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226화 (226/236)

226화

경한그룹(2)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는 광란의 도가니였다.

경한그룹과 히어로에 관한 자극적인 사건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한 그룹의 비리와 의혹들, 히어로들을 향한 의혹에 대한 비난, 그리고 허가받지 않은 히어로활동의 위험성에 대해 기사가 매일 같이 올라왔다.

인터넷 커뮤니티 중독인 성훈은 그런 지금 상황이 너무 재밌었다.

하루하루, 퍼 나를 게시물들이 많아지고 있었으니까.

기사로 올라온 내용을 캡쳐해서 올리면, 보통 작성자보단 그런 기사를 쓴 기자를 욕하는 게 일반적이라서 더 즐거웠다.

자극적인 이야기를 아무리 퍼 날라도 자신이 피해받을 일이 없던 셈이었다.

그냥 기사 올라온 걸 긁어온 것뿐이라고 말하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경한그룹의 비리와 의혹에 대해 제시한 글들은 모두 신빙성은 있었지만,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진 못했다.

반대로, 히어로 활동에 대한 악영향은 티비 라디오 인터넷 가릴 것 없이 매일 같이 제대로 된 증거를 들고, 자극적인 소재들의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잠깐…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한데?’

경한 그룹의 비리와 의혹이 올라오는 다음날엔, 마치 기다렸다는 듯 히어로와 관련된 자극적인 기사가 올라온다.

마치 서로 덮고 덮이는 것처럼.

경한그룹은 자신들의 의혹들을 덮기 위해, 히어로를 향한 자극적인 기사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매일 같이 올라오는 경한 그룹의 의혹에 대한 내용이 만약 진실이라면?

지금까지 올라온 경한그룹에 대한 내용들은 너무 터무니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대표적으로, 경한그룹의 공장 폐수로 인해 강가에서 괴물이 만들어진다는 내용의 음모와 의혹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괴물이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것으로 밝혀진 지금에 있어서는 말도 안 되는 괴담 같은 이야기였지만….

성훈은 한번 경험한 적 있었다.

강가를 걷던 어느 날, 강가에서 괴물이 튀어나와 사람들을 공격하려 했던 적이 있다는 것을.

그때는 다크 카이저가 나타나 괴물을 제압했고, 다른 차원에서 나온 괴물을 다크 카이저가 추적해서 잡았다는 식의 기사가 보도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있다… 진짜 있어….’

성훈이 괴물을 목격했던 곳 주변에, 경한의 이름으로 된 제약 공장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곳은, 이상하게 생긴 괴물들이 자주 나타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 괴물이 정확히 경한의 폐기물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증거는 없었지만, 분명 정황은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성훈은 천천히 경한을 향한 의혹 글들의 정황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혹 글들의 대부분이, 정말로 있었던 일들을 대상으로만 만들어져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일의 중심에는 참 우연찮게도 경한과 관계된 정황이 아주 조금씩 곳곳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흑사자회의 영업장들을, 다크카이저와 흑사자의 마지막 전투 이후로 전부 경한이 사들여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성훈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멍하니 PC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혹이 한두 개라면 거짓이지만, 수많은 의혹에 대한 답이 경한을 가리킨다면, 그건 신빙성이라고 해도 좋을 터였다.

성훈은 게시물 작성을 누르고, 자신이 알아낸 이야기들에 대해 작성해가기 시작했다.

*     *     *

<지난해 경한의 불의 이웃 기부금이 생색내기였던 이유>

<경한에 정당하게 입사했던 브루트가 받아야 했던 차별>

슬슬 우리가 내놓은 의혹들에 입질이 올라오고 있다.

좋은 이미지로 견고하게 무장하고 있던 경한의 이미지에 슬슬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흑사자 정대수의 의견이었다.

확실한 증거가 있는 내용을 갑자기 들이대는 것보다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 의혹을 천천히 풀어 이미지에 금이 가길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직접적으로 잘못한 사건이 공론화된다면, 경한은 또다시 꼬리를 자르고 돈을 사용해서 좋은 기업의 이미지를 되찾아 올 것이 뻔했다.

그리고 지금, 경한의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깨졌다.

<와 진짜 충격적이네. 경한그룹 상태가 진짜 이렇다고?>

<이거 다 진짜면 사대희 잡혀가야 맞는 거 아님?>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기업 회장을 잡아넣냐? 전부 다 돈 먹은 새끼들밖에 없을걸?>

그리고 바로 이때, 정대수가 알고 있는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담긴 범죄 사실들을 인터넷에 풀기 시작한다.

그와 더불어, 브루트의 왕, 정진웅이 경한에게서 차별을 받았던 브루트들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올리기 시작했다.

<다크 카이저가 사람 죽이려고 했다는 거 진짜임?>

<진짜겠냐… 경한그룹이 공격당하니까 자극적으로 기사 써서 분위기 바꿔보려고 한 거지.>

<왜 하필 건드려도 다크 카이저를 건드리냐? 다크 카이저만큼 헌신적인 히어로가 천산시에 어디 있다고?>

<그래서 건드리는 거야.>

점점, 여론이 바뀌기 시작한다.

착한 기업이었던 경한의 이미지가 점점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점점, 세상은 바뀌어 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다크 카이저가 티비에 나와 선언했다.

