 특정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사건에 빠지는 일은 막아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다크 스코프가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도록 유도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온 여기는 바로 잿빛 망토단의 전초기지 중 하나이다. 망령당, 흑사자회, 불곰파, 그리고 잿빛 망토단. 모두 천산시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범죄 조직들의 이름이다.

망령당과 흑사자회는 이미 만나본 적 있지만… 이번에 만난 잿빛 망토단은 그 행태가 사실 흑사자회와 비슷한 갱(gang)단에 가깝지만, 조금 더 극단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다.

강력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슈페리어(superior)들은 우수한 인종으로서 약한 초능력을 가졌거나, 초능력이 아예 없는 내추럴(natural)들을 노예로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예 동물에 가까운 브루트들은 인간 취급조차 해주지 않고, 가축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니까, 초능력 사회에서의 인종 차별주의자인 거지.

이런 갱단들의 전초기지가 너무 많아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 또한, 히어로의 업무 중 하나이다.

흑사자회의 사건 이후론 갱단과의 충돌이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이라 여겨, 급한 사건이 아닌 이상은 괜한 싸움은 피하고 있었지만… 아저씨에게 이런 위험한 일 또한 히어로가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난이도가 높아지면 안 되기 때문에, 제인에게 최대한 최근에 만들어진 작은 전초기지를 찾아달라고 부탁했었지.

나는 내 옆에 서서 나와 함께 건물 밑을 내려다보고 있는 다크 스코프를 슬쩍 본 후, 먼저 뛰어내렸다.

BOOOOOM! BOOOOOM!

나는 반드시, 갑자기 생겨 버린 대머리 아저씨 사이드 킥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집에 돌려보내야만 한다.

“지금 여기, 나 강림.”

“바로 여기, 나도 강림. ”

[“PERPECT! 처음치곤 좋은 호흡이었어요!”]

하. 진짜. 이 아저씨 설마 했는데, 진짜 대사까지 따라 하네.

굉음에, 건물 안에서 곧장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목이 집중됐다.

<홍콩여행 극락 마사지>라고 쓰여 있는 말도 안 되게 수상한 간판이 달린 건물.

그리고 그 건물 앞을 지키고 서 있는, 수상하게 생긴 회색 망토를 매고 있는 두 남자.

대체 얘네는 왜 이렇게 티를 내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뭐, 뭐 강림? 너희 누구야?”

“어디서 보내서 왔어? 뭐 하는 새끼들이길래, 옷도 맞춰 입고 온 거야?”

아… 시발.

등장부터 쪽팔리는 건 뭔가 오랜만이었지만, 너희들 말에 대답해 줄 필요는 없지.

나는 곧바로 입구의 왼쪽에 서 있는 망토단에게 달려 들어가기 시작하며 슬쩍 옆을 바라보았다.

눈치 있게 반대편에 있는 남자에게 달려 들어가는 아저씨를 보며, 나는 곧바로 내 앞에 있던 남자에게 뒤돌려차기를 박아 넣었다.

boff!

남자는 엉겁결에 들고 있던 우산을 펼쳐 내 발차기를 막아냈다. 우산을 발로 찼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벽을 찬 것 같은 묵직함이 돌아온다.

비도 오지 않는데 수상하게 들고 있던 우산이라. 무언가 할 거 같더라니.

[“마스터. 이능계열 중 사물 강화 능력인 거 같아요.”]

나도 알아. 뻔한 이야기나 하고 있어.

물론 이능계열은 어느 정도의 힘이냐,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서 위력이 꽤 갈리기는 하지만… 사물 강화 능력이라면 그래도 알고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이다.

내 발차기를 완전히 흡수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사물을 강화해 충격을 흡수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르겠다.

원작에서도 자주 나온 빌런 중에 이런 능력을 사용하는 빌런도 존재하긴 했지만, 그런 강한 빌런이 이 세계에서 입구나 막고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난 최근에 슈트의 파워 모드에 경험치를 꽤 박아, 강화시켜 놓은 바가 있다. 그 방패, 그냥 뚫어버리면 그만이지.

제인. 파워 모드 최고 출력.

쉬이이익-!

슈트가 과부하했을 때처럼, 내 몸에서 김이 조금 올라왔다. 이제 육체도 꽤 강해져 있는 상태라 이 정도의 과부하는 견딜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우산 뒤쪽에서 다급히 무언가를 꺼내기 위해 코트 안에 손을 넣는 잿빛 망토 단원.

그렇게 놔둘 순 없지.

과부하가 된 상태에서 나는 이번엔 막고 있는 우산 정면으로 앞발차기를 먹였다.

POW!

우산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중심부터 찌그러지더니, 내 발차기를 맞은 남자가 앞으로 붕 떠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CRASH!

