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184화 (184/236)

184화

학교 습격(1)

“그러니까 의뢰주님. 이번 미션의 목표가 뭐라고 했지? 꼬마?”

기계 의수를 달고 있는 남성 용병, ‘스틸러’가 의수를 만지작대며 입을 열었다.

“이 학교 안에 숨어 있는 초능력자를 찾는 거라고 했잖아. 회의 때 또 처 졸았냐?”

회색빛 슈트를 입고 인상을 찌푸린 남성 용병, ‘에어 워커’가 스틸러의 말에 대답했다.

하지만 스틸러는 에어 워커의 대답을 듣고서도 납득이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학교에 숨어있는 초능력자면 애들 아니냐 이말이지. 그런 초능력자 찾아서 뭐하게?”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돈 받은 이상 의문을 가지지마.”

이마에 박힌 보석, 금발에 흰 피부, 서양인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여성 용병, ‘실비아’가 유창한 한국말로 스틸러에게 핀잔을 주었다.

셋은 용병 집단 ‘토마호크’를 이끄는 세 명의 단장이었는데, 이 셋을 모두 고용하기 위해 스카 페이스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야만 했다.

처음에는 목표물이 군대에 있을거라 생각해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고 말았지만, 상관 없었다.

스카 페이스의 목적은 단 하나, 차원의 문을 열 수 있는 능력자를 찾는 것뿐이었으니까.

그걸 위해서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투자할 수 있었다.

어차피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 나면, 지금 일어난 이 일들은 모두 없었던 일이 될 거다.

작전의 진행은 간단했다.

박물관 습격 당시에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던 능력자였다.

그 능력자가 지금도 학교에 존재한다면 분명 또 다시 나타나겠지.

나타난 능력자만 제압해서 빠져나가면 된다.

지난 습격에선 꽤 많은 히어로가 지원을 왔었지만, 이 작은 학교에 그만한 숫자의 히어로가 존재할 리는 없다.

히어로들의 지원이 오기 전에 차원문의 능력자를 잡아 빠져나가는 것.

“그러니까… 그냥 학교 안에서 깽판을 쳐라? 이 안에 있는 초능력자가 힘을 사용할 때까지?”

“뭐… 요점만 말하면 그렇지.”

♩♪♬

용병들끼리 대화하는 사이, 멀리 학교에서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작전 시작은, 점심시간이 시작되고 5분 후.

철컥.

핑-

조용히 휴식을 취하던 토마호크의 용병들이 천천히 총기를 준비하고 있던 바로 그때.

탕탕!

위이이이잉- 위이이잉-

자신들을 향해 권총을 난사하며 경비실로 뛰어든 경비가 사이렌을 울리며 농성하기 시작했다.

“뭐야? 어떻게 들킨 거야?”

“감이 좋군. 조금 이르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이라도 들어가야지.”

“오케이. 그럼 나부터 먼저 들어간다. 도망치려는 놈들 뒤를 잡아야지.”

바람을 불러낸 에어 워커가 허공을 날아 학교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실비아의 이마의 보석이 빛을 발하자, 허공에 빛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주먹이 나타났다.

쾅!

단 한 번의 주먹질에 순식간에 넘어가는 담벼락.

“전부 진입해.”

*    *    *

학교에서 사이렌이 올리던 바로 그때, 나는 급식실에서 급식을 받고 있던 도중이었다.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뭐야? 또 긴급 훈련 뭐 그런거야?”

“에이… 점심 시간에 갑자기? 점심땐 좀 쉬지.”

이 세계에서는 만약을 대비해서 학교에서도 한 달에 한 번, 대피 훈련을 하곤 했다.

훈련이라고 해봐야 엄청나게 급박한 상황에 대한 훈련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학교 내부에 있는 대피소의 위치들과, 긴급상황이 일어났을 때 어느 위치에선 어디에 대피소가 있으므로, 거기까지 대피하면 안전하다를 알려주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대피소 안으로 대피하게 되면 최소한 하루 이틀동안은 농성할 수 있을거고, 농성하는 사이 군경이 와서 상황을 정리한다.

