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96화 (96/236)

96화

RedRabbit Returns(5)

믿을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자신이 의심하던 레드 래빗과 다크 카이저, 둘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사실이었고, 다크 카이저를 죽이기 위해 레드 래빗이 탈출하였다.

자신의 눈앞에서 전투를 벌이다 다크 카이저가 패배했고, 꽁꽁 언 채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다크 카이저를 죽인 레드 래빗은 도망 치려던 자신을 묶어 어디론가로 끌고 왔다.

마치 끔찍한 악몽 같았다.

손발이 묶인 자신이 끌려온 곳은 경한 센트럴 병원 옆 건물의 옥상이었다.

레드래빗은 내려다보면 경한 센트럴 병원 건물이 보일 만한 곳에 서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지? 레드 래빗?”

경한 센트럴 병원을 내려다보고 있는 레드 래빗은 다크 스코프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전화를 들어 올려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뚜- 뚜-

<“예 토끼형님.”>

“내가 부탁한대론 다 했나?”

<“예 물론이죠 형님.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다고. 토끼형님이 저희한테 구해다 주신 보석들이 있는데. 해드릴 만큼 해드려야죠.”>

“언제쯤 들어올 생각이지?”

<“어… 5분 정도 뒤에 구급차 하나가 긴급환자를 싣은 척 안으로 들어갈 거거든요? 제가 옛날에 한번 빚을 달아놨던 친구인데, 요번에 어쩌다보니 딱 시기가 잘 맞아서….”>

“그만. 요점만.”

<“아 예. 죄송합니다. 토끼형님. 보통 구급차가 들어오면 환자부터 챙겨 들어가거든요? 환자 챙겨 들어가는 그 순간 건물 안으로 그대로 구급차를 돌진. 그안에 있는 폭약이….”>

<“BOOOOOM!! 꺄하하하하!”>

<“우리 쟈기~ 목소리 진짜 너무 좋다~. 진짜 위력 좋은 놈들로 골라다가 싣으라고 했으니까 생각하는 만큼의 위력은 충분 할겁니다 형님.”>

“…5분. 5분 뒤라… 알겠다.”

<“네~ 알겠습니다 형님~”>

통화를 모두 듣고 있던 다크 스코프는 열심히 꼼지락대며 숨겨놨던 여러 가지 기능들의 단추를 눌러보았다.

하지만 전투를 하는 동안 모두 고장이 나버린 모양인지 그 어떤 버튼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리저리 탈출해보려 용을 써도 묶어놓은 줄 위를 꽁꽁 얼려놓은 탓인지 나이프로도 쉽사리 끊어지지 않았다.

‘일단 뭐라도 해보자. 이대로 갔다간 병원 관계자들이 모두 크게 다치겠어.’

“레드 래빗! 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지르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 모두 벌을 받았으니까.”

다크 스코프는 자신이 래빗즈의 이야기를 조사하던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다크 스코프도 유일하게 벌을 받지 않은 경한 병원의 한강운 원장을 저격할 마음까지 품고 있었으니까.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피해자, 레드 래빗의 심정은 훨씬 더 참혹했으리라.

“그렇다면, 너희 가족을 이렇게 만드는 데 직접적으로 일조한 사람들에게 정당하게 복수해야지! 지금 저기엔 무고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 소리를 들은 레드래빗이 책상을 쾅 내리쳤다.

“뭐? 정당한 복수? 정당하게? 웃기는 소리 하지마라!”

“성모병원의 원장은 왜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고, 경한 병원의 원장은 왜 받지 않았는가? 그건 성모병원에 테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노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왜 경한 병원의 원장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넘어갔는가? 그건 아무도 경한 병원의 원장에게 분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그런 고통 속에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저들에게 진짜 진정한 의미의 복수를 하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분노를! 고통을 줘야만 한다! 그래야 저들이 책임을 지고 벌을 받는단 말이다!”

다크 스코프가 바라본 토끼 가면 너머, 레드래빗의 눈은 광인의 눈, 그 자체였다. 모든 걸 잃은 광인의, 눈.