생각보다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커 깜짝 놀랐다.

어? 생각보다 우산의 충격 흡수력이 낮은걸?

과거의 악몽이 생각나 잠시 깜짝 놀랐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생명 반응 있습니다. 아직 살아 있어요.”]

내 생각을 미리 읽은 제인이 먼저 생명 반응을 확인해 주었다.

병원에 실려 가야 하긴 하겠지만, 살아 있다면 된 거지.

어차피 인종 차별이나 하며 범죄를 저지르는 쓰레기들일 테니, 죽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겨라.

나는 곧바로 시선을 돌려 아저씨를 찾았다.

내가 이렇게 힘을 많이 줘서 빠르게 일을 해결하려고 한 데에는, 혹시 슈페리어를 처음 상대하는 아저씨가 크게 다칠까 우려해서였다.

아저씨가 위험하면 내가 끼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니까.

다행히 아직까지 아저씨는 자기 몫의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저씨와 싸우고 있는 잿빛 망토 단원은 손끝에서 길게 자란 날카로운 손톱으로 싸우고 있는 신체계열 슈페리어.

간단한 능력이지만, 한 번이라도 잘못 베였다간 큰 상처를 입기 쉬운 능력이기 때문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편이다.

아저씨는 양손에 두 개의 막대 봉을 들고 망토 단원을 상대로 싸우고 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저거, 다크 세이버인가 했던 무기 아닌가? 두 개로 분리해 사용할 수도 있는 모양이다.

무슨 이소룡 영화라도 감명 깊게 봤나.

강한 육체 능력을 기반으로, 안쪽으로 빠르게 파고들어 오는 망토 단원!

어라, 저거 위험…!

PTANG!

손톱은 아저씨의 단단한 철판을 완전히 뚫지 못하고 박혀 들고 말았다.

망토 단원이 당황해 중심이 흐트러지는 걸 놓치지 않고 역으로 끌어당기더니,

PZZZZ-!

“으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아저씨가 양손에 든 봉에서 흐르는 전류가 망토 단원을 감전시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되지 않아 바닥에 쓰러져버리는 망토 단원.

자신의 가슴팍에 박혀 들어간 손톱을 뽑아내는 아저씨를 보며 내가 말했다.

“그런 전투 방식은 너무 무모하오.”

“다크 카이저 님…! 저를 걱정해 주시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다크 세이버를 자르지 못하는 공격은, 마찬가지로 제 슈트를 절대 뚫고 들어오지 못합니다. 둘이 소재가 같으니까요.”

자신의 장비, 아니,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크다. 위험한 상태.

내가 입을 열어 다시 한번 뭐라고 하려던 찰나,

“이 새끼들아!”

건물 안쪽에서 나머지 망토 단원들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너희, 뭐야? 불곰파는 아닌 거 같고, 흑사자단이야? 흑사자가 시키더냐?”

얼씨구, 무슨 여기가 동물원인 줄 알아.

일단은 시작된 싸움을 끝내기 위해, 나는 다시 한번 주먹을 쥐었다.

*    *    *

어차피 죄다 하급 단원들로 이루어져 있던 전투는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이놈들도 별 이상한 무기로 무장되어 있는 건 흑사자회 놈들이랑 비슷했지만, 혼자서 공격을 다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던 술집에서의 전투와 나 대신 전선을 혼란시켜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특수한 장비를 가지고 있는 아저씨와 함께한 전투는, 확실히 난이도가 달랐다.

아저씨와의 팀업을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물론 아니지만, 퀘이사와의 팀업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눈의 능력이 미래를 보는 것일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린 이상, 퀘이사가 정신 지배를 당해 나와 싸우게 되는 상황 또한 현 상황에서 정해진 미래일 테니까.

오히려 퀘이사를 가만히 두는 것보단, 바로 옆에서 함께하며 지켜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 얘네는 이 건물 안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확인해 볼까?

나는 스태프 외 출입 금지라고 쓰여 있는 방의 문을 열었다.

어두컴컴하고 조용한 방.

창고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이 방 안에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나는 전등 스위치에서 손을 떼고, 야간 시야 모드를 활성화시켜 방 안을 살펴보았다.

“아니… 무슨 이런….”

탁.

방 안의 상황을 바라본 내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본 다크 스코프가 전등 스위치를 눌렀다.

“허어… 이런 개X끼들을 봤나….”

불이 켜지며 나타나는 광경을 보며, 나와 똑같이 침음성을 삼키는 다크 스코프.

방의 내부에는 이제 갓 초등학교나 들어갈 법한 브루트 아이들이 목에 체인이 걸린 채, 철창이 달린 좁은 방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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