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128화 (128/236)

제128화

강철기사단(3)

스크랩 메이커가 건물 벽에 박혀 들어가 작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래피드 스타는 한발 먼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래피드 스타의 능력은 언제나 생각보다 위험하다. 달리는 동안은 산소부족에 시달리는 능력 특성상, 주변을 보는 시야가 극히 좁아지기 때문이다.

좁아진 시야는 날아오는 공격, 혹은 물건에 둔감해지게 만든다. 숨을 쉬기 위한 잠깐의 틈 사이, 작아서 보기 힘든 눈먼 총알에 스쳐 상처를 입는 경우도 꽤 흔했다.

몸을 무겁게 짓누르는 공기 때문에 몸 자체도 조심스럽게 움직여야만 한다. 잘못 움직였다가는 근육에 오는 무리 때문에 적진 한가운데에서 위험에 처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고로, 이런 일을 할때에는 집중력, 그리고 체력 배분이 중요하다. 너무 서둘렀다가는 숨 조절에 실패해서 모습이 들킬지도 모른다.

집중력이 흩어져서, 혹은 체력 배분에 실패해서 능력이 풀린지도 모르고 허우적대다가 공격당할 상황에 처한 경우도 많았다.

먼저 건물 안에 들어선 래피드 스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했다.

퀘이사가 스크랩 메이커를 들고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퀘이사를 향해 총을 들어 올리는 빌런들.

래피드 스타는 퀘이사가 총에 맞기 않게 하기 위해 그런 빌런들의 총구를 살짝씩 움직였다.

“히어로 퀘이사다! 습격이다!”

“공격해!”

Dudadadada!

래피드 스타가 비틀어 놓은 총구 덕분에 총알들은 퀘이사를 맞추지 못했고,

멀리 서 날아온 슈팅노바의 총탄들이 놈들의 갑옷 가슴팍에 틀어박혔다.

펑!

박혀 들어감과 동시에 터져 나오는 끈적한 액체!

총탄에 얻어맞은 빌런들은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쉬이익- 쾅!

그 사이에 날아오던 퀘이사가 던진 스크랩 메이커가 건물의 벽에 틀어박히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작동하기 시작했다.

습격을 감지하고 방어를 준비하던 드론들이 모두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스크랩 메이커 작동 시작했습니다! 남은 시간은 약 10분입니다!”>

<“아아. 여기는 슈팅 노바. 모두들 벽에서 다 비켜!”>

쾅!

슈팅 노바의 경고와 동시에 벽을 뚫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다크 스코프의 트럭!

트럭에서 내려 전투를 시작한 다크 스코프와 슈팅 노바에 정신 팔린 빌런들을 제압하며 래피드 스타는 생각했다.

이거 꽤 좋은 팀이군.

*    *    *

나는 아수라장이 된 전초기지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놈들은 갑자기 나타난 나에게 광선총을 겨눠 보지만….

철컥. 철컥.

애석하게도 아무리 열심히 방아쇠를 당겨도 광선총의 총알은 발사되지 않았다.

광선총까지 무효화시킬 수 있는 정도였나?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야?

나는 다크 스코프 아저씨가 만든 장비의 성능에 감탄하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Pow!

Smash!

Crash!

방학 동안 열심히 단련한 내 기술은, 당황한 빌런들을 손쉽게 제압해 나가기 시작했다.

슈페리어 우월주의니 뭐니 떠들어대지만, 이런 곳에서도 기본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진 빌런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거기에 갑작스러운 공격, 그리고 마비된 장비들 때문에 당황한 탓에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하는 상황.

그때였다.

“멍청한 녀석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테냐! 총이 작동을 안 하면 버려! 원래 쓰던 장비를 쓰면 되잖아!”

빌런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한번 들어본 적 있는 익숙한 목소리였다.

“모두 저리 비켜! 저 녀석은 내가 상대한다!”

【“네 흑염룡에 당해 쓰러진 전적이 있는, 그 괴물 같은 여자군.”】

그래. 내가 상대하기 가장 힘들어하는 타입이지.

