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191화 (191/236)

191화

동맹(1)

S 내 이름은 나 강림.

H 이 세계에 들어온 지는

H 11개월 정도 되었고,

H 죄지은 자들을 벌하고

H 외면 당하는 자들을

H 지키기 위해

H 매일 밤,

H 히어로 다크 카이저로서

H 활동 하고 있었다.

BOOOOOOOOOM!

나는 가장 먼저, 광선총을 들고 있는 놈 위로 떨어졌다.

“크억!”

놈의 목을 졸라 기절시킨 뒤, 바닥에 떨어진 총의 총구를 밟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왜인지 몰라도 위에서 떨어지며 하는 공격은 조무래기들에게는 매번 먹힌다.

이런 공격이 먹혀들었다는 것은, 놈들이 조무래기에 가깝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예전에 파워 피스트가 왜 매번 위에서 떨어지며 공격했는지 알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게 매번 먹히니까, 매번 그런 방식으로 등장해왔던 거겠지.

“나타났다!”

“그냥 쏴버려!”

dudadadadadadada!

놈들은 떨어지는 나를 향해 곧바로 방아쇠를 당겨왔지만, 이미 총기를 상대하는 덴 이골이 난 상태다.

나는 그대로 몸을 회전시켜 망토를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운용되는 다크 쉴드.

ti-tik-ti-tik-ti-tik!

내게 쏘아진 총알들은 휘둘러지는 망토에 휩싸여 모두 소멸하고 말았다.

몸을 회전시킨 에너지를 그대로 이어가며 뻗는 발차기.

FUMP!

BAM!

내 발차기를 얻어맞은 놈이 멀리 날아가며 다른 놈과 부딪힌다.

그대로 스피드 모드로 변환하며 남은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POW!

KLAM!

달리는 속도 그대로 힘을 담아 놈의 얼굴에 주먹을 뻗었다.

뿌득.

이빨이 부서지는 소리가 내 귓가에 다시 한번 들려왔다.

요놈은 빵에 들어가서 콩밥도 잘 못 먹겠군.

FUMP! BAM! POW!

숫자가 많을 때도 쉬웠는데, 지금은 훨씬 더 쉽지.

나는 남은 인원을 단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순식간에 정리했다.

요즘은 이런 조무래기 정도는 밥 먹는 것보다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짝짝짝짝짝!

갑작스럽게 골목길을 울리는 박수 소리.

“대단하십니다. 멋진 몸놀림이었어요.”

나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뭐야? 저 조합은?

유령이 그려진 슈트를 입은 망령당의 빌런이 하나, 흑사자회의 문신이 잔뜩 새겨진 팔을 노출한 빌런이 하나, 그리고 브루트가 하나.

셋은, 놀랍게도 모두 다른 범죄 집단에 속해있는 존재들이었다.

*    *    *

흑사자회의 간부, 스크리쳐는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다크 카이저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정말 놀라울 정도의 성장이었다.

스크리쳐는 다크 카이저에 대한 보고를 처음 받았을 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흑사자회 소속의 술집 하나에 검은 옷을 입은 히어로가 잠입해 오려다 들킨 뒤 도망쳤다는 보고.

스크리쳐는 그때 보았던 cctv의 영상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의 애송이 히어로가 이 정도로 위협적으로 성장하다니.

스크리쳐는 박수를 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신네 부하들 너무 나약한 거 아니야?”

박수를 치는 그의 심기를 거슬리게 만드는 망령당의 간부, 레드 리퍼가 자신을 비꼬는 것을 들으며 스크리쳐는 인상을 찌푸렸다.

“방금 저놈의 실력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십니까? 꽤 자신 있으신가 보죠?”

“농담이야. 허니. 너무 날카롭게 받아들이지 말아줘.”

눈앞의 히어로를 끝장내고 나면, 그 후엔 당신을 끝장내주겠습니다.

스크리쳐는 턱 끝까지 차오르던 말을 가까스로 집어삼켰다.

자신은 저 여자와 다르게, 지금 같은 상황에서까지 분열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다크 카이저는 얼마 전, 천산시에서 가장 오래된 빌런 집단 중 하나인 잿빛 망토단을 완전히 무너뜨려 버렸다.

잿빛 망토단이 사라진 상황은 사실, 천산시의 빌런 집단들에게 나쁠 것이 없었다.

좁은 천산시를 갈라먹던 입이 줄었는데, 이득이면 이득이지 손해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다크 카이저는 망령당과 불곰파가 하는 일을 직접적으로 방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망령당과 불곰파는 결국 다크 카이저 때문에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다.

망령당은 자신의 공장을 잃었고, 불곰파는 대의를 위한 명분을 잃었다.

두 집단은 다크 카이저와의 전투 이후로 경찰과 천산시의 직접적인 견제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둘 모두가 불안에 떨 만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흑사자회는 그런 불안감을 놓치지 않고 공동의 적을 막기 위해 제안하기로 했다.

지금 당장, 자신들을 위협하는 적을 가장 먼저 무찌르는 것으로.

이 도시에 있는 다른 범죄 집단이 모두 끝장나고 나면, 마지막엔 결국 흑사자회 자신들의 차례가 되고 말테니까.

*    *    *

쟤네 대체 왜 셋이서 손을 잡은 거야? 이게 말이 돼?

【“그런 생산성 생각을 하기 보단, 놈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부터 고민하는 게 좋겠군.”】

벨제뷔트의 말에 나는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가라앉혔다.

제인, 혹시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쟤네들에 대한 정보, 아는 거 있어?

기다렸다는 듯 내 눈앞에 홀로그램 화면을 띄워주는 제인.