“그러니까, 넌 거기서 내가 저지를 모든 것들을 지켜보아라. 나, 레드 래빗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똑똑히 보고, 세상에 알려라.”

“내가… 그 증인이라 이 말이로군.”

손 발이 모두 묶인 채 이런 잔혹한 광경을 보고만 있어야 하다니….

신이시여….

신을 믿지 않던 정학근 마저도 신에게 기도할 수밖에 없던, 바로 그 순간.

…쾅!

*    *    *

문을 열고 나온 나는 곧바로 셰도우와 셰이드를 던졌다.

슥-챙!

날아간 셰이드와 셰도우는 다크 스코프를 묶은 밧줄의 얼음에 부딪혀 튕겨 나오고 말았다.

“다크 카이저! 살아 계셨군요!”

끊어진 줄을 들고 있던 레드 래빗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점점 위로 말려 올라가기 시작하는, 레드래빗의 얼굴 근육.

레드 래빗은 웃고 있었다. 가면 너머의 얼굴이 짐작될만큼, 환하게.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온 몸에 털이 잔뜩 나 있는 털복숭이 남자가 나를 보고 웃는 모습은, 마치 공포 영화 속 살인마를 바라보는 듯한 기분을 주었다.

“다크… 카이저!”

“다크 카이저! 이제 앞으로 3분! 3분 뒤에 구급차로 위장한 폭탄이 병원으로 들어옵니다!”

그래. 또 폭탄이구나. 거기에 마침, 또 내게 있는 시간은 3분이고.

벨제뷔트! 경한 병원 측에 연락해서 폭탄 테러에 대해 경고해!

【“…미안하군. 진작부터 찾아보고 있었다만, 어떻게 해야 외부로 연락하게 만들 수 있는지 잘 모르겠군.”】

이런 미친…!

“내 일을 방해하게 놔두진 않겠다!”

zhieeeeeeeeee-!

그와 동시에 나를 향해 날아오는 빙결 레이저.

빙결 레이저를 막아내기 위해 펼치는 다크 쉴드!

【HELL Shield

■■■■■■■■】

내 눈앞에 펼쳐지는, 흑염으로 만들어진 보호막!

【“제인이 슈트를 과부하 시키는 바람에 대부분의 기능이 먹통이 된 모양이다. 당분간은 내 힘을 사용해서 대신 해야겠어.”】

평소와는 다른 느낌으로 올라오는 홀로그램의 느낌이 생소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HELL Shield

■■■■□□□□】

막아내는 동안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쉴드의 에너지. 벨제뷔트!

벨제뷔트! 쉴드 에너지가 너무 빨리 떨어지는데? 이것도 슈트의 과부하 때문이야?

【“아니! 이건 네 흑염의 활용력 때문이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넌 흑염의 활용도가 떨어져!”】

그놈의 흑염 활용력. 미쳐버리겠구만.

나는 지난번에 벨제뷔트가 알려주었던 흑염의 활용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역시… 흑염룡을 소환해야할 때인가?

나는 양손을 모두 뻗어 흑염을 만들어냈다.

boooosh!===/===zhieeeeee-!

boooooosh!===/===zhieeee-!

booooosh!===/===zhieeeee-!

내 손에서 만들어진 흑염룡은 나를 향해 날아오던 빙결 레이저와 뒤엉켜 힘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기술이군 다크 카이저!”

이대로 시간이 질질 끌린다면 시간이 부족한 내 입장에서 많이 불리하다.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나가서 병원 테러를 막아야하는 입장이니까.

나는 조금 더 정신을 집중해 흑염룡의 화력을 증폭시켰다.

booooooosh!=====/===zhiee-!

머릿속의 무언가가 지글지글 끓는 듯한 느낌이 들며, 서서히 레드 래빗의 빙결 레이저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으하하하하! 나를 막기 위해선, 나를 죽여야할 것이다 다크 카이저!”

레드래빗은 빙결 레이저를 뿜어내며 흥이 잔뜩 난다는 듯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booosh!==/=====zhieeeeeee-!