내 앞으로 달려나온 상대는, 예전에 한번 싸운 적이 있던 미즈 컴뱃이었다.

“어이.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헬 카이저라고 했던가? 상황이 상황인 만큼, 네가 내 상대를 해야겠다. 네놈을 쓰러트리면 요 녀석들도 정신이 좀 들 거 같거든.”

【“일대일 대결을 유도하는군. 아마 여기서 너를 쓰러트림으로써 사기를 띄워보려는 시도인 것 같군. 마침 잘 됐다 나강림! 네가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걸 보여줄 기회다!”】

나는 붉은 눈의 능력을 이용해 슬쩍 주변을 살펴보았다. 숫자의 차이가 차이인지라 다른 히어로들도 나를 도와줄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말 없이 양 주먹을 들어 올렸다.

미즈 컴뱃은 작동하지 않은 장비는 모두 던져버리고 온 듯,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등과 허리, 허벅지에 잔뜩 달려있는 총화기와 무기들은 그대로였다.

“그렘린님이 내려주신 장비들도 물론 좋지만, 역시 내 손엔 이게 맞는 느낌이란 말이지.”

예고도 없이 나를 향해 순식간에 쏟아지는 미즈 컴뱃의 총탄.

【“비겁하군! 시작 신호도 없이 싸움을 마음대로 시작하다니! 나강림! 헬 쉴드의 방탄력을 올리는데에 성공했다! 이젠 헬 쉴드로도 총알을 막아낼 수 있어!”】

헬 카이저로서 활동한지 얼마 되지 않던 예전이랑은 다르다. 이젠 벨제뷔트도 슈트의 능력을 안정적으로 다룰줄 알게 되었다.

ti-tik-ti-tik!

벨제뷔트의 말대로 헬-쉴드를 만들어 총탄을 막아내며 블래스트 모드를 작동시켰다.

이전에 만났을 땐 나에게 장거리 능력이 없어 근접전을 유도해야만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SUIT MOD

HELL Kiaser

나는 블래스터 모드를 켜고 똑같이 미즈컴뱃의 총탄에 맞사격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는 듯 몸을 굴려 내 블래스트를 피하며 엄폐물 사이로 몸을 숨기는 미즈 컴뱃.

탕-!탕-!탕-!

나와 대적하던 미즈 컴뱃이 사라짐과 동시에 내게 쏟아지기 시작하는, 강철 기사단원들의 공격.

【“뭐냐! 비겁하다! 일대일 대결을 유도해놓고 부하들을 사용해서 공격해오다니.”】

너 무슨 스포츠 관람하냐?

내가 블래스터를 들어 올리자, 벨제뷔트가 홀로그램 화면으로 익숙하게 타겟을 잡아준다.

나는 벨제뷔트가 알려주는 방향을 향해 블래스트를 난사했다.

퍼퍼퍼펑!

“으악!”

“끄어억!”

발사된 블래스트는 나를 향해 총알을 쏟아내던 조무래기들을 맞춰 쓰러트리는데 성공했지만, 쓰러진 빈자리를 순식간에 다른 조무래기들이 달려들어 채우기 시작했다.

여기가 홈그라운드인 이상 이 정도 지원은 당연히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선 중장거리 사격전으로 들어가봐야 시간만 질질 끌릴 뿐이다.

나는 총탄을 막아내기 위해 들어올린 방패를 내리며 마음속으로 외쳤다.

벨제뷔트! 헬 나이트 모드!

【“알겠다! 헬 나이트 모드 온!”】

SUIT MOD

HELL Kiaser

내 몸을 덮어오는 헬 나이트 모드의 갑옷을 느끼며 나는 미즈 컴뱃이 있던 방향으로 내달렸다.

쿵! 쿵! 쿵! 쿵!

헬 나이트 모드의 갑옷의 무게 때문인지 내달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온다.

당연하다는 듯이 내게 날아들어 오기 시작하는 총탄들이 헬 나이트의 갑옷에 박혀 들어 왔지만, 내게 유의미한 타격을 주진 못했다.

