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화
아스트로 스타즈 뉴 멤버(1)
“각산동에서 사건 발생. 강도 상해. 예상되는 범인의 능력은… 발화! 발화 능력. 퀘이사. 퀘이사 출동시키세요!”
“넵! 알겠습니다! 퀘이사님? 지금 준비되셨습니까?”
<“응! 얼마든지!”>
“통로 오픈.”
지금 이곳은 아스트로 스타즈의 비밀기지로 사용되고 있는, 밀키웨이의 안전 가옥.
아스트로 스타즈에 어비스 위치가 합류함으로써, 안전가옥은 컨트롤 센터 같은 형태로 변해버렸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다크 카이저가 만들어준, 다크 범죄 호출기를 통해 범죄가 나타난다면, 모니터에 위치와 범죄의 종류, 용의자의 정보 등이 떠오른다.
밀키웨이는 그 정보들을 본다.
그 후, 오랜 기간 동안의 히어로 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 사건에 최적화된 히어로를 배정 호출기를 통해 호출한다.
그러면 이제 어비스 위치의 차례.
히어로가 지금 있는 위치로 통로를 열어 나간 뒤, 히어로를 사건 현장으로 순간이동 시켜준다.
그 후 어비스 위치는 다시 기지로 복귀.
이런 방식을 고안해낸 건, 어비스 위치였다.
밀키웨이가 보기에 어비스 위치는 스스로의 전투 능력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어비스 위치의 전투 능력은, 결국 자신의 통로 안에서 만들어진 괴물, 데다이트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데다이트는 바깥으로 나오면 덩치가 3미터는 훌쩍 넘는 거대한 덩치의 괴물.
그런 거대한 괴물을, 자신이 통제하지 못할까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낭비하고 싶어하진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고안해낸 것이 이런 형태의 순간이동 센터가 된 것이다.
밀키웨이로서는 꽤 괜찮은 시스템에, 자신도 도울 일이 생겨서 처음에는 기뻤지만, 이제는 달랐다.
밀키웨이는 점점 아스트로 스타즈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크 카이저라면, 그리고 다크 카이저와 함께인 아스트로 스타즈라면, 경한에게 사로잡혀 있는 이 도시를 구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꿈과도 같은 세상이 곧 도래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룬 것이 있다면 그만큼 희생하는 것도 많을 수밖에 없다.
크고 작은 싸움을 통해, 아스트로 스타즈와 함께 싸우던 히어로의 많은 수가 잠정 은퇴상태가 되었다.
심지어 자신은 전투에 활용할 마법 능력을 거진 잃어버리기도 했다.
최후의 결전을 위한 최종 멤버가 점점 부족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믿을 만한 강한 히어로의 숫자가 점점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어비스 위치가 자신의 능력을 컨트롤 하지 못할까 두려워하게 된 것은, 아주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와 동시에, 밀키웨이는 아스트로 스타즈에게 인원 보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스트로 스타즈에는, 새로운 얼굴이 필요했다.
* * *
“그래서 생각해온 멤버가 여기 적혀있다는 거요?”
“네. 맞아요. 지금 상황에서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최상의 멤버죠.”
오늘도 출동했다 돌아온 나는 밀키웨이가 사무실처럼 사용하는 방으로 끌려온 참이었다.
내 눈앞에 놓여있는 건, 보고서처럼 만들어진 서류 몇 장.
밀키웨이의 대답을 듣자마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되오. 절대.”
“뭐… 왜요? 왜 읽어보지도 않고 그래요?”
“말 안 해도 뭔지 아니까. 데다이트와 블루 레빗에 대한 활용 방안이겠지.”
“앗! 어떻게 알았어요?”
어떻게 알긴, 나도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게 아니니까 알지.
경한과 치러야 할 최후의 결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 데 반해, 지금 우리의 전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두 사이드킥이 은퇴를 확정지은 것도 모자라, 원작 아스트로 스타즈의 멤버였던 페이퍼백마저 은퇴하게 되었다.
이제부턴 원작 주인공도 해내지 못한 미지의 부분에 대해 도전해야 하는데, 원작 주인공 스타 라이트보다 훨씬 전력적으로 약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멤버를, 나라고 왜 생각하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둘 다 너무 위험이 크다.
먼저 데다이트.
소연이 심연의 여왕을 무너트리고, 그 능력을 빼앗아서 만들어낸 괴물이다.
소연은 그런 데다이트를 자신이 통제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고, 나는 그 두려움에 공감하고 있었다.
데다이트가 힘 조절을 하지 못해 누군가를 크게 다치게 하거나, 죽게 만든다면, 그 일은 전부 소연의 책임이 될 테니까.
심지어 데다이트는 만들어진 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신생아나 다름없는 상황인 것이다.
신생아에게 선악의 개념이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데다이트에게 선악의 개념이 부족한 상황에서, 강제로 히어로 활동을 하게 만든다면, 그 자체만으로 학대라고 할 수 있었다.
데다이트가 인간이 아니라는 걸 감안해도 그렇다.
나는 히어로 활동은 강요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강요를 통해 만들어진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걸 감안하더라도 그랬다.
[“어… 어쩐지 죄송하네요. 마스터….”]
괜찮아. 네가 만든 건 다크 카이저니까.
하지만 과연, 데다이트도 다크 카이저처럼 될 수 있을까?
내 대략적인 설명(데다이트는 신생아나 다름없는 생명체고, 선악의 개념이 아직 부족하다. 그런 데다이트에게 히어로 활동을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말을 들은 밀키웨이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그렇네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였어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하지만…! 블루 래빗씨는 다르지 않나요?”
나는 팔짱을 꼰 채 밀키웨이를 노려보았다.