그와 동시에 밀리기 시작하는, 나의 흑염룡. 시간이 부족한 내 입장에서는 이대로 시간이 소모되는 상황이 오히려 더 치명적이다.

벨제뷔트! 지금 슈트의 기능은 어느 정도까지 쓸 수 있는 거야?

【“잘 모르겠군. 제인이 내게 뭘 알려주고 떠나버린 게 아니라서 말이다.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수준의 기술이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

지옥에서 사람 영혼이나 가지고 장난치는 악마 놈이 만지기엔 너무 고급 기술이 들어간 슈트인 모양이다.

【“말이 좀 심하군. 암흑의 황제여.”】

상처 입은 듯한 벨제뷔트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런 목소리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화력. 화력을 늘려야만 한다.

화력. 내 능력 중 가장 화력이 높은 기술이라 하면… 블래스터 모드다.

벨제뷔트! 블래스터 모드로 변경할 수 있는 지 확인해줘!

【“아… 알겠다! 모… 모드 변경… 모드 변경….”】

【2:23】

아니 질질 끌 시간이 없다니까? 빨리! 어떻게 좀 해봐!

【“찾았다! 이… 이건가?”】

벨제뷔트의 비명과 함께 내 몸의 슈트들이 변형하기 시작했다.

SUIT MOD

Dark Kiaser

날렵하게 변형하기 시작하는 나의 슈트 모드.

이거 아니잖아!

SUIT MOD…

SUIT MOD…

SUIT MOD…

이런 세상에.

블래스터 모드만 빼고 다 나와라. 다 나와.

【“걱정마라! 이번엔 찾았다!”】

SUIT MOD

Dark Kiaser

겨우 겨우 블래스터 모드로 변형된 오른 팔을 들어올리며, 나는 흑염의 출력을 증폭 시켰다.

booooooosh!=====/===zhiee-!

다시 한번 빙결 레이저를 잡아먹으며 뚫고 들어가기 시작하는, 내 흑염룡!

나는 동시에 머릿속에 하나의 형태를 떠올리며 왼손을 들어올렸다.

폴짝!

내 왼손에서 튀어 나간 흑염의 개구리가 팔딱팔딱 뛰어 다크 스코프 아저씨의 팔다리를 묶고 있는 얼음을 녹여내기 시작했다.

【1:22】

“다크 카이저!”

손발을 묶고 있던 줄이 풀렸는지 몸을 일으키고 나를 보며 비명을 지르는 다크 스코프 아저씨.

걱정은 고맙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거 같아요.

“다크 스코프! 빨리! 폭탄! 폭탄을 처리하시오!”

“네…네네… 알겠습니다.”

“어딜! 어딜 가려고 하느냐!”

레드래빗이 허둥대며 밖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하는 다크 스코프 아저씨에게 손을 뻗는다.

그렇게 놔둘 순 없지.

내가 블래스터 모드를 열면서 쓰지 않겠다고 봉인해놨던 기능이 하나 있었다.

바로, 양손의 블래스터를 합체시키면 사용할 수 있는, 블래스터 캐논 샷.

왜 쓰지 않았냐고?

블래스터 모드에서 쓸 수 있는 기술 중 가장 살상력이 강한 기술이었으니까. 잘못 맞췄을 때 일어날 일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거든.

하지만, 흑염의 활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다 방금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흑염은, 내 의지에 따라 사람을 죽지 않을 정도로 태울 수 있는, 아주 편리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블래스터에서 흑염을 내뿜고 있는 지금이라면, 블래스터 캐논을 사용하고도 레드 래빗을 죽이지 않을 수 있다.

나는 블래스터로 변형된 왼손을 오른손에 가져다 대었다.

블래스터는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합쳐져 하나의 캐논이 되었다.

받아라! 블래스터 모드, 【헬】 캐논샷이다.

SUIT MOD

【HELL】CANNON SHOT

“크하하하! 그래! 드디어 네가 나를 죽일 생각이 들었구나! 그래 바로 그거다 다크 카이저!”

레드래빗은 내가 두 손을 합쳐 화력을 올리자, 자신을 죽일거라고 생각했는지 더욱더 광기에 찬 표정이 되어 나와 같이 화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삐------!

