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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173화 (173/236)

173화

실종(4)

“아니요. 그럴 수 없어요. 강수아는 내 친구니까요. 제가 꼭 구해주고 싶어요.”

뭐라고?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소연이 하는 말에 도유진은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소연의 할머니가 왜 이런 곳에서 도움을 청하게 만들었는지, 다크 카이저가 나타난 방금에서야 이해하고 있던 참이었다.

여기가 다크 카이저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었구나.

수아의 할머니가 어떻게 이런 곳을 알고 있는진 잘 모르겠지만, 천산시의 유명 히어로인 다크 카이저라면 수아를 분명 멋지게 구출해내 줄 것이 뻔했다.

유진은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수아를 구할 수 있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방금 그러지 않았나? 도움이 필요하다고. 너희가 나서기엔 너무 위험한 일이야.”

“제 친구를 구하는 데에 도움이 필요한 거지, 모든 일을 다 맡아달라고 말씀드린 건 아니었는데요?”

얘 왜 화났지…?

다크 카이저가 어떤 히어로인가?

작게는 천산시의 좀도둑부터, 크게는 다른 차원에서 온 거대괴물까지 모두 상대하는 슈퍼 히어로.

히어로의 소식에 둔한 도유진에게도 몇 번이나 소식이 들려오곤 했었다.

나타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괴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히어로였다.

‘아니, 모르지. 어쩌면 다른 곳에서 히어로 활동을 하던 사람이었을지도.’

그러고 보니….

‘학기 초에 돈에 눈이 멀어 다크 카이저를 잡아보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

그때 괜한 욕심을 내지 않고 적당히 선을 지킨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히어로가 수아를 구하기 위해 힘써준다고 하는데, 소연은 다크 카이저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 무슨 상황인지 유진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아가 그렇게 걱정 되는 거야?

“야. 갑자기 왜 그래?”

당황한 유진이 소연을 말려보려고 했지만….

“유진아! 수아는 우리 친구잖아! 아무것도 모르는 가면 쓴 ‘남’한테 모두 맡기는 것보단, 우리의 힘이 더 필요한 일이 있을지도 몰라.”

“남이 아니라 히어로다.”

“뭐 히어로면 남이 아니라 친구라도 되나 봐요? 혹시 제가 아는 사람이에요?”

“어린 학생들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너희처럼 어린 학생들보다 훨씬 경험 많은 히어로니까!”

“대체 몇 살이시길래 그러시는 거에요? 얼굴 가려서 모르겠는데.”

백번 양보해서 수아가 걱정되는 바람에 같이 힘을 보태고 싶다고 하자.

그럼 소연은 대체 왜 다크 카이저에게 화를 내는가?

심지어 소연이?

평소 어떤 일을 당해도 헤헤 웃고 지나가는 소연의 모습을 알고 있는 유진의 입장으로서는 당황스럽기만 할 뿐이었다.

“그만! 더 이상의 반론은 받지 않겠다! 너희를 데려가서 지킬 여유는 없어!”

“알았어! 안 가! 안 가면 되잖아! 너 혼자 다 해!”

빼액 소리를 지르고 다프네를 빠져나가는 소연.

“어…? 소연아! 같이가! 도와주신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유진도 그런 소연을 보고 놀라 헐레벌떡 뒤따라 움직였다.

*    *    *

그런 타투 다프네의 근처에서, 타투 가게를 내려다보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노랗게, 불타는 듯한 머리칼을 하고 있는 강수아와, 그 강수아를 정신지배하고 있는 빌런 메두사였다.

“쉽게 들여다볼 수가 없게 만들어놨네. 이젠 제대로 된 완드도 없을 텐데. 그런데도 아직 실력이 죽지 않았구나.”

마법의 힘을 포기한 다프네와는 다르게 메두사는 아직도 소서러로서의 힘을 포기하지 않았다.

다프네가 히어로 활동을 한답시고 쫄쫄이를 입고 거리를 뛰어다닐 때도, 메두사는 계속해서 별의 힘을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메두사는 쉽게 타투 다프네를 들여다보지 못하게 마법적 방비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역시 다프네야.

메두사는 과거, 자신의 후배 마법사였던 다프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땐 참 어리고 깨끗한 아이였지. 지금과는 다르게 말이야.

그렇다면 저 방비부터 부수는 것으로 일을 시작하도록 할까?

노란 머리칼을 휘날리고 있는 강수아를 향해 메두사는 명령을 내렸다.

“오늘은 그냥 가볍게 무슨 일을 겪게 될지만 알려주고 오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할 수 있다면 죽여버리면 더 좋고.

멍하니 앞을 바라보던 강수아가 메두사의 말을 들은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건물 아래로 몸을 날렸다.

다프네를 향해 날아가는 강수아를 보며 메두사는 미소 지었다.

내가 너로 인해 고통받았던 것만큼, 너도 고통스러웠으면 좋겠어.

*    *    *

소연이가 내 정체를 알고 있으니까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처음부터 감정적으로 나서지 않았더라면 설득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분노하는 바람에 너무 고압적이고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말았다.

그것도 친한 친구를 상대로.

소연이 잘못한 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친구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구할 방법을 찾아내고 있는 소연은 칭찬받아야 마땅할 터였다.

내가 화내야 할 사람은, 오히려 내 자신이었다.

남들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남들보다 쉽게 힘을 얻었다.

대신, 남들을 구하고, 이 세상에 해피 엔딩을 가져와야할 사명을 얻었다.

그렇다면 나는, 남들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막아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내가 봤던 원작 만화의 모든 내용을 떠올리지도 못했고, 수아가 정신지배를 당하기 전에 막아내지도 못했으며, 지금은 수아를 찾아낼 방법을 생각해내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나 있었다.