[“마스터. 왼쪽의 여자는 레드 리퍼입니다. 능력은 산성 액체를 내뿜는 것. 벽돌도 거뜬하게 녹여버릴 수 있으니 맞지 않는 게 몸에 이로우실 거예요.”]

[“중앙에 있는 대머리 남자는 스크리쳐. 능력은 강한 진동을 가진 소리를 내뿜는 것입니다. 맨 오른쪽의 남자는 강성한. 능력은 강한 육체 능력에 동반되는 팔의 거대화와 경화. 거대해진 팔을 방패처럼 사용하는 모양입니다.”]

망령당, 흑사자회, 불곰파의 간부들입니다.

제인은 그렇게 덧붙였다.

【“그렇군. 세 집단이 연합한 모양이야.”】

그러게 말이다. 골치 아파졌네.

“어째서 우리 셋이 붙어 있는지 궁금한 모양이군. 안 그래?”

아까부터 거슬리게 방긋방긋 웃고 있던 레드리퍼가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웃기고 있네.

“아니. 별로 궁금하지 않군. 어차피 내 손에 다 쓰러지고 나서 무슨 상황인지 다 불 테니까 말이지.”

“어머. 자신감 봐. 멋지네.”

나는 두 주먹을 쥔 채 놈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가 손을 들어 올리길 기다렸다는 듯, 세 빌런은 나를 향해 덤벼들었다.

*    *    *

“언니. 나 왔어!”

“어 왔어?”

퀘이사의 슈트를 입은 강수아가 타투 밀키웨이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가게 안으로 들어선 퀘이사는 가장 먼저 냉장고의 문을 열고서 생수통을 들어 올렸다.

이제 곧 겨울이 찾아오는 가을이 되었음에도 퀘이사는 땀에 흠뻑 젖어있는 상태였다.

능력 자체가 가지고 있는 온도를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오늘도 고생이 많네.”

“뭘 새삼스레.”

벌컥, 벌컥, 벌컥.

생수 한 통을 완전히 비우고 나서야 숨을 돌렸다는 듯, 땀을 닦아낸 퀘이사가 가게를 둘러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언니. 다크 카이저는 오늘 왔어?”

밀키웨이는 그런 퀘이사를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오늘도 안 왔어. 바쁠 수밖에 없는 거 알잖아. 여기 와서 쉴 시간 없을 거야.”

“아무래도 그렇지?”

다크 스코프와 데빌 보이, 래피드 스타 그리고 자신까지.

넷 모두 최근 있었던 사건들로 힘을 잃은 탓에 은퇴하거나, 당분간 히어로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남은 인원은 단 셋.

슈팅 노바, 퀘이사 그리고 다크 카이저.

최근 히어로 활동을 할 수 있는 인원이 줄어듦에 따라 각 히어로에 배당된 구역이 넓어졌다.

다행히 최근엔 사건이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히어로팀들도 많아졌다.

그래서 세 명으로도 사건을 모두 감당할 수 있었지만, 넓어진 구역만큼 바빠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그로 인해 활동하는 히어로들끼리 마주치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밀키웨이가 보기에, 퀘이사는 그런 상황을 꽤 아쉬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밀키웨이가 보기에 퀘이사의 그런 모습은 아주 놀라운 일이었다.

퀘이사, 아니 강수아라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진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퀘이사는 자신의 부모님이 사망한 이후로는, 밀키웨이 외에는 단 한번도 누군가와 친밀하게 지내려고 한 적이 없었다.

그런 퀘이사가, 다크 카이저와 자주 마주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하고 있는 것이다.

다크 카이저가, 퀘이사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나 없을 때 대체 둘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생각해보면, 퀘이사만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천산시에 있는 빌런들과 히어로들 아니, 점점 천산시 자체가 변화하고 있었다.

1년 전의 밀키웨이는 이 도시가 이 정도로 평화로워질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매일 같이 일어나는 중범죄, 막기에는 부족한 인력.

하지만 어느날 혜성처럼 다크 카이저가 나타난 이후로는, 점점 이 도시 자체가 변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퀘이사가 그런 다크 카이저를 신경 쓰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삐빅-삐빅-삐빅-

물 한 잔 마시고 잠깐 쉬기 위해 앉은 퀘이사는 또다시 호출 알람을 받았다.

“언니. 나 또 다녀올게.”

“어. 그래 몸 조심해!”

창문을 벌컥 열고 바깥으로 날아가는 퀘이사를 보며, 밀키웨이는 오늘도 별일 없이 하루가 지나갈 수 있길 잠시 기도했다.

‘그나저나, 이제 여기에도 다시 보안과 방어 장치들을 더 설치해야 할 텐데.’

지난번 메두사의 습격으로 인해 다프네가 모두 불타버린 탓에, 설치해놨던 보안 장치들도 모두 쓸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제 이곳에 새롭게 보안 장치들을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예전과는 달리 마법은 쓸 수 없겠지만, 연금술과 조합한다면 자기 한 몸 정도 지킬 수 있을 만한 장치들은 만들 수 있으리라.

쿵쿵쿵!

갑자기, 누군가 문을 세차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최근 있었던 일들 때문에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탓에, 아직 가게 문을 제대로 열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손님이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히어로들이 찾아왔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든 밀키웨이는 입을 열어 외쳤다.

“누구세요?”

“…….”

쿵쿵쿵!

대답 대신 다시 세차게 두드려지는 문.

밀키웨이는 그 상황에서 묘한 불길함을 느꼈다.

히어로라면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문을 열어달라 했을 테니까.

밀키웨이는 바깥을 확인하기 위해 인터폰을 들어 올렸다.

“당신은…?”

놀랍게도, 바깥에서 문을 두드린 사람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문 앞에 있는 남자는 바로 빌런, 블루 래빗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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