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화
학교 습격(5)
BOOOOOOM!
“…끝났나?”
퀘이사가 화염과 열기에 내성이 있다고 해도, 폭발로 일어난 충격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을 아닐 터였다.
이 정도 폭발이 일어났다면, 그 안에 있던 두 사람이 멀쩡하진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확실히 이겼는지 확인할 필요는 있겠지.”
* * *
에어 워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강수아는 화염의 열기를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화염과 바람이 만나 일어난 폭발은 아무리 그녀라도 버텨낼 수 없었을 것이다.
혼자였다면, 말이다.
다행히 강수아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있던 친구가 있었다.
도유진은 자신이 새롭게 각성한 능력이 이 폭발을 견딜 수 있길 간절히 빌며 강수아의 몸을 확 껴안았다.
BOOOOM!
그리고 놀랍게도 도유진의 새로운 능력은 폭발의 위력을 모두 버텨냈다.
자신도, 품 안에 있던 수아도 모두 다치지 않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다치지 않았다고 해서, 충격을 모두 흡수했던 것은 아니지만.
폭발의 충격에 튕겨 나가는 사이, 수아는 충전을 완료했는지 완전히 황금빛으로 변해 도유진의 품 안에서 빠져나와 허공을 날았다.
에어 워커를 향해 날아가는 자신의 친구, 강수아를 보며 유진은 양 주먹을 꼭 쥐었다.
“한 방 먹여줘! 퀘이사!”
* * *
옥상 위에서의 폭발은 엄청난 소리와 더불어, 짙은 연기를 만들어냈다.
에어워커는 연기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눈을 찌푸려보았지만, 폭발 안의 상황을 확인할 순 없었다.
에어 워커는 연기 안쪽을 확인하기 위해 손을 휘저어 바람을 불러냈다.
휘이이이잉-
바람에 의해 물러간 연기 안쪽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뭣?”
깜짝 놀란 에어워커가 사라진 퀘이사를 쫓기 위해 몸을 돌려보았지만….
“이미 늦었어.”
이미 자신의 얼굴 바로 앞까지 다가온 퀘이사의 주먹만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었다.
Pow!
* * *
마치 근육으로만 구성된 것처럼 보이는 몸체, 머리에 나 있는 커다란 뿔, 발굽을 가진 발, 그리고 외눈.
신화에 나오는 키클롭스를 닮은 괴물. 그것이 실비아가 상대하고 있는 것의 정체였다.
거대한 괴물이 휘두르는 주먹을 가까스로 막아내 보았지만….
Pow!
키클롭스가 휘두른 주먹은 실비아의 능력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순식간에 박살 내 버리고 말았다.
“이건 말도 안 돼….”
차원문에서 나온 괴물을 상대하며, 실비아는 왜 스카 페이스가 이 아이를 찾기 위해 큰 비용을 투자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차원문에서 튀어나온 괴물의 힘은, 마법 도구로 강화된 자신의 힘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압도적인 공포심도 함께 느꼈다. 괴물에게서 흘러나오는 음산한 분위기는 실비아를 공포에 떨게 하기 충분했다.
자신은 이 괴물을 이길 수 없다. 이대로 갔다간 패배해서 저 괴물에게 집어삼켜지고 말 터였다.
그런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인 실비아는 곧장 토마호크의 용병들에게 통신을 시도 했다.
“여기는 실비아. 응답해.”
통신기에서는 아무런 말도 돌아오지 않았다.
“에어 워커? 스틸러?”
그제야 실비아는 자신의 용병단이 모두 쓰러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 실비아의 등 허리에서 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도망쳐야 해.’
실비아의 머릿속에선 그 말만이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이 도시는 지나치게 위험하다.
이 천산시라는 도시에 있는 능력자들은 지나치게 강력하다.
그리고 이렇게 지나치게 강력한 능력자들이 모여 있는 곳은, 언제나 일개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사건들이 터지기 마련이었다.