나 자신에게 향해야 할 분노를, 친구인 소연을 향해 풀어낸 격이었다.

갑작스러운 분노를 받아냈어야 할 소연이 입장에선 화가 나는 수밖에.

[“마스터! 정신 차리세요! 앞에 보는 눈이 있어요.”]

제인의 말에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손을 내렸다.

“…좀 괜찮아요? 너무 열 내지 말지 그랬어요. 그냥 애들일 뿐인데. 저 나이 애들이 다 그렇죠. 세상에 무서울 게 별로 없는 나이니까.”

바로 그때였다.

찌릿.

찌릿하게 느껴지는 오른쪽 눈의 통증.

촤르르륵.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책 한권.

화아아악-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며, 내 뇌리에 만화책 속 내용이 꽂혀 들어오기 시작했다.

후드드드

손에 들고 순식간에 훑어보는 것처럼 빠르게 넘겨지는 책장들.

여긴… 다프네?

다프네 안에는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나와 밀키웨이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좀 괜찮아요? 너무 열 내지 말지 그랬어요. 그냥 애들일 뿐인데. 저 나이 애들이 다 그렇죠. 세상에 무서울 게 별로 없는 나이니까.”

아까 들었던 말을 왜 다시…?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때.

BOOOOOOOOOSH!

언젠가 본 적 있는 노란 화염을 온몸에 두른 강수아가 다프네의 문을 뚫으며 안으로 들어선다.

순식간에 안으로 들어선 수아는 불타는 손을 그대로 들어 밀키웨이의 목을 부여잡는다.

깜짝 놀란 밀키웨이는 두 손을 들어 올려 쉴드를 만들어내 보지만….

화르르륵!

만들어낸 쉴드는 모닥불 안에 집어넣은 장작처럼 순식간에 불타 사라졌다.

쉴드를 불태운 화염은 순식간에 밀키웨이에게 옮겨붙어 밀키웨이를 태워버린다.

“으으… 끼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순식간에 불타 없어지는 밀키웨이.

후두두두둑!

그와 동시에 내 눈앞에 펼쳐져 있던 책이 사라지고, 방금까지 붉게 빛나던 눈의 불꽃이 순식간에 꺼져가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나는 몸을 날려 밀키웨이의 위로 몸을 날렸다.

그런 내 머리 위를 노란 화염이 스치고 지나갔다.

화르륵!

다프네 안으로 순식간에 날아든 화염이 순식간에 안에 있던 물건들을 불태운다.

거의 녹여버리는 수준이었다.

‘능력의 사용에 전혀 리미트를 걸고 있지 않다.’

퀘이사의 화력은, 천산시 내에 있는 히어로의 능력들 중에서도 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수준이었다.

그런 퀘이사가 자신의 능력 리미트를 조절하지 않고 완전히 풀어놓은 상태였다.

완전히 정신지배를 당해 정신을 잃고 있다는 의미였다.

어쩌면 지금은 퀘이사의 탈을 쓴 다른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공격을 하는데 실패한 퀘이사가 다프네 안을 향해 양손을 펼쳐들고 화염을 분사한다.

화르르륵!

순식간에 다프네의 내부가 화염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슈트 바깥으로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말하지 않았는데도 내 슈트가 저절로 파이어 파이터 모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퀘이사?”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으로 퀘이사가 우리를 향해 손을 들어올린다.

밀키웨이와 포개어진 내 몸 위로 화염이 퍼부어졌다.

다프네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다. 피할 수 있는 방향이 많지 않았다.

지이이잉-!

그런 내 몸 위로 방어막이 펼쳐져 올라온다.

화르르륵!

쉴드가 가까스로 퀘이사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을 막아냈다.

내가 시간을 벌어준 틈을 타 강력한 보호막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모양이다.

“크으으으윽!”

퀘이사의 화염을 막아내고 있는 밀키웨이의 표정이 격하게 찡그려졌다.

보통, 평소의 퀘이사라면 이 정도 위력의 화염을 계속해서 쏘아낼 순 없었다.

퀘이사가 만들어낼 수 있는 화염의 양은, 퀘이사가 몸에 담아둔 화염의 양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평소, 주변에 화재의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위력으로만 싸우는 퀘이사라면 벌써 화염을 모두 털어내고 탈진한 상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르륵!

주변을 불사르는 것을 겁내지 않는 지금의 퀘이사는 달랐다.

이런 상황을 대비했다는 듯 주변에 흩뿌려버린 화염을 곧바로 빠르게 빨아들인 퀘이사의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노란색으로 차오른다.

나는 똑같이 팔을 들어올려 흑염을 뿌리며 퀘이사의 화염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퀘이사의 노란 화염과, 나의 흑염, 밀키웨이의 방어막이 힘 싸움을 하기 시작한다.

【“으음… 내가 지옥의 힘을 더 많이 끌어올 수만 있었다면….”】

마르지 않는 화염을 사용하는 퀘이사의 화력을 막기란 역부족에 가까웠다.

“크으으으윽! 전 이제 무리에요!”

이 이상은 위험하다.

밀키웨이의 방어막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 불리해.

좁은 건물 안에서 무한한 화력을 퍼부을 수 있는 퀘이사와의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을 수 없어 고민을 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

지이잉-

나와 밀키웨이의 바로 옆에 검은 색 통로가 하나 열렸다.

열린 통로 틈 사이로 하얀 손이 하나 내게 뻗어졌다.

“이젠 어린 학생의 힘이 조금 필요하실까요?”

좁은 통로에서 나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것은, 내 친구 한소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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