*    *    *

삐------!

다크 스코프는 자신이 나온 건물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 건물을 돌아보았다.

쨍그랑!

자신이 바깥으로 빠져나왔던 건물의 창문에서 흑염이 바깥으로 확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안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조금 걱정이 들었지만, 다크 스코프는 지금 당장 지체 없이 해결해야할 일이 있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병원을 바라본 다크 스코프의 눈 앞에, 빠른 속도로 병원 건물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구급차가 보였다.

늦었다.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려져 병원 건물 안으로 돌진하고 있는 구급차를 보며 다크 스코프는 절망했다.

1분, 아니 30초 정도만 더 빨리 나왔더라면 저 안의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을텐데.

슬로우 모션으로 느려진 구급차가, 병원의 문에 부딪히려던 바로 그 순간,

“흐… 헉… 세… 세상에서 가…가장 빠른 남자, 헉… 헉… 래..래피드 스타. 헉… 헉… 우주를… 가르는… 헉… 혜성…. 내가… 헉… 늦는 일은 헉… 업… 없지… 헉….”

병원 문앞으로 돌진해가던 구급차가 어느새 뒤로 물러나 있었다.

*    *    *

나는 다행스럽게도 막아 내는 데 성공한 병원 테러를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여기로 오기전에 래피드 스타를 호출을 해놨던 게 다행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남자를 자칭하는 래피드 스타답게, 멋지게 일을 해냈다.

[“거봐요 다크 카이저.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니까요?”]

제인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그렇게 말했겠지.

“으으윽….”

내 뒤에서 들려오는 레드래빗의 신음에, 나는 뒤로 돌았다. 내 눈앞엔 흑염에 당해 쓰러진 레드래빗이 누워있었다.

“왜… 왜 날 죽이지 않지…? 왜? 이대로 두면 난 또다시 똑같은 일을 벌일 거다. 또다시 바깥으로 나올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한번 더 네게 도전하고, 또다시 테러를 일으킬 거다. 네가 나를 죽일 때까지. 그러니 나를 죽여라.”

나는 레드래빗의 말을 듣지 않고 옥상에서 뛰어내리기 위해 난간에 발을 얹었다.

“왜!! 나를 죽이지 않는 거냐!! 다크!! 카이저!!”

건물에서 떠나려는 내 등 뒤로 들려오는, 레드 래빗의 비명과도 같은 고함.

“그래서 네가 선택한 것이, 그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인가?”

“도망치지 마라. 다크 카이저. 죽음은 도피처가 아니다.”

꿈속에서 들었던 스타 라이트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완전히 깨달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타라이트가 내게 그런 말을 해준 이유를,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레드 래빗은 도망치고 싶어 하고 있다.

자신 혼자만을 남겨둔, 이 세상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거다.

내가 레드 래빗에게 죽어, 나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에서 도망치고 싶어 했던 것처럼.

레드 래빗도 자신 혼자 남은 세상에서 살기가 두려워 도망치고 싶어 했던 거였다.

레드 래빗의 생각을 명확하게 알게 되자 해줄 수 있는 말이 하나 떠올랐다.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

“…뭐?”

“지금 당신을 죽이면, 나는 내가 평생을 후회할 것을 알기 때문이지. 당신은 어떤가? 만약 이 테러가 성공했다고 하면, 당신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그리고, 도망치고 싶지 않으니까.

내가 저지른 일에서 도망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당신이 앞으로 몇 번이고 다시 테러를 저지른다고 해도, 나는 그걸 막아 낼 거야. 지금의 당신을 만들어낸 건 자만하던 나니까.

“…….”

차마 끝까지 하지 못한 말을 삼킨 채 나는 날개를 펼쳐 허공을 날아올랐다.

*    *    *

【“이거… 분위기가 너무 급박해서, 도저히 보여줄 수가 없었는데.”】

슈트의 작동권을 얻은 벨제뷔트는, 제인이 남겨준 메시지를 살펴보았다.

[마스터.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돌아올게요. -제인-]

【“뭐… 지금이 아니라 다음에 이야기해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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