이게 학교에서 하는 훈련의 기본 골자였다.

나도 처음엔 그런 간단한 수준의 훈련 상황이 벌어진 줄 알았지만….

“서쌤. 혹시 훈련 한다는 이야기 들은 거 있어요?”

“아니요? 저도 몰랐는데… 일단 사이렌 울렸으니까 하던 대로 하죠.”

나는 훈련의 주체가 되어야 할 선생님들마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듣고 말았다.

[“마스터. 실제 상황입니다! 무장집단이 학교를 습격했어요.”]

무장 집단?

[“대다수가 총기로 무장한 모양이에요!”]

내 생각을 읽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상황을 파악해서 내게 보고 하는 제인.

급식실과 운동장은 꽤 거리가 있는 편이었다. 시끌시끌한 급식실탓에 총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순간, 학교가 습격당했던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머릿속으로 굴려보았지만,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식사를 할 때가 아니었다.

급식실을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던 바로 그때.

“거기 나강림! 그쪽이 아니라 이쪽으로 와! 어서!”

나는 하필이면 식사를 하러 오신 담임선생님의 눈에 띄고 말았다.

어?

이러면 안되는데….

“빨리! 이쪽으로! 한 명도 빠짐없이 이쪽으로 오거라!”

*    *    *

“빨리! 이쪽으로!”

수아는 함께 있던 유진이와 함께 학생들 틈에 섞인 채 대피소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에도 꼼꼼하기로 소문난 국어 선생님이 도서실에 있는 수아와 유진이를 발견해준 덕분이었다.

“다들, 당황하지 마! 훈련받은 대로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면 돼! 지하 대피소에만 가면 안전해! 당황하지 마!”

“네… 선생님….”

학생들을 안심시키려는지, 아니면 스스로가 안심하기 위해서인지 계속해서 같은 말을 중얼대는 선생님.

훌쩍 훌쩍.

실제 상황임을 깨달았는지 훌쩍거리며 우는 아이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생겼는진 몰라도, 자신이 나서야 할 차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아야. 괜찮아. 걱정하지 마. 내가 지켜줄게.”

무슨 사명감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도유진 덕분에, 강수아는 도저히 틈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대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지?

강수아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

휘이이이잉-!

쨍그랑!

“꺄아아악!”

“크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세찬 바람 소리와 함께 창문이 전부 깨진다.

“어차피 목표는 깽판이고, 겁 좀 주다가 애들 좀 죽이면 되는 거 아니야. 너무 쉬운 임무잖아. 거저먹기라고.”

동시에 깨진 창문을 넘어 안쪽으로 들어오는 녹색 슈트를 입은 빌런.

“막상 얼굴 보니까… 너무 아이들이잖아… 거 미안하게 됐다. 나도 이거 돈 받고 하는 일이라서 말이지.”

휘이이이잉-!

“죽어서 지옥 가줄 테니까 먼저 좋은 곳으로 가 있으렴. 아하하하하!”

순식간에 복도가 바람소리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    *    *

“서… 선생님….”

“괜찮을 거야. 얘들아. 걱정하지 마. 다들 절대 옆 사람 손 놓지 마. 자… 이쪽. 이쪽으로.”

유인혜는 미술 선생님으로서 고등학교에서 20년 이상을 근무했다.

그런 유인혜에게도, 오늘처럼 진짜 범죄 집단이 학교를 노리고 습격해오고, 학생들을 지하 대피소로 인솔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유인혜는 자신이 인솔하고 있는 열 명 남짓의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흑흑… 흑….”

잔뜩 겁을 먹은 아이들이 움츠린 채 자신의 등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보통은 이런 상황에선 학교를 지키고 있는 경비팀이 인솔을 도와주는 것이 맞다.

하지만….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두두두두! 다다다다!

계속해서 울려오는 사이렌 소리와 그 사이사이 들려오는 총소리.

학교를 지키는 경비팀과 범죄집단이 총격전을 벌이는 소리 일터였다.