지금 맡고 있는 이 일도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실비아는 예상할 수 없었다.
애초에 자신들의 목적은 이 능력자를 끌어내는 것. 지금 도망친다고 해서 자신을 탓하진 않으리라.
실비아는 등을 돌려 자리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 실비아의 옆을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스치고 지나갔다.
* * *
-다시, 스카 페이스.
“실력이 많이 늘었군 다크 카이저. 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도발처럼 말을 던져보았지만, 다크 카이저에게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조금 더 세차게 공격해올 뿐.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자신을 빨리 제압하고 학교에서 일어난 상황을 정리하고 싶을 테니까.
그저 도발으로만 한 말은 아니었다.
다크 카이저는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사람인지 의심될 정도로 강해져 있었으니까.
빠르고 가벼운 공격으로 몰아세우다가,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묵직한 공격.
그리고 치명상이 아닌 공격은 흘려버리는 슈트의 알 수 없는 재질까지.
이대로 갔다간 패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경한 그룹에서 시간 여행에 관한 논문을 찾을 수 있었던 스카 페이스는, 그 이후로도 경한 그룹이 숨겨놓은 것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스카 페이스는, 경한그룹의 회장 사대희가 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이 세상을, 좌지우지할 힘을 손에 넣는 것.
그러한 힘을 얻기 위해 사대희는 꽤 많은 투자와 연구를 시도했다.
그런 투자와 연구 끝에 사대희가 선택한 방향은, 원하는 초능력을 만들어내는 방향이었다.
정확히는, 뮤턴트 인자를 자신의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원했다.
뮤턴트 인자가 만들어내는 초능력의 원리를 알아내고 자신이 원하는 초능력을 만들어내길 원했다.
만일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신과 같은 권세를 누리는 것도 가능하리라.
뮤턴트 인자가 인간에게 내려주는 초능력은 무궁무진하니까.
스카 페이스가 지금 몸 안에 입고 있던 슈트도 그 결과물 중 하나였다.
사용자에게 2차 각성을 유발해 가속 능력을 부여하는 생체공학 슈트.
듣기만 해서는 엄청나게 강력한 힘을 만들어줄 수 있는 장치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실상은 달랐다.
육체 능력이 빨라진다고, 정신까지 따라오지는 못하는 것이다.
아무리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자신이 제대로 속도를 조절 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사대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슈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을 터였다. 완전하게 다룰 수 없는 능력은 오히려 족쇄가 될 수밖에.
심지어는 심각한 부작용까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도구를 발견한 스카 페이스는 쾌재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스카 페이스가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건, 그가 가진 정신 가속 능력 때문이었으니까.
스카 페이스의 정신 가속 능력은, 나이프를 가진 전투 상황에서 압도적인 반사 신경과 스피드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었다.
다만 지금까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은, 이 능력을 무리해서 썼다간, 정신과 육체가 가속됨과 동시에 밸런스가 무너져 몸이 파괴되기 때문이었다.
‘하나 이젠 이야기가 다르지.’
몸이 무너지는 걸 걱정해 쓰지 못했던 능력이지만, 이제 그의 앞에는 과거로 돌아가게 도와줄 능력자가 있었다.
‘너를 이기고, 내 가족에게 했던 실수를 원래대로 되돌리겠다.’
만약 이 슈트를 사용하고서도 실패하게 된다면, 자신은 엄청난 후회를 할지도 모르지만….
스카 페이스는 슈트의 버튼을 눌렀다.
슈트안에 담겨 있던 약물이 스카 페이스의 온 혈관을 통해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
스카 페이스의 몸에서 오색찬란한 에너지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 * *
[“마스터. 상대의 공격이 둔해졌습니다. 이대로만 간다면 쉽게 제압이 가능하겠어요.”]
나도 알아. 그래도 방심해선 안되겠지.
모드 변환에 시간이 필요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이제 내 생각만으로도 모드가 변환되는 것만으로도 스카 페이스를 압도할 수 있었다.