“블루 래빗은 우리가 신병을 확보해 구속한 범죄자요. 범죄자에게 히어로 활동을 시키자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오!”
“사실 블루 래빗씨랑 강진웅씨, 나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여기서 탈출할 수 있는 거 알죠?”
그건… 맞지….
“후우….”
결국 그 소리가 나오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밤에야 많은 히어로가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한다지만, 문제는 낮이다.
낮에는 히어로들도 정체를 감추기 위해 일상 생활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상 그동안, 이 안전가옥을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혹시 해서 밀키웨이가 만들어놓은 몇 가지 마법적 장치가 있긴 하지만, 블루 래빗 정도 되는 실력자라면 뚫고 나가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진웅과 블루 래빗은 계속해서 이곳에, 스스로의 의지로 주저앉아 있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잡아 온 다른 범죄자들을 블루 래빗과 강진웅이 관리하고 있는 처지나 다름없었다.
“블루 래빗씨는 사실… 확고한 의지와 재능이 있어요! 충분히 히어로활동을 할 수 있다구요! 사람을 구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분명 존재하고 있구요! 지금껏 같이 지내보셔서 알잖아요!”
알지….
문철파를 제압할 때 가장 큰 도움이 된 것도 블루 래빗이었고.
예전의 레드 래빗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걸,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틀렸소.”
“네? 뭐가요?”
“히어로 활동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말. 그건 틀렸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 싶으면 가서 직접 확인해도 좋소. 스스로 히어로 활동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나도 찬성할 테니까.”
“오… 저… 정말이죠? 그럼 아스트로 스타즈의 멤버로 받아주는 거죠?”
“스스로의 의지로 히어로 활동을 한다면.”
“네. 알겠어요. 걱정하지 마요! 제가 꼭 설득할 테니까.”
안 될걸… 절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음 출동을 준비했다.
* * *
그리고 잠시 후….
밀키웨이는 다크 카이저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못합니다.”
말이 나오기 무섭게 블루 래빗은, 밀키웨이에게 거절의 뜻을 내비친 것이다.
“네? 왜… 왜요? 왜 히어로 활동을 하고 싶지 않은데요.”
“밀키웨이님. 정말 몰라서 물으십니까?”
“…네?”
“범죄자는 히어로가 될 수 없습니다.”
의외로, 블루 래빗은 완고한 성격이었다.
* * *
“눈앞에 위험에 처한 사람이 있으면? 그럼 안 구할 거에요?”
“구합니다.”
“눈앞에 흉악범죄자가 있으면?”
“제압해야죠.”
“슈퍼 빌런은?”
“맞서싸우겠죠.”
“그게 히어로잖아요.”
“그래도 히어로는 안 합니다.”
“아아아악!”
계속해서 도돌이표로 도는 대화 속에서 밀키웨이는 절망했다.
“대체 왜? 왜요? 왜 하고 싶지 않으신 건데요?”
“제가 범죄자니까요. 저, 테러범입니다.”
“범죄에 대한 죗값을 치른다고 생각하면요?”
그 말이 나오자마자 블루래빗은 얼굴을 굳혔다.
누군가를 구한다고, 스스로의 죗값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를 구해냈을 때, 블루 래빗은 마음속에서 고통을 느꼈다.
“다행히 다크 카이저와 다른 히어로들이 막아낸 덕분에, 아무도 상처입히지 않고, 아무도 죽지 않았잖아요.”
“밀키웨이님.”
“네.”
“혹시,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피해 입히고,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이 세상에서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네? 범… 범죄자요?”
“아뇨. 미친놈입니다. 저는 제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친놈이에요. 히어로 활동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또 갑자기 마음이 홱 바뀌어서 누군가를 상처입히고 싶어진다면요? 그럼 어떻게 합니까?”
밀키웨이는 블루 래빗의 말에 깜짝 놀라 입을 떡 벌렸다.
스스로가 저지른 일을 그 정도까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을 줄, 상상도 못 했으니까.
거기까지 들은 밀키웨이는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스스로의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했다.
밀키웨이는 이 상황이 엄청나게 낭만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예전에 수많은 사람을 죽이려고 했던 범죄자가 히어로인 다크 카이저에게 감화받고 히어로가 된다?
그것 자체가 의미하는 상징성과 낭만에 밀키웨이가 정신을 완전히 빼앗겼던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 자체가 블루 래빗의 마음에게 큰 상처를 준다면, 당연히 강요해선 안 될 일이었다.
밀키웨이는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어요.”
* * *
똑똑.
정대수는 자신의 집무실 문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어. 들어와.”
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람은, 정대수의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은 인물이었다.
아니, 사실상 모르는 사람일 터였다. 자신은 무언가를 까먹거나 잊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다행히도 상대방에게서부터 먼저 말문이 트였다.
“안녕하십니까. 정실장님. 오늘부터 함께 일하게 된 송태일이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함께?
인사팀에서 들은 이야기가 없다.
시스템 되어 있는 구성상, 경한에서 일어나는 일들 모두가 정대수의 귀에 들려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들려오지 않은 인사발령.
거기에, 심지어 자신과 함께 일할 사람이라는 데도 일언반구 들은 바가 없다.
그렇다면….
사대희 회장.
지금 이것은, 마지막 경고장과도 같은 의미였다.
네가 없어지고, 너를 대체할 사람을 찾아놨다는, 선전포고와도 같은 의미.
정실장 대신 송실장을 들여놓겠다는 의미다.
주륵.
등허리로 땀이 한줄기 흘러내렸지만, 정대수는 모르는 척 빙긋 웃었다.
“아 그래요.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앞으로 잘해봅시다.”
빨리, 다크 카이저를 죽여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