저런 상황이라면, 경비팀이 이곳을 도와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이 아이들을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창문에 보이지 않게, 몸을 숙여서 지나가야 해. 조용. 조용히.”

불행 중 다행히도, 유인혜가 있던 미술실은 대피소와 멀지 않았다.

지금 있는 이 창문만 지나고 난다면, 대피소로 향할 수 있을 터였다.

두두두두!

아이들이 지나가고 있는 머리 위에 있던 창문이 총탄에 순식간에 박살 나 깨져나간다.

“꺄아아악!”

깜짝 놀란 아이들이 비명을 질렀고,

“뭐야? 여기 쥐새끼들이 있었구만? 딱 걸렸다.”

아이들의 비명을 들은 빌런이 창문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유인혜의 머릿속이 깜깜해졌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바로 코앞에 대피소가 있는데 결국 들켜버리고 만 것이다.

하지만….

깜깜했던 머릿속과 뛰던 심장이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바로 코 앞에 대피소가 있다. 그 안으로만 아이들이 들어가고 나면 안전해진다.

유인혜는 벌떡 일어나 총을 쥔 빌런의 팔을 틀어막았다.

“대피소 위치 알지? 들어가면 절대 문 열지 마! 누가 뭐라고 해도 문 열지 마! 알았지?”

“선생님!”

“뛰어! 애들아 뛰어!”

자신이 여기서 쓰러지더라도,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게 어른이고, 선생님 아니겠는가?

유인혜는 이를 악물고 빌런의 팔을 잡은 채 매달렸다.

“어? 안 놔? 이게 미쳤나?”

퍽! 퍽!

총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자신의 몸 위로 빌런이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잡고 있는 동안 애들이 대피소안으로 안전하게 들어갈 수만 있다면, 그걸로 괜찮았다.

조금이라도 더, 아주 조금의 시간만 더 벌어주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를 악물고 빌런의 주먹질을 버티고 있던 바로 그 때.

“지금 여기, 나 강림.”

“어? 넌 또 뭐야?”

유인혜의 귓가를, 다크 카이저의 등장 멘트가 울렸다.

*    *    *

“선생님. 멋졌습니다.”

총을 든 빌런을 쓰러트린 나는, 미술 선생님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드린 뒤, 총소리가 나는 다른 방향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겨우 빠져나왔네.

마침 급식실 근처에 대피소가 하나 있었던 탓에, 선생님들의 인도에 따라 대피소로 들어갈 수밖에 없을 상황이 벌어질 뻔도 했지만….

【“내가 네 연기를 하마. 너는 가서 사람들을 구해.”】

최근, 홀로그램으로 사람 흉내를 내는 데에 익숙해진 지옥 개구리의 도움으로 나는 혼자서 몸을 빼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무장 상태도 좋은 놈들인데… 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곳까지 향한 거지?

드르르르르르륵!

계속해서 들려오는 총소리를 향해, 나는 바삐 발을 움직였다.

*    *    *

마치 영화 속 악당처럼 창을 뚫고 날아든 빌런을 보며, 강수아는 이젠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 앞에 초능력을 사용하는 슈퍼 빌런이 있고, 자신의 주변엔 힘없는 일반인들이 함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자신의 눈 앞에서, 사람들이 쓰러져가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은 히어로가 아니니까.

“수아야! 걱정하지 마! 내가 지켜줄게!”

이런 일이 벌어졌음에도 자신을 지켜주겠다며 자신을 꼭 안아주는 도유진의 손을 밀어내며, 강수아는 머리칼을 꼬며 화염을 밀어 넣었다.

양이 많지는 않아도, 잠깐 시간을 벌 정도는 충분하리라.

“어… 수아… 야?”

“뭐야? 여기 생각지도 못한 히어로가 있었잖아? 재밌겠는걸?”

천천히 황금빛으로 채워지고 있는 수아의 머리칼을 보며, 눈앞에 있던 빌런, 에어 워커가 빙긋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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