【“아무리 헬 나이트의 갑옷이라고 해도 이 많은 수의 총탄을 다 받아내며 오래 버티진 못해!”】

알고 있어!

“으라아아! 와라 이놈!”

내가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미즈 컴뱃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샷건을 들어 올려 내게 발사했다.

탕!탕!

내게 발사한 샷건 탄환을 오른손의 헬-쉴드로 막아내며 나는 왼주먹을 뻗었다.

미즈 컴뱃은 들고 있던 샷건을 자연스럽게 떨어트리며 허리를 숙여 내 주먹을 피했다.

허리를 숙임과 동시에 허벅지에 꽂혀 있던 나이프를 뽑아 들며 내게 휘둘러온다.

쉬익-

나는 내게 뻗어지는 나이프를 뒷걸음질해 피하며 눈을 빛냈다.

나이프를 상대하는 방법을 얼마 전부터 태양 체육관에서 사범님을 졸라 배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복싱에 입문한 지 한 달도 안 된 초보, 심지어 네추럴인 내가 나이프를 상대하는 방법을 묻는 것에 사범님은 조금 의아한 듯 보였지만, 언제나와 같이 친절하게 나이프를 상대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쉬익.

나는 다시 한번 자세를 가다듬고 미즈 컴뱃을 향해 손을 까딱였다.

“요놈 보게…?”

성격이 불같은 미즈 컴뱃은 금방 내 도발에 걸려들고 말았다. 감정이 실려 있는 나이프가 내 급소를 노리고 날아든다.

나이프가 날아드는 경로를 예측하고, 반대손을 뻗어 차분하게 나이프를 든 손을 쳐 내렸다.

“엇…?!”

당황한 미즈 컴뱃의 신음을 들으며, 나는 반대편 주먹을 미즈 컴뱃의 얼굴에 꽂아 넣었다.

Pow!

내 손이 맨 손이었다면 내 손도 크게 상처를 입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지금 헬 나이트의 건틀릿을 착용하고 있는 상태다.

나는 체육관에서 배웠던 주의사항들을 기억하며 미즈 컴뱃과의 전투를 계속했다.

방심한 사이 먼저 한 방 먹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테크닉 타입의 전투 방식을 가지고 있는 미즈 컴뱃의 나이프 파이팅은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슈트가 만들어준 육체 강화 능력이 내가 덜 배운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워준 탓에 나는 미즈 컴뱃과의 전투를 대등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었다.

나는 전투를 지속하며 예전의 내가 아님을, 나는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점점 느끼기 시작했다.

“큭….”

하지만 역시 한 달간 배운 정도로는 미즈 컴뱃을 확실하게 제압하긴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쉬이익-!

미즈 컴뱃의 나이프가 내 옆구리를 순식간에 부수고 지나간다.

헬 나이트의 갑옷이 아니었다면 치명상을 입었을지도 모르지만, 갑옷을 뚫고 내게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나이프가 내 갑옷을 뚫고 지나감과 동시에, 뻗어지는 나의 오른 손바닥.

“엇? 이 공격은…?”

예전에 다크 카이저에게 당한 적 있는 경험 탓인지 흑염을 견제하며 몸을 비트는 미즈 컴뱃.

하지만 내가 노리고 있던 것은 흑염룡이 아닌걸.

나는 내 옆구리에 나이프를 꽂아 넣느라 가까워진 미즈 컴뱃의 팔을 붙잡고 바닥에 메다꽂았다.

쾅!

사람이 바닥에 부딪혔다고 생각하기엔 지나치게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생체 반응 정상. 육체의 손상도 그렇게 크지 않다. 죽진 않을 거야.”】

<“여기는 슈팅 노바. 이쪽에 지원이 필요해!”>

<“래피드 스타. 지원 가는 중!”>

<“헬 카이저! 전투 끝났어? 충전했던 화염 모두 사용해버렸어. 전투 끝났으면 흑염 좀 지원 부탁할게. ”>

나는 시끄럽게 울리는 섀도우-통신기의 소리를 들으며 다른 히어로들을 돕기 위해 몸을 돌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