스피드 모드와 파워 모드, 아머 모드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면서 근접 전투에 대한 대응력이 엄청나게 좋아졌다.
피해야 할 상황에는 스피드 모드를, 맞아도 되는 상황에선 아머 모드를, 그리고 내가 공격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파워 모드를.
모드를 번갈아 가며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예상치 못한 패턴의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아까까지 빠른 공격을 하던 놈이 갑자기 묵직한 힘으로 눌러들어 온다.
스카 페이스도 그런 상황에서 순식간에 적응하진 못하는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곧 스카 페이스를 쓰러트리고 친구들을 도우러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던 바로 그때.
“으아아아아아!”
커다란 비명 소리와 함께 스카 페이스의 기세가 달라졌다.
몸에서 흐르는 알 수 없는 빛깔의 광채, 주변을 압도하는 기세와 비명.
이전, 래빗즈 사건때도 겪어 본적 있는 2차 각성의 징후였다.
그게 이렇게 갑자기? 싸우다가 말고?
【“정신 차려라 나강림!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른다!”】
벨제뷔트의 말이 맞았다. 만화도 아니고 변신이 끝나길 기다려줄 필요는 없지.
Boooooooosh!
나는 가만히 멈춰선 채 움직이지 않는 스카 페이스를 향해 흑염을 흩뿌려 보았지만….
[“사라졌어?”]
놀랍게도 스카 페이스는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번쩍.
어? 뭐지?
나는 갑자기 느껴지는 섬뜩한 감각에 나도 모르게 몸을 옆으로 비틀었다.
SHEEEEEEEEK!
내 가슴팍을 스치고 지나가는 나이프.
본능적으로 피하지 않았다면 치명상이 되었을만한 공격이었다.
번쩍.
SHEEEEEEEK!
재차 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는 나이프.
공격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마치 래피드 스타 같군.”】
그래. 페이퍼백처럼.
번쩍.
다시 한번 재차 느껴지는 섬뜩한 감각에 몸을 비틀며,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페이퍼백과는 다르군.
나는 페이퍼 백이 나를 따로 불러내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 * *
히어로들의 은퇴식이 있던 날이었다.
“미안하지만, 잠시 동안은 히어로 활동을 하기 힘들겠어.”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주도록 하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없지. 애가 생겼거든.”
“어?”
조금 당황해 있는 내게 페이퍼백은, 잠시 애가 자신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까지만 히어로 활동을 쉬고 싶다는 말을 남겨주었다.
애가 자신을 알아보고 아빠라고 부를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애를 돌보고 싶다고.
그런 말을 내게 해주는 페이퍼백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어릴 때 일찍 부모님을 잃고 이모의 손에 자란 나는, 부모와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러는 상황이라면 지금 같이 은퇴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내 질문에 페이퍼 백은 이렇게 대답했다.
“은퇴를 두 번씩이나 번복하는 건, 창피하잖은가. 나는 내가 또다시 히어로 활동을 하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거든.”
다만 그렇게 되기 전에, 자신이 알고 있는 능력자들의 상대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페이퍼 백 자신과 같은 스피드스터를 상대하는 방법 또한 알려주었었다.
이런 정보를 내게 알려줘도 되는 거냐는 내 질문에, 페이퍼 백은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밀키웨이가 은퇴했잖아? 이제부턴 네가 아스트로 스타즈의 리더다. 그리고 나한텐 그 수법은 안 통해. 난 걔네보다 빠르거든.”
이 세상에 나보다 빠른 사람은 없으니까.
페이퍼 백은 그렇게 대답하며 껄껄 웃었다.
* * *
그리고 내 눈앞에 보이는 스카 페이스의 능력은 페이퍼백이 알려줬던 전형적인 스피드스터였다.
나는 이 전투의 끝이 옴을 느끼며 양 주먹을 꽉 쥐고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