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130화 (130/236)

제130화

그렘린(1)

그렘린은 자신의 공격에 맞아 쓰러진 히어로, 밀키웨이를 마무리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zie-youu!

BOFF!

그렘린의 손에서 뻗어진 레이저는 밀키웨이의 바로 앞에서, 마치 무언가와 부딪힌 것처럼 소멸되었다.

“아직 능력을 사용할 힘이 남아 있었나 보군. 밀키웨이.”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밀키웨이의 표정을 보아, 대답을 할 여유조차 없는 모습이다.

어차피 대답을 바라고 했던 말은 아니었으므로, 그렘린은 팔을 들어 올렸다.

만들어낸 쉴드는 무한하지 않을테니까. 충분히 충격을 가한다면 부숴버릴 수 있겠지.

그렘린은 손으로 쉴드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한 뒤, 들어올렸던 손을 보호막에 휘둘렀다.

한방!

C!

두방!

R!

세방!

A!

네방!

S!

다섯방!

H!   SHOOONG!

마지막 한 방으로 부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렘린은 자신의 몸에 어느새 체인이 칭칭 감겨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체인의 끝을 잡고 있는 것은, 종이 봉투를 뒤집어 쓴 히어로, 래피드 스타.

“헉… 헉… 세… 세상에서 가… 장 빠른 남자, 래…래피드 스타. 우주를 가르는 혜…혜성처럼 빠르게. 늦지 않게 헉… 도착해서 다행이군. 내가 늦는 일은 헉… 없지만 ….”

퍼엉!

그와 동시에 그렘린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작게 뭉친 화염구.

“그렇게 헉헉 대면서도 대사를 쳐야하는 이유가 있는거야?”

“그… 이… 이래야 힘이 좀 더 나거든.”

“저, 다크 스코프는 래피드 스타님의 그런 프로페셔널한 모습. 좋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합니다!”

자신의 몸을 꽁꽁 묶고 있던 체인을, 눈에서 쏘아낸 레이저로 끊고 나온 그렘린은 히어로들을 보며 씩 웃었다.

“이 도시에서 이름 좀 날린다는 슈페리어들이 모두 모였군 그래. 누가 가장 ‘우월’한지 가려볼 시간이군.”

그렘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 자리에 있던 히어로들이 모두 그렘린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나는 나보다 일찍 도착해 그렘린과 전투하고 있는 전장 상황을 살펴보았다.

진작 화염의 기운을 거의 다 쓴 퀘이사는 밀키웨이를 보호하며 육체능력과, 적은 양의 화염만을 이용해 겨우 근근히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전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사용 가능한 도구가 적어지는 다크 스코프 아저씨 또한 그렘린을 막아내긴 조금 힘들어 보였다.

사실상 래피드 스타 혼자서 전투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셈이었다.

놈이 다른 히어로들에게 정신이 팔린 이때, 내가 빠르게 습격하면 유의미한 피해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벨제뷔트! 래피드 데빌 모드 온!

SUIT MOD

HELL Kiaser

온몸에 순식간에 활력이 깃든다. 달려서 달에도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고양감을 느끼며, 나는 양다리를 구부렸다.

부상당한 동료를 구해내기 위해선, 최대한 빨리 이 상황을 돌파해야만 한다.

화륵-!

이젠 자연스럽게 내 양다리로 모이는 흑염의 기운.

구부렸던 다리를 펼쳐 앞으로 달려나갔다.

피잉-

발사한 총알처럼 빠른 속도로 그렘린에게 달려든다. 몸이 쏘아져 나감과 동시에 속도를 유지하며 헬 나이트 모드로 변형한다.

SUIT MOD

HELL Kaiser

화륵!

다리에 맺혀있던 화염이 주먹으로 옮겨 맺힌다. 달려간 속도에 체중을 실어 그렘린에게 주먹을 휘두른다.

하지만,

파악!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내 공격에 정확하게 똑같이 주먹을 휘둘러 맞받아치는 그렘린.

텅!

주먹끼리 부딪쳤는데 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돌아왔다.

“이미 힘이 다 빠진 잔챙이들이랑 노느라 질려가던 참이었는데, 마침 잘되었군.”

