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196화 (196/236)

196화

불곰파(2)

<“다크 카이저. 듣고 있나? 빌런들이 너희들이 들어간 안전가옥의 위치를 파악한 모양이다. 그 근처로 모여들고 있어.”>

마침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슈팅 노바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저격 지원, 부탁해도 되겠나?”

<“나도 그러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서 저격 지원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이 주변에도 어슬렁대는 놈들이 있어서 말이지. 여기서 지원 사격해대면 분명 들킬 거야.”>

나를 공격해온 집단이 있었고, 밀키웨이를 공격해온 집단이 있었던 것처럼, 슈팅 노바를 찾아다니는 집단도 있는 모양이었다.

“혹시 지원 필요한가?”

<“아니. 거기도 지금 위험한 상황인 거 아니야? 됐어. 여기는 나 혼자서 해결해볼 테니까.”>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도 좋소.”

<“알겠어.”>

슈팅 노바의 목소리에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나는 페이퍼백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하여 통신 메시지를 보냈다.

각자가 습격을 당한 경험이 있다면, 페이퍼백도 위험할지 모르니까.

나는 통신을 끝내고 나서야 고개를 들어올렸다.

‘일단은 여기서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겠군.’

나는 잠시 조용해진 일행들 앞에서 입을 열었다.

“일단, 브루트들을 구하는 일이라면, 우리가 당연히 나서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드는군. 하지만 그러기 전에 우선….”

“지금 당장은 이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다. 그 말씀이시죠?”

밀키웨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홀로그램을 띄워 바깥에 설치해둔 감시 카메라의 영상을 확인했다.

확실히 이 주변에 빌런들이 많이 모이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우리가 어디 숨어있는 지는 알지 못해도, 이 근처에 있다는 것은 눈치챈 모양이다.

새벽 3시 50분.

슬슬 밤이 많이 늦은 상황이었다.

일단 지금 겪은 일들은 나중에 해결하기로 하고, 강수아도 나도 원래의 삶으로 잠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침까지 이 비밀 장소에서 버티고 있다 나간다는 선택지도 생각해보았지만, 그건 너무 위험했다.

만약 놈들이 결국 이 안까지 밀고 들어오게 된다면 좁은 공간에서 밀키웨이를 지키며 전투를 벌여야만 할 테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이 바깥으로 치고 나가는 편이 맞을텐데….

어떻게 이 상황을 빠져나가는 것이 좋을까?

*    *    *

탐색 능력을 가진 슈페리어들은 귀하다.

능력자가 나타나는 경우는 적은 데에 반해, 탐색 능력을 필요로 하는 집단은 많다.

필요한 곳이 많은 능력인 만큼, 범죄 집단 속에선 보통 만나보기 힘든 종류의 능력 중 하나였다.

어딜 가도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면, 굳이 범죄집단에 소속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각 빌런 조직에는 탐색 능력을 가진 슈페리어들이 한 명 정도는 꼭 존재하곤 했다.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좋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더라도 악인은 존재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흑사자회에 소속된 탐색 능력 슈페리어인 봉남규는 자신이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경한 그룹에서 일하던 그는, 어느 날 직장동료의 꾐에 빠져 지하 도박에 빠지고 말았다.

빚까지 만들어가며 지하 도박에 몰두하던 봉남규는 결국 잘나가던 직장에서까지 잘리고야 말았고,

결국 빚을 갚기 위해 지하 도박장을 운영하는 흑사자회 소속의 범죄자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자신은 도박에 빠져 몰락한 자신의 인생을 건져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일 뿐이다.

다시 재기할 수 있을 만한 돈을 모으는 데 성공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이런 더러운 구덩이에서 빠져나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봉남규는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흑사자회의 부름에 응했다.

보통 흑사자회가 자신에게 맡기는 일들은 뻔했다.

야반도주한 빚쟁이들의 행방을 찾는 것.

봉남규는 오늘 일도 그런 일에서 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장소로 나왔다.

‘그나저나, 오늘은 분위기가 묘하네.’

털복숭이 브루트 하나에, 유령 같은 가면을 쓴 빌런이 하나, 그리고 자신을 자주 불러주던 흑사자회의 빌런, 스핏 파이어까지.

아무리 전투 능력이 없는 탐색형 슈페리어라지만, 봉남규도 나름 뒷골목에서 몇 년은 굴러먹었다.

빌런 집단의 생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하게 알진 못해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빌런들이 평소에는 적대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큰 건이군.’

“이 새끼 이거 똑바로 찾을 수 있는 거 맞나? 영 시원 찮은 거 같은데.”

유령 같은 가면을 쓴 자가 봉남규를 향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가 데려온 능력자가 부족하면 망령당 소속 능력자를 데려오지 그랬나? 분명 망령당에서 탐색 능력자들을 긁어모은단 소문을 들었던 거 같은데. 스모커.”

자신을 여기까지 불러온 스핏 파이어가 스모커라고 불리운 남자에게 대답했다.

“너희들이 하자고 한 일인데 우리가 대체 왜 우리 인력을 쓰나?”

“이게 우리 좋자고만 하는 일인가?”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브루트, 고태용이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같이 일하기 정말 불편하군. 언제까지 시끄럽게 입으로만 싸울 거냐? 그럴 거면 그냥 서로 맞짱 한번 뜨는 게 낫지 않냐?”

“뭐? 말 다했냐? 너부터 한판 뜰까? 엉?”

봉남규는 자신이 지금 좋지 않은 길목에 서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상황에서 탐색을 실패한다면, 실패의 대가는 자신이 치르게 될 터였다.