“우리 아스트로 스타즈는, 경한그룹을 사상 최악의 범죄집단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곧 경한그룹의 사대희를 감옥에 넣겠습니다.”

*     *     *

<“우리 아스트로 스타즈는, 경한그룹을 사상 최악의 범죄집단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곧 경한그룹의 사대희를 감옥에 넣겠습니다.”>

쾅!

사대희는 결국 참지 못하고 티비에 리모콘을 집어 던졌다.

티비는 리모콘과 함께 박살 나서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정대수… 이 개X끼….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폭탄이 폭발했는데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밀고 있었다.

그때였다.

똑똑.

집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

새로 뽑은 비서실장인 송태일이 또 다른 소식을 가지고 올 모양이었다.

벌써부터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래도 참아야만 했다.

“회장님! 밖에 검찰이….”

자신이 뽑아놨던 시장도 이미 비리가 걸려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고 말았다.

경한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받는 각계의 주요 인사들은, 지금 당장 총을 맞는 것이 두려워 집 바깥으로도 나오지도 않고 있다고 했다.

사대희가 인생을 바쳐 만들어놨던 경한이라는 세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송태일이.”

“예…?”

“내가 이렇게 끝날 거 같나?”

이대로 쓰러질 순 없지.

최소한 한국을 먹을 수 있을 만큼 군사력이 갖춰지면, 그때야 일을 벌이려고 했건만….

사대희에겐 세계 지배를 위해 양성 중이던 군대가 하나 있었다.

그 구성원 하나하나가 사대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유전자가 조작된 슈퍼솔져였다.

능력이 없는 사람마저도, 강력한 초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사대희에겐 존재하고 있었다.

슈퍼 솔져들로 도시를 점거하고 새로운 국가를 만든다.

사실상 국민들을 인질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나라에서는 강력한 군사력을 사용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이 도시의 지배자로서 인정받을 때까지 농성한다.

그 후, 경한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엔 아직도 조금 이를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지.

사대희는 경한 타워의 꼭대기에 서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일구어낸 도시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 도시는 나의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줄 수 없다.

만약 내 손으로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부숴버려야지.

사대희는 머릿속으로 자신의 비밀공간 한구석에 있는, 차원 이동기를 떠올렸다.

*     *     *

경한그룹의 슈퍼솔져들은, 순식간에 천산시 주변에 있는 군부대를 가장 먼저 점거했다.

경한 그룹의 슈퍼솔져들은 무척 강했다.

일반적인 훈련을 받은 경찰은 혼자서도 다섯 명까지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육체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총탄도 박히지 않는 갑옷과 최첨단 컴퓨터가 달린 헬멧을 쓰고 있었다.

군부대는 순식간에 힘도 쓰지 못하고 모두 점령당하고 말았다.

도시 바깥으로 드나들 수 있는 게이트와 고속도로를 점거해서 아무도 드나들 수 없게 만들었으며, 경찰청이나 시청, 구청 같은 도시 시설들 또한 순식간에 들이닥쳐 점거했다.

경한 그룹은, 도시 전체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     *     *

뭐… 병력이 이만큼이나 있었다고?

어림잡아도 천 명은 될만한 슈퍼솔져를 이 작은 도시에서 몰래 양성하고 있었다.

천 명이라는 숫자는 가볍게 볼 양이 아니다.

아스트로 스타즈 전체가 하루종일 싸워도 천 명은커녕, 백 명을 쓰러트리기도 힘들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져 있던 바로 그때.

띠리리링- 띠리리링-

내 허리춤에 붙어 있던 다크 카이저 호출기가 계속해서 울려오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천산시로 갈게. 어떻게 할지는 같이 의논하자. - 래피드스타>

<은퇴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이 상황에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다크 스코프>

<큰 결심을 했더군. 우리도 조금의 도움이 되고 싶다. - 천산시 사이드킥 연합>

<저 기억하십니까? 예전에 도와주신 적 있는 히어로 펠릭스라고 합니다. 함께 싸울 수 있는 영광을 주실 수 있을까요? -펠릭스>

..

.

수많은 메시지가 다크 카이저 호출기를 향해 울려 들어오고 있었다.

전부 언젠가 한 번 마주친 적 있는, 히어로들의 메시지였다.

그들은 나를 응원하고 함께 싸워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스터와 함께 싸우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히어로들뿐만이 아니에요.”]

내 눈앞으로 펼쳐지는 인터넷 커뮤니티들.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는 도시를 강제 점거한 경한그룹의 슈퍼 솔져들과 싸울 사람들을 모으는 글로 가득 차 있었다.

이게 뭐야?

갑자기 다들 왜?

위험하잖아. 집에 가만히 있어도 되잖아.

[“마스터. 마스터는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성공한 거예요.”]

나는 그 말에 멍하니 홀로그램을 바라보다 말고 정신을 차렸다.

돕겠다는, 싸우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물론 긍정적인 반응이었지만.

반대로 히어로로서 이 많은 사람을 다치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결국 이 상황을 만든 것은 경한 그룹의 사대희.

그렇다면, 이 도시를 구하기 위해선 사대희를 쓰러트려야만 한다.

나는 천산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경한타워의 꼭대기층을 바라보았다.

지금도 사대희는 저기에 앉아서 우리를 오만하게 내려다보고 있으리라.

이제, 최후의 결전을 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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