그렘린은 그대로 주먹을 뻗어 나를 밀어버렸다.

크윽… 무슨 힘이 이렇게 쌔?

놈과 나의 힘의 차이 덕분에, 나는 속절 없이 뒤로 쭉 밀리고 말았다.

“퀘이사!”

유의미한 타격을 주진 못했지만, 조금의 틈을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다.

내가 부르는 소리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주저 앉아 있는 밀키웨이를 품에 안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퀘이사.

나는 퀘이사를 향해 흑염을 뿌려넣었다.

화륵!

붉게 빛나던 머리카락이, 끝부분부터 빠르게 흑염의 색으로 물들었다.

“먼저 이탈할게. 뒤를 부탁해!”

곧바로 내게 받은 흑염을 뿌리며 허공을 날아 자리를 빠져 나가는 퀘이사. 그리고 그런 퀘이사를 향해 손을 뻗는 그렘린.

그렘린의 손 끝에서 얼음광선이 뻗어져 나갔지만,

빠르게 튀어온 래피드 스타가 온 힘을 다해 몸을 부딪쳤다.

래피드 스타가 빠르게 달려와 몸을 부딪친 탓에 그렘린의 손에서 뻗어져 나간 얼음광선은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헉…헉… 혜성처럼 빠르게.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라 퀘이사!”

그렘린은 퀘이사가 떠나는 것을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쳐다보았다.

“이젠 다섯 명 중에 단 세 명만이 남았군. 이쯤되면 누가 우월한진 말하지 않아도 알려줄 수 있겠어.”

나는 그렘린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뭐가 우습지? 내 말이 웃긴가?”

당연히 웃기지. 나는 원래 네 모습을 알고 있는데.

내가 대답도 없이 실실 웃고 있자 분노한 그렘린이 나를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나는! 너희보다 우월하다! 너희는 나보다 약해!”

놈이 휘둘러오는 주먹을 막아내기 위해, 나는 양팔을 들어 올려 가드자세를 취했다.

퍼억!

하지만 놈이 뻗어오는 주먹은 헬 나이트 모드의 갑옷도 견디지 못했다. 뭉텅이로 부숴져 흩어지는 헬 나이트의 갑옷.

위협을 느낀 나는 뒤로 스텝을 밟으며 거리를 조금 벌렸다. 거리가 벌어짐과 동시에 나를 향해 뿜어져 나오는 화염!

【“나강림! 헬 나이트 모드의 방호력을 상회하는 공격력이다. 이 수준의 공격이라면 피하는 편이 낫다!”】

벨제뷔트의 서포트를 들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그 정도는 나도 보면 알아. 이 개구리야. 시끄럽게 하지 말고 빨리 스피드 모드나 켜.

【“스피드 모드가 아니라… 일단 알겠다.”】

SUIT MOD

HELL Kaiser

스피드 모드가 켜짐과 동시에 나는 최대한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물러난 내 자리에 뿜어진 화염은, 순식간에 바닥을 녹여버렸다.

봤지? 보이지? 조금이라도 더 늦었다간 하마터면 큰일날 뻔 한거 알지?

【“그… 전… 전부 예상 범위 안이었다!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으니까!”】

내가 벨제뷔트랑 투닥거리는 동안 다크 스코프 아저씨가 쏘아낸 스파크 파이어가 그렘린의 몸을 때렸다.

파지직!

놈의 몸에 잠시 전류가 흘렀지만,

“라이트닝 스파크의 불꽃이로군. 그 정도의 힘으로는 나에게 타격을 주지 못한다.”

그렘린은 오히려 손을 뻗어 다크 스코프에게 뇌전을 쏘아내버렸다.

“허억!”

그렘린의 공격을 가까스로 피해내는 다크 스코프.

“전격 능력은 나도 사용할 수 있으니까.”

저런 상황이라면, 내 흑염도 제대로 된 타격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겠네.