봉남규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탐색에 힘을 쏟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    *    *

이 안전가옥으로 들어오며 나는 이 주변의 건물 여기저기에 다크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놈들이 이 건물을 찾아낼 때를 대비해서 놈들의 병력배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병력배치를 위해 설치해둔 감시 카메라에서 놈들이 말다툼하는 내용을 들을 줄은 몰랐다.

[“스핏 파이어. 흑사자회 소속. 자연 계열, 몸에서 화염을 내뿜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 전과 3범.”]

[“스모커. 망령당 소속. 신체 계열, 몸에서 독가스를 내뿜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 전과 5범.”]

[“고태용. 불곰파 소속. 정신, 이능계열. 능력은… 벌레들을 정신 지배해서 다루며 감각을 공유받을 수 있는 모양이에요. 평소에 벌레들은 저 긴 털 안에 숨겨서 기른다고 하네요. 우웩! 전과 4범.”]

그사이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정보까지 물어오는 제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터. 스핏 파이어와 스모커는 평소에도 충돌한 적 있는 앙숙 같은 존재들입니다.”]

땡큐 제인.

역시, 아까 전처럼 손발이 잘 맞는, 전투 경험이 뛰어난 놈들만이 우리를 쫓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놈들은 평소에도 종종 구역싸움을 위해 대립하던 사이. 적대하던 놈들이 하루아침 만에 제대로 손잡고 우리를 공격해올 순 없었을 터.

제인이 알려준 정보를 듣고 나니 더 많은 확신이 생겼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충분히 놈들을 쓰러트릴 수 있다.

나는 내가 떠올린 계획을 일행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차… 찾았습니다!”

스핏 파이어는 봉남규의 목소리에 쾌재를 부르며 뛰어나갔다.

“과연… 이런 곳에 숨어 있으니 그렇게 찾기가 어려웠군.”

봉남규가 탐색 능력으로 발견한 건물의 위치와 구조에 대한 그림을 보며 스핏 파이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리에 있는 빌런 집단들 중에서 가장 돈을 많이 굴리는, 흑사자회의 간부인 스핏 파이어는 이곳에 있는 안전가옥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정도로 자연스럽게 안전가옥을 숨기기 위해서는 꽤 많은 돈을 사용했으리라.

“찾기가 어렵기는. 지금 보니까 왜 못 찾았는지 이해도 잘 안 되는구만. 조금만 더 있었으면 내가 찾았겠다.”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시비를 걸어오는 스모커의 목소리를 들으며, 스핏 파이어는 끓어오르려던 분노를 꿀꺽 삼켰다.

놈이 자신에게 계속해서 시비를 걸고 있는 이유는 뻔했다.

평소 스모커와 스핏 파이어는 맞닿은 구역을 맡고 있는 처지였다. 문제는 스모커와 자신의 능력의 상성차이였다.

스모커의 독가스에는 불이 붙는다.

보통 그런 상황에서 스모커와 자신이 전투를 벌일 때면 언제나 자신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심지어는, 함께 전투를 벌이던 동료나 부하들에게 큰 상처를 입히면서.

지금 같은 조에 배치된 이유는, 오히려 그런 능력의 조합이 상대에게 큰 타격을 줄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흑사자회의 보스, 흑사자님께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놈이 사사건건 시비를 걸기 전까진, 나쁘지 않은 조합이라고 생각했었다.

‘어차피 지금 일이 끝난다면 다시 적으로 돌아설 놈이다.’

또다시 길에서 만난다면, 자신에게 패배할 놈이었기도 하다.

스핏 파이어는 시비를 걸어오는 스모커를 무시한 채, 고태용을 바라보았다.

안전가옥이라지만 결국 놈들도 사람인 이상 숨을 쉴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안전가옥에도 반드시 환풍구가 만들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봉남규가 만들어준 구조도에도 정확하게 그 환풍구가 존재하고 있었다.

고태용은 브루트 치고는 머리가 꽤 돌아가는 편이었다. 스핏 파이어의 시선만을 보고도 무엇을 요청하는지 금방 알아차렸다.

스핏 파이어의 시선을 받은 고태용의 몸에서 작은 벌레들이 기어 나와 환풍구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작은 벌레들이 자신의 조종을 받고 있으리라곤 생각도 하지 못할 터였다.

고태용은 벌레의 감각을 공유받기 시작했다.

곧이어 고태용은 건물 안에 모여있는 히어로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들이 올 때를 대비해서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 지도를 펼친 채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히어로들은 자신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안에 타겟들이 존재해. 지금은 지도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군. 우리를 상대할 준비를 하는 모양이야.”

“잘됐군. 지금 당장 문 따고 들어가자고. 좁은 데서 싸우면 우리가 유리해.”

저, 저 덩치만 큰 멍청한 놈.

그 말을 들은 스모커가 흥분한 듯 건물 앞으로 달려가려는 것을, 고태용은 손을 들어올려 막았다.

위이이잉-

고태용이 들어올린 손에서 나는 벌레 소리에 스모커가 질색해서 뒤로 물러났다.

“굳이 우리가 피해를 각오하고 안으로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네 능력을 환풍구 안으로 사용하면 그만인데.”

“그거… 참 마음에 드는 생각이군. 왜 내가 그 생각을 못 했지?”

그건 네가 덩치큰 머저리이기 때문이지.

목 끝까지 치솟아 오르려는 욕을 삼키며 고태용은 환풍구에서 자리를 비켜주었다.

“하하하! 결국 이 작전의 성공은 내가 장식하게 되는구만!”

스모커의 몸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환풍구 안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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