나는 블래스트 캐논을 사용해서 타격을 주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레이저에, 자연 계열 능력, 심지어는 엄청난 육체 능력까지. 겉으로만 봤을 땐 엄청나게 강한 초능력을 가진 이 빌런은 사실, 엄청난 추남에 말라깽이이다.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모습에 절망한 이 녀석은, 강력한 초능력자들의 능력을 갈망했다. 특히 화려한 자연계열 슈페리어들의 능력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태어나길 정신계열 슈페리어로 태어난 놈은 절대 자연 계열의 능력을 얻을 수가 없었고, 대신 그런 능력들을 사용할 수 있는 ‘육체’를 만들어낸다.

그것이 바로,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그렘린이라는 ‘로봇’이다.

마치 슈트를 뒤집어 쓴 인간처럼 보일 정도로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이 녀석의 진짜 몸은 기계 장치를 잔뜩 두른 채 방안에 드러누워있을거다.

이런 상황에선, 항상 제인이 그립다. 제인이 있었더라면 놈의 약점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워해 봐야 소용없다. 어차피 지금은 혼자 싸우는 것도 아니고, 다른 히어로들과 함께 싸우고 있으니까. 함께 싸우다 보면 분명 방법이 생길 거다.

이때까지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    *

“아이구… 이대로 갔다간 우리가 지고 말 텐데….”

제인은 그렘린과의 싸움을 해 나가는 헬 카이저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신음을 내뱉었다.

그렘린의 정체가 로봇이라면, 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히어로들이다.

인간은 체력의 한계를 느끼지만, 로봇에게는 체력이라는 것이 없으니까.

아직은, 조금 힘이 덜 회복되었지만, 제인은 지금 나서지 않으면 분명 큰일이 생길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금은 무리해서라도, 지금은 도움이 필요한 타이밍이었다.

어쩔 수 없지. 지금 빨리 나서는 수밖에.

*    *    *

스피드 모드를 사용한 나, 도구가 다 떨어진 다크 스코프 아저씨, 그리고 래피드 스타만으론 이 상황을 빠져나가기가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뭔가 이 상황을 넘길만한 돌파구가 필요해! 벨제뷔트 뭐 없어?

【“최선을 다해서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줘!”】

그리고 결국, 우리 쪽에서 가장 먼저 쓰러진 사람이 나타나고야 말았다.

“헉… 헉….”

아까부터 계속해서 숨을 헐떡이던 래피드 스타가 바닥에 쓰러지고 만 것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다니는 래피드 스타의 특성상, 래피드 스타는 지속 싸움이 힘들다.

가뜩이나 많은 수와 싸우는 이런 상황에선 래피드 스타의 능력은 훨씬 더 빠르게 소진된다.

최대한 오랫동안 버텼지만 이젠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다.

“진짜 우월한 사람이 누군지….”

쓰러진 래피드 스타의 위로, 그렘린의 손이 뻗어진 바로 그 때 내 귓가를 울리는, 반가운 목소리!

[“마스터! 지금부터 5초! 딱 5초 시간을 벌어드릴게요!”]

내 귓가로 들리는 제인의 목소리!

“이제 증명할 시간….”

그와 동시에 그렘린의 움직임이 멈췄다.

[5.00]

반가운 목소리였지만, 내 눈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보자마자 나는 옆에 있던 다크 스코프 아저씨에게 소리를 질렀다.

“다크 스코프!”

“네?”

“발밑에 있는, 미즈 컴뱃의 샷건! 이쪽으로 던지시오!”

알아 들으셨는지는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일단은 내 다리에 맺히는 흑염의 기운.

[2.57]

구부렸던 다리를 펼쳐, 순식간에 놈을 향해 쏘아져나간다.

다행히, 알아들은것처럼 내 쪽을 향해 던져지는 미즈 컴뱃의 샷건!

[1.79]

받아듬과 동시에 놈의 바로 앞까지 달려들어간다. 시간이 조금 부족하다.

[0.00]

순식간에 5초가 지나 마비가 풀리고 래피드 스타를 노리는 대신, 그렘린이 나를 향해 주먹을 뻗어보지만,

탕!

내 손에서 발사된 총알은, 이미 그렘린의 가슴팍을 완전히 해집고야 말았다.

털썩.

그렘린의 로봇 육체가 천천